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77-秋聲賦(추성부)-歐陽修(구양수)

耽古樓主 2024. 4. 3. 03:37

古文眞寶(고문진보)

秋聲賦(추성부)-歐陽修(구양수)

 


歐陽子方夜讀書, 聞有聲自西南來者, 悚然而聽之曰:
“異哉.”
歐陽子가 밤에 책을 읽고 있다가 서남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오싹 소름이 끼쳐 귀를 기울여 들으며 말하였다.
“이상하구나!”

初淅瀝以蕭颯, 忽奔騰而澎湃, 如波濤夜驚.
처음에는 나무를 스치는 쓸쓸한 바람 소리이더니, 갑자기 솟구쳐 부딪치니, 파도가 밤중에 놀라게 하는 듯하였다.
歐陽子 : 작자 자신을 가리킴.
悚然 : 깜짝 놀라는 모양. 狀賊
淅瀝(석력) : 바람이 나무에 스침.
蕭堀(소삽) : 쓸쓸한 바람소리.
奔騰 : 갑자기 뛰어오름.
澎湃(팽배) : 1. 큰 물결이 맞부딪쳐 솟구침. 2. 어떤 氣勢思潮 따위가 매우 거세게 일어남.

風雨驟至, 其觸於物也, 鏦鏦錚錚, 金鐵皆鳴.
비바람이 몰아쳐서 물건에 부딪치니, 쨍그렁 쨍그렁 소리내며 쇠붙이가 모두 울렸다.
驟至 : 갑자기 들이닥침.
鏦鏦錚錚(창창쟁쟁) : 쇠붙이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

又如赴敵之兵, 銜枚疾走, 不聞號令, 但聞人馬之行聲.”
또 적진으로 가는 병사가 입에 재갈을 물고 질주하듯, 호령은 들리지 않고 人馬가 달리는 소리만 들렸다.
銜枚 : 는 나무로 만든 젓가락처럼 생긴 것으로 양쪽 끝에 끈을 매어 목에 걸도록 되어 있다. 원래는 옛날 큰 제사를 지낼 때 입에 재갈같이 물게 하여 말하거나 떠들지 못하도록 한 것임. 이것을 나라 이후로는 밤에 적군을 기습할 때 병사들이 말하지 못하도록 입에 물게 하였다 함.
號令 : 명령하는 소리.

予謂童子,
“此何聲也? 汝出視之.”
내가 童子에게 말하였다.
“이게 무슨 소리냐? 너 좀 나가 보아라.”

童子曰:
“星月皎潔, 明河在天, 四無人聲, 聲在樹間.”
동자가 말하였다.
“별과 달이 밝게 빛나고 하늘엔 은하수가 걸려 있으며, 사방에 사람소리가 없으며 그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납니다.”
皎潔 : 밝고 깨끗함.
明河 : 은하수.

予曰:
“噫嘻悲哉, 此秋聲也.
내가 말하였다.
“아, 슬프도다! 이것은 가을의 소리구나.
噫嘻 : 감탄사. !

胡爲乎來哉.
어찌하여 온 것인가?
胡爲乎來哉 : 어찌하여 오는가. 는 의문사.

蓋夫秋之爲狀也, 其色慘淡, 煙霏雲斂, 其容淸明. 天高日晶, 其氣冽, 砭人肌骨, 其意蕭條, 山川寂寥.
대저 가을의 모습이란, 그 색은 暗淡하여 안개는 날아가고 구름은 걷히고, 그 모양은 청명하여 하늘은 드높고 태양은 빛나며, 그 기운은 소름 끼치게 차가워 피부와 뼈를 찌르며, 그 뜻은 쓸쓸하여 산천이 고요하다.
蓋夫 : 아마도. 별로 뚜렷한 뜻은 없음.
慘淡 : 暗淡하다.
煙霏雲斂 : 안개가 날아가고 구름이 걷히다.
: 찬란히 빛남.
慄洌(율렬 : 매우 차가움.
破人肌骨(폄인기골) : 사람의 피부와 뼈를 찌르다.
蕭條 : 쓸쓸하고 한적함.
寂廖 : 적막하고 조용함.

故其爲聲也, 凄凄切切, 呼號憤發.
그러기에, 그 소리가 처량하고 애절하며 울부짖는 듯 떨치고 일어나는 듯한 것이다.
凄凄切切 : 처량하고 애절함.
呼號憤發 : 울부짖으며 떨치어 일어남.

豊草綠縟而爭茂, 佳木葱蘢而可悅, 草拂之而色變, 木遭之而葉脫, 其所以摧敗零落者, 乃一氣之餘烈.
풍성한 풀은 푸르러 무성함을 다투고, 아름다운 나무는 울창하게 우거져 볼 만하더니, 풀은 가을이 스치자 색이 변하고, 나무는 가을을 만나자 잎이 떨어지니, 그 꺾이고 시들어 떨어짐은 가을 기운의 다른 매서움이다.
綠褥(녹욕) : 풀이 무성하고 푸른 것을 형용.
葱蘢(총롱) : 푸르게 무성한 것.
拂之 : 는 대명사로 가을 기운을 가리킨다.
推敗零落 : 꺾여서 시들고 말라 떨어짐.
一氣之餘烈 : 가을 기운의 다른 매서움.

夫秋刑官也, 於時爲陰; 又兵象也, 於行爲金, 是謂天地之義氣. 常以肅殺而爲心.
가을은 刑官이니 때로 치면 陰의 때요, 전쟁의 형상이니 五行으로 따지면 金이요, 천지간의 義氣라 하겠으니, 항상 냉엄함을 본심으로 가진다.
刑官 : 周禮에 의하면 관제를 여섯으로 나누어 ·····이라 하였으며 그 중 추관은 을 관장하였다. 가을을 형관이라 한 것은 가을이 만물을 말려 죽이기 때문이다.
: 사계절을 陰陽으로 따지면 봄 여름은 양에 속하고 가을·겨울은 음에 속한다.
兵象 : 兵器의 형상, 가을 기운이 만물을 말려 죽임이 병기가 사람을 상하게 함과 같다고 하여 이렇게 말한 것.
於行爲金 : 오행으로 치면 이 된다. 행은 오행, 옛사람들은 오행을 우주 사이의 다섯 가지 원소로 보아서, 오행의 변화를 통하여 인생과 우주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였다.
義氣 : 정의로운 기운.
以肅殺而爲心 : 냉혹한 기후로 시들고 마르게 함을 마음으로 삼다.

天之於物, 春生秋實.
하늘은 만물에 대해 봄에는 나고 가을에는 열매 맺게 한다.

故其在樂也, 商聲主西方之音, 夷則爲七月之律, 商傷也, 物旣老而悲傷; 夷戮也, 物過盛而當殺.
그러므로 음악으로 치면, 商聲으로 西方의 음을 주관하고 夷則으로 7월의 음률이니, 商은 傷의 뜻이매 만물이 노쇠하여 마음이 슬프고 쓰라리며, 夷는 戮의 뜻이매 만물이 융성을 지나서 죽음을 맞는다.
商聲主西方之音 : 고대의 방위에서 西方이고, 계절은 이고, 음은 商聲이다. 상성은 서쪽의 소리를 주관한다.
夷則 : 옛날의 12黃鐘·大呂·太簇·夾鐘·枯洗·仲呂·蕤賓·林鐘·夷則·南呂·無射·應鐘의 열두 가지인데, 12율을 12개월에 각각 배치하면 이칙은 7월이고, 곧 가을에 해당한다.

嗟乎! 草木無情, 有時飄零.
아! 초목은 감정이 없으나 때가 되니 바람에 날리어 떨어지도다.
飄零 : 바람에 나부끼어 떨어짐.

人爲動物, 惟物之靈, 百憂感其心, 萬事勞其形, 有動于中, 必搖其精, 而況思其力之所不及, 憂其智之所不能.
사람은 동물로서 만물의 靈長이매, 온갖 근심을 마음에 느끼고 온갖 일에 그 몸이 수고로우니, 마음에 동요가 있으면 언제나 그 정신을 뒤흔드는데, 하물며 그 힘이 미치지 못함을 생각하고 그 지혜로 불가능함을 근심함에랴?
有動于中 : 마음속에 느끼어 움직이는 바가 있음.

宜其渥然丹者爲槁木, 黟然黑者爲星星.
紅顔이 마른 나무가 되고 까맣던 머리가 백발이 되어 버림도 마땅한 일이다.
渥然 : 붉고 윤이 나는 모양.
黟然 : 머리가 새까만 것.
星星 : 백발이 성성함.

奈何非金石之質, 欲與草木而爭榮?
金石의 바탕이 아니면서 어찌하여 초목과 더불어 번영을 다투려 하는가?

念誰爲之戕賊, 亦何恨乎秋聲.”
누가 저들을 죽이고 해치는지 생각한다면 또한 어찌 가을의 소리를 한하는가?“
戕賊(장적) : 죽이고 傷害.

童子莫對, 垂頭而睡.
동자는 아무 대답 없이 머리를 떨구고 자고 있다.

但聞四壁蟲聲喞喞, 如助予之歎息.
단지 사방 벽의 벌레 소리만 찌륵찌륵 들리니, 마치 나의 탄식을 돕는 듯하다.
喞喞(즉즉) : 벌레가 우는 소리.

 

 

 

 해설


구양수는 宋 초기의 대문호로 詩·散文·詞 등 각 방면에서 송대 문학의 선봉이 된 작가이다그는 문학뿐만 아니라 학술·정치면에서도 그 시대의 영도자적 위치에 있었으며그로 인하여 송대 문학과 학술이 개혁될 수 있었다그의 문장은 쉬우면서도 유창하고 서술이 섬세한 경향을 보여준다.
이 글은 그가 52세 때의 가을에 처량한 가을 소리를 듣고 일어나는 감흥을 동자와의 대화 형식을 빌어 써낸 것이다가을바람의 쓸쓸함과 만물이 凋落하는 景物을 보고 자연현상의 推移와 인간생활을 연관시켜 인생의 덧없음을 탄식한 작품이다.

漢代에 이미 발전을 한 는 魏·晉·南北朝와 대를 거치면서 지나친 형식미만을 추구하는 排賦와 律賦로 변천해 왔다송대에 이르러 구양수와 蘇軾 등에 의해 당 杜牧의 〈阿房宮賦〉에서 비롯된 文賦가 다시 발전되어 작자의 개성이 담긴 산문적인 부의 양식이 확립되었으며 이 〈추성부〉는 소식의 〈赤壁賦〉와 함께 그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