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102-田表聖奏議序(전표성주의서)-蘇軾(소식)

耽古樓主 2024. 4. 11. 16:40

古文眞寶(고문진보)

田表聖奏議序(전표성주의서)-蘇軾(소식)


故諫議大夫贈司徒田公表聖, 奏議十篇.
옛 諫議大夫이며 司徒로 추증된 田表聖의 〈奏議〉 10편이다.
贈司徒(증사도) : 죽은 뒤 사도 벼슬이 주어진 것.
田公表聖(전공표성) : 田錫. 자가 表聖, 太宗 諫議大夫·史館修撰 등을 지냈으며, 임금에게 바른말을 많이 한 것으로 유명하다.
奏議(주의) : 임금에게 자기 의견을 아뢰는 글.

嗚呼, 田公古之遺直也.
아아, 전공은 옛날에 직간을 후세에 전한 사람이다.
遺直(유직) : 직간을 후세에 전하다.

其盡言不諱, 蓋自敵以下, 受之有不能堪者, 而況於人主乎.
그가 거리낌 없이 다 말함은, 그를 敵對하는 사람이 들어도 감당하지 못함이 있겠는데, 하물며 임금에게 있어서랴?
盡言不諱(진언불휘) : 모두 말하고 꺼리지 않다. 거리낌없이 하고 싶은 말을 다함.
敵以下受之(적이하수지) : 원수보다 더한 사람들이 그의 하는 말을 듣는다 해도

吾以是知二宗之聖也.
나는 이것을 통하여 二宗이 聖君임을 알게 되었다.
二宗(이종) : 송나라 太宗眞宗, 전석이 활약했던 시대의 두 임금임.

自太平興國以來, 至于咸平, 可謂天下大治, 千載一時矣, 而田公之言, 常若有不測之憂, 近在朝夕者, 何哉.
太平興國 이래 咸平까지는 천하가 크게 다스려졌으매 천년에 한 번 있을 시대라 말할 수 있는데, 전공의 간언에는 늘 예측할 수 없는 걱정이 아침저녁으로 가까이 있는 듯함은 어째서인가?
太平興國(태평흥국) : 송 태종의 연호(976~983).
咸平(함평) : 송 진종의 연호(998~1003).
千載一時(천재일시) : 천 년에 한 번 있을 만한 시기. 기회가 극히 적은 것을 뜻함.
不測之憂(불측지우) : 예측하지 못한 걱정. 언제 닥칠지 모를 憂患.

古之君子, 必憂治世而危明主, 明主有絶人之資, 而治世無可畏之防.
옛날의 군자는 항상 治世를 걱정하여 명철한 임금을 위태롭게 여겼으니, 명철한 임금은 남보다 뛰어난 자질을 지니매 치세에는 두려워해야 할 방비가 없다.
可畏之防(가외지방) : 두려워해야 할 방비. 방비해야 할 두려운 일.

夫有絶人之資, 必輕其臣, 無可畏之防, 必易其民, 此君子之所甚懼者也.
일반적으로 남보다 뛰어난 자질을 지닌 자는 필시 신하를 경시하고, 두려워해야 할 방비가 없으면 필시 그의 백성을 허술히 여기매 이것이 군자가 매우 두려워하는 것이다.
易其民(이기민) : 그 백성을 가벼이 여기다.

方漢文時, 刑措不用, 兵革不試, 而賈誼之言曰:
“天下有可長太息者, 有可流涕者, 有可痛哭者.”
漢 文帝 때 형벌은 내버려 두고 쓰지 않고 무기와 갑옷은 시험해보지 않았으나, 賈誼의 말은
“천하에는 장탄식을 할 만한 일이 있고, 눈물을 흘릴 만한 일이 있으며, 통곡할 만한 일이 있다.”라고 이른다.
漢文(한문) : 한나라 文帝.
刑措不用(형조불용) : 형벌은 버려두고 쓰지 않음.
兵革不試(병혁불시) : 무기와 갑옷을 시험하지 않음. 무력을 써보지도 않음.
賈誼(가의) : 초의 작가. 임금에게 많은 의견을 上奏하여 유명하다.

後世不以是少漢文, 亦不以是甚賈誼.
후세 사람들이 이 때문에 한 문제를 작게 보지 않고, 또 이 때문에 가의가 심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由此觀之, 君子之遇治世而事明主, 法當如是也.
이로써 본다면 군자로서 치세를 만나 명철한 임금을 섬김에 방법이 마땅히 이와 같아야만 한다.
法當如是(법당여시) : 방법이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한다.

誼雖不遇, 而其所言, 略已施行, 不幸早世, 功業不著於時.
가의는 비록 불우했으나 그가 말한 것이 대략은 시행되었는데, 불행하게도 일찍 죽어서 공로가 당시에 드러나지 않았다.
略已施行(약이시행) : 대략 이미 시행되다.

然誼嘗建言, 使諸侯王子孫, 各以次受分地, 文帝未及用, 歷孝景至武帝, 而主父偃擧行之, 漢室以安.
그러나 가의는 일찍이 건의하기를, 제후왕의 자손이 각각 차례대로 땅을 분봉받게 하자고 하였으나, 문제가 채용하지 않았고, 孝·景帝를 지나 武帝에 이르러 主父偃이 거행하매, 한나라가 그 덕분에 안정되었다.
以次受分地(이차수분지) : 차례대로 땅을 나누어 받다. 본시 옛 封建制度宗法制여서, 제후나 대부 모두 맏아들만이 를 계승하였다. 그러나, 가의는 이런 제후와 대부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방법으로, 아버지가 죽으면 그 땅과 재산을 모든 아들에게 차례대로 나누어 줄 것을 건의하였다. 뒤에 이 방법이 채택되어 옛 봉건체제는 완전히 무너지고 皇權이 절대화하게 된다.
主父偃(주보언) : 무제 때 사람, 長短從橫術을 배우고 ·春秋諸子書도 공부하였다. 술수를 잘 썼으며, 많은 활동을 하였다.

今公之言, 十未用五六也, 安知來世, 不有若偃者, 擧而行之歟.
오늘날 전공의 말은 10중 5~6은 쓰이지 못하나, 어찌 알겠는가? 후세에 주보언 같은 자가 있어서 그것을 실천하지 않는다고.

願廣其書於世, 必有與公合者, 此亦忠臣孝子之志也.
그의 책을 세상에 널리 펴기를 바라나니, 그리하면 필시 공과 뜻이 맞는 사람이 나올 터이니, 이것도 충신과 효자의 뜻이다.

 

 

 해설


田錫은 송나라 太宗·眞宗 때의 言官으로 올바른 말을 많이 올렸는데田錫이 올린 글을 모은 〈田表聖奏議〉에 쓴 서문이 이 글이다.
정치가 잘되고 명철한 임금이 다스리는 세상에도 올바른 建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소식은 시종 강조하고 있다이런 기풍 때문에 송대에는 어느 시대보다도 임금 앞에서 바른말을 하는 신하가 많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