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1勸學文-8符讀書城南(부독서성남)

耽古樓主 2024. 1. 27. 07:09

古文眞寶(고문진보)

성남에서 공부하는 아들 부에게(符讀書城南)-한유(韓愈)

▶ () : 韓愈의 아들 이름.

▶ 城南 한유의 별장(別莊)이 있었다맹교(孟郊)의 시에 '符郞의 시에 천종(天縱:天才있음을 기뻐한다[喜符詩]'라는 말이 있고, <성남 한씨(韓氏)의 장()에 놀며 지은 시游城南韓氏莊]도 있다張籍의 시에도 '아들 부()가 전해온 한유의 말을 받들어 성남의 장()에서 요양한다[祭退之]'라는 말이 있다()는 의 어릴 적 이름이며長慶 4(824)에 등과하였다그리고 元和 11(816) 가을의 작품이라 昌黎先生集》 6의 시 題下에 하고 있다.

 

木之就規矩, 在梓匠輪輿,

나무가 둥글고 모나게 깎임은, 가구·집·수레바퀴·수레를 만드는 목수에게 달렸고,

▶ () : 나아가다쓰다.

▶ 規 동그라미를 그리는 컴퍼스 같은 기구

▶ () : 方形을 만드는데 쓰는 자취규구(就規矩)는 컴퍼스나 曲尺에 따라 나무를 정확하게 원형(圓形또는 방형(方形)으로 깎아 만드는 것.

▶ () : 가구 만드는 목수(木手).

▶ () : 보통 목공.

▶ () : 수레바퀴 만드는 목수.

▶ 輿() : 車體를 만드는목수이러한 목수에 의하여 나무가 원형 또는 방형으로 다듬어진다는 뜻.

 

人之能為人, 由腹有詩書.

사람이 사람답게 됨은 배 속에 배운 글이 있음에 달렸네.

▶ () : 말미암아.

▶ () : .

▶ 詩書(시서) : 시경(詩經)·서경(書經)같은 경전(經典)공부를 많이하여 배 속에 경전이 들었느냐 안 들었느냐에 따라 사람됨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詩書勤乃有, 不勤腹空虛.

글은 부지런하면 곧 갖게 되고, 부지런하지 못하면 배 속이 텅 비게 되네.

▶ () : 부지런한 것.

▶ () : 이에.

▶ () : 배 속에 지니게 된다는 뜻.

▶ 空虛(공허) : 텅 비는 것.

 

欲知學之力, 賢愚同一初, 由其不能學所入遂異閣.

배움의 힘을 알고자 한다면, 어진 이와 어리석은 자 처음 낳을 땐 같았음을 알면 되고, 그가 배우지 못함으로 말미암아들어가는 곳이 마침내 다른 마을이 되네.

▶ () : 현인(賢人).

▶ () : 우인(愚人).

▶ () : 처음 낳았을 때사람이 처음 태어났을 때는 현우(賢愚)의 구별 없이 누구나 비슷하다.

▶ 所入(소입) : 들어가는 곳,

▶ () : 마침내드디어.

▶ () : 다른 것.

▶ () : 마을()는 신분이 달라짐을 뜻한다.

 

兩家各生子, 提孩巧相如, 少長聚嬉戱不殊同隊魚.

두 집에서 각기 아들을 낳았다 하자. 어린 아기 적에는 아주 비슷하고, 조금 자라서 모여 놀 적에도 같은 무리 속의 고기나 다름 없다.

▶ 兩家各生子(양가각생자) : 앞 구에 대한 예를 든 것이다.

▶ 提孩 안고 다니는 어린아이두세 살 된 아이.

▶ 巧相如 지능이 똑 같다교묘하기가 서로 같다.

▶ 少長(소장) : 약간 자라는 것.

▶ () : 모이는 것.

▶ 嬉戱(희희) : 장난치고 노는 것.

▶ () : 다른 것불수(不殊)는 같다는 뜻.

▶ 同隊魚 같이 무리를 짓는 고기는 모두 비슷하다.

 

年至十二三, 頭角稍相疎, 二十漸乖張淸溝映汙渠, 三十骨骼成乃一龍一猪.

나이가 열두세 살 되면, 두각이 약간 달라지고, 스무살이 되면 점점 더 벌어져서맑은 냇물이 더러운 도랑에 어울리듯 하며, 서른살에 뼈대가 굵어지면하나는 용 하나는 돼지가 된다네.

▶ 頭角(두각) : 머리의 모진 끝.

▶ () : 조금씩,

▶ () : 멀어지는 것頭角稍相疎는 키가 크고 작고 차별이 생기듯 지능이나 배움이 노력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는 뜻,

▶ () : 서로 달라지다.

▶ () : 벌어지다.

▶ () : 개천도랑.

▶ () : 비치다.

▶ () : 더럽다.

▶ () : 도랑수로(水路).

▶ () : 마른뼈골격(骨骼)은 골격(骨格)으로도 쓰며 '뼈대'.

▶ () : 돼지일룡일저(一龍一猪)는 한 사람은 용처럼 뛰어난 인물이 되고 한 사람은 돼지처럼 우둔한 인물이 된다는 뜻.

 

飛黃騰踏去, 不能顧蟾蜍.

용마는 쏜살처럼 달리어, 두꺼비 따위는 돌아볼 수도 없네.

▶ 飛黃(비황) : 신마(神馬)의 이름으로학문을 이룬 사람에 비유한 것이다淮南子覽冥訓에 청룡진가(靑龍進駕), 비황복조(飛黃伏皁)'라 하였는데고유(高誘)는 비황(飛黃)은 승황(乘黃)이라고 한다서방(西方)에서 나며 모양은 여우 같고등위에 뿔이 있으며 천년이나 산다.'라고 주()하였다.

▶ () : 뛰다달리다.

▶ () : 밟다騰踏은 높이 뛰어가는 것.

▶ () : 돌아보다.

▶ 蟾蜍(섬여) : 두꺼비우둔한 공부 안한 사람의 비유이다.

 

一為馬前卒, 鞭背生蟲蛆, 一為公與相, 潭潭府中居.

한쪽은 말 앞의 졸개가 되어 채찍 맞은 등에 구더기가 생기고, 한쪽은 삼공이나 宰相이 되어 고래등 같은 집에 사네.

▶ 馬前卒(마전졸) : 말 앞에서 뛰어가며 시중하는 천한 졸개.

▶ () : 채찍,

▶ () : .

▶ () : 구더기賤卒로서 잘못하여 윗사람에게 등을 채찍으로 얻어맞고 헐어서 그곳의 살이 썩어 구더기가 생긴 것.

▶ () : 삼공(三公).

▶ () : 재상(宰相).

▶ 潭潭(담담) : 심원(深遠)한 모양(), 곧 저택이 크고 깊숙함을 형용한 말이다깊숙이 들어앉아 있는 모양을 형용한 말로 보아도 좋다.

 

問之何因爾, 學與不學歟.

묻나니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배움과 배우지 않음 때문일 걸세.

▶ () : 지시대사(指示代詞), ‘그렇게 된 것’.

▶ 何因(하인) : 무엇 때문이오?

▶ () : 조사(助詞).

 

金壁雖重寶, 費用難貯儲.

금이나 구슬이 비록 소중한 보배이나, 쓰기 위해 간직하기가 어렵네.

▶ () : 구슬.

▶ () : 보배.

▶ 費用(비용) : 소비하는 것.

▶ () : 저축하다.

▶ () : 저축금옥(金玉따위는 언젠가 쓰게 됨을 뜻한다.

 

學問藏之身, 身在則有餘.

학문은 몸에 간직하므로, 몸이 있으면 사용함에 남음이 있네.

▶ 有餘(유여) : 남음이 있다학문이란 몸에 지니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쓴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몸과 함께 쓰고 남을 만치 있게 마련이라는 뜻.

 

君子與小人, 不繫父母且.

군자와 소인은 부모에게 매인 것이 아니네.

▶ () : 매다묶다不繫는 관련이 없다는 뜻배우는 것은 자신이므로 배워서 君子가 되느냐 못 배우고 소인이 되고 마느냐는 부모와는 관계없이 본인의 책임이라는 뜻임.

▶ () : 조사(助詞). 문장 끝에 쓰여 어기(語氣)를 강하게 하며현대 중국어의 에 해당함.

 

不見公與相? 起身自犁鋤.

보지 못하는가? 삼공과 재상이 농민으로부터 나옴을.

▶ 起身(기신) : 출신(出身)의 뜻.

▶ () : 보습쟁기.

▶ () : 호미犁鋤는 농가농촌을 말한다공상(公相중에는 농촌 출신도 있다는 뜻.

 

不見三公後? 寒饑出無驢.

보지 못하는가? 삼공의 후손이 헐벗고 굶주리고 노새도 없이 나감을.

▶ () : 후손자손.

▶ () : 추위에 헐벗다.

▶ () : 굶주리다.

▶ () : 나귀出無驢는 집을 나서서 길을 가려 해도 타고 다닐 나귀조차 없다는 것.

 

文章豈不貴, 經訓乃菑畬.

문장이 어찌 귀하지 않으리, 경서의 가르침은 곧 전지(田地)이네.

▶ 經訓(경훈) : 경서(經書)의 가르침.

▶ () : 개간한 지 1년 된 밭.

▶ () : 3년 된 밭菑畬는 전지(田地)를 뜻한다전지에서 곡식이 자라 사람을 먹여 살리듯이 경훈(經訓)도 식록(祿)을 얻어 사람을 잘먹고 살게 한다는 뜻.

 

潢遼無根源, 朝滿夕已除.

고인물, 빗물은 근원이 없으매 아침엔 찼다가도 저녁엔 이미 없어지네.

▶ () : 고인 물.

▶ () : 빗물.

▶ 朝滿(조만) : 아침엔 가득 차 있음.

▶ () : 저녁.

▶ () : 말라 없어져 버림.

 

人不通古今, 馬牛而襟裾.

사람으로서 고금에 통달하지 않으면, 소나 말이 옷 입은 것이라.

▶ () : 옷깃.

▶ () : 뒷자락馬牛而襟裾는 말이나 소에게 옷을 입힘과 같다는 뜻.

 

行身陷不義,況望多名譽.

자신의 행동이 불의에 빠지고도, 하물며 많은 명예를 바라는가?

▶ 行身(행신) : 자신의 행동행실행위.

▶ () : 빠지다.

▶ () : 하물며더욱이.

 

時秋積雨霽, 新涼入郊墟, 燈火稍可親, 簡編可卷舒.

철은 가을이라 장맛비 가시고, 산뜻한 기운이 들판마을에 이니, 등불 점점 친할 수 있게 되었고, 책을 펼칠 만하다.

▶ () : ․ .

▶ 積雨(적우) : 오래 계속되던 비.

▶ () : 비가 개다.

▶ 新涼(신량) : 淸新하고 서늘한기운.

▶ () : 교외(郊外). 교야(郊野),

▶ () : 人家가 있는 언덕.

▶ () : 등불.

▶ () : 조금씩점점燈火可親은 등불을 친근히하고 독서함을 뜻한다.

▶ () : 대쪽.

▶ () : 짜다엮다옛날 종이가 없을 적엔 대쪽에 글을 써 그것을 엮어 책을 만들었다따라서 간편은 책을 가리킨다.

▶ 卷舒(가권서) : 두루말이로 된 책을 말았다 폈다 하여 독서하다

 

豈不旦夕念, 為爾惜居諸.

어찌 아침저녁으로 유념하지 않으리, 그대 위해 세월을 아껴라.

▶ () : 어찌.

▶ () : 염려의 뜻.

▶ () : 아끼다.

▶ 居諸(거저) : 詩經邶風 日月시 일거월저(日居月諸)'에서 따온 말로 (와 는 모두 助詞여기서는 '일월곧 세월,시간을 뜻한다.

 

平恩義有相奪, 作詩勸躊躇.

사랑과 의리에 서로 어긋남이 있으니, 시를 지어 우물쭈물하는 이들을 권면하노라.

▶ () : 사랑.은혜.

▶ () : 의리.

▶ 相奪(상탈) : 서로 빼앗으며 다툼恩義有相奪은 부모가 자식을 가르칠 때 사랑과 의리가 서로 충돌함을 뜻한다곧 교육은 엄하게 게으름을 피지 않고 시행하여야 하는데 부모로서는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 엄함을 늦추기 쉽다그래서 사랑과 의리가 교육에 있어 서로 충돌한다는 말이다.

▶ 躊躇 태도를 분명히하지 않고 학문함에 머뭇거림.

 

 

 해설

 

이글은 당대(唐代)의 고문가(古文家)인 한유(韓愈,768 : 824)가 그의 아들 부(符)의 배움을 권면하기 위하여 지은 글이다. 그의 문집 《昌黎先生集》권6 古詩에도 이 시가 들어있다.

글의 대의는 <고문진보>의 이시 題下에 주(注)했듯이 아들에게 '배우면 군자가 되고 배우지 않으면 소인이 되고 만다.'라고 깨우치려는 데 있다. 그리고 이 시에서도 학문의 내용으로 '문장’과 ‘경훈(經訓)'을 내세운 것은 '문자관도지기(文者貫道之器)'란 생각을 지녔던 그의 문학사상을 잘 말해 준다.

뒤의 '時秋積雨霽 涼入郊墟 燈火稍可親 簡編可卷舒’라고 한 몇 구는 시로서도 시인으로서의 한유를 대변해줄 만한 명구이다.

시에 담긴 勸學의 뜻과 生彩나는 문장을 통하여 자식을 위하는 어버이의 마음이 절실히 느껴질 터이다.

지금까지도 가을이 되면 '등화가친'이란 말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독서를 권하는 명언이 되고 있음도 그 때문일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