項羽召見諸侯將, 入轅門, 無不膝行而前, 莫敢仰視. -사기 항우본기
항우가 제후의 장군들을 불러 접견하자 군영의 문에 들어서며 무릎으로 걸어 나오지 않는 이가 없었고, 아무도 감히 항우를 올려다보지 못하였다.
존재를 부정하는 無와 莫
不이 주로 동작이나 행위를 부정하고 非가 판단을 부정한다면 無와 莫은 존재를 부정하는 부정사입니다.
동작이나 행위, 상태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나타내지요. 그래서 둘 다 '없다'로 기본훈을 새기지만 용법에서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無는 有의 부정입니다. 앞에서 有는 존재와 출현을 나타낼 때 의미상 주어가 목적어 자리에 놓인다고 했습니다. 有의 부정인 無 역시 이 순서를 따릅니다. 그래서 의미상 주어가 분명치 않을 때 그것을 추정해서 '~한 것이 없다', '~한 사람이 없다' 등으로 해석합니다. 無不膝行而이 그런 사례이지요.
주어를 굳이 지칭할 필요가 없으면 '~이 없다' 정도로 풀이합니다. 종종 無 앞에 동작이나 상태의 주어가 오는 경우 不이나 非처럼 '~지 않다', '~이 아니다'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이는 문맥의 의미관계를 통해서 파악해야 합니다.
莫은 無와 비슷하게 쓰이는 부정사입니다. 다만 주어 지시 기능이 無보다 강해서 흔히 '아무도 ~하지 않다', '어느 것도 ~하지 않다'로 풀이합니다.
그렇지만 莫을 無와 동일하게 풀이해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莫과 無의 차이점을 드러내어 번역하느냐, 유사성을 강조해서 번역하느냐는 해석자의 관점 차이일 뿐입니다.
無와 莫은 모두 다음 장에 나올 勿이나 毋처럼 금지명령의 부정사로도 쓰입니다. 이렇게 쓰이면 해석이 ‘~말다, ~말라’로 달라지지요.
또 无 장자 같은 문헌에서 無와 동일한 의미로 쓰였습니다.
연습
▶道无問, 問无應.-장자 지북유
도는 물을 것이 없고 묻더라도 응답이 없다.
▶爲無爲, 事無事, 味無味.-노자 63장
하지 않음을 하고 일 없음을 일하고 맛없음을 맛본다.
▶但去莫復問, 白雲無盡時.-왕유 송별
다만 떠나는가, 다시 묻지 말자. 흰 구름은 끊임없이 흘러갈 테니.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왕유가 친구를 떠나보내며 지은 시의 한 구절이다. 생략된 앞 구절에서 친구가 어디로 가는지를 물으며 아쉬움을 드러냈으나 이제 아쉬움을 거두며 친구를 보낸다.
▶外重物而不內優者, 無之有也. -순자 정명
밖으로 물질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안으로 근심하지 않는 사람은 있지 않다.
▶雲無心以出岫, 鳥倦飛而知還. -도연명 귀거래사
구름은 무심히 산봉우리를 나오고, 새는 나른하게 날다 돌아올 줄 안다.
-以가 而와 통용됨을 보여 주는 좋은 구문이다. 而는 부사어와 서술어 사이에 쓰일 수 있다.
▶萬物皆備於我, 反身而誠, 樂莫大焉-맹자 진심 상
만물이 다 나에게 갖추어져 있으니 자신을 돌이켜보아 정성스러웠다면 즐거움이 그보다 클 수 없다.
-焉: 於之와 같다.
▶是故, 無貴無賤, 無長無小, 道之所存師之所存也. -한유 사설
이 때문에 귀함도 없고 천함도 없고 늙음도 없고 젊음도 없이 道가 존재하는 곳이 스승이 존재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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