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기박한 운명(妾薄命) 첫째 시-진사도(陳師道)
▶ 妾(첩) : 여인이 자기를 낮춰 부르는 말.
▶ 薄命(박명) : 운명이 기박한 것. 妾薄命은 옛 樂府의 曲名으로 曹植에게도 <첩박명>이란 작품이 있다. 《樂府詩集》에선 《樂府解題》를 인용하여 인생의 즐거움이 오래 가지 못함을 恨하는 노래라 하였다. 작자 진사도(陳師道, 1053~1101)는 東坡 門下의 六學士 중의 한 사람이다. 이 작품은 《后山詩集》 제1권에 실려 있으며 '元豐 6년 (癸亥, 1083)에 <첩박명> 2수를 지었다.'라고 하였다.
主家十二樓, 一身當三千.
주인집 열두 누각에서, 3천 명의 총애를 한몸에 지녔었는데,
▶ 主家(주가) : 남편의 집.
▶ 十二樓(십이루) : 많은 누각들. 《漢書》 교사지에 ‘方士가 말하였다. “황제(黃帝) 때에 5성(城) 12루(樓)를 짓고서 신인(神人)을 기다렸다.”'고 하였는데 應劭는 '5성 12루란 선인(仙人)이 늘 사는 곳'이라 하였다. 여기서는 선인과는 관계없이 화려한 많은 누각을 가리킨다.
▶ 一身當三千 : 白樂天의 〈長恨歌〉에 '後宮의 가인 3천 명이 있었는데, 3천 명의 총애를 한몸에 지녔다.'라고 하였다. 곧 자기 한 사람이 3천 명의 총애를 홀로 누린 듯이 굉장한 사랑을 받았다는 뜻.
古來妾薄命, 事主不盡年.
예부터 여자 팔자 기구타더니, 나도 주인을 섬김에 삶을 다 바치지 못하였네.
▶ 古來妾薄命 : 예부터 <妾薄命>을 노래하여 왔다는 뜻. 轉하여 예부터 여인 중에 박명한 이가 많았다는 뜻으로 보아도 된다.
▶ 不盡年(부진년) : 天然의 수(壽)를 다하여 사랑하지 못하는 것. 곧 자기 삶이 다할 때까지 남편을 섬기지 못함.
起舞為主壽, 相送南陽阡.
일어나 춤추어 주인의 수를 빌었건만, 남양 무덤길로 주인을 보냈네.
▶ 壽(수) : 여기선 動詞로서 '壽를 빌다'.
▶ 南陽阡(남양천) : 무덤으로 가는 길. 《한서》 游俠傳에 일렀다.
'原涉은 자가 巨先이다. 涉의 아버지는 哀帝 때 南陽太守가 되었고 천하 갑부였다. 大郡의 2천석[太守]이 죽으면 賦斂(부렴)하여 장사를 지냈는데 모두 천만 이상을 모아 처자들이 이를 받아 생업을 이룩했다. 그때엔 그러나 3년 상을 지키는 자가 적었다. 섭은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남양에서 보내오는 賻儀를 되돌려보내고 무덤 옆 움막에서 3년 상을 치렀다. 그리하여 이름이 경사(京師)에 알려졌다. (……) 섭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전에 남양의 부의를 되돌려보내어 자기는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先人의 무덤을 검소케 함은 효가 아니라 하고, 墓幕을 크게 세우고 重門으로 閤(합)을 둘렀다. 처음 武帝 때에 京兆尹 曹氏를 茂陵에 장사지냈는데 백성들은 그 길을 京兆阡이라 불렀다. 섭은 이를 생각하고 곧 땅을 사서 길을 닦고 表를 세워 南陽阡이라 하였다. 사람들은 그러나 이를 따르지 않고 原氏阡이라 불렀다'
천(阡)은 ‘밭둔덕 길’ 또는 '동서 또는 남북으로 뻗은 길'의 뜻.
忍著主衣裳, 為人作春姸!
차마 주인이 주신 옷을 입고, 남을 위해 고운 자태 지을 수야 있겠는가!
▶ 忍(인) : 차마 ~할 수야 있겠는가?
▶ 著(착) : 입다.
▶ 作春姸(작춘연) : 봄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다. 애교를 부린다는 뜻.
有聲當徹天, 有淚當徹泉.
내 울음소리는 하늘에 사무치고, 내 눈물은 황천에 사무치리라.
▶ 聲(성) : 자기의 슬픈 울음소리.
▶ 徹天(철천) : 하늘에까지 사무치는 것.
▶ 泉(천) : 지하의 샘. 황천(黃泉).
死者恐無知, 妾身長自憐.
돌아가신 분은 아무것도 모를 터이니, 이 몸만 영영 불쌍하게 되었네.
해설
진사도(陳師道, 1053~1101)의 《后山詩集》의 이 시의 注에 '后山은 자주 말하기를, "증남풍(曾南豐)을 위하여 지었다.”라고 하였다. 후산은 남풍(南豐, 號) 曾鞏의 아들 固에게서 배웠다. 남풍은 元豐 6년(1083)에 졸하였다. 이 작품은 틀림없이 이때 지었다'라 하였다.
또 남풍을 직접 스승으로 삼았다는 이도 있다. 여하튼 이 시는 진사도가 스승의 은덕을 생각하며, 남편을 그리는 여인의 심정에 비겨 노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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