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漢詩와 漢文 (1496)
耽古樓主의 한문과 고전 공부
病餘獨吟-姜希孟 南窓終日坐忘機 庭院無人鳥學飛細草暗香難覓處 淡烟殘照雨霏霏남창에 종일 앉아 機心을 잊었더니, 뜨락엔 사람 없어 새가 날기를 배우네.여린 풀의 옅은 향기 찾기가 어려운데, 맑은 안개 저녁볕에 보슬비는 부슬부슬. 감상 큰 병을 앓은 뒤라서인지 눈빛이 더없이 투명하다. 볕 좋은 남창에 기대 해바라기를 하고 앉았는데, 발길 끊긴 마당에선 어린 새가 걸음마를 배우고 있다. 첫 비상을 시작하려 푸드득거리는 어린 새의 날갯짓에서 시인은 뜨거운 생명력을 느낀다. 그 생명력은 가는 풀의 여린 향기로 전이되어 나의 후각을 자극하고, 두리번거리는 눈길에 희뿌연 안개와 저녁노을,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 선취(禪趣)가 물씬하다. 흔히 선시를 말하는 것을 보면, 앞에서 본 언어도단의 세계를 선시의 정수로 보아 다..
山行聞笛-朴繼姜 澹澹夕陽外 遲遲過遠村.一聲牛背笛 吹破滿山雲.조용히 저무는 저쪽에, 느릿느릿 먼 고을 찾아가네.소의 등에서 부는 피리소리가, 산에 자욱한 구름을 흩는다. 작자 朴繼姜(박계강 생몰년 미상). 조선 중기의 閭巷詩人. 중종 때부터 선조 때 사이에 활동하였다. 호는 市隱. 里鄕見聞錄에 의하면 원래 부유한 집안출신으로 40대까지 문자를 전혀 알지 못하였는데, 어느 날 길거리에서 賤隷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수모를 당하자, 즉시 발분하여 학업에 열중한 나머지 수년 만에 文名을 드날리게 되었으므로 四十文章이라 일컬어졌다고 한다. 특히, 己卯名賢의 한 사람이었던 金淨과 가까이 지내며 詩文을 唱酬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여항시인으로 이름이 높았던 劉希慶이 중심이 되어 구성되었던 風月香徒詩人의 한..
白馬江懷古-翠仙 晩泊臯蘭寺 西風獨倚樓.龍亡江萬古 花落月千秋.저물녁에 고란사에 배 대어놓고, 서풍에 홀로 누대에 기대어 섰네.용은 간 데 없고 강은 만고에 흐르고, 꽃은 졌어도 달은 천추에 밝구나. 출전 淸脾錄二 詩妓 작자 취선(翠仙). 호는 설죽(雪竹) 김철손(金哲孫)의 소실. 혹은 안동 권씨 집안의 여종으로 남편은 석전(石田) 정로(鄭輅,1550~1615)라고도 한다. 어느 것이 정확한지 알 길이 없다.
江西寒食-南孝溫天陰籬外夕煙生 寒食東風野水明.無限滿船商客語 柳花時節故鄕情.흐린날 울타리 밖 저녁 연기 피어오르고, 한식날 봄바람 불고 들판에 흐르는 물은 맑다.무한히 계속되는 배에 가득한 상인들 이야기, 버들꽃 피는 시절에 그리운 고향의 마음이어라.
滿空山翠適人衣 草綠池塘白鳥飛.宿霧夜棲深樹在 午風吹作雨霏霏.공산 가득 푸른 기운 옷깃을 적시는 듯, 못가에 무성한 풀 새들도 나네.어젯밤 수풀 사이 끼였던 안개, 한나절 바람에 보슬비 오네. ▶李瑱은 李齊賢의 아버지이다.
絶命詩-黃玹 절명시 一 亂離滾到白頭年 幾合損生却未然.今日眞成無可奈 輝輝風燭照蒼天.난리를 겪다 보니 白頭年이 되었구나. 몇 번이나 목숨을 끊으려다 이루지 못했도다.오늘날 참으로 어찌할 수 없고 보니, 바람 앞에 가물거리는 촛불이 蒼天을 비추도다.▷滾-물이 세차게 흐르는 모양, ▷白頭-머리가 세다(나이가 들다), ▷幾合-얼마ㆍ몇 번, ▷無可奈-어찌할 수 없다, ▷輝輝-빛이 밝은 모양, ▷蒼天-하늘. 연▷亂離 : 전쟁 재해 등으로 세상이 소란하고 질사가 어지러운 상태.▷捐生 : =捐命. 산 목숨을 버림.▷未然 : 아직 정하여지지 아니함. 절명시 二 妖氛晻翳帝星移 九闕沈沈晝漏漏.詔勅從今無復有 琳琅一紙淚千絲.요망한 기운이 가려서 帝星이 옮겨지니, 久闕은 침침하여 晝漏가 더디구나.이제부터 조칙을 받을 길이 없..
偶吟-洪顯周 旅夢啼鳥喚 歸思繞春樹.落花滿空山 何處故鄕路.새 울음에 나그네 꿈 깨어나니, 고향생각은 봄 나무를 맴도는구나 낙화는 온산을 뒤덮으니, 어느 곳이 고향 가는 길인가.▷ 喚:부를환 繞:두를요 작자-洪顯周 본관은 풍산(豊山). 자는 세숙(世叔), 호는 해거재(海居齋)·약헌(約軒). 아버지는 홍인모(洪仁謨)이며, 우의정 홍석주(洪奭周)의 아우이다. 정조의 사위이다. 정조의 둘째딸 숙선옹주(淑善翁主)와 혼인하여 영명위(永明尉)에 봉하여졌다. 1815년(순조 15) 지돈녕부사가 되었다. 문장에 뛰어나 당대에 명성을 떨쳤다. 저서로는 『해거시집』이 있다. 시호는 효간(孝簡)이다.
南溪暮泛-宋翼弼 迷花歸棹晩(미화귀도만) 待月下灘遲(대월하탄지).醉裏猶垂釣(취이유수조) 舟移夢不移(주이몽불이).꽃에 홀려 돌아오기 하마 늦었고, 달 뜨기 기다리다 여울 내려오기 더디네.술에 취하여 낚싯대 드리우니, 배는 흘러가도 꿈은 그대로. 해설 송익필(宋翼弼)의 자는 운장(雲長), 호는 귀봉(龜峯)으로 흉인(凶人) 사련(祀連)의 아들이다. 본디 사천(私賤)의 자식이나, 문학의 조예가 뛰어나서 우계(牛溪) 성혼(成渾), 율곡(栗谷) 이이(李珥)와 서로 친했다. 아우 한필(翰弼)은 자는 사로(師魯), 호는 운곡(雲谷)인데 역시 시를 잘했다. 익필(翼弼)의 저물녘 남계에 배를 띄우다[南溪暮泛]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迷花歸棹晩 待月下灘遲醉裏猶垂釣 舟移夢不移
郡事-洪禹績 醉臥西窓下 孤眠到夕陽.覺來推戶看 微雨過方塘.술에 취하여 서쪽 창 아래 누워, 홀로 단잠을 자니 석양이 되었네.잠을 깨서 문을 열고 보니, 가랑비가 못에 지나가네. 해설 술에 만취되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서쪽 창 아래 떨어져서 정신없이 코를 골며 곤히 잠들었다. 얼마나 잤는지 깨어보니 어느덧 해는 서산에 기울어져 가고 있다. 한참 만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창문을 밀치고 밖을 내다보니 가랑비가 뜰 앞에 있는 못에 빗방울을 남기고 막 지나가고 있다. 꿈속에서 꿈길을 걷는 것처럼 정신이 몽롱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