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19수(古詩19首)

古詩十九首에 관하여

耽古樓主 2023. 12. 2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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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詩十九首

 

고시 19수는 후한 말엽에 이름이 전하지 않은 여러 시인들이 지은 걸작들이다. 이러한 시가 당시에 얼마나 더 있었는지 알 수 없으나, 남조의 양(梁)나라 소명태자(昭明太子) 소통(蕭統: 501-531)이 문선(文選) 60권을 편찬할 때 『고시19수』라는 제목에 모두 넣어 한 묶음으로 만들었다. 이밖에 양(梁)과 진(陳) 두 왕조에 출사했던 서릉(徐陵)이 편찬한 옥대신영(玉臺新詠)에도 고시 몇 수가 전해지고 있다. 고시19수는 오언시(五言詩)의 성숙기에 나온 대표작이다. 평이하고 질박한 언어로 심각한 감정과 내용을 담은 이들 시는 자연미가 인공미를 뛰어남은 예술상의 대성공을 거두었다.

 

중국 시가의 원천은 물론 시경(詩經)이다. 시경의 주류는 사언시(四言詩)인데 이 형식은 감정을 풀어내는 데에 큰 제약을 가하여 작자의 시상을 충분히 발휘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오언시에 비하여 한 자가 더할 뿐이지만 거기에서 생기는 자유는 아주 큰 것으로 시의 취지와 시인의 개성을 고도로 발휘할 수 있다. 그럼으로 4언에서 5언으로 변화한 것을 중국 시사에 있어 커다란 진보라고 말할 수 있다. 5언시는 지금까지 적어도 20세기 초엽까지는 계속되었지만, 4언시는 시경 이후로 가작(佳作)이 몇 편 나왔을 뿐 쇠퇴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고시19수는 중국 시사에서 차지하는 취지와 후대 문학에 끼친 영향으로 보아 시경에 못지않다.

 

고시19수가 나온 후한 말엽은 나라가 극도로 어지러웠던 시기였다. 당고(黨錮)의 변(變), 황건(黃巾)의 란(亂) 등 소설 삼국지 초반에 나타나는 바와 같이 끝없는 전란, 살육, 기근, 역병에 사람들은 모두 생활기반이 파괴되고 정당한 가치관마저 동요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난세에 처한 평민들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시가 고시 19수다. 가고 가고 또 가고, 마당에 있는 나무, 맑고 밝은 달빛 등은 모두 이별, 향수, 그리움 같은 고통을 묘사했다. 공자가 일찍이 설파한 ‘간사함이 없다(사무사(思無邪)’라는 경지에 도달한 작품들이다. 그리고 ‘오늘은 좋은 잔치’, ‘상동문으로...’, ‘백년을 못 누리는.. ’ 등의 시가는 인생의 허무와 환멸 속에서 향락주의 찰나주의를 그렸다. 특히 후자는 뒤의 위진 시대의 중심적인 사조로 발전했다.

 

(중국시가선. 지영재 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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