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7歌類-10短檠歌(단경가)

耽古樓主 2024. 2. 18. 19:00

古文眞寶(고문진보)

짧은 등잔대(短檠歌)-한유(韓愈)

▶ 短檠歌 짧은 등잔대 노래.
韓退之文集》 5에는 短燈檠歌란 題下에 실려 있다.

 


長檠八尺空自長, 短檠二尺便且光.
여덟 자 긴 등잔대는 쓸데없이 길고, 두 자 길이 짧은 등잔대가 편하고도 밝네.

黃簾綠幕朱戶閉, 風露氣入秋堂涼.
노란 발 푸른 장막 쳐진 붉은 문은 닫혀 있는데, 이슬 바람 기운이 불어 들어와 가을의 집안이 썰렁하네.
黃簾綠幕 : 노란 발과 푸른 장막. 여자가 사는 방의 발과 장막을 가리킨다.

裁衣寄遠淚眼暗, 搔頭頻挑移近床.
옷을 말라 멀리 부치려니 눈물이 눈을 흐리게 하고, 머리 긁으며 자주 심지 돋우려 침상 가까이 옮겨 오네.
搔頭 : 머리를 긁다. 사람이 초조할 때 하는 동작. 시경邶風 靜女 시에 사랑하면서도 나타나지 않으니, 머리 긁으며 서성인다 [愛而不見, 搔頭蜘躊]’라고 하였다.
頻桃 : 자주 등불 심지를 돋우다.

太學儒生東魯客, 二十辭家來射策.
태학의 儒生은 동쪽 魯나라에서 온 나그네인데, 스무 살에 집 떠나 과거보러 왔다네.
東魯 : 동쪽 노나라 지방, 공자가 살던 曲阜가 있는 고장.
射策 : 지방의 貢士가 조정에서 과거를 볼 때, 제목이 적힌 대쪽[]을 뽑은 뒤 거기에 관한 논문을 지었던 일을 가리킴.

夜書細字綴語言, 兩目眵昏頭雪白.
밤이면 작은 글자 쓰면서 글을 짓느라, 두 눈은 눈꼽 끼어 어두워지고 머리는 눈처럼 희어졌네.
綴語言 : 말을 엮어 글을 짓다. 논문 쓰는 연습을 하는 것.
眵昏(치혼) : 눈꼽이 끼고 눈이 어두워짐.

此時提挈當案前, 看書到曉那能眠?
이 시각에도 책 들고 책상 앞에 앉았으니, 새벽까지 책 보자면 어이 잠잘 수나 있겠는가?
提挈 : 책을 받쳐드는 것.

一朝富貴還自恣, 長檠高張照珠翠.
하루아침에 부귀하면 또한 자기 멋대로 살게 되어, 긴 등잔대를 높이 올려 진주와 비취 장식한 여자를 비추게 하네.
還自恣 : 다시 자기 멋대로 행동하게 되다.
珠翠 : 진주와 비취. 진주와 비취로 장식한 여인을 가리킴.

呼嗟世事無不然, 墻角君看短檠棄.
아아! 세상일 그렇지 않은 게 없으니, 그대는 저 담 모퉁이에 버려진 짧은 등잔대를 보게나.
墻角 : 담 모퉁이.

 

 

 해설


이 시는 등잔대를 빌어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하고 있다. 먼저 집에서 짧은 등잔대 앞에 눈물을 머금고 멀리 떠난 임의 옷을 짓는 여인의 모습을 노래하고, 다시 짧은 등잔대 앞에 과거보러 집 떠나와 밤새워 책 읽는 儒生을 노래하고 있다.
그런데 이 유생이 일단 과거에 급제하여 출세하면, 짧은 등잔대는 버리고 긴 등잔대 밑에서 아름다운 여인들과 즐거운 삶을 살게 된다. 짧은 등잔대와 함께 불우했던 지난날이나 자기를 위해 애쓴 부인의 공은 까맣게 잊어버림이 보통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