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한글 文章/살리고 싶은 버릇 (93)
耽古樓主의 한문과 고전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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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건이 사리는 상행위라는 경제적 개념으로보다 한 공동체의 공생공존을 위한 집단 휴머니즘으로 이해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우리 옛 조상들은 무척 가난하게 살았다. 일제 초기 때 자연 취락한 단위 촌락의 빈부 조사한 것을 보면 열 집에 한 집꼴이 제 식구 먹고서 양식이 남을 뿐이요, 제 식구만 먹고 살 만큼인 집이 겨우 열집에 세 집꼴이었다. 나머지 열 집에 여섯 집이 제 식구도 못 먹고 사는 그런 가난한 처지였으며 그 중 세 집은 남에게 의지하고 살아야 하는 딱한 형편이었다. 이렇게 가난한 우리 옛 농촌이었는데도 요즈음처럼 남의 물건을 훔친다거나 사기를 친다거나 하는 범죄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법도 있고 그 법을 집행하는 관가도 있었지만 다스릴 대상이 없었으므로 유명무실했다.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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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조들은 필요불가결한 재물 이상의 재물을 추구하는 법이 없었으며 그 이상 추구하면 악덕이요, 부덕이요. 그 사회에서 손가락질당하는 그런 인간 실격을 뜻했던 것이다. 오늘에 사는 현대의 우리 한국인과 옛날에 살았던 전통적 우리 한국인과는 달라진 것이 많이 있다. 그 달라진 것 가운데 두드러진 것을 손꼽는다면 맨 먼저 분(分)을 지키고 안 지키고 하는 문제를 들 수 있다. 옛날 우리 선조들은 자신의 분을 지키며 살았는데 오늘날 우리들은 분을 지키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이다. 분을 지킨다는 것을 손쉽게 풀어서 말한다면 내가 처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인격적인 위치에 알맞는 행동을 하고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분에 넘는 벼슬이나 덕망을 사양하고 분에 넘는 몸치장이나 사치나 집이나 음식을 사양하는 것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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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오히려 번거로운 쪽을 택해 살아온 이유는 일이 반드시 괴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일에는 삶의 뜻을 주는 그 무엇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나브로이즘' 하면 시나이반도에 기인한 유태주의를 연상하거나 등산용 버너를 연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시나이반도와 버너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처음 이 지면에서 선보이는 신조어임을 밝혀둔다. 곧 우리나라 말의 부사인 시나브로 + 이즘[主義]으로, 한국 사람의 노동관을 밝혀주는 한국적인 한 슬기의 표현이다. 시나브로란 낱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으로 풀이되어 있다. 곧 두껍게 짧게 않고, 가늘게 길게 한다는 뜻이다. 시나브로와 비슷한 말로 '시난고난하다'는 있다. 말이 병이나 어떤 증세가 심하지 않으면서 오래 끈다 할 때 쓰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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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지 못하고 허리를 한 번 펴면 참아내는 기간이 절반으로 줄고 그 절반이 다시 절반으로 줄어 김을 매는 건지 허리를 펴러 왔는지 모를 지경이 된다. 모든 인생이 다 그런 거여." 일곱 살이면 학교에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적령이다. 그러하듯이 옛날에는 농사일을 배우기 시작하는 적령이 일곱 살이었다. 일곱 살만 되면 논 한쪽 구석 50평 남짓을 '네' 곧 너의 논이라고 떼어준다. 나는 그 논을 곧 '나의 논' 곧 내 논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농사일의 교육답(畓)이요, 실습답의 정통적 호칭이 내 논인 것이다. 자작하는 초다랑이의 논도 없이 남의 논 빌어 짓는 소작농의 집에 태어난 일곱 살에 떼어 받은 내 논은 동구 밖 숲거리에 있었다. 네 논이라고 떼어준다 해서 내 이름으로 등기 분양해 준 것이 아니다. 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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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스승이 해야 할 많은 일 가운데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오히려 지식을 가르치는 지육(知育)보다 사람됨을 가르치는 덕육에 한결 더 비중을 두어야 한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일제 때 나의 별명은 '짜찌루'였다. 당시 영국 수상 처칠의 일본말 발음인 것이다. 이것은 죽도록 싫은 별명이다. 왜냐하면 영국은 당시 일본과 싸우고 있던 적성국(敵性國)으로 ‘죽여라, 짜찌루' 하는 따위의 표어며, 창살에 찔린 짜찌루 머리통을 그린 표어가 나붙곤 하던 때이기에 그 별명으로 불리울 때마다 참을 수 없는 모욕과 경멸을 느꼈던 것이다. 언젠가 학교 운동장에서 여자아이들 노는데 훼방을 놓다가 집단으로 짜찌루란 매도의 세례를 받았다. 사춘기가 시작된 때라 미묘한 열등감도 작용했던지 복받치는 분노를 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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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의식구조는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이고 규범적이기보다 가족적이며, 이 같은 인간적 인간관리는 오늘날 경영 철학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역사책을 이것 저것 읽다 보면 후세에 이름을 남긴 임금님이나 재상들은 아랫사람 다스리는 데 법도나 이치로 하지 않고 정리나 인정으로 하고 있는 데 예외가 없다. 우리 한국인의 의식구조가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이고, 규범이기보다 가족적이기 때문일 것이며 이 같은 인간적 인간 관리는 오늘날 경영 철학에서도 예외는 아닌 줄 안다. 성종(成宗)은 글 잘하는 선비를 좋아하여 문장이 특출난 세 사람을 궁중에 불러 숙식케 하고 독서에 전념토록 했었다. 그 세 사람이 바로 손순효(孫舜孝)와 조위(曺偉), 그리고 신종호(申從濩)였다. 선택받은 이 세 사람을 두고 모든 사람이 영광으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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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우리 고고했던 선비들은 집 안에서 학을 길러, 그의 지조에 영향을 줄 어떤 사람이 찾아오면 구구하게 연설로 뜻을 변명하느니 그저 학을 어깨에 얹고 나감으로써 무언의 웅변을 했다. '탄탈로스의 접시'라는 화학 실험 기구가 있다. 시액이 일정 한계에 이르면 그 이상 넘치지 않게끔 그 밑구멍이 열려 쏟아져 나가게 장치된 실험 기구인 것이다. 탄탈로스는 희랍 신화의 주신 제우스의 아들로 기름진 소아시아의 폭군이었다. 그는 신들을 그의 궁전에 초청, 속임수로 인육요리를 먹이는 등 횡포가 심하여 제우스 신의 노여움으로 영원히 갈증에 시달리는 飢渴 지옥에 투옥된 것이다. 물이 목 위에까지 차올라 마실 수 있는 상황에 이른 순간 그 물이 아래로 빠지곤 하는 탄탈로스의 영원한 겁벌에서 얻은 실험 기구의 이름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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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본의 생각이 없으면 부모가 애지중지 길러주고 피땀 흘려 먹여 주고 가르쳐 주는 것마저도 부모의 당연한 의무로 여기게 되어 어떤 고마움이나 은혜 같은 것도 느끼지 않게 된다. 무대는 알제리. 뫼르소의 어머니가 양로원에서 죽었다. 숨을 거둔 정확한 일시는 듣긴 했는데, 잊어버렸고 어머니의 나이도 정확하게 외고 있진 않지만 그런 것쯤 뫼르소에게는 별반 문제가 되는 것들이 아니다. 밤샘하는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셨으며 눈물 같은 건 흘리지 않았다. 이 역시 그에게 별반 의미없는 일들이다. 장례 집행인이 시체를 확인할 겸 마지막 이별인 상면(相面)을 위해서 관 뚜껑을 열어 보이려 했을 때 뫼르소는 거절을 한다. 장례식의 바로 이튿날 뫼르소는 해수욕을 하러 가서 그곳에서 여자친구인 메리와 만난다. 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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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 과정에서 구미의 개인주의는 마치 개선장군이나 승전한 영웅처럼 우리 한국인의 정신영역에 군림했었던 것이다. 한 한국인 부인의 아파트 맞은편 집에 맞벌이 미국인 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 미국인 부인이 고장으로 열리지 않는 아파트 자물쇠를 여는 데 도움을 청해온 것이다. 다행히 이전에 일곱 살 난 자기 딸의 가는 손을 우편투입함으로 넣게 하여 안으로 잠긴 자물쇠를 연 경험이 있는지라 도와주고 싶었지만 막상 그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에 주저하게 된 것이다. 만약 그 방법으로 문을 열어주고 난 후에 그 이웃집이 도난당하는 일이 생기면 의심을 받을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어린 딸에게 '남으로부터 의심을 받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쳐야 하느냐의 양자택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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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되면서 이 전통적 공동체가 해체되고 공동체 정신이 이지러지면서 선물 문화가 오염되어 선물과 뇌물의 한계가 모호해진 것은 근대화가 몰고온 현대의 불행 가운데 하나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평상시와는 다른 이상체험(異常體驗)을 하고 싶어 한다. 이를테면 술을 마시므로써 보통 때와는 다른 몽롱한 경지를 체험한다든지, 사찰에 들러 신성한 분위기에 젖고 싶어 한다든지, 여행을 떠나 색다른 경치와 문물에 접한다든지……… 이 같은 인간본능의 욕구를 변신욕구라 한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는 이 변신욕구를 제도적으로 충족시켜주는 각종 문화가 발달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신령이나 돌아가신 조상과 만나는 제삿날을 두어 성스러운 이상체험을 한다. 한편 백일, 돌, 생일, 혼례, 회갑, 임종 등 일생에 마디를 두어 일상과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