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한문 공부/한번은 한문공부

可와 可以의 차이

耽古樓主 2024. 7. 20. 17:46

仰不愧俯不怍, 可免天人之譏. -이이 경포대부

우러러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구부려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하늘과 사람의 꾸지람을 면할 수 있으리.

 

可는 보통 '옳을 가'로 새기지만 '옳다'로 쓰이는 사례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기능과 허가, 당위를 나타내는 조동사로 흔히 쓰입니다.

문맥에 따라

  • '~할 수 있다', '~할 만하다'(가능)
  • '~해도 된다'(허가)
  • '~해야 한다'(당위)로

해석하지요.

 

그런데 '可+동사'로 이루어진 서술어를 우리말로 옮길 때는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가 피동으로 실현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즉 可 뒤의 동사는 주어가 제 힘으로 행하는 동작이 아니라 남의 힘으로 행해지는 동작이나 행위를 나타내지요.

免만 해도 '면하다'는 '일을 당하지 않는다'라는 피동의 의미를 내포합니다. 후생가외를 예로 든다면 후생이 두려움을 느끼는 행위자가 아니고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상대이지요.

 

後生可畏. 후생은 두려워할 만하다. -논어 자한

可以畏後生, 후생을 두려워할 만하다.

 

만약 주어가 행위자이고 동사가 그 행위를 수행하는 능동을 나타낸다면 可 대신 可以를 씁니다.

 

이때 피동의 주어였던 후생은 畏의 목적어가 되지요. 可以畏後生은 임의로 만들어 본 말이지만 한문 어법으로 보면 맥이 빠지는 문장입니다.

한문에서 화제의 초점이 되는 대상은 문장 앞머리에 와서 강조되니까요. 이를 주어에 대비하여 ‘주제어’라는 용어를 쓰는 사라도 있습니다.

 

免처럼 어휘 자체가 피동의 의미를 갖는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말에서 피동을 나타내는 방식은 간단합니다. 동사에 접미사 '이', '히', '리', '기'를 붙이거나 '어(아지다', '(게) 되다'를 붙여서 만듭니다.

 

 

연습

 

▶人皆可以爲堯舜. -맹자 고자 하

사람은 누구나 요나 순임금이 될 수 있다.

-이 행위자이므로 可以가 쓰였다. 可爲'일 수 있다'로도 번역한다.

 

▶人有不爲也, 而後可以有爲. -맹자 이루 하

사람은 하지 않는 일이 있어야 그 뒤에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다.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노자 1장

도는 도라 불릴 수 있으면 영원한 도가 아니요, 이름은 이름 지을 수 있으면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

-가 행위자가 아니므로 가 쓰였다. 명사는 뒤에서 동사처럼 쓰이므로 可道, 可名은 동사로 해석한다.

 

▶ 三軍可奪帥也, 匹夫不可奪志也. -논어 자한

삼군에게서 장수를 빼앗을 수 있지만 한 사람에게서 의지를 빼앗을 수 없다.

- 삼군이 능동의 행위자가 아니므로 가 쓰였다. 피동 형식을 그대로 살려서 풀이하면 "삼군이 장수를 빼앗길 수 있지만 한 사람이 의지를 빼앗길 수 없다"라는 뜻이 된다.

 

▶下民至弱也, 不可以力劫之也, 至愚也, 不可以智欺之也. -정도전 조선경국전 정보위

아래 백성은 지극히 약하나 힘으로 그들을 위협할 수 없고 지극히 어리석으나 지혜로 그들을 속일 수 없다.

-下民이 위협하는 행위자가 아니므로 可를 써야 하지만 可以를 썼다. 대신 목적어로 下民을 지칭해서 주어의 혼동을 피했다.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굴원 어부사

창랑의 물이 맑거든 내 갓끈을 씻으면 되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내 발을 씻으면 된다.

-可나 可以를 가능(~할 수 있다, ~만하다)으로 해석할지 허가(~해도 된다)나 당위(~해야 한다)로 해석할지는 문맥의 의미 관계를 따른다. 능동의 의미가 강한 동사는 허가나 당위로 풀어야 자연스러울 때가 많지만 늘 분명하게 구별되지는 않는다.

 

▶言從而行之, 則言不可飾也. 行從而言之, 則行不可飾也. -예기 치의

말하는 대로 따르고 행동하면 말을 꾸미지 않아도 되고, 행동하는 대로 따르고 말하면 행동을 꾸미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