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2五言古風短篇-58鼠鬚筆(서수필)

耽古樓主 2024. 2. 4. 08:11

古文眞寶(고문진보)

쥐 수염으로 만든 붓(鼠鬚筆)-소과(蘇過)

▶ 鼠鬚筆 쥐 수염으로 만든 붓예로부터 書家들이 珍重히 여겨온 것으로 앞에 나온 중국의 서도가 王羲之가 절강성(浙江省산음현(山陰縣)에 있는 蘭亭에서 曲水流觴의 연()을 벌였을 때 지은 <蘭亭集序도 이 붓으로 썼다 한다法書要錄에 右軍(:王羲之)이 蘭亭序를 쓸 때 鼠鬚筆을 썼다우군은 필법을 白雲先生에게서 얻었는데 그에게 서수필을 주었다고 한다.'고 하였다왕희지의 筆錄에도 '세상에서 張芝(東漢人鍾繇(魏人)는 서수필을 썼는데 筆鋒이 剛勁하여 鋒芒이 있었다'라고 하였다이 시의 작자 소과(蘇過,1072~1123)는 송대(宋代)의 文豪 蘇軾의 아들이다이름은 과()로서 시문을 잘했다소과의 <斜川集>엔 賦鼠鬚筆이라 하고 있다.

 

 

太倉失陳紅狡穴得餘腐.
정부의 창고에선 붉게 썩은 쌀을 축내고교활한 쥐굴에선 썩고 남은 고기가 나와,
▶ 太倉(태창) : 帝都에 있던 나라의 穀倉漢書》 高帝紀에 '7년 2월 소하(蕭何)는 미앙궁(未央宮)을 다스리고 太倉을 세웠다'라고 하였다.
▶ () : 오래된 것진부(陳腐). 곧 썩는다는 뜻실진홍(失陳紅)은 붉게 썩은 곡식을 쥐에게 잃었다.’라는 뜻.
▶ () : 교활한 것쥐를 가리킴.
▶ 餘腐(여부) : 썩은 먹다 남은 고기.

旣興丞相歎又發廷尉怒.
옛날 李斯가 탄식하게 하였고張湯이 노발대발하게 했단다.
▶ 旣興丞相歎 史記》 李斯列傳의 내용이다.
이사는 나라 上蔡 사람이다연소(年少)할 때 군()의 소리(小吏)가 되었다吏舍의 변소의 쥐는 더러운 것을 먹으며 인견(人犬)을 가까이하다 자주 놀람을 보았다뒤에 사()가 창고에 들어가창고 안의 쥐는 쌓여 있는 곡식을 먹으며 큰집 아래 살고 있으되 인견의 걱정 없이 지냄을 보았다이에 이사는 탄식하기를사람이 현명하고 못나고 한 것도 이 쥐나 같아서 자기가 처한 곳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였다그리고는 순경(荀卿)을 따라 제왕의 술()을 배웠다.’
이사는 뒤에 진시황(秦始皇)의 승상(丞相)이 되어 法術을 행하였다.
이 구절은 이사가 쥐를 보고 탄식하였음을 가리킨다그리고 첫째 구 太倉失陳紅은 이 구와 대응하는 것이다.
▶ 又發廷尉怒 漢書》 列傳에 일렀다.
'장탕(張湯)은 두릉인(杜陵人)이다어렸을 때 집을 보고 있었는데 쥐가 고기를 훔쳐갔다그의 아버지가 화를 내고 탕()을 때렸다탕은 쥐굴을 파서 젖히고 불로 그을은 끝에 쥐와 남은 고기를 얻었다그리고 쥐를 처형하였다.'
장탕은 뒤에 大中大夫를 거쳐 廷尉가 되었다.
이 구절은 이 사실을 뜻하며2구 狡穴得餘腐는 이 구와 호응하는 것이다이처럼 제1과 제3, 2와 제4구가 대응하는 것을 '扇對'라 부른다.

磔肉餧餓猫分髥雜霜兎.
고기는 찢어 주린 고양이 먹이고수염만을 골라 흰 토끼털 섞어 붓을 만들었다.
▶ () : 찢다.
▶ () : 먹이다.
▶ 餓猫(아묘) : 굶주린 고양이.
▶ () : 수염분염(分髥)은 쥐의 수염을 따로 가려내는 것.
▶ 霜兎(상토) : 흰 토끼털쥐 수염과 흰 토끼털을 섞어 붓을 만든 것이다.

揷架刀槊健落紙龍蛇騖.
필통에 꽂아두면 칼이나 창처럼 억세게 보이고종이에 대면 龍蛇가 달린다.
▶ () : 꽂다.
▶ () : 필가(筆架). 붓을 꽂아두는 곳.
▶ () : 刀槊健은 붓이 칼이나 창처럼 날카롭고 억세어 보인다.'라는 뜻.
▶ 龍蛇騖(용사무) : 붓으로 쓰는 글씨의 세()가 '용이나 뱀이 꿈틀거리며 달리는 듯하다.'라는 뜻.

物理未易詰時來卽所遇.
사물의 이치는 따지기 어려우니때를 만나야 알아 준다.
▶ () : 의문나는 이치를 따져 알아내는 것.
▶ 時來卽所遇 때가 오면 곧 뜻을 얻게 된다는 말이다.

穿墉何卑微託此得佳譽.
담을 뚫을 적엔 얼마나 비천하였던가이를 빌어 훌륭한 명성을 얻었다.
▶ 穿墉(천용) : 담을 뚫다.
▶ 卑微(비미) : 비천하고 미소(微小)한 것.
▶ 託此(탁차) : 鼠鬚筆에 의지하여.
▶ 得佳譽(득가예) : 왕희지(王羲之)란 명필의 붓으로 명성을 얻음.

 

 

 해설


이 시는 鼠鬚筆을 빌어 인생을 노래하였다고 보아도 좋다.
쥐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싫어하는 짐승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쌓아놓은 곡식이나 음식을 훔쳐먹고 사는 습성 때문일 터이다. 그렇지만 어떤 쥐는 그 수염만이 추리어져 서수필이 만들어진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비천한 쥐에게서 일대의 명필을 이룩케 하는 서수필이 나올 수가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니, 누구나 어느 정도의 재능을 구유(具有)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재능이 활용되고 못 됨은 대부분 그가 때를 만나느냐 못 만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