赤壁賦(적벽부)-蘇軾(소식)
壬戌之秋七月旣望, 蘇子與客泛舟, 遊於赤壁之下.
壬戌년 가을 칠월 열엿새 나는 객과 더불어 배를 띄우고 赤壁 아래에서 놀았다.
▶ 壬戌(임술) : 송나라 神宗 元豊 5년(1082)
▶ 旣望(기망) : 음력 16일.
▶ 蘇子(소자) : 작자 소식.
淸風徐來, 水波不興, 擧酒屬客, 誦明月之詩, 歌窈窕之章.
淸風은 서서히 불어와 물결 일지 않는데 잔 들어 객에게 권하며 明月 시를 읊조리고窈窕 시를 노래하였다.
▶ 屬客 : 객에게 술을 권하다.
▶ 明月之詩(명월지시) : 《시경》 陳風의 月出편을 말함.
▶ 窈窕之章(요조지장) : 같은 월출편의 '窈糾'를 말한다고 하기도 하고, 周南 關雎편을 말한다고 하기도 함.
少焉月出於東山之上, 徘徊於斗牛之間, 白露橫江, 水光接天.
곧 달이 동산 위로 솟더니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를 배회하고 흰 이슬이 강물에 비끼고 물빛은 하늘에 닿아 있다.
▶ 少焉(소언) : 잠시 후에.
▶ 斗牛之間(두우지간) :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
縱一葦之所如, 凌萬頃之茫然.
한 조각 작은 배 가는 대로 맡겨 망망한 만경창파를 건너간다.
▶ 一葦(일위) : 한 잎 갈대, 작은 배를 비유함.
▶ 所如(소) : 가는 대로, 如는 往의 뜻.
▶ 凌萬頃之芒然(능만경지망연) : 넓은 만경창파를 건너다. 陵은 배 같은 것을 타고 건너다. 萬頃은 광활한 것을 말함. 芒然은 넓고 커서 끝이 없음을 말함.
浩浩乎如憑虛御風而不知其所止, 飄飄乎如遺世獨立, 羽化而登仙.
넓고도 넓도다, 허공 타고 바람을 모는 듯 그 머무는 곳을 모르고, 펄펄 나부끼도다, 속세를 버리고 우뚝 서서 날개 돋아 신선이 되는 듯하였다.
▶ 浩浩乎(호호호) : 매우 넓은 것의 형용.
▶ 馮虛御風(빙허어풍) : 허공을 의지하여 바람을 몰고 다님.
▶ 飄飄乎(표표호) : 가벼이 떠있는 모양.
▶ 遺世(유세) : 세속을 버리다. 세속을 떠나다.
▶ 羽化而登仙(우화이등선) : 날개가 돋아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르다.
於是飮酒樂甚, 扣舷而歌之, 歌曰:
“桂棹兮蘭槳, 擊空明兮泝流光.
渺渺兮余懷, 望美人兮天一方.”
이에 술을 마시고 매우 즐거워서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불렀다.
“계수나무 노와 모란 상앗대로 허공의 달을 치며 달빛 흐르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네.
넓고 아득한 나의 회포여, 하늘 저 끝에 있는 임을 그리도다.”
▶ 扣鉉(구현) : 뱃전을 두드리다.
▶ 桂悼(계도) : 계수나무로 만든 노
▶ 蘭樂(난장) : 木蘭으로 만든 상앗대.
▶ 擊空明兮泝流光(격공명혜소류광) : 허공의 달빛을 치고 달빛 어린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공명은 달이 뜬 허공의 밝음. 泝는 거슬러 올라가다. 유광은 흐르는 달빛, 곧 달빛이 물결따라 흘러감을 말함.
▶ 渺渺(묘묘) : 아득히 멀다.
▶ 余懷(여회) : 나의 회포와 심정.
客有吹洞簫者, 倚歌而和之, 其聲鳴鳴然, 如怨如慕, 如泣如訴, 餘音嫋嫋, 不絶如縷, 舞幽壑之潛蛟, 泣孤舟之嫠婦.
객에 퉁소 부는 사람이 있어 노래에 맞춰 반주하니 그 소리 구슬퍼서, 원망하는 듯 사모하는 듯 흐느끼는 듯 하소연하는 듯하고, 餘音이 가냘프고 길게 이어져 실가닥처럼 끊어지지 않으매, 깊은 골짜기에 잠긴 용을 춤추게 하고, 외로운 배의 과부를 울린다.
▶ 洞簫(통소) : 퉁소
▶ 嗚嗚然(오오연) : 구슬픈 소리의 형용.
▶ 嫋嫋(요요) : 소리가 길고 가늘게 이어짐.
▶ 幽壑(유학) : 깊은 골짜기.
▶ 潛蛟(잠교) : 숨어 있는 蛟龍.
▶ 嫠婦(이부) : 과부.
蘇子愀然正襟危坐而問客曰:
“何爲其然也?”
나는 얼굴빛을 바꾸고 옷깃을 여미고는 고쳐 앉으며 객에게 물었다.
“어째서 그토록 슬프오?”
▶ 愀然(초연) : 감상에 젖어 얼굴빛이 변하다.
▶ 正襟(정금) : 옷깃을 단정하게함.
▶ 危坐(위좌) : 몸을 바로하고 단정히 앉다.
客曰:
객이 말하였다.
“月明星稀, 烏鵲南飛, 此非曹孟德之詩乎.
“달 밝으니 별은 드물게 보이고 까막까치 남으로 날아가네”라 하였으니, 이것은 曹操의 시가 아니오?
▶ 月明星稀, 烏鵲南飛 : 曹操가 지은 〈短歌行〉의 두 구절. '달이 밝아서 별이 드물게 보이고, 까막까치 남으로 날아간다. 이 〈단가행〉은 조조가 적벽에서 지은 작품이다.
▶ 曹孟德(조맹덕) : 조조의 자가 맹덕이다.
西望夏口, 東望武昌. 山川相繆, 鬱乎蒼蒼, 此非孟德之困於周郞者乎.
서쪽으로 夏口를 바라보고 동쪽으로 武昌을 바라보니, 산천은 서로 뒤엉켜서 울울창창 우거져 있으니, 이곳은 조조가 周瑜에게 곤욕을 치렀던 그곳이 아니오?
▶ 夏口(하구) : 지명. 지금의 湖北省 漢口.
▶ 武昌(무창) : 지명.
▶ 相繆(상무) : 서로 얽혀 하나가 됨.
▶ 周郎(주랑) : 吳의 周瑜. 劉備를 쫓던 조조의 백만대군이 적벽에서 주유의 3만 군사에게 참패당한 일을 일컬음.
方其破荊州, 下江陵, 順流而東也, 舳艫千里, 旌旗蔽空.
그가 막 荊州를 파하고 江陵으로 내려와 물결따라 동으로 감에, 배는 천 리에 꼬리를 물었고 깃발은 하늘을 뒤덮었소.
▶ 荊州·江陵 : 지명.
▶ 舳艫千里(축로천리) : 뱃머리와 배꼬리가 천리나 잇닿아 있음. 축은 배의 고물, 노는 이물.
▶ 旌旗弊空(정기폐공) : 깃발들이 하늘을 덮었다.
釃酒臨江, 橫槊賦詩, 固一世之雄也, 而今安在哉.
강물에 다가가서 술을 따르며, 긴 창 비껴들고 시를 지었으니 참으로 一世의 영웅이었는데 그러나 지금은 어디에 있소?
▶ 釃酒(시주) : 술을 거르다. 여기에서는 술을 따라 마심.
▶ 槊(삭) : 여덟 자 길이의 긴 창.
況吾與子, 漁樵於江渚之上, 侶魚鰕而友麋鹿. 駕一葉之扁舟, 擧匏樽以相屬, 寄蜉蝣於天地, 渺滄海之一粟.
하물며 나와 그대는 강가에서 고기잡고 나무하며 물고기·새우와 짝하고 고라니·사슴과 벗하며 一葉片舟를 타고 쪽박 술잔을 들어 서로 권하며 천지간에 하루살이로 붙어 있으매, 망망한 바다의 한 알 좁쌀임에랴!
▶ 匏樽(포준) : 바가지로 만든 술잔.
▶ 寄蜉蝣於天地(기부유어천지) : 하루살이 같은 목숨을 천지에 기탁함. 부유는 하루살이.
▶ 泄滄海之一粟(묘창해지일속) : 넓은 바다에 떠있는 한 알의 좁쌀처럼 보잘것없음.
哀吾生之須臾, 羨長江之無窮.
우리 삶이 짧음을 슬퍼하고 長江의 무궁함을 부러워하오
▶ 須臾 : 잠시 동안.
挾飛仙以遨遊, 抱明月而長終, 知不可乎驟得, 託遺響於悲風.”
나는 신선과 어울려 즐거이 놀고 밝은 달을 안고 오래 살려고 하나, 쉽사리 될 리 없음을 깨달았으매, 소리를 슬픈 가을바람에 실어 보았소.”
▶ 挾飛仙以激遊(협비선이오유) : 하늘을 나는 신선과 어울려 즐겁게 놀다.
▶ 長終(장종) : 오래오래 살다.
▶ 聚得(취득) : 금방, 쉽사리 얻다.
▶ 悲風(비풍) : 가을바람.
蘇子曰:
내가 말하였다.
“客亦知夫水與月乎?
“그대도 저 물과 달을 알고 있겠지요?
逝者如斯, 而未嘗往也; 盈虛者如彼, 而卒莫消長也.
흘러감이 이 물과 같으나 영영 가버리지는 않았고, 차고 이지러짐이 저 달과 같으나 결국 없어지지도 늘어나지도 않는다오.
▶ 逝者如斯 : 흘러가는 것은 저 강물과 같이 끊임없이 흐르지만, 《논어》 子罕편에 '가은 모두 이와 같은가? 밤낮으로 흘러 쉬는 일이 없도다[逝者如斯夫, 不舍晝夜]'라고 하였다. 斯는 강물을 가리킴.
▶ 未嘗往(미상왕) : 다 흘러가 버리지는 않고 계속하여 물이 흐른다. 결국 이 구절은 만물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긴 하나 그 본질은 실제로 변화가 없음을 말한다.
▶ 盈虛者如彼(영허자여피) : 차고 이지러짐이 저 달과 같지만, 영은 달이 참이고 허는 달이 이지러짐.
▶ 莫消長(막소장) : 아주 없어지거나 더 늘어나지는 않는다.
蓋將自其變者而觀之, 則天地曾不能以一瞬, 自其不變者而觀之, 則物與我皆無盡也, 而又何羨乎.
변화의 관점에서 보면 천지가 한순간이라도 변화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불변의 관점에서 보면 만물과 나는 모두 무궁한데, 또 무엇을 부러워하겠소?
▶ 將自其變者而觀之(장자기변자이관지) : 변한다는 관점으로부터 사물을 보면.
▶ 天地曾不能以一瞬(천지증불능이일순) : 천지간의 만물에 한순간도 필요치 않다.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말..
能에는 ‘응당 ~해야 한다’의 뜻이 있다.
且夫天地之間, 物各有主, 苟非吾之所有, 雖一毫而莫取, 惟江上之淸風, 與山間之明月, 耳得之而爲聲, 目寓之而成色, 取之無禁, 用之不竭.
게다가 천지의 사물에는 각기 주인이 있어서 내 소유가 아니면 털끝 하나라도 취할 수 없으나, 강 위의 청풍과 산간의 명월은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눈이 닿으면 색깔을 이루면서 취하여도 금하는 자가 없고 써도 다하지 않소.
是造物者之無盡藏也, 而吾與子之所共樂.”
이는 조물주의 다함 없는 寶藏으로, 나와 그대가 함께 즐기는 것이오.”
客喜而笑, 洗盞更酌, 肴核旣盡, 盃盤狼藉.
객이 기뻐 웃으며 잔을 씻어 다시 술 따르는데, 안주가 이미 바닥나고 술잔과 쟁반은 낭자하다.
▶ 看核(효핵) : 효는 고기안주, 핵은 과일안주.
▶ 狼籍(낭적) : 어지러이 흩어져 있음. 籍는 압운 관계로 여기서는 적으로 읽음.
相與枕藉乎舟中, 不知東方之旣白.
서로를 베개삼아 배 안에 누워 동녘이 이미 밝아오는 줄도 모른다.
▶ 枕籍(침자) : 서로 베고 깔고 자다.
▶ 白(백) : 하얗게 날이 밝다.
해설
黃洲에 유배된 蘇軾이 元豊 5년에 楊世昌과 함께 적벽에서 두 차례 뱃놀이하고 그 감회를 써낸 것이 〈前·後赤壁賦〉이다.
湖北에는 적벽이라 불리는 곳이 네 곳 있다.
하나는 嘉魚현 동북쪽 長江변에 있으며 이곳이 삼국시대 周瑜가 曹操를 대파한 赤壁이 벌어졌던 곳이다.
또 하나는 武昌현에,
또 하나는 漢陽현에,
마지막 하나는 黃岡縣 성 밖에 있는데, 이곳이 소식이 뱃놀이를 했던 곳이다.
소식은 적벽대전을 했던 곳이 이곳인 줄로 잘못 알고 이 작품에 적벽대전의 고사를 인용하였고 후에 이것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였다.
소식은 당쟁으로 혁신당에게 몰려 사형당할 뻔했다가 黃州로 유배되었다. 이러한 역경 가운데서 그는 자연으로부터 안위받고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마음을 이 작품에서 표현하고 있다. 이 〈적벽부〉는 이른바 文賦 형식으로, 소식의 거시적 인생관이 서정적 분위기와 함께 격조있게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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