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58-愚溪詩序(우계시서)-柳宗元(유종원)

耽古樓主 2024. 3. 26. 20:08

古文眞寶(고문진보)

愚溪詩序(우계시서)-柳宗元(유종원)

 


灌水之陽有溪焉, 東流入于瀟水.
灌水 북쪽에 시냇물이 있는데, 동쪽으로 흘러 瀟水로 들어간다.
灌水 : 瀟水의 지류.
: 북쪽. 산의 양은 남이고 물의 양은 북이다.
瀟水 : 永州 지방의 강물로 湖南省 九疑山에서 시작하여 湘水로 흘러감.

或曰:冉氏嘗居也. 故姓是溪, 爲冉溪, 或曰:可以染也, 名之以其能. 故謂之染溪.
冉氏가 산 적이 있으므로 이 시냇물에 성을 붙여 冉溪라 불렀다고도 말하고, 이 시냇물로 물들일 수가 있어서 그 효능으로 명명하여 染溪라 부른다고도 말한다.
名之以其能 : 功用을 취하여 이름을 지음.

余以愚觸罪, 謫瀟水上, 愛是溪, 入二三里, 得其尤絶者, 家焉.
나는 어리석어 죄를 짓고 소수로 귀양갔다가 이 시냇물을 사랑하게 되어, 2~3里 들어간 곳에 더욱 절경을 발견하고 집을 짓고 살게 되었다.
余以愚觸罪 : 나는 어리석음으로 인하여 죄를 범하였다. 이는 唐 憲宗, 805년 때에 유종원이 王叔文 黨 사건에 연루되어 永州司馬로 좌천된 일을 가리킴.

古有愚公谷, 今予家是溪而名莫能定, 土之居者, 尤齗齗焉, 不可以不更也. 故更之爲愚溪.
옛날에 愚公谷이 있었지만, 지금 내가 이 시냇가에 집을 짓고 살게 되어도 이름을 정하는 자가 없고, 토착의 주민은 더욱 말이 많아 이름을 바꾸지 않을 수가 없으므로, 愚溪라고 바꾸었다.
愚公谷 : 현재 山東省 臨淄縣 서쪽에 있는 골짜기 이름.
土之居者 : ''柳河東全集''로 되어있다.
尤齗齗焉 : 더욱 말이 많은 것. 은 말다툼하는 모양.

愚溪之上, 買小丘, 爲愚丘, 自愚丘, 東北行六十步, 得泉焉, 又買居之, 爲愚泉.
우계 가에서 작은 언덕을 사서 愚丘라 부르고, 우구로부터 동북쪽으로 60步 정도 가서 샘물을 발견하여 또 그것을 사서 차지하고 愚泉이라 불렀다.

愚泉凡六穴, 皆出山下平地.
우천은 모두 여섯 구멍인데 모두 산밑의 평지로 흘러가고 있다.

蓋上出也, 合流屈曲而南爲愚溝, 遂負土累石塞其隘爲愚池, 愚池之東爲愚堂, 其南爲愚亭, 池之中爲愚島.
위에서 나와서, 합류하여 구불구불 남쪽으로 흘러 愚溝가 되고, 흙을 져 오고 돌을 갖다 쌓아 좁은 곳을 막아서 愚池가 되고, 우지의 동쪽은 愚堂이 되고, 남쪽은 愚亭이 되고, 못 가운데는 愚島가 된다.

嘉木異石錯置, 皆山水之奇者, 以余故, 咸以愚辱焉.
아름다운 나무와 기이한 돌이 엇섞여 놓여 있으매, 모두 기이한 산수이나, 나 때문에 모두가 어리석다는 逢變을 당하고 있다.

夫水智者樂也, 今是溪獨見辱於愚何哉?
물은 智者가 즐기는 것인데, 이 냇물은 유독 愚로 욕을 보고 있음은 무엇 때문인가?
夫水智者樂也 : 논어雍也편에 나오는 말.

 

 

論語集註 雍也 第六(논어집주 옹야 제육) 第二十一章

▣ 第二十一章 子曰: 「知者樂水,仁者樂山;知者動,仁者靜;知者樂,仁者壽。」 孔子께서 말씀하였다. “智者는 물을 좋아하고 仁者는 山을 좋아하며, 智者는 動的이고 仁者는 靜的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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蓋其流甚下, 不可以灌漑, 又峻急多砥, 大舟不可入也, 幽邃淺狹, 蛟龍不屑, 不能興雲雨, 無以利世, 而適類於余, 然則雖辱而愚之可也.
그 흐름이 매우 낮아서 논밭에 물을 댈 수가 없고, 또 가파른 급류인 데다가 큰 돌이 많아서 큰 배는 들어갈 수가 없고, 그윽하고 깊고 얕고 좁아서 蛟龍이 거들떠보지 않아 구름과 비를 일으키지 못하여. 그로써 세상을 이롭게 함이 없어서 나와 부류가 맞으니 비록 욕보이고 어리석다 해도 괜찮을 터이다.
() : 유하동전집에는 ''로 되어 있다. 물 속에 솟아오른 곳 [水中高地].
不屑 : 경시함. 좋아하지 않음.

寗武子邦無道則愚, 智而爲愚者也, 顔子終日不違如愚, 睿而爲愚者也, 皆不得爲眞愚.
옛날 甯武子는 나라가 무도하면 어리석어졌는데, 지혜로우면서도 어리석은 체했던 사람이고, 顔回는 하루종일 가르침을 어기지 않으니 어리석은 듯하였는데, 총명하면서도 어리석은 체했던 사람이니, 모두 진정한 어리석음이라 말할 수 없다.
▶ 寗 武子 : 寗 譌字. 논어公冶長편에 '영무자는 나라가 안정되어 있을 때면 지혜를 발휘하였고, 나라가 어지러울 때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였다. 그가 지혜를 발휘함은 다른 사람이 미칠 수 있지만, 어리석게 행동하는 데는 미치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論語集註 公冶長 第五(논어집주 공야장 제오) 第二十章

▣ 第二十章 子曰: 「寗武子邦有道則知,邦無道則愚。 其知可及也,其愚不可及也。」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寗武子는 나라에 道가 있을 때는 지혜로움이 드러났고, 나라에 道가 없을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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顔子 : 顔回. 논어 爲政편에  '나와 안회가 하루종일 이야기할 때 그는 바보처럼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한다. 하지만 그가 물러나 다른 사람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눔을 살펴보면 나에 대하여도 啓發하는 바가 있으니 그는 결코 바보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論語集註 爲政 第二(논어집주 위정 제이) 第九章

▣ 第九章 子曰: 「吾與回言終日,不違如愚。 退而省其私,亦足以發。 回也不愚。」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回와 더불어 온종일 이야기를 하였으나, 내 말과 어긋나지 않아 어리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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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원은 영무자와 안회의 예를 통하여 자신의 眞愚를 설명하였다.
: 슬기로움. 통달함.

今余遭有道, 而違於理悖於事. 故凡爲愚者莫我若也.
지금 나는 有道의 세상을 만나고도 이치에 어긋나고 사리에 거스르고 있으므로 온갖 어리석은 자에 나처럼 어리석은 자는 없다.

夫然則天下莫能爭是溪, 余得專而名焉.
그래서 천하에 이 시냇물을 다투는 사람이 없어 내가 독점할 수 있어서 이름을 붙였다.

溪雖莫利於世, 而善鑑萬類, 淸瑩秀徹, 鏘鳴金石, 能使愚者, 喜笑眷慕, 樂而不能去也.
시냇물이 비록 세상에 아무런 이익도 주지는 못하나, 만물을 잘 비추어 주고, 맑게 빛나며 빼어나게 통달하고, 쇳소리 돌소리 쟁쟁 울리어, 어리석은 자를 기뻐 웃으며 돌아보고 흠모하여 즐거워 떠나지 못하게 할 수가 있다.
: 밝게 비침.
萬類 : 萬物.
: 유하동전집에는 로 되어 있음. 바닥이 보일 정도로 물이 맑고 투명함.
() : 옥소리처럼 물 흐르는 소리가 남.
金石 : 악기의 通稱. 물소리가 악기소리처럼 남.
眷慕 : 잊지 못해 돌아보고 그리워함.


余雖不合於俗, 亦頗以文墨自慰, 漱滌萬物, 牢籠百態, 而無所避之, 以愚辭, 歌愚溪, 則茫然而不違, 昏然而同歸, 超鴻蒙, 混希夷, 寂寥而莫我知也.
나는 비록 시속과 맞지 못하나, 또한 자못 文墨으로 자위하면서 만물을 씻어내고, 백태를 포괄하여 회피함이 없이, 어리석은 표현으로 우계를 노래할 것이다. 그러면 멍청하면서도 도리를 어기지 않고 잘 모르면서도 만물과 同歸하되, 鴻蒙을 초월하고 希夷와 섞여, 적막한 가운데 나 자신을 알지 못할 터이다.
漱滌(수척) : 양치질하고 씻음.
牢籠百態 : 온갖 양상을 모두 포괄함.
鴻蒙 : 天地自然. 천지가 아직 나누어지지 않은 혼돈한 상태.
希夷 : 老子14장에 '보아도 보이지 않음과, 들어도 들리지 않음을 라 한다'라는 데에서 유래한 말이다.

於是作八愚詩, 紀于溪石上.
이에 八愚詩를 지어 시냇가 바위에 새긴다.
: 와 통함.

 

 

 해설

 

유종원이 〈八愚詩〉를 지으면서 자신이 유배되어 있는 곳의 지형지물을 ‘愚'자로 포괄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묘사한 序文體의 글이다.
전편에 '愚'로 나타나는 농담조의 어투에 유배생활의 비참함이 산견되지만, 후반부는 문인으로서의 자부심과 諷諭性을 교묘하게 숨기고 있어 앞의 부분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팔우시〉는 현존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