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2五言古風短篇-60妾薄命(첩박명)

耽古樓主 2024. 2. 4. 08:15

古文眞寶(고문진보)

여인의 기박한 운명(妾薄命)-진사도(陳師道둘째 시

 

落葉風不起山空花自紅.
낙엽이 지는데 바람은 잠잠하고산은 고요한데 꽃이 붉구나.
▶ 落葉風不起 다음 구 山空花自紅과 함께 적막한 풍경을 묘사한 것이다文選》 潘安仁의 悼亡詩에 낙엽은 무덤 곁에 흩어지고 마른 풀뿌리가 봉분 모퉁이에 둘려있다.'라고 하였듯이 무덤 곁의 처참한 意象을 나타내었다.

捐世不待老惠妾無其終.
늙기도 전에 세상을 버리셨으니내 사랑 끝을 맺지 못하였네.
▶ () : 버리다.
▶ 不待老(부대로) : ‘늙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곧 늙기 전에 죽었다는 뜻.
▶ () : 사랑.
▶ 無其終(무기종) : 끝까지 사랑해 주지 못하고 중도에 죽어버렸다는 뜻.

一死尙可忍百歲何當窮?
한번 죽어버리면 그래도 괜찮겠지만평생을 이렇게 어찌 견딜고?
▶ 一死尙可忍 : ‘한번 죽어버리는 일은 그래도 참을 수 있다’. 곧 차라리 죽어버릴 수도 있다는 말.
▶ 百歲(백세) : 平生남은 여생을 가리킨다.
▶ 何當窮 어떻게 버티어 가야 하는가임 없이 살기에는 너무나 한()이 크다는 뜻.

天地豈不寬妾身自不容.
천지가 넓기만 한데이 몸 하나 용납되지 않누나.
▶ () : 넓은 것.
▶ 妾身自不容 자기는 남편만을 의지하고 살아왔는데 남편이 먼저 죽어버려 '내 몸은 그 자체를 용납할 곳도 없게 되었다.'라는 뜻.

死者如有知殺身以相從.
죽은 이 알아주시기만 한다면죽어서라도 임 따르리이다.

向來歌舞地夜雨鳴寒蛩.
예부터 춤추고 노래하던 곳엔밤비에 쓸쓸한 귀뚜라미 소리.
▶ 向來(향래) : 전부터그 전에그 옛날.
▶ 寒蛩(한공) : 쓸쓸한 귀뚜라미또는 가을이나 겨울철의 귀뚜라미.

 

 

 

 해설


이것은 앞 <이녀의 기박한 운명(妾薄命)>의 제2수이다. 역시 진사도(陳師道)가 돌아간 스승(:曾鞏)을 사모하는 정을 남편 여읜 여인의 심정에 비긴 것이다. 先師를 추모하는 지극한 정이 잘 나타나 있다. 여인이 남편을 의지하듯 자기는 스승의 사랑을 받으며 인간수업을 하여 왔다. 스승이 가버린 지금 그는 마치 의지할 곳을 잃은 여인처럼 넓은 세상에 한 몸을 둘 곳도 없어진 듯하다. 옛날엔 스승 밑에서 글을 배우며 즐거운 나날을 보냈는데 지금은 밤비에 쓸쓸한 귀뚜라미 소리가 그의 마음을 더욱 슬프게 해줄 뿐이라는 것이다.

옛날부터 앞 제1수도 그렇지만 이 시를 현세에의 풍자로 많이 해석하였다. 山空花自紅을 ‘산중엔 소나무·잣나무·가래나무 같은 좋은 재목들이 나는 곳인데 지금은 꽃이 피어 있다 함은 나라에 동량지재(棟梁之材)가 없음을 비유한 것이다.’(《고문진보》의 注) 따위가 그것이다. 이런 시의 해석방법은 견강부회(牽强附會)라 보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