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파에게 드림(贈東坡) 둘째 시-황정견(黃庭堅)
靑松出澗壑, 十里聞風聲.
靑松이 시냇물 흐르는 골짜기에 자라나니, 10리에서도 소나무에 부는 바람소리가 들리네.
▶ 靑松(청송) : 蘇東坡에 비긴 것이다.
▶ 澗(간) : 산간수. 계곡의 물.
▶ 壑(학) : 골짜기. 澗壑은 시냇물이 흐르는 산골짜기.
上有百尺絲, 下有千歲苓.
소나무에는 백 자의 새삼이 감겨 있고, 소나무 아래엔 천년 묵은 풍냉이가 자라 있네.
▶ 絲(사) : 兎絲 또는 菟絲라고도 하며, 나무에 감기어 寄生하는 '새삼'. 이는 黃庭堅이 자신을 견준 것이다.
▶ 苓(령) : 茯苓. 소나무 뿌리에 생기는 일종의 菌.
《淮南子》 說山訓에 일렀다.
'천년 묵은 소나무 아래에는 茯苓이 있고 위에는 菟絲가 있다.'
소나무 진이 천년 묵어 이루어지는 것이라 한다. 소동파의 門下에는 소위 蘇門四學士가 있었으니, 黃庭堅·秦觀·張未·晁補之가 그들이다. 복령은 작자 황정견을 제외한 나머지 三學士에 비긴 것이다.
自性得久要, 為人制頹齡.
풍냉이는 본성이 오래 견딜 수 있고, 사람들의 늙음을 막는다네.
▶ 自性(자성) : 자기 본연의 性. 불교에선 諸法에 각각 不變不滅의 性이 있는데 이것을 自性이라 한다.
▶ 久要(구요) : 《論語》 憲問편에 ‘久要엔 平生之言을 잊지 않는다.’라고 한 데서 따온 말. 여기서 要는 約 곧 약속의 뜻이나, 이 시에서는 본성이 변치 않고 '오래 감'을 단순히 뜻한다.
▶ 制頹齡(제퇴령) : 늙어 頹廢하여가는 나이를 억제한다. 곧 노쇠를 방지하는 데 복령이 약으로 쓰인다는 뜻. 陶淵明의 九日閑居詩에 ‘菊은 퇴령(頹齡)을 억제한다.'라고 하였다.
小草有遠志, 相依在平生.
작은 풀에도 원지(遠志)란 풀이 있으니, 몸을 의탁하고 평생을 살아가려네.
▶ 小草有遠志 : 《世說新語補》 권18 排調下에 桓溫이 謝安에게 遠志는 또 小草라고도 부르는데 어째서 한 물건이 두 가지의 이름이 있느냐고 물었다. 郝隆이 옆에 있다가 들어앉아 있을 때는 원지라 부르고 나오면 소초라 부른다고 대답하였다 한다.
《博物志》 권4에 '원지의 싹을 소초라 하고 뿌리를 원지라 한다.'라고 했다.
원지는 《本草》에 의하면 지혜를 늘이고 의지를 강하게 하는 약초라 한다.
《世說》에서 학륭은 사안이 벼슬하기 전엔 큰 뜻을 품은 듯하더니 벼슬한 뒤로는 형편없이 행동함을 草名을 빌어 嘲笑하였다.
▶ 相依在平生 : 의지함을 평생 두고 한다. 곧 遠志를 품고 菟絲가 소나무에 의지하듯 자기는 동파를 평생 의지하겠다는 뜻.
醫和不並世, 深根且固蔕.
의화 같은 名醫가 이 세상에 없다면, 뿌리를 깊이 박고 또 꼭지를 단단히 하고 때를 기다리자.
▶ 醫和(의화) : 옛 晉나라의 名醫. 《國語》 晉語에 일렀다.
平公이 병이 나서 醫和에게 보임에, 文子가 의술을 나랏일에 미치게 할 수가 있느냐고 물으니, 의화가 대답하였다.
“上醫는 나라의 병을 고치고, 그 다음은 사람의 병을 고치니, 본시부터 醫는 官과 같다.”
▶ 不並世 : 세상에 나란히 하지 않다. 醫和와 같은 때에 태어나지 못하여 자기 [志]를 약으로 써주는 명의[爲政者]가 없다는 말임.
▶ 深根且固蔕(심근차고체) : 뿌리를 깊이 박고 또 꼭지나 굳건히 하겠다. 곧 德을 깊이 닦고 수신하여 몸이나 잘 보전하겠다는 뜻.
人言可醫國, 何用大早計?
나라의 병도 고칠 수 있다고 사람들이 말하거늘, 어찌 크게 서두를 필요가 있으랴?
▶人言可醫國 : 사람들 말이 나라의 병도 고친다고 함은 앞 주해의 의화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 大早計(대조계) : 《莊子》 齊物論에 일렀다
'그대는 너무나 早計이다. 달걀을 보고 새벽에 울기를 구하고, 彈弓을 보고 솔개의 구운 고기를 구한다.‘
따라서 대조계는 너무 일찍부터 서두르는 것.
小大材則殊, 氣味固相似.
작고 크고 재능은 다르지만, 성질은 본시부터 모두 비슷하네.
▶ 小大材則殊 : 東坡와 자기는 재능의 大小에 있어서는 다르지만.
▶ 氣味(기미) : 냄새와 맛. 곧 생각이나 취향.
해설
여기서는 東坡를 古松에, 자기를 새삼에, 다른 문하생들을 풍냉이에 비유하고 있다. 秦觀·張夫·晁補之 같은 蘇門의 학사들은 茯苓이 사람의 노령을 제지할 수 있듯이 사회에 그들의 재능을 발휘하여 유익한 일을 할 수 있다. 자기는 그런 재능은 없지만 풀에 遠志라는 약초가 있듯이 큰 뜻을 품고 평생을 소동파에게 의탁하려 하였다.
그러나 자기의 뜻을 알아줄 名醫 같은 위정자가 없어 자기는 버림받고 있으니 덕이나 닦으며 明哲保身하여야겠다. 옛날에 醫和가 上醫는 나라의 병을 고친다고 말했으니, 미리 서두르고 날뛸 필요가 없다. 언젠가 기회는 올 터이다. 동파와 자기는 재능에 있어 대소의 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생각이나 취향에 있어서는 서로 비슷하다는 것이다.
黃庭堅은 소위 江西詩派의 宗이라 할만한 인물이다. 그들의 시는 소동파의 풍격을 배웠지만 더욱 典故와 修飾을 많이 써서, 읽기 어려움이 강서시파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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