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릉의 신정(金陵新亭)-작자 미상
▶ 金陵(금릉) : 南京의 옛 이름. 晉나라가 北胡에게 쫓기어 도읍을 江南의 金陵(:당시의 建業으로 옮겼다(東晉 元帝 때, 317년).
▶ 新亭(신정) : 江蘇省 南京市 남쪽 勞勞山 위에 있으며, 勞勞亭 또는 臨滄觀이라고도불렀다. 東晉의 명사들이 暇日이면 모여 놀아 유명했다. 이 시는 全篇이 <晉書>의 王導傳 얘기를 인용하고 있다. 왕도전에 의하면 동진이 강남으로 천도한 뒤에 동진의 명사들은 틈이 날 때마다 신정으로 몰려와 飮宴하였다.
周顗가 술자리에서 '풍경은 다르지 않지만 눈을 들어 바라보면 산천이 다른 곳이라.’라고 하였다. 이 말에 모두들 마주보고 눈물을 흘렸다. 다만 이때 왕도만이 愀然히 안색을 바로잡고 말하기를, "마땅히 함께 힘을 내어 왕실을 神州(: 中國)를 되찾아야 한다. 어찌 楚나라 포로처럼 서로 마주 보고 울고 있을까 보냐!"라고 하였다. 사람들이 이에 눈물을 거두고 이 말에 동의하였다 한다. 이 시는 작자가 누구인지 모른다. 누구이든 外族에게 짓눌린 감정을 왕도의 고사를 빌어 토로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唐宋을 막론하고 국세가 떨쳤을 때의 작품은 아닐 터이다. 혹 新亭에 가서 단순히 왕도의 의기를 생각하고 읊은 것일 수도 있기는 하다.
金陵風景好, 豪士集新亭.
금릉 땅은 풍경도 좋을시고 호걸들이 신정에 모였네.
▶ 豪士(호사) : 豪傑之士ㆍ名士.
擧目山河異, 偏傷周顗情.
눈 들어 보니 산천이 달라, 周顗의 마음을 슬프게만 하네.
▶ 擧目(거목) : 눈을 들어 바라보는 것.
▶ 山河異(산하이) : 옛 북쪽 땅은 외족에게 빼앗기고 남쪽에 와 있다는 말이다.
▶ 偏(편) : ‘그저 ~하게만 한다.’라는 뜻.
▶ 周顗(주의) : 晉나라 安成 사람. 자는 伯仁, 당시의 명사로 王導와 친교가 두터웠다.
四坐楚囚悲, 不憂社稷傾.
사방에 앉은 이들은 초나라 포로처럼 슬퍼하였으나, 사직이 기울었음을 걱정하진 않았네.
▶ 四坐 : 사방에 앉아 있는 사람들.
▶ 楚囚(초수) : 《左傳》 成公 9년에 '晉侯가 軍府를 시찰했는데 鍾儀를 보고 물었다. “남쪽의 冠을 쓰고 묶이어 있는 자는 누구인가?” 관원이 대답했다. “鄭人이 바쳐온 楚囚입니다.” 여기에서 ‘초수’ 곧 '초나라의 捕虜'라는 말을 따왔으나, 이 시에서는 단순히 '패전자'의 뜻으로 쓰였다. 남쪽으로 쫓겨와 있으매, 남쪽에 있던 초나라를 생각하고 '초수'라 했을 터이다.
▶ 社稷(사직) : 社는 土神, 稷은 穀神을 제사지내는 것. 이는 천자나 제후의 의무로서 나라마다 社稷壇이 있었으므로 뒤에는 '나라'를 대표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王公何慷慨? 千載仰雄名.
왕공은 그때 얼마나 기염을 토했던가? 천년을 두고 용감한 이름을 우러르네.
▶ 王公(왕공) : 王導. 자는 茂弘. 당시의 재상으로 황제의 신임이 두터웠던 사람,
▶ 慷慨(강개) : 의기를 가지고 분격하는 것.
▶ 雄名(웅명) : 영웅다운 이름. 위대한 英名.
해설
西晉의 懷帝 永嘉 5년(311)에 匈奴族인 漢나라 劉聰이 洛陽에 쳐들어오니 晉軍은 열두 번 패하여 회제는 平陽(山西省 북쪽)으로 잡혀가고 태자 詮은 죽임을 당하였다.
이것을 5胡 16國의 亂이라 한다. 나라가 기울자 士民들은 長江을 건너 남쪽으로 도망왔다. 이때 王導는 琅琊王 睿를 믿고 살아남은 군사들을 모아 천하를 평정하려 하였다. 그리하여 睿는 106인의 신하들을 거느리고 建業(:金陵)으로 옮겨왔다.
한편 장안에선 武帝의 손자가 즉위하여 이를 愍帝라 불렀다. 그러나 장안도 劉曜에게 함락되어 민제는 죽임을 당하였다. 이렇게 서진이 망하자 낭야왕은 건업에서 즉위하고 東晉이라 불렀다. 그가 동진의 元帝이다.
중국의 왕조가 장강 이남으로 옮긴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이것을 南朝라 하며, 三國의 吳를 합쳐 吳·東晉·宋·齊·梁·陳을 六朝라 부른다. 곧 금릉에 도읍했던 육조라는 뜻이다. 이때 5胡 16國의 이민족들은 강북에서 흥망하였는데, 이 중에는 北魏·北齊·北周 등이 있었다. 이들을 합쳐 이 시대를 흔히 남북조시대라 부른다. 이 시에서 '山河異'라 함은 이러한 轉變을 가리킨 것이다. 이러한 한민족의 수난기에서 발휘한 王導 같은 志槪는 두고두고 숭앙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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