鳴蟬賦(명선부)-歐陽修(구양수)
嘉祐元年夏, 大雨水, 奉詔祈晴於醴泉宮, 聞鳴蟬, 有感而賦云.
嘉祐 원년(1056) 여름에 큰비가 내려 임금의 명을 받들어 醴泉宮에서 祈晴하였는데 매미 울음을 듣고 느낀 바 있어서 賦를 지었으니 이러하다.
▶ 嘉祐 : 송나라 仁宗의 연호. 그 원년은 1056년.
▶ 醴泉宮 : 陝西省 麟遊縣에 있던 九成宮. 唐 太宗이 그곳으로 피서갔다가 물맛이 단 샘물[醴泉]을 발견했다고 한다.
肅祠庭以祗事兮, 瞻玉宇之崢嶸.
엄숙한 廟庭에서 공경히 제사지냄이여, 묘당의 높이 솟은 모습 바라본다.
▶ 肅祠庭 : 엄숙한 廟庭.
▶ 祗事 : 공경히 제사를 지냄.
▶ 玉宇 : 크고 화려한 집. 여기서는 예천궁의 건물을 가리킴.
▶ 崢嶸(쟁영) : 우람하게 높이 솟은 모양.
收視聽以淸盧兮, 齋予心以薦誠.
視聽을 거두어 생각을 깨끗이 함이여, 내 마음을 재계하여 정성을 바친다.
▶ 薦誠 : 정성을 다바치다. 정성을 들이다.
因以靜而求動兮, 見乎萬物之情.
靜을 통하여 動을 추구함이여, 만물의 실정을 알게 된다.
於是朝雨驟止, 微風不興, 四無雲而靑天, 雷曳曳其餘聲.
이에 아침비 갑자기 멎고 미풍도 일지 아니하니 사방에 구름 없이 푸른 하늘이고, 우렛소리 우르릉 餘響만 들리네.
▶ 聚止 : 갑자기 멎다.
▶ 曳曳(예예) : 우렛소리가 은근히 울리는 모양.
乃席芳葯, 臨華軒, 古木數株, 空庭草間.
향기로운 자리 깔고 앉아 화려한 난간에서 내려다보니, 고목 몇 그루가 빈 뜰 풀밭에 있네.
▶ 席芳葯 : 葯은 白芷라는 일종의 향초, 따라서 백지를 섞어짠 향기로운 자리를 깔고 앉는 것인 듯하다.
▶ 臨 : 내려다보다
▶ 華軒 : 1.饰有文采的曲栏。借指华美的殿堂。 2.指富贵者所乘的华美的车子。
爰有一物, 鳴于樹顚, 引淸風以長嘯, 抱纖柯而永歎.
여기에 한 물건 있어 나무 끝에서 우는데, 맑은 바람 마시고 길게 휘파람을 불다가, 가느다란 가지 끌어안고 길게 탄식하네.
▶ 纖柯 : 가는 나뭇가지.
嘒嘒非管, 泠泠若絃.
맴맴 우는 소리 피리는 아니고, 소리가 맑아 거문고와 같네.
▶ 嘒嘒(혜혜) : 맴맴 매미가 우는 소리.
▶ 泠泠(영령) : 맑고 시원한 것.
裂方號而復咽, 凄欲斷而還連.
찢어지듯 부르짖다가 다시 흐느끼고, 처량하게 끊어질 듯하다가 다시 이어지네.
▶ 裂方號 : 천을 찢는 소리로 막 부르짖다.
▶ 咽 : 흐느끼다.
吐孤韻以難律, 含五音之自然,
독특한 韻을 토하매 음률 가늠하기 어렵지만, 五音의 自然을 품고 있네.
▶ 孤韻 : 독특한 운율.
▶ 難律 : 음률을 가늠하기 어려운 것.
▶ 五音 : 옛날의 宮·商·角·徵·羽의 다섯 음계.
吾不知其何物, 其名曰蟬.
나는 그것이 어떤 물건인지 알지 못하지만, 그 이름이 매미라네.
豈非因物造形, 能變化者耶.
어찌 물건에 따라 형체를 만들어 변화할 수 있는 놈이 아닌가?
出自糞壤, 慕淸虛者耶.
더러운 흙에서 나와 淸虛를 흠모하는 놈인가?
▶ 糞壤 : 더러운 흙, 매미는 흙 속에 굼벵이로 있다 밖으로 나와 허물을 벗고 매미가 된다.
凌風高飛, 知所止者耶.
바람을 타고 높이 날다가 그칠 곳을 아는 놈인가?
嘉木茂盛, 喜淸陰者耶.
좋은 나무 무성하매 맑은 그늘을 즐기는 놈인가?
呼吸風露, 能尸解者耶.
바람과 이슬을 呼吸하다가 尸解하는 놈인가?
▶ 尸解 : 道家의 神仙術로 형체를 버리고 神仙이 됨.
綽約雙鬢, 修嬋娟者耶.
아리따운 두 갈래 머리가 길고 아름다운 놈인가?
▶ 綽約 : 아리따운 모양.
▶ 雙鬢(쌍빈) : 두 갈래 머리.
▶ 修 : 길다.
▶ 禪娟 : 아름다운 것. 예쁜 것.
其爲聲也不樂不哀, 非宮非徵.
그것이 내는 소리는 즐겁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으며, 宮音도 아니고, 徵音도 아니네.
▶ 宮 : 徵와 함께 五音의 하나.
胡然而鳴, 亦胡然而止.
어찌 그렇게 울다가 또 어찌 그렇게 멈추는가?
▶ 胡然 : 어찌 그렇게 何然.
吾嘗悲夫萬物, 莫不好鳴.
나는 일찍이 만물이 모두가 울기 좋아함을 슬퍼했었네.
若乃四時代謝, 百鳥嚶兮, 一氣候至, 百蟲驚兮, 嬌兒姹女, 語鸝庚兮, 鳴機絡緯, 響蟋蟀兮.
사철이 바뀔 때 온갖 새들이 욺이여, 한 절후가 올 때면 온갖 벌레가 놀람이여, 귀여운 아이나 예쁜 소녀처럼 지저귀는 꾀꼬리여, 베틀 소리 내는 베짱이와 울어대는 귀뚜라미여.
▶ 代謝 : 엇바뀌다.
▶ 嚶(앵) : 새가 울다.
▶ 嬌兒姹女(교아차녀) : 귀여운 아이와 예쁜 소녀, 소년소녀.
▶ 鸝庚(이경) : 꾀꼬리.
▶ 鳴機(명기 : 베를 짜는 소리를 냄.
▶ 絡緯(낙위) : 베짱이, 곤충 이름.
▶ 蟋蟀(실솔) : 귀뚜라미.
轉喉弄舌, 誠可愛兮, 引腹動股, 豈勉强而爲之兮.
목구멍을 구르고 혀를 놀리니 진실로 사랑함이여, 배를 당기고 다리를 움직이며 우니 어찌 억지로 그렇게 하는 것이랴?
▶ 轉喉弄舌 : 목을 굴리고 혀를 희롱한다. 새가 여러 가지 소리로 욺.
▶ 引腹動股 : 배를 당기고 다리를 움직이다. 벌레들이 울 때의 모양임.
至於汚池濁水, 得雨而聒兮, 飮泉食土, 長夜而歌兮.
더러운 연못 흐린 물에서 비를 얻어 요란함이여, 땅속의 물을 마시고 흙을 먹으며 밤새도록 노래함이여.
▶ 聒(괄) : 요란한 것. 시끄러운 것.
彼蝦蟆, 固若有欲, 而蚯蚓, 亦何求兮.
저 맹꽁이는 본시 욕망이 있는 듯하나, 지렁이는 또 무엇을 구할까?
▶ 蝦蟆(하마) : 두꺼비, 맹꽁이.
▶ 蚯蚓(구인) : 지렁이.
其餘大小萬狀, 不可悉名, 各有氣類, 隨其物形, 不知自止, 有若爭能, 忽時變以物改, 咸漠然而無聲.
그 나머지 크고 작은 갖가지 실태는 일일이 들 수도 없으나, 각각 기질이 같은 부류가 있어서 만물의 형상을 따르되, 스스로 그만둘 줄 모르매 재능을 다투는 듯하다가, 갑자기 시절이 변하여 만물도 바뀌면 모두 고요히 소리가 없네.
▶ 悉名 : 자세히 이름을 대다. 일일이 설명하다.
嗚呼, 達士所齊, 萬物一類.
아아! 達士의 분별에는 만물이 한 종류라네.
▶ 達士 : 모든 이치에 통달한 선비.
▶ 所齊 : 같다고 보다. 齊一하다.
人於其間, 所以爲貴, 蓋以巧其語言, 又能傳於文字.
사람이 그중에서 가장 귀중한 까닭은, 말을 교묘히 하고 더욱이 문자로 전하기 때문이네.
是以窮彼思慮, 耗其血氣, 或吟哦其窮愁, 或發揚其志意.
이 때문에, 그의 사려를 다하고 그의 혈기를 소모하며, 혹은 그의 궁핍한 시름을 읊기도 하고, 혹은 그의 뜻과 의사를 드러내기도 하네.
雖共盡於萬物, 乃長鳴於百世, 予亦安知其然哉. 聊爲樂以自喜.
비록 만물을 따라 함께 죽으나, 百世에 길이 울리나니, 나도 그러함을 어찌 인식하겠는가? 잠시 즐기며 스스로 즐길 따름이네.
方將考得失, 較同異, 俄而雲陰復興, 雷電俱擊, 大雨旣作, 蟬聲遂息.
막 득실을 고려하고 異同을 따지는데, 어느새 검은 구름 다시 일고 천둥 번개 함께 치면서 큰비 쏟아지니 매미 소리 멎고 마네.
▶ 吟哦 : 시를 읊다.
해설
매미 울음을 듣고 지은 賦이다. 매미의 울음소리를 빙자하여 만물의 울음을 논하며, 특히 사람들의 울음이라 할 수 있는 문장론도 언급하고 있다. 앞에 보인 〈秋聲賦〉와 함께 그의 文賦의 대표적인 작품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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