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2五言古風短篇-65歸田園(귀전원)

耽古樓主 2024. 2. 4. 11:03

古文眞寶(고문진보)

전원으로 돌아오다(歸田園)-도연명(陶淵明)

▶ 歸田園 陶靖節集》 4에 실린 歸園田居 6수의 終篇이다도정절집에서 韓子蒼은 '田園의 6수에서 末篇은 곧 行役을 읊은 것이어서 앞 5수와 같지 않다今來 俗本에서 강엄(江淹는 文通)의 種苗在東皐詩를 취하여 말편이라 붙인 것이다東坡도 이를 따라 잘못 알고 화()하였다.'라고 평하고 있다이는 文選》 31 江文通 雜體 30수 가운데 '陶徵君의 田居시인 것이다강엄은 나라 시인으로 擬古를 잘하여 원작과 구별하기 힘들 만큼 교묘한 작품을 지었다.

 

種苗在東皐苗生滿阡陌.
동쪽 언덕에 씨를 뿌리니싹이 나서 밭 둔덕에까지 가득 찼네.
▶ () : 언덕.
▶ 阡陌(천맥) : 밭 사이의 둔덕길風俗通에 남북을 이라 하고 동서를 이라 한다河東에선 동서를 이라 하고 남북을 이라 한다.'라고 하였다.

雖有荷鋤倦濁酒聊自適.
호미 메고 다니기 진력나지만막걸리로 잠시 즐거움에 잠기네.
▶ () : 메다등에 지다.
▶ () : 호미.
▶ () : 싫증나다.

日暮巾柴車路暗光已夕.
날이 저물어 나무 수레를 챙기면햇빛 이미 저녁이 되어 길이 어둡네.
▶ () : 수레에 짐을 싣고 포장으로 덮어 싸는 것周禮》 春官 巾車의 주()에 '은 옷을 입히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
▶ 柴車(시거) : 땔나무를 실은 수레.

歸人望煙火稚子候簷隙.
돌아가는 사람이 저녁 연기 바라보노라면어린아이들은 처마 밑에서 기다려 주네.
▶ 歸人(귀인) :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작자 본인
▶ 稚子(치자) : 어린 자식들.
▶ () : 기다리다.
▶ () : 처마.
▶ () : .

問君亦何為百年會有役.
그대에게 묻노니 무얼 하려는 건가일평생이면 반드시 일이 있을 걸세.
▶ 何爲(하위) : ’어째서 그렇게 노고를 하는가?'의 뜻.
▶ 百年(백년) : 사람의 평생을 가리킴.
▶ () : ‘반드시 ~하리라'는 뜻.
▶ 有役(유역) : 부림을 당함이 있다할 일이 있다.

但願桑麻成蠶月得紡績.
다만 뽕나무와 삼대 잘 자라고누에치는 달엔 길쌈할 수 있기 바랄 뿐이네.
▶ 桑麻成(상마성) : 뽕이나 삼을 비롯한 작물이 잘 성장하는 것歸園田居의 제2수에서도 '서로 만나도 雜言은 없고다만 桑麻의 자람만을 얘기할 뿐'이라 읊었다.
▶ () : 누에치기蠶月은 누에를 치는 달詩經》 豳風 七月 시에 '잠월엔 條桑이라.'라고 하였다사조제(謝肇淛)의 西吳枝乘에서 '吳興에선 4월을 잠월이라 한다.'라고 하였다.
▶ 紡績(방적) : 누에고치 실을 빼어 길쌈하는 것.

素心正如此開逕望三益.
평소의 마음이 이와 같으니길을 닦고 좋은 벗이 오기를 바라보네.
▶ 素心(소심) : 평소의 마음본시부터 지니던 마음.
▶ 開逕望三益 : 《三輔決錄》에 ‘蔣詡는 자가 원경(元卿)인데 舍中의 대나무 아래 삼경(三徑:세 길)을 열고 오직 구중(求仲). 양중(羊仲)들과만 어울려 놀았다.’라고 했다.
陶潛의 <歸去來辭>에도 ‘三徑은 就荒이나 松菊은 猶存이라.’라고 읊었다.
이를 근거로 후세 사람은 三徑을 隱士의 거처를 가리키는 말로 쓰게 되었다.
開逕은 이 三徑(逕은 徑과 통함)을 엶을 뜻한다.
三益은 《論語》 季氏편에 '益者에 三友가 있고 損者에 三友가 있다.'라고 한 말에 근거하여 ‘뜻이 맞는 좋은 벗’ 곧 高士를 가리킨다.

 

 

 

 해설


이 시는 분명히 陶淵明의 것이 아니라 江淹(444~505)의 것이다.
앞에서 인용한 것처럼 韓子蒼은 行役을 노래한 것이라 하였는데, 《陶靖節集》 권4에서 陶澍는 한자창의 의견에 찬성하지 못한다고 주(注)하고 있다.
이들은 지나치게 시를 천착하기 때문에 올바른 詩意를 파악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는 동쪽 언덕에 씨뿌리고 농사지으며 노동의 괴로움을 막걸리로 잊는 농촌에 隱居한 사람의 심경을 읊은 것이다. 어두운 길에 나뭇짐을 싣고 돌아오면 집 문턱에서 반겨주는 아이들과 따뜻한 저녁밥도 그의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남들은 농사일이 고되지 않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작물이 자라고 누에고치가 잘되기만을 바라며 속세의 功名이나 욕망을 잊는 것이 그의 본심이다. 그리고 농촌의 이 은거에는 때때로 뜻맞는 高士들의 내방이 있어 작자의 긍지를 지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