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2五言古風短篇-52綠筠軒(녹균헌)

耽古樓主 2024. 2. 4. 07:11

古文眞寶(고문진보)

녹균헌(綠筠軒)-소식(蘇軾)

▶ () : 대나무 껍질이 시는 東坡詩集》 13에 실려있는데 於潛僧綠筠軒이라 제()하고 있다어잠(於潛)은 절강성(浙江省항주부(抗州府)에 있던 현(이름그 고장의 중이 거처를 綠筠軒이라 하였다녹균헌이란 푸른 대나무가 있는 小室의 뜻대나무는 예부터 그 절개를 숭상하여 風流雅士들이 좋아하였다그런데 고아(高雅)한 취미로 대나무를 심는 사람들은 고기를 먹으며 잘살기 힘들다이 두 가지 일이 병행되기 어렵다면 차라리 대를 심고 즐기는 편을 취하겠다 함이 이 시의 본지(本旨)이다.

 

可使食無肉不可居無竹.
식사에 고기가 없음은 괜찮지만거처에 대나무가 없을 수는 없네.
▶ 不可居無竹 晉書》 王徽之傳에 '자는 자유(子猷)고 희지(羲之)의 아들이다일찍이 空宅 가운데 살면서 대나무를 심었다어떤 사람이 그 이유를 물었다그는 다만 휘파람을 불기만 하더니 대나무를 가리키면서 어찌 하루인들 차군(此君:대나무)이 없을 수 있겠는가 하고 말하였다.'라고 했다동파시집엔 不可使居無竹으로 되어 있다.

無肉令人瘦無竹令人俗.
고기가 없으면 사람을 마르게 하지만대나무가 없으면 사람을 속되게 하네.
▶ () : 여위다.

人瘦尚可肥士俗不可醫.
사람이 마르면 살찌게 할 수가 있지만선비 속되면 고칠 수 없네.

傍人笑此言似高還似癡.
사람들은 이 말을 비웃으며고상한 것 같으면서도 바보 같은 짓이라 하네.
▶ 傍人(방인) : 이 말을 듣는 곁의 일반 사람들.
▶ 似高還似癡 고상한 것 같으면서도 또한 바보 같다곧 말이 고상하게는 들리지만 실은 대나무를 기르기보다는 고기를 실컷 먹음이 낫다는 뜻.

若對此君仍大爵世間那有揚州鶴?
만약 이 대나무를 대하고서 고기를 마음껏 먹는다면어찌 온갖 영화 누리며 신선 못됨을 한하는 이 있으랴?
▶ 此君(차군) : 주해에 인용한 왕희지의 말에서 따온 것으로 대나무를 가리킨다.
▶ 大爵(대작) : 고기를 실컷 먹다.
▶ 揚州鶴(양주학) : 事文類聚》 後集 42 학조(鶴條)에 일렀다.
옛날 손들이 모여 각기 생각하는 바를 말하였다한 사람은 양주(揚州)의 자사(刺史)가 되고 싶다고 하고다른 한 사람은 재물이 많았으면 좋겠다 하고다른 한 사람은 학()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고 싶다[곧 仙人이 되고 싶다]고 하였다이때 나머지 한 사람은 말하기를, “허리에 10만관()의 돈을 차고 학을 타고 양주(揚州)로부터 하늘로 올라가고 싶다.”라고 하였다앞의 세 사람의 욕망을 다 겸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양주학(揚州鶴)이란 최후인의 소망을 가리킨다그러나 세상에선 그러한 부귀영화를 다 누리면서도 또 신선이 될 수는 없다대나무를 앞에 두고 고기를 실컷 먹는 일은 양주학을 바람과 마찬가지이다속세의 일과 고상한 취향은 어울릴 수가 없기 때문에 자기라면 대나무를 즐기는 편을 취하겠다는 뜻이다.

 

 

 해설


이 시는 王徽之가 대나무를 즐긴 얘기와 양주학(揚州鶴)의 고사(故事)를 인용하여 해학적으로 읊은 것이다. 녹균헌의 승(僧)도 대나무를 대하고 조용히 수업하고 있지만 이러한 생활은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잘 먹고 잘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高邁한 정신세계에서 소요(逍遙)하는 이러한 생활은 그 못지않게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속세에서 배불리 잘 먹고 살면서도 청아한 정신세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예ㅖ부터 배불리 잘먹고 살기 위한 부귀와 長壽·不死를 추구하는 청정한 마음가짐은 둘 다 사람들의 욕망 속에 존재하여 왔다. 그러나 이 둘은 공존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대나무를 즐기는 청정한 생활이 자기는 좋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