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고(擬古)-도연명(陶淵明)
▶ 擬古(의고) : 古詩에 비겨 지은 시란 뜻, 도연명은 田園으로 돌아와 의고시를 많이 지었다. 이는 <의고> 9수 중의 제7수이며 《文選》권30엔 〈陶淵明擬古詩〉라 題하고 있다.
日暮天無雲, 春風扇微和.
해지자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는데, 봄바람이 부채질하듯 부드럽게 불어온다.
▶ 扇(선) : 부채․
▶ 扇微和(선미화) : 봄바람이 부채질을 하듯이 미세하고 부드럽다.
佳人美淸夜, 達曙醋且歌.
고운 임은 맑은 밤을 좋아하여, 새벽까지 술마시며 노래한다.
▶ 佳人(가인) : 미인(美人). 여기서는 그리운 사람. 애인이나 벗을 가리킨다. 반드시 여인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문선》 주(注)에는 ‘현인(賢人)’을 말한다고 하였다.
▶ 美(미) : 동사(動詞)로 '아름답게 여기다' 또는 '좋아하다’
▶ 達曙(달서) : 새벽이 되도록.
歌竟長歎息, 持此感人多.
노래를 끝내고 긴 탄식을 하니, 이 모양은 너무도 사람을 감동케 한다.
▶ 持此(지차) : 이것을 가지고 이러한 모양으로
皎皎雲間月, 灼灼葉中華.
구름 사이의 달은 밝기도 할시고, 나뭇잎 속의 꽃은 곱기도 할시고.
▶ 皎皎(교교) : 달이 밝은 모양, 《詩經》 진풍(陳風) 월출(月出) 시에 월출교교(月出皎皎)라 하였다.
▶ 灼灼(작작) : 꽃이 만발한 모양. 《시경》 주남(周南) 도요(桃夭)시에 ‘도(桃)의 요요(夭夭)함이여, 그 꽃은 작작(灼灼)하네.'라고 읊었는데, 모전(毛傳)에 灼灼은 꽃이 성한 모양이라 주(注)하고 있다.
豈無一時好, 不久當如何?
한때의 아름다움이 없지 않으나, 오래 가지 못하니 이를 어쩌랴?
▶ 豈無一時好(기무일시호) : 일시의 아름다움이야 어찌 없겠느냐?’ 곧 ‘사람이건 꽃이건 일시의 성시(盛時)는 있다.'라는 뜻. 그러나 오래 갈 수는 없다는 말이다.
해설
이 시는 앞에 나온 〈長歌行〉과 청춘은 짧고 시간은 쉴새 없이 흐르고 있음을 애석히 여긴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그러나 <장가행>에선 늙어서도 후회 없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만 된다는 결론임에 비하여, 연명(淵明)은 일시적인 盛時를 마음껏 즐김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가인(佳人)이 밤새도록 술마시고 노래하다가도 날이 새면 결국은 긴 탄식을 한다고 함은 인생의 숙명을 절감하게 한다. 따라서 짧은 젊음을 뜻있게 보내야 한다는 귀결은 취향은 다를 망정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원대(元代)의 유리(劉履) 같은 사람은 《選詩補注》권5에서 '이 시는 아마 원희초(元熙初, 419)의 작품일 터이다. 일모(日暮)는 진(晉)나라의 몰락에 비유한 것이다. “하늘에 구름 없고 바람이 미화(微和)하다.” 함은 공제(恭帝)가 잠깐 개명(開明)하여 빛을 발하는 형상에 비유한 것이다. “청야(淸夜)는・・・・・…”’ 하며 이 시를 일일이 당대의 시국과 견주어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연명의 본뜻이 아닐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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