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文章/살리고 싶은 버릇 93

한국인의 살리고 싶은 버릇-3.할머니의 눈깔사탕

비단 우리 할머니뿐 아니라 한국인은 그것이 전혀 쓸모없는 지푸라기 하나, 물 한 됫박이라도 버리는 법이 없었던 전통적 유전질을 우리 할머니가 대행했을 뿐이다. 6·25사변 때 국에 종군했던 영국 군인 두 명과 음악 동호 클럽 멤버로서 교제한 일이 있었다. 그때 놀란 것은 이 군인들이 입고 나오는 외출 군복의 무릎 부분이며 팔꿈치 부분 등 잘 해어지는 부분마다 기워져 있는 것을 보고 약간의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손수 기워 입느냐고 물었더니 부대 안에 옷을 입는 부서가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몰락 과정에 있다고는 하지만 대영제국(大英帝國)의 군인인데, 군비가 모자라 군복을 기워 입게 하리라고는 도시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없어서 기워 입는 것이 아니라 있으면서도 기워 입게 하는 어떤 정신적 플러스..

한국인의 살리고 싶은 버릇-2.옥(屋)보다 사(舍)를 택한 조상

집을 화려하게 짓고 살거나 거처를 사치스럽고 참람하게 한 사람은 禍敗를 당하게 마련이고 작은 집에 베옷으로 검소하게 사는 사람은 명예와 직위를 보전한다는 사고가 보편화되기까지 했다. 한국인의 집을 겸허함은 이를 데 없었다. 요즘처럼 집을 재물시(財物視)하여 사고파는 것으로 이득을 남긴다는 생각은 극히 최근에 생긴 것이었다. 고려 때에 있었던 일화를 통해 한국인의 전통적 주택관을 살펴보자. 산원동정(散員同正)이라는 그다지 높지 않은 벼슬아치인 노극청(盧克淸)이 가세가 가난하여 집을 줄일 작정으로 팔려고 내놓았다. 워낙 변변치 않은 집이라 작자가 좀체로 나서지 않았다. 나랏일로 노극청이 지방에 가 있는 동안에 郎中벼슬의 현덕수(玄德秀)가 그 집을 사겠다고 나서 그의 아내가 백금 열두 근을 받고 그 집을 팔았..

한국인의 살리고 싶은 버릇-1.구두쇠론

옛날 서민들 집에서는 옷이라는 것이 어느 누구 특정인의 옷이 아니요, 그집 모든 사람의 옷이었다. 물려서 입는 옷물림의 습속이 그것이다. ■한국인과 비축 심리 악의건 선의건 간에 한국의 구두쇠는 대체로 다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비축형(備蓄型) 구두쇠 규범형(規範型) 구두쇠 절검형(節儉型) 구두쇠 이 세 유형을 실례를 들어가며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물론 이 세 가지 유형이 독립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없지 않으나 대개의 경우 서로가 복합되어 나타나게 마련이요, 보는 사람의 입장이나 그 구두쇠 기질이 나타나는 상황에 따라서 복합 요인은 드러나지 않고 어느 한 단면만 나타나기도 한다. 미리 양해를 구해 둘 것은 여기에서 말하는 '구두쇠'란 그 말이 갖는 상식적인 개연성, 곧 수전노(守錢奴)나 노랑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