所可知者, 常行于所當行, 常止于不可不止, 如是而已矣. -소식 문설
알 수 있는 것은 항상 마땅히 갈 데로 가고, 항상 그치지 않으면 안 될 데에서 그친다는, 이 같은 사실뿐이다.
二重 不定
한문은 이중 부정의 방법으로 긍정의 뜻을 강조할 때가 많습니다.
『번역의 탄생』이란 책을 읽다 보면 19세기 후반기에 한영 문법서를 지은 언더우드의 말을 빌려 "한국어는 영어보다 이중 부정으로 긍정을 나타내는 표현이 많다"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런 진단은 한문에도 해당됩니다.
常止于不可不止도 그런 예이지요. 항상 그치지 않으면 안 될 곳에서 그친다는 말은 항상 그쳐야 할 곳에서 그친다는 뜻을 강조한 표현입니다.
이중 부정은 부정사를 연이어 써서 나타냅니다. 不可不止도 (不+동사) 구조가 연속되어 있지요.
그렇지만 부정사를 연속으로 썼다고 해서 다 이중 부정은 아닙니다. 두 개의 부정사구가 병렬 관계를 형성할 때도 있습니다.
- 병렬
君子不憂不懼, -논어 안연
군자는 근심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 조건
小人不恥不仁. -주역 계사 하
소인은 수치스럽지 않으면 인간다워지지 않는다.
따로 설명하겠지만, 한문에서는 부정사가 이끄는 구가 앞 절에 놓이면 그것만으로 조건절을 이끌 수 있습니다. 이런 문장을 이중 부정으로 해석하면 뜻이 산으로 갑니다.
이중 부정에서 부정사의 조합은 여럿일 수 있습니다.
'不~不~'을 제외하고도 '無不', '無非', '莫不', '未~不' 등이 주로 쓰입니다.
無不은 '~하지 않은 것이 없다'로, 無非는 '~아닌 것이 없다'로 해석하지요.
莫不은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하지 않는 경우가 없다' 정도로 해석합니다.
그런데 非로 시작되는 非不은 이중 부정으로 처리하지 않습니다.
의미의 조합이 긍정이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로 해석합니다.
연습
▶無爲而無不爲.-노자 48장
하지 않아도 하지 못하는 일이 없다.
▶天下莫不以物易其性矣.-장자 변무
천하에 물질 때문에 자신의 본성을 바꾸지 않는 이가 없다.
▶世不我棄, 而我不得不棄於世. -이황 도산기
세상은 나를 버리지 않았으나 나는 세상을 버리지 않을 수 없었다.
▶苟無恒心, 放辟邪侈, 無不爲已.-맹자 양혜왕 상
변치 않는 마음이 없으면 방탕하고 편벽되고 사악하고 사치스러운 것이라도 하지 못하는 일이 없다.
-苟: 접속사로 쓰이면 가정(~면, 만약)의 뜻을 나타낸다.
-辟: 물리칠 벽. '궁벽할/치우칠 벽僻‘과 통용된다.
▶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 -논어 이인
군자는 천하에 대해서 꼭 이래야 한다는 것도 없고 절대 하지 말라는 것도 없이 의와 비교할 뿐이다.
-義之與比: 與義比
▶以道在天下, 其鬼不神. 非其鬼不神, 其神不傷人. -노자60장
도로 천하를 대하면 귀신이 신령하지 않게 된다. 귀신이 신령스럽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그 귀신이 사람을 해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人性之善也, 猶水之就下. 人無有不善, 水無有不下.-맹자 고자 상
인성이 좋다 함은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다. 사람은 좋지 않은 사람이 없고 물은 아래로 흐르지 않는 경우가 없다.
'한자 한문 공부 > 한번은 한문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본 의문사 何 (0) | 2024.07.17 |
---|---|
부정문에서 부사와 대명사의 위치 (0) | 2024.07.17 |
未와 그 외의 부정사 (0) | 2024.07.16 |
금지를 나타내는 勿, 母, 無, 莫 (1) | 2024.07.16 |
無와 莫 (0) | 2024.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