朋黨論(붕당론)-歐陽修(구양수)
臣聞朋黨之說, 自古有之, 惟幸人君, 辨其君子小人而已.
제가 듣건대 붕당에 관한 말은 옛날부터 있었으니, 오직 바라기를 임금은 그들이 군자인지 소인인지 분별하기만 하시라는 것입니다.
▶ 惟幸 : 오직 ~을 바라다.
大凡君子與君子, 以同道爲朋, 小人與小人, 以同利爲朋, 此自然之理也.
대체로 군자와 군자는 道를 같이하여 무리를 이루고, 소인과 소인은 이익을 같이하여 무리를 이루니, 이것은 자연의 이치입니다.
▶ 同道 : 함께 도의를 지킴.
然臣謂小人無朋, 惟君子則有之, 其故何哉?
그러나, 臣은 소인들에게는 벗이 없고, 군자에게만 벗이 있다고 여기고 있으니,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小人所好者利祿也, 所貪者財貨也, 當其同利之時, 暫相黨引以爲朋者, 僞也.
소인이 좋아하는 것은 이익과 祿이요, 탐내는 것은 재물과 돈이매, 그들의 이익이 같을 때는 잠시 서로 자기 당으로 끌어들여 벗을 삼기도 하지만 그것은 거짓입니다.
▶ 黨引 : 자기 당으로 끌다. 한 무리로 끌어들이다.
及其見利而爭先, 或利盡而交疏, 甚者反相賊害, 雖其兄弟親戚, 不能相保.
그들이 이익을 보면 앞을 다투며, 간혹 이익이 다하면 교분도 멀어져서 심하면 오히려 서로 해치므로, 비록 그의 형제나 친척이라 하더라도 보호하지 못합니다.
▶ 賊害 : 해치다.
故臣謂小人無朋, 其暫爲朋者, 僞也.
그러므로, 신은 소인에게는 벗이 없고, 그들이 잠시 벗이 됨은, 거짓이라 생각합니다.
君子則不然, 所守者道義, 所行者忠信, 所惜者名節.
군자는 그렇지 않으니, 지키는 것이 道義이고, 행하는 것이 忠信이며, 아끼는 것이 명예와 節操입니다.
以之修身, 則同道而相益; 以之事國, 則同心而共濟, 終始如一, 此君子之朋也.
이것들로 몸을 닦으면, 道가 같아서 서로 유익하고, 이것들로 나라를 섬기면, 곧 마음이 같아서 함께 일을 이룩함에 처음부터 끝까지 그러하니, 이것이 군자들의 벗입니다.
▶ 共濟 : 함께 힘을 모아 일을 이룩함.
故爲人君者, 但當退小人之僞朋, 用君子之眞朋, 則天下治矣.
그러므로 임금이 된 분은 다만 소인의 거짓된 무리를 물리치고, 군자의 참된 무리를 등용하기만 하면, 천하는 잘 다스려집니다.
堯之時, 小人共工ㆍ驩兜等四人, 爲一朋; 君子八元八愷十六人, 爲一朋.
堯임금 때 소인인 共工·驩兜 등 네 명이 한 개의 붕당을 이루고, 군자인 八元·八愷 16명이 한 붕당을 이루었습니다.
▶ 共工驩兜 : 모두 요·순 때의 신하 이름, 《서경》 舜典에 의하면, 四凶은 공공과 환두 이외에 三苗와 鯤을 합친 네 사람임.
▶ 八元八愷 : 옛날 요임금 때 일처리를 잘하였던 여덟 명의 신하와 재능과 덕을 갖추었던 다른 여덟 명의 신하《左傳》文公 18년. 元은 善과 통하여 '훌륭한 사람', 愷는 화락의 뜻으로 모든 일을 조화있게 잘 처리한 사람을 뜻함.
舜佐堯, 退四凶小人之朋而進元愷君子之朋, 堯之天下大治.
舜이 요임금을 보좌하여 네 명의 흉악한 소인의 무리를 물리치고 팔원·팔개의 군자의 무리를 등용하여, 요임금의 천하는 크게 잘 다스려졌습니다.
及舜自爲天子, 而皐ㆍ夔ㆍ稷ㆍ契等二十二人, 幷列于朝, 更相稱美, 更相推讓, 凡二十二人, 爲一朋. 而舜皆用之, 天下亦大治.
순이 천자가 되자, 皐陶·夔·后稷·契 등 22명이 모두 조정의 벼슬을 맡아, 서로 좋은 점을 보충해주고 서로 미루고 사양하며 일하였으므로, 모두 22명이 한 붕당을 이루었으나 순임금은 이들을 모두 등용함으로써 천하가 역시 크게 잘 다스려졌습니다.
▶ 皐夔稷契 : 皐는 皐陶로 순임금 때의 법무장관인 士. 夔는 교육과 음악을 관장하던 典樂. 稷은 기가 담당하였던 后稷으로 농업장관. 契은 민정장관인 司徒직에 있던 순임금의 신하《書經》舜典.
▶ 二十二人 : 순임금 밑의 四岳 한 사람과 9官( : 중앙장관) · 12牧( : 지방장관)의 22명≪서경》 순전.
▶ 更相 : 서로, 상호.
『書』曰:
“紂有臣億萬, 惟億萬心, 周有臣三千, 惟一心.”
《書經》에 일렀습니다.
“紂에게는 신하 억만이 있었으나, 또한 억만 갈래의 마음이 있었고, 周나라에는 신하 3천이 있었으나, 오직 한마음이었다.”
▶ 書曰 : 《서경》 泰誓 상편에 보이는 말.
紂之時, 億萬人各異心, 可謂不爲朋矣. 然紂以此亡國.
주왕 때는 억만의 사람이 각기 마음을 달리하였으매, 붕당을 짓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으나 주왕은 그 때문에 나라를 망쳤습니다.
周武王之臣, 三千人爲一大朋, 而周用以興.
周 武王의 신하는 3천 명이 한 개의 큰 붕당을 지었으나, 주나라는 그것을 이용하여 興起하였습니다.
後漢獻帝時, 盡取天下名士, 囚禁之, 目爲黨人. 及黃巾賊起, 漢室大亂, 後方悔悟, 盡解黨人而釋之, 然已無救矣.
後漢 獻帝 때에 천하의 명사를 모두 잡아 감금해놓고 黨人이라 부르다가, 黃巾賊이 일어나서 한나라가 크게 어지러워지자 비로소 깨닫고 후회하여, 당인을 모두 풀어 석방하였으나, 이미 구원이 되지 않았습니다.
▶ 獻帝 : 後漢의 마지막 임금, 190~220 재위. 魏나라 曹丕에게 쫓겨나 山陽公이 되었음.
▶ 黃巾賊 : 후한의 靈帝 中平 원년(184) 봄에 일어났던 도둑 무리. 황건적이 일어나자 皇甫嵩 같은 사람들이 黨禁을 풀어달라고 건의하여 이에 따랐다. 또 앞에 얘기한 黨人을 잡아가두고(桓帝 延熹 9년, 166) 명사들을 당인이라 하여 잡아 죽인 일(靈帝 建寧 2년 169)도 모두 헌제 이전의 일이나, 이런 일로 말미암아 후한이 헌제 때 망했기 때문에 모두 헌제에 붙여 얘기한 듯하다.
唐之晩年, 漸起朋黨之論. 及昭宗時, 盡殺朝之名士, 或投之黃河, 曰:
“此輩淸流, 可投濁流.”
唐나라 만년에 점차 붕당에 관한 의론이 생겨나더니, 昭宗 때에 되어서는 조정의 명사를 모조리 죽였는데, 한번은 그들을 黃河에 던지면서 말하기를
“이 무리는 淸流이니, 濁流에 던지는 게 좋겠다.”라고 하였습니다.
▶ 唐之晚年 : 당나라 憲宗(806~820) · 穆宗(821~824) 이후를 가리킴.
▶ 昭宗時 : 당나라 말기의 임금 昭宣帝 天祐 2년(905)을 소종 때의 일로 잘못 쓴 것임.
而唐遂亡矣.
그러더니 당나라가 마침내 망하였습니다.
夫前世之主, 能使人人異心, 不爲朋莫如紂. 能禁絶善人爲朋, 莫如漢獻帝. 能誅戮淸流之朋, 莫如唐昭宗之世, 然皆亂亡其國.
전세의 임금 중에 사람마다 다른 마음을 가져 붕당을 짖지 못하게 함에 紂王만한 이가 없고, 착한 사람이 붕당을 지음을 금하였던 이로는 한 헌제만한 이가 없고, 淸流의 무리를 誅戮함에는 당 소종 시대 같은 때가 없었으나, 모두 그의 나라를 어지럽혀 망하게 하였습니다.
更相稱美推讓而不自疑, 莫如舜之二十二人, 舜亦不疑而皆用之. 然而後世, 不誚舜爲二十二人朋黨所欺, 而稱舜爲聰明之聖者, 以其能辨君子與小人也.
서로 좋은 점을 칭찬하며, 미루고 사양하면서, 스스로 의심하지 않음에는 순임금의 22人만한 이가 없었고, 순임금도 의심하지 않고 그들을 모두 등용했습니다. 그러나 후세의 사람들이 순임금이 22人의 붕당에게 기만당하였다고 욕하지 아니하고 순임금을 총명한 聖人이라 칭찬함은, 그가 군자와 소인을 분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 誚(초) : 꾸짖다. 욕하다.
周武之世, 擧其國之臣三千人, 共爲一朋, 自古爲朋之多且大, 莫如周.
주 무왕 시대에는 온 나라의 신하 3千人이 함께 한 무리를 지었으매, 자고로 붕당을 지음에 수가 많고 규모가 크기로 주나라 같은 적이 없었습니다.
然周用此以興者, 善人雖多而不厭也.
그러나 주나라는 이들을 등용함으로써 흥성하였으니, 착한 사람이 많더라도 싫어해서는 안 됩니다.
▶ 不厭 : 싫어하지 않다. 만족하지 않고 더 바라다.
夫興亡治亂之迹, 爲人君者, 可以鑑矣.
興亡과 治亂의 발자취를 임금이 된 사람은 거울삼아야 합니다.
▶ 鑑 : 거울. 거울로 삼다.
해설
송나라 仁宗의 慶曆 3년(1043), 이 글의 작자 구양수가 간관이 되어 임금에게 올바른 말을 하기에 힘쓰고 있었다. 그때 강직하기로 이름난 재상 范仲淹이 귀양을 가게 되자, 그는 尹洙·余靖 등과 함께 범중엄의 곧음을 변호하였다.
이때 여러 간사한 자들이 이들을 黨人이라 보게 되어 붕당에 관한 논쟁이 일어났다. 구양수가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기 위하여 이 〈朋黨論〉을 썼다 한다. 그의 이론은 사람들이 붕당을 이루었다는 사실보다도, 모인 사람들이 군자냐 소인이냐 하는 문제가 더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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