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해경을 읽으며(讀山海經)-도연명(陶淵明)
▶ 山海經(독산해경) : 《山海經》을 읽는다. 《산해경》은 한(漢)나라 劉歆이 교정한 海內外 먼 지방의 진귀한 산천풍물에 관한 일을 적어놓은 책이다.
王充의 《論衡》이나 《吳越春秋》에선 夏나라 禹王이 홍수를 다스리고 해내를 주유하여 견문한 것을 伯益이 기록한 것이라 하였다.
뒤에 晉나라 郭璞은 그 注와 圖讚을 만들었다.
이 시는 《문선》 권30, 《陶淵明集》 권4에 실린 13수 중의 제1수이다. 그 내용은 《산해경》과 《穆天子傳》을 읽으며 그때의 감흥을 읊은 것이다.
孟夏草木長, 繞屋樹扶疎.
초여름 초목이 자라나니, 집을 둘러싸고 나뭇가지 우거졌다.
▶ 繞(요) : 둘리다.
▶ 扶疎(부소) : 분포의 뜻. 나뭇가지가 무성하게 퍼짐을뜻한다.
衆鳥欣有托, 吾亦愛吾廬.
뭇새는 깃들 곳 있음을 기꺼워하고, 나도 또한 내 움막을 사랑하노니,
▶ 欣(흔) : 기쁘다.
▶ 有托(유탁) : 의탁할 곳이 있음. 곧 깃들 곳이 있음.
旣耕亦已種, 時還讀我書.
밭 갈고 또 씨뿌리고 나서, 때때로 또 나의 책을 읽는다.
▶ 時(시) : 때때로
▶ 還(환) : 또. ‘돌아와서'라 해석할 수도 있다.
窮巷隔深轍, 頗回故人車
호젓한 골목은 한길과 떨어져 있으니, 더러 친구의 수레도 되돌려보내곤 한다.
▶ 窮巷(궁항) : 호젓한 구석의 골목.
▶ 隔(격) : 떨어져 있다.
▶ 深轍(심철) : 깊은 수레바퀴 자국, 한길엔 수레가 많이 다니어 바퀴 자국이 깊숙이 나 있으므로 한길을 뜻한다.
▶ 頗回故人車(파회고인거) : 옛 친구의 수레도 방문을 사절하여 꽤 많이 돌려보냈다는 뜻.
欣然酌春酒, 摘我園中蔬.
흔연히 봄술을 따라 마시며, 남새밭의 나물을 뜯어 안주로 한다.
▶ 欣然(흔연) : 기쁜 모양. <문선>엔 歡言, 《도연명집》엔 歡然으로 된 판본이 많다. 言은 然과 비슷한 助詞.
▶ 摘(적) : 뜯다. 따다. 適으로 된 판본도 있다.
▶ 蔬(소) : 채소. 남새. 안주로 삼기 위해 나물을 뜯는 것임.
微雨從東來, 好風與之俱.
보슬비가 동녘으로부터 뿌려오매, 상쾌한 바람이 함께 불어온다.
▶ 與之俱(여지구) : 그것과 더불어 함께 한다. 곧 好風이 微雨를 따라 불어온다는 뜻.
汎覽周王傳, 流觀山海圖.
주나라 《穆天子傳》을 두루 훑어보고, 《산해경》의 그림을 모두 구경한다.
▶ 汎覽(범람) : 널리 보다. 두루 보다. 《문선》엔 泛覽으로 되어 있으나 같은 뜻.
▶ 周王傳(주왕전) : 《목천자전》, 《穆王遊行記》라고도 한다. 6권으로 되었으며 晉나라 太康 2년(281)에 河南省 汲縣 사람이 魏나라 襄王의 墓를 도굴하다 발견했다. 그 내용은 周나라 穆王이 西遊한 얘기로 《산해경》보다는 사실에 가깝다. 晉나라 郭璞의 注가 유명하다.
▶ 流觀(유관) : 두루 보는 것.
▶ 山海圖(산해도) : 《산해경》의 圖繪. 곽박이 만들었다 한다.
俛仰終宇宙, 不樂復何如?
머리 숙였다 드는 동안에 우주를 다 구경하니, 즐겁지 않고 또 어이하리!
▶ 免(면) : 몸을 굽히는 것. 俯로 된 판본도 있다.
▶ 仰(앙) : 고개를 들다. 俛仰은 고개를 굽혔다 쳐드는 짧은 동안을 말한다.
▶ 終宇宙(우주) : 우주를 전부 구경한다는 뜻.
해설
이 시는 한적한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틈틈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읊었다. 자연 만물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초여름, 春酒에 손수 농사지은 나물을 안주로 자적하는 여유있는 생활이 읽는 이의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그리고 향긋한 바람이 보슬비를 몰아오는 날, 조용히 방안에 앉아 전설적인 地理志인 《穆天子傳》과 《山海經》을 읽으며, 불가사의의 신비로운 땅을 좇아 공상을 달려본다. 먼지 하나 없이 맑은 자연의 즐거움을 눈앞에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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