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의 노래를 본뜸(擬怨歌行)-강엄(江淹)
▶ 擬怨歌行 : 앞에 나온 <怨歌行>을 본뜬 시라는 뜻. 《文選》권31에는 梁나라 강엄(江淹, 444~505)의 잡체시(雜體詩) 30수 가운데의 제3수 〈班婕妤〉라 제(題)하고 ‘詠扇’이라 주(注)하여 실려 있다. 대의는 앞의 <원가행>과 비슷하다.
紈扇如圓月, 出自機中素.
흰 비단 부채는 둥근 달 같으니, 베틀의 흰 비단 잘라 만든 것일세.
▶ 機(기) : 베틀.
▶ 出自機中素 : 베틀 가운데 비단으로부터 나왔다. 곧 베틀의 비단을 잘라 만든 것이라는 뜻.
畵作秦王女, 乘鸞向煙霧.
진나라 목공의 딸 모습 그리니, 난새 타고 안개 속을 날고 있네.
▶ 秦王女(진왕녀) : 秦穆公의 딸 弄玉. 《문선》의 이선(李善) 주(注)에 ‘《列仙傳》에 말하기를, “蕭史는 秦나라 목공 때의 사람으로 퉁소를 잘 불었다. 목공에겐 딸이 있어 字를 농옥이라 하였는데 그를 좋아했다. 公은 마침내 그의 처로 시집보냈는데 어느 날 아침 둘 다 봉황을 타고 가버렸다 하였다.”라고 했다.
▶ 鸞(란) : 봉황 종류의 신조(神鳥).
▶ 煙霧(연무) : 구름과 안개.
采色世所重, 雖新不代故.
채색은 세상에서 중히 여기는 것이지만, 비록 새것이라 하더라도 이 옛것을 대체하진 못하리라.
▶ 雖新不代故 : 새것이라 하더라도 이 옛것의 훌륭함을 당해내지 못한다는 뜻. 紈扇)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것이다.
竊愁涼風至, 吹我玉階樹.
속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 우리 구슬 섬돌 앞 나뭇잎을 불어 떨어뜨릴까 근심했었는데,
▶ 竊(절) : 남몰래. 속으로
君子恩未畢, 零落在中路.
임의 사랑이 채 다하기도 전에, 중간에 버려지고 말다니.
▶ 零落(영락) : 낙엽처럼 떨어져 버려지는 것.
▶ 中路(중로) : 중도(中途). 길 가운데라 보아도 좋다.
해설
이 시는 내용, 형식 모두에 있어서 완전히 앞의 〈怨歌行〉을 본뜬 것이다.
〈원가행〉도 그렇지만 이 시의 해석에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은 제7구의 竊愁〔〈원가행〉에선 常恐]를 이곳에 해석한 것처럼 제8구까지만 걸리게 하느냐 또는 끝 4구 전부에 걸리는 것으로 보느냐 하는 것이다. <古詩箋>의 聞人倓의 주(注)에서는 앞의 시도 그렇지만 竊愁가 뒤의 4구 전부에 걸린다고 보고 '가을이 와서 임에게서 버림받을까 근심한다.'라는 뜻으로 풀이하였다.
그러나 이 시는 이미 버림받은 뒤의 작품이므로 <문선>의 이선(李善) 주(注)를 따라 '가을이 올까 근심하였는데, 결국은 지금 임으로부터 버림받고 말았다.'라는 대의로 취함이 옳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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