送徐無黨南歸序(송서무당남귀서)-歐陽修(구양수)
草木鳥獸之爲物, 衆人之爲人, 其爲生雖異, 而爲死則同, 一歸於腐壞澌盡泯滅而已.
草木과 鳥獸의 物性과 사람의 인성은 그 삶은 비록 다르나 죽음은 서로 같아서, 한결같이 썩어 문드러져 없어지게 될 따름이다.
▶ 一 : 모두, 일체가.
▶ 腐壞 : 썩어 문드러짐.
▶ 澌盡混滅(시진민멸) : 형체며 기운이 모조리 없어짐.
而衆人之中, 有聖賢者, 固亦生且死於其間.
그런데 사람 중에는 聖賢이란 것이 있되, 확실히 그들도 그 속에서 살다가 죽는다.
而獨異於草木鳥獸衆人者, 雖死而不朽, 愈遠而彌存也.
그러나 草木·鳥獸·衆人과 유독 다른 점은 비록 몸은 죽어도 이름은 사라지지 않고 오래 갈수록 더욱 존속하는 점이다.
▶ 而 : 그러나.
▶ 彌存 : 존재가 더욱 드러나다. 존재가 더욱 뚜렷해지다.
其所以爲聖賢者, 修之於身, 施之於事, 見之於言, 是三者, 所以能不朽而存也.
그들이 성현이라 불리는 까닭은, 自身에게서 수행하고 쌓고 사업에서 베풀고 언어로 표현하는 세 가지로서, 이름이 사라지지 않고 존속하는 까닭이다.
▶ 修之於身 : 수신함, 즉 덕행을 쌓음으로써 심신을 수양함.
▶ 施之於事 : 일에 베풂, 자신의 덕행을 바탕으로 하되 주로 정치에 종사함으로써 공적을 이룩함.
▶ 見之於言 : 말로 표현함. 즉 언어를 통하여 문장으로 나타냄.
修於身者, 無所不獲, 施於事者, 有得有不得焉, 其見於言者, 則又有能, 有不能焉. 施於事矣, 不見於言可也. 自『詩』ㆍ『書』ㆍ『史記』所傳, 其人豈必皆能言之士哉.
수신함에는 뜻대로 되지 않음이 없으나, 사업에 시행함에는 성공도 있고 실패도 있으며, 말로 표현함에도 유능과 불능이 있으매, 사업에 시행할 때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괜찮을 터이니, 《詩經》·《書經》·《史記》에 전해지는 사람들이 어찌 모두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이었겠는가?
▶ 無所不獲 : 無所不得과 마찬가지의 뜻.
修於身矣, 而不施於事, 不見於言, 亦可也.
수신을 잘한다면 사업에 시행하지 않고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괜찮다.
孔門弟子, 有能政事者矣, 有能言語者矣, 若顔回者, 在陋巷, 曲肱飢臥而已, 其羣居則黙然終日如愚人.
孔門의 제자에는 政事에 능한 자가 있었고 언어에 능한 자도 있었는데, 顔回 같은 사람은 궁벽한 골목에 살면서 팔베개를 하고 배고픈 채 누웠을 뿐이고, 또 사람들과 함께 있을 적에도 종일 침묵하여 어리석은 사람 같았다.
▶ 孔門 : 《구양수전집》에는 孔子로 되어 있음.
▶ 顔回 : 자는 淵. 공자보다 30세가 적은 제자로 덕행에 있어서 공자의 신임을 가장 많이 받았던 인물.
▶ 陋巷 : 누추한 골목. 즉 안회가 거처하던 누추한 집이 있던 마을. 《논어》 雍也 편에 공자가 말하였다. "어질도다. 回여! 한 그릇의 밥과 한 바가지 물에 누추한 집, 이런 고통을 다른 사람들은 감당하지 못하는데 회는 그 즐거움을 고치려 하지 않는구나. 어질도다, 회여!"라고 함에서 유래하였다.
▶ 曲肱 : 팔을 굽혀 베개로 삼음. 《논어》述而편에 공자가 말하기를 “거친 밥을 먹고 맹물을 마시며 팔베개로 눕는 가운데에서도 즐거움은 얼마든지 있다.”라고 함에서 유래하였다.
▶ 飢臥 : 배고픔을 참고 누워 있음. 이는 《논어》 先進편에 공자가 말하기를 “回는 거의 도를 터득하였으나 쌀통은 자주 비었었다.”라고 함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 默然終日如愚人 : 《논어》 爲政편에 공자가 말하기를 "回는 나와 종일 이야기하는 때에 마치 바보처럼 조용히 듣기만 할 뿐 질문이나 반론이 없다."라고 함에서 유래하였다.
然自當時羣弟子, 皆推尊之, 以爲不敢望而及, 而後世更千百歲, 亦未有能及之者, 其不朽而存者, 固不待施於事, 況於言乎.
그런데도 당시의 제자들이 모두 그를 존경하여 감히 넘보거나 미치지 못한다고 여기었고, 후세에 수백 수천 년이 지나도 역시 미칠 수 있는 자가 없었으니, 그의 이름이 영원히 없어지지 않고 존속함은 진실로 사업에 종사한 때문이 아닌데, 하물며 표현 때문이겠는가?
▶ 不敢望而及 : 이는 〈논어〉 公冶長편에 공자가 子貢에게 물었다. “너와 回 중 누가 뛰어난가?” 자공이 대답하였다. “제가 어찌 감히 회와 비교될 수 있겠습니까? 회는 하나를 듣고 열을 깨닫지만 저는 하나를 듣고 둘을 깨달을 따름입니다.”라고 함에서 유래하였다.
▶ 更 : 지나다.
予讀班固「藝文志」, 唐四庫書目, 見其所列, 自三代秦漢以來, 著書之士, 多者至百餘篇, 少者猶三四十篇, 其人不可勝數, 而散亡磨滅, 百不一二存焉.
내가 班固의 《漢書》 藝文志와 唐의 四庫의 문서 목록을 읽어보건대, 거기에 열거된 三代와 秦漢 이래 책을 저술한 사람을 보면, 많은 사람은 100여 편에 이르고 적은 사람조차 3~40편이나 되며 그 사람의 수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는데, 그들의 저술은 흩어져 없어지고 닳아 없어져서 백에 1, 2도 남아 있지 않다.
▶ 班固藝文志 : 後漢의 반고가 지은 〈한서〉 예문지. 劉散의 《七略》을 모방하여 그 체제가 輯略·六藝略·諸子略·詩賦略·兵書略·術數略·方技略의 일곱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국사상 최고의 도서목록으로 평가된다.
▶ 唐四庫書目 : 宋人 宋祁와 구양수가 함께 편찬한 《新唐書》 예문지 서에서 “…………漢 이래 사관들은 작가의 이름이나 작품의 편제를 분류함에 있어 六藝·九種·七略 등으로 하였으나 唐에 이르러 비로소 經·史·子·集의 四類로 나누게 되었다.”라고 하였다. 즉 《한서》 藝文志를 통하여 내려오던 전통적인 칠략의 도서목록 분류법이 당대에는 경·사·자·집의 四門으로 변경, 정착되었. 四庫는 당대에 경사자집 각 부문을 네 곳의 서로 다른 서고에 보관하던 방법으로 경·사·자·집을 뜻하며, 四部라고도 한다《舊唐書》經籍志 참고.
▶ 三代 : 夏·商·周의 세 나라.
予竊悲其人文章麗矣, 言語工矣, 無異草木榮華之飄風, 鳥獸好音之過耳也.
나는 저으기 슬퍼하나니, 그 사람들의 문장은 아름답고 언어는 공교로우나, 초목의 아름다운 꽃이 바람에 나부끼고, 조수의 듣기 좋은 소리가 귀를 스쳐 지나감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 悲其人 : 그 사람들을 안타깝게 생각함. 즉 자신들이 지은 글 가운데 단지 백분의 1,2 정도만이 후세에 전하는 작가들을 불쌍하게 여긴다는 뜻.
▶ 飄風 : 바람에 날리다.
▶ 過耳 : 귀를 스쳐 지나감. '표풍'이나 '과이'는 울창한 나무와 만발한꽃, 동물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순식간에 사라져 감을 비유한 말.
方其用心與力之勞, 亦何異衆人之汲汲營營.
그들이 마음과 힘을 쓴 수고로움이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급급함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 汲汲 : 부지런한 모양. 서두르는 모양.
▶ 營營 : 이익을 추구하기에 급급한 모양.
而忽然以死者, 雖有遲有速, 而卒與三者, 同歸於泯滅.
그리고 갑자기 죽어버림에 시기가 늦고 빠름이 있으나, 결국은 초목과 조수와 사람들과 함께 泯滅로 돌아가는 것이다.
▶ 三者 : 서두에서 언급한 초목·조수·중인의 세 종류.
夫言之不可恃, 蓋如此.
말의 표현을 믿을 수 없음이 대체로 이와 같다.
今之學者, 莫不慕古聖賢之不朽, 而勤一世, 以盡心於文字間者, 皆可悲也.
지금 학자가 옛 성현의 불후를 흠모하여 일생을 힘쓰며 문자 속에 마음을 다하지 않음이 없으니, 모두 슬퍼할 일이다.
東陽徐生, 少從予學, 爲文章稍稍見稱於人, 旣去乃與群士, 試於禮部, 得高第, 由是知名, 其文辭日進, 如水涌而山出, 予欲摧其盛氣而勉其思也.
東陽의 徐君은 젊어서부터 나에게 배워, 글을 짓는 일로 약간 남의 칭송을 받다가, 나를 떠나서는 선비들과 함께 禮部의 시험을 보아 높은 등급으로 급제하니, 이로 인하여 이름이 알려졌고 文辭는 날로 진보하여 물이 솟아오르고 산이 우뚝 솟은 듯하므로, 나는 그의 성한 기운을 꺾고 사색에 힘쓰게 하려 한다.
▶ 東陽 : 지금의 浙江省 永康縣임.
▶ 徐生 : 徐無黨. 구양수에게 古文을 배웠고, 皇祐 연간(1049~1053)에 禮部에 급제하여 敎授 벼슬까지 지내다 세상을 떠남. 이 글은 서무당이 고향으로 돌아갈 때 구양수가 써준 序體의 글임.
▶ 高第 : 높은 점수로 합격함.
▶ 推其盛氣 : 왕성한 기운을 억제함. 재능만 믿다가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 뜻.
▶ 勉其思(면기사 : 사색을 북돋움. 곧 학문과 문장에 신중하도록 함을 뜻함.
故於其歸, 告以是言.
그래서 그의 귀향에 이 말을 일러준다.
然予固亦喜爲文辭者, 亦因以自警焉.
그러나 나도 본시 글짓기를 좋아하는 자이므로, 또한 이를 통하여 자신을 경계하는 것이다.
해설
이 글은 《구양수전집》 권43 序類에 속한 贈序體의 문장이다.
같은 형식의 다른 글들이 대부분 그러한 것처럼 여기에도 떠나는 사람을 전송할 때 흔히 느끼는 아쉬움이나 서글픔은 극도로 절제된 반면, 사제 사이에서 흔히 있음직한 勸勉으로 내용이 일관된다. 너무 글짓는 일에 자만하며 정력을 낭비하지 말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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