夕, 有人自天安來傳家書, 未開封, 骨肉先動, 心氣慌亂. -이순신, 난중일기 정유년(1597년) 10월 14일
저녁때 어떤 이가 천안에서 와 집의 편지를 전했는데 봉투를 열기도 전에 온몸이 미리 떨리고 심기가 허둥거리며 어지러웠다.
未와 드물게 쓰이는 부정사들
未는 不처럼 동사나 형용사 앞에 주로 쓰이고, 보통 '아직 하지 않다'로 풀이하는 부정사입니다. 어떤 시점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실을 표시한다고 해서 未然의 부정사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우리말로 번역할 때는 문장이 어색해질 때가 많아서 '아직'을 생략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렇지만 未가 '~하기 전에'로 의역될 수 있는 것은 未에 내포된 미연의 含意 때문입니다. 未開封이 그런 예입니다.
未는 언뜻 보면 시제와 관련되므로 矣와 궁합이 잘 맞을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상태의 변화를 나타내기보다 특정 시점에서 ‘아니다’의 판단을 나타내므로 也와 자주 어울립니다.
未가 쓰인 부정문이 矣로 종결되는 예는 거의 없지요.
또 未는 뭔가를 직설적으로 부정하기보다 완곡하게 돌려서 부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주 쓰입니다.
한문독해에서 해석자가 당황하는 경우는 너무나 뻔한 글자가 뻔하게 해석되지 않을 때입니다.
특정 한자가 일반적인 의미로 사용되지 않는 경우인데 부정사에도 이런 한자들이 있습니다. '休', '末', '微', '亡', '蔑' 같은 한자로서 이들은 간혹 부정사로도 쓰입니다.
글자 | 기본 뜻 | 부정사 뜻 | 부정사 유의어 |
참고 |
未 | 작다, 조금 | ~이 아니다 | 非 | 문장 앞에 놓여 조건절을 이끌기도 한다. 이때 '~이 아니라면'이라고 해석한다. |
休 | 쉬다 | ~하지 말라 | 勿 | 하던 것을 그만두다 |
亡 | 망하다, 잃다, 죽다 |
~이 없다 ~지 않다 |
無 | 부정사로 쓰이면 독음이 바뀌어 ‘무’가 되고 無와 통용된다. |
蔑 | 업신여기다 | ~이 없다 ~지 않다 |
無 | |
末 | 끝 | ~이 없다 ~지 않다 |
無,莫 | 無莫처럼 금지의 부정사로 전용될 수 있다. |
연습
▶枉己者, 未有能直人者也.-맹자 등문공하
자기를 굽힌 이 중에 남을 바로잡았던 사람은 있지 않다.
▶生事事生君莫怨, 害人人害汝休嗔.- 명심보감 성심
일을 생기게 하면 일이 생기니 그대는 원망하지 말라. 남을 해치면 남도 해치니 너는 성내지 말라.
-休: 앞 구절에서 莫이 쓰인 자리에 뒤 구절에서 休가 쓰였다. 休가 莫처럼 쓰인 사례이다.
▶今夫天下之人牧, 未有不嗜殺人者也.-맹자 양혜왕상
지금 천하의 임금 중에 살인을 즐기지 않는 이가 있지 않다.
-夫가 문장을 제시하기 전에 어기를 고르는 말로 쓰였다. 해석하지 않거나 '지금'으로 풀이한다.
▶成人在始與善. 始與善, 善進善, 不善蔑由至矣.-국어 진어
인격의 완성은 처음에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데에 달려 있다. 처음에 좋은 사람과 함께하면 좋은 성품이 더 좋게 나아가고 좋지 않은 성품이 이르러 연유할 데가 없어진다.
-蔑이 부정사로 쓰인 사례이다.
▶可與共學, 未可與適道, 可與適道, 未可與立, 可與立, 未可與權.-논어 자한
함께 배웠다 해도 길을 함께 나아갈 수는 없고, 길을 함께 나아갔다 해도 뜻을 함께 세울 수는 없고, 뜻을 함께 세웠다 해도 방편을 함께 할 수는 없다.
- 같은 길을 가며 같은 관점과 시각을 공유하고 있더라도 실행과 판단까지 함께 하는 일은 무척이나 어렵다.
- 기존 번역본에서도 대개 權을 權道의 의미로 해석한다. 권도는 저울질하듯이 일을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처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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