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300수

215.無題〈무제〉-李商隱(이상은)

耽古樓主 2023. 12. 12. 20:42

唐詩300首

 

1.題目 作者  原文  解釋

 

 

無題〈무제〉
-李商隱(이상은)

 

相見時難別亦難 東風無力百花殘.
서로 만나기 어렵더니 이별 또한 어렵고 동풍이 힘이 없으니 온갖 꽃 시드네.


春蠶到死絲方盡 蠟炬成灰淚始乾.
봄누에는 죽어서야 실이 다하고 촛불은 재가 되어서야 눈물이 마른다.


曉鏡但愁雲鬢改 夜吟應覺月光寒.
새벽 거울에 雲鬢이 변함을 다만 걱정하고 밤에 읊조리다 달빛 찬 것을 응당 깨닫겠지.


蓬萊此去無多路 靑鳥殷勤爲探看.
봉래산은 이곳과 멀지 않은 길이니 파랑새야 가만히 찾아가 보고 와다오.

 
 

2.通釋

 

어렵게 만났으니 헤어지기가 더욱 어렵고, 동풍이 힘을 잃은 늦봄이라 온갖 꽃들도 다 시들었다.
봄누에가 죽어서야 실잣기를 그만두듯, 초가 다 타서 재가 돼야 촛농이 마르듯, 나의 사랑도 죽음이 아닌 한 가로막을 수 없다.
그대는 새벽에 거울을 마주하고는 검은 머리칼이 세는 것을 걱정하고, 달빛이 차가운 밤에 그리운 정을 읊조리다 처량함을 느끼겠지. 그대가 있는 봉래산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파랑새에게 조용히 찾아가서 보고 그대 소식 전해주기를 부탁한다.

 
 

3.解題

 

이 시는 해석에 있어 의견이 분분한데, 인생의 불우함을 읊은 것으로 보기도 하고, 늙음을 탄식한 것으로 보기도 하고, 또는 令狐綯에게 충성을 표현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또 문면에 나타난 그리움의 정감을 근거로, 애정시로 보기도 한다.
1‧2구는 이별을 안타까워하는 심정을 노래한 것으로, 어렵게 만났는데 또 헤어져야 하는 괴로운 심정을 ‘難’자를 연이어 써서 표현하였다.
그리고 이 이별의 시점을 꽃이 지는 늦봄으로 설정하여 애상감을 더욱 깊게 하였다.
3‧4구는 이별 후 맹세한 말로, 봄누에와 蠟燭에 기탁해 자신의 애정이 죽어도 변할 수 없을 만큼 깊고 진실됨을 회화적으로 그려내었다.
이 두 구는 천고에 전송될 만한 명구로 꼽힌다.
5‧6구는 수심에 잠기고 외롭고 처량한 상대의 처지를 상상하여 읊었고, 마지막 7‧8구는 파랑새에게 대신 소식을 전해달라고 하여 절망 속에 희망이 담겨져 있는데, 한편으로는 이들의 사랑이 어려움을 보여준다.

 

 

 

4.集評

 

○ 此首玩通章亦圭角太露 則辭調反爲皮膚 而神髓別在內意矣
이 시는 전체를 완미하면 또한 圭角이 지나치게 드러나니, 어조는 오히려 표피적인 것이 되고, 神髓는 따로 안에 있다.
若竟作艶情解 近于露張 非法之善也
끝내 염정으로 풀이한다면 보이는 대로 늘어놓은 것에 가까워 좋은 독법이 아니다.
細測其旨 盖有求于當路而不得也
세밀하게 그 뜻을 살피면, 대개 벼슬을 구하였으나 얻지 못한 것이다.
首言難得見 易得別 別後不得再見 所以別亦難耳
첫 구는 만남은 힘든데 이별은 쉽고, 이별 후에 다시 볼 수 없기에 이별 또한 어려움을 말하였다.
次句措辭媚極 百花殘 花事已過也
다음 구는 말을 엮은 것이 매우 아름다운데, 온갖 꽃들이 졌으니 꽃 피던 시절의 일은 이미 지났다.
絲 思也
‘絲’는 ‘思’이다.
三四謂心不能已 五恐失時 六見寂廖
3‧4구는 마음을 그칠 수 없음을 말하였고, 5구는 때를 잃는 것을 근심하였고, 6구는 쓸쓸함을 나타내었다.
結則欲托信再探之
마지막은 편지에 의탁해 다시 찾고자 했다.
靑鳥王母之使 殆當路之用人歟
파랑새는 서왕모의 사신인데, 아마 當路者가 사람을 등용하는 것을 말할 것이다.
蓬山無多路 故知其非九重 而爲當路 - 淸 胡以梅, 《唐詩貫珠串釋》
봉래산은 길이 멀지 않다고 했으니 九重天(하늘)이 아니고 當路임을 알 수 있다.

○ 起處 有光陰難駐 我生行休之歎
起句에는 세월은 붙잡기 어렵고 우리의 삶은 장차 끝날 것이라는 탄식이 있다.
然蠶未到死 則絲尙牽 燭未成灰 則涙常落 有一息尙存 此志不容少懈者
그러나 누에는 죽기 전까지 여전히 실을 뽑아내고, 초는 재가 되기 전까지 계속 눈물을 떨구니, 숨이 붙어 있는 한 이러한 뜻은 조금의 게으름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曉鏡句 言老 夜吟句 言病 正見來日苦少 而有路可通 能不爲之殷勤探看乎 比作者以詩代竿牘也
‘曉鏡但愁雲鬢改’는 늙음을 말하였고, ‘夜吟應覺月光寒’은 병듦을 말하였으니 남아 있는 날이 너무도 적음을 볼 수 있고, 통하는 길이 있다면 은근히 찾아가 볼 수는 없겠는가라는 것은 작자를 위하여 시로써 편지를 대신한 것이다.
八句中 眞是千回萬轉 - 淸 陸崑曾, 《李義山詩解》
여덟 구 가운데에 참으로 천번 만번 굽이도는 곡절이 있다.

○ 人情易合者必易離 惟相見難 則別亦難 情人之不同薄幸也
인정은 쉽게 만나면 반드시 쉽게 헤어지지만, 만남이 어려우면 이별 역시 어려우니, 情人이 박정한 것과는 다르다.
東風句 極摹消魂之意
‘東風無力百花殘’은 消魂의 뜻을 지극히 모사하였다.
然不但此際之消魂 春蠶蠟炬 到死成灰 此情終不可斷
그러나 이러한 消魂의 뜻만이 아니라, ‘春蠶’이 죽기까지 ‘蠟炬’가 재가 될 때까지 이 정은 끝내 끊을 수 없다.
中聯 鏡中愁鬢 月下憐寒 又言但須善保容顔 不患相逢無日
가운데 연은 거울 속에 귀밑머리를 근심하고 달 아래에서 한기를 안타까워했는데, 또 모습을 잘 보존해야 한다는 것만을 말하고 서로 만날 날이 없음을 근심하지 않았다.
雖蓬山萬里 呼吸可通 但不知誰爲靑鳥 能爲我一達殷勤耳
비록 봉래산이 만리라 해도 氣息이 통한다면, 누가 파랑새가 될 줄은 모르지만 나를 위해 한번 은근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此等詩 似寄情男女 而世聞君臣朋友之間 若無此意 便泛泛與陌路相似 此非粗心人所知 - 淸 姚培謙, 《李義山詩集箋注》
이러한 시는 남녀간의 정에 뜻을 붙인 듯하지만, 세상에서 군신‧붕우지간에도 만약 이러한 뜻이 없다면 데면데면하여 낯선 이와 같을 것이니, 이는 대강 보는 사람이 알 수 있는 바가 아니다.

○ 三四進一步法 結用轉筆有力 - 淸 屈復, 《玉溪生詩意》
3‧4구는 진일보한 법이고, 결구에서의 전환은 힘이 있다.

○ 程云 此詩似邂逅有力者 望其援引入朝而作 - 淸 曾國藩, 《十八家詩鈔》 卷20
程氏는 “이 시는 유력자를 만나 조정에 들어가도록 이끌어주기를 바라면서 지은 것 같다.”라고 하였다.

 

 

 

5.譯註

 

▶ 相見時難別亦難 : 힘들게 얻은 만남이므로, 이별이 더욱 힘들다는 말이다.
▶ 東風 : 春風을 말한다.
▶ 春蠶到死絲方盡 : ‘絲’와 ‘思’는 같은 음으로 重意語이다.
봄누에가 죽어야 실을 토하는 것이 끝나듯, 굳건한 애정 역시 죽어서야 끝남을 비유하였다.
▶ 蠟炬成灰淚始乾 : ‘淚’는 촛농과 눈물을 뜻하는 중의어이다.
이 구절 역시 초가 다 타서 재가 되어야 촛농이 마르듯, 애정이 변하지 않음을 비유하였다.
▶ 雲鬢改 : ‘雲鬢’은 젊은 여인의 구름과 같은 검은 머리를 형용한다.
‘改’는 용모가 초췌하게 바뀌었음을 말한다.
▶ 蓬萊 : ‘蓬山’으로 되어 있는 본도 있다.
봉래는 동해의 仙山인데 여기서는 애인이 있는 곳을 지칭한다.
▶ 靑鳥 : 西王母에게 소식을 전해주던 전설상의 神鳥인데, 여기서는 소식을 전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6.引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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