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55-答韋中立書(답위중립서)-柳宗元(유종원)

耽古樓主 2024. 3. 25. 04:08

古文眞寶(고문진보)

答韋中立書(답위중립서)-柳宗元(유종원)

 

二十一日, 宗元白.

21일에 유종원이 아룁니다.

 

辱書云欲相師, 僕道不篤, 業甚淺近, 環顧其中, 未見可師者.

보내주신 글에서 저를 스승으로 삼으려 하셨으나, 저의 道業이 독실하지 못하고 학업도 매우 천박하여 그 속을 둘러보아도 스승으로 삼을 만한 점이 없습니다.

辱書 : 욕되게도 편지를 보내주다.

 

雖嘗好言論爲文章, 甚不自是也.

비록 항상 언론을 좋아하고 문장을 지으나, 스스로 매우 부족하게 여깁니다.

自是 : 1.당연히. 2.자기가 옳다고 여기다. 3.이로부터. 이곳부터. (=從此)

 

不意吾子自京都, 來蠻夷間, 乃幸見取.

뜻하지 않게 그대가 京師로부터 오랑캐 고장으로 오시니, 영광스럽게도 저는 스승으로 선택되었습니다,

蠻夷間 : 옛날에는 長江 이남은 남쪽의 오랑캐가 雜居한다고 하여 '南蠻'이라고 불리었는데, 여기서는 유종원이 유배당한 永州를 가리킨다.

 

僕自卜固無取, 假令有取, 亦不敢爲人師.

저는 자신에게 스승으로 선택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매, 설령 선택되었다 해도 남의 스승은 감히 되지 못합니다.

自卜 : 스스로 헤아림.

 

爲衆人師, 且不敢, 況敢爲吾子師乎.

보통사람들의 스승조차 무릅쓰지 못할 바인데, 어찌 감히 그대의 스승이 되겠습니까?

 

孟子稱人之患, 在好爲人師.

孟子는 사람의 폐단은 남에게 스승이 되기를 좋아함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由魏晉氏以下, 人益不事師, 今之世, 不聞有師, 有輒譁笑之, 以爲狂人.

魏晉시대 이후로 사람들이 점점 스승을 모시지 않게 되어 요즈음에는 스승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고, 있다고 하면 모두가 비웃으며 미친 사람이라 여깁니다.

 

獨韓愈奮不顧流俗, 犯笑侮, 收召後學, 作「師說」, 因抗顔而爲師.

韓愈만은 분연히 유속을 돌보지 않고 비웃음과 모욕을 무릅쓰면서 후학을 불러모으고 〈師說〉을 지으면서 엄숙한 얼굴을 하고 스승이 되었습니다.

人之患在好爲人師 : 孟子離婁上 23에 나오는 말.

 

 

맹자집주 이루장구 상 제23장

孟子曰: 「人之患在好爲人師.」 孟子가 말하였다. “사람들의 병통은 남의 스승이 되기를 좋아함에 있느니라.” 王勉曰: 「學問有餘, 人資於己, 以不得已而應之可也. 若好爲人師, 則自足而不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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師說 : 한유가 지은 師道에 관한 글.

 

 

後集43-師說(사설)-韓愈(한유)

師說(사설)-韓愈(한유) 古之學者必有師, 師者所以傳道ㆍ授業ㆍ解惑也. 옛날의 학자에게는 반드시 스승이 있었으니, 스승이란 도를 전하고 학업을 가르치며 의혹을 풀어주는 자이다. ▶ 道 :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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抗顔 : 바른 얼굴을 함. 엄숙한 표정을 지음.

 

世果群怪聚罵, 指目牽引而增與爲言詞.

世人들이 과연 떼를 지어 이상하게 여기며 욕을 퍼붓고, 손가락질 곁눈질하며 사람들을 끌어다가 말을 부풀려 놓았습니다.

指目 : 손가락질하고 흘겨봄.

牽引 : 사람들을 끌어모음. 또는 견제함.

 

嘗以是得狂名, 居長安, 炊不暇熟, 又挈挈而東, 如是者數矣.

한유는 이 때문에 미쳤다는 오명을 얻고, 長安에 있으면서 취사하여 밥이 익을 겨를도 없이 황급히 동쪽으로 떠났는데, 이런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 柳河東全集에는 ''로 되어 있음.

必不暇熟 : 밥을 지으려고 불을 때다가 밥이 익을 겨를이 없음. 곧 황망한 상태를 일컬음.

挈挈(설설) : 바쁜 모양. 황급한 모양, '挈挈而東元和 초년에 한유가 國子博士로 있다가 東都(: 당나라 때의 낙양)官員外郞으로 옮긴 일을 지칭함.

 

屈子賦曰:

“邑犬群吠, 吠所怪也.”

屈原의 賦에서는 일렀습니다.

“마을의 개가 떼를 지어 짖을 때는, 괴이하게 여기는 것을 짖는 것이다.”

屈子 : 屈原.

邑犬羣吹, 吹所怪也 : 굴원의 작품 九章懷沙편에 나오는 말.

 

僕往聞 庸ㆍ蜀之南, 恒雨少日日出則犬吠.

이전에 제가 듣기에, 庸·蜀의 남쪽에는 항상 비가 오고 해가 나는 날이 드물매 해가 뜨면 개들이 짖는다고 합디다.

: 옛 나라 이름. 지금의 湖北省 지방임.

 

予以爲過言, 前六七年, 僕來南二年冬, 幸大雪踰嶺, 被南越中數州, 數州之犬, 皆蒼黃吠噬狂走者累日, 至無雪乃已, 然後始信前所聞者.

저는 과장된 말로 여겼는데, 6~7년 전 제가 남쪽 지방으로 온 지 두 번째 해 겨울에 큰 눈을 만나 五嶺 너머 南越의 몇 州를 덮은 일이 있었는데, 여러 州의 개가 모두 놀라 짖고 물고 미쳐 돌아다니기 며칠, 눈이 없어진 뒤에야 그쳤고, 그제서야 저는 전에 들었던 얘기를 비로소 믿었습니다.

: 五嶺, 大庾嶺·騎田嶺·都龐嶺·萌渚嶺·越城嶺으로, 서쪽으로는 貴州省부터 동으로는 福建省까지 이름.

南越 : 옛 나라 이름으로 南粵이라고도 하며 漢高祖趙佗를 남월왕으로 세운 이후 廣東·廣西省兩省으로 이어짐.

蒼黃 : 허둥지둥 당황함. 놀람.

: 씹다, 물다.

 

今韓愈旣自以爲蜀之日, 而吾子又欲使吾爲越之雪, 不以病乎.

지금 한유는 이미 자신을 촉의 해로 생각하나, 그대가 또 나를 남월의 눈으로 만들려고 하니 어찌 병통이라 여기지 않겠습니까?

 

非獨見病, 亦以病吾子.

저만 병폐를 입을 뿐 아니라 선생에게도 폐단이 됩니다.

 

然雪與日, 豈有過哉.

하지만 해와 눈에게 무슨 허물이 있겠습니까?

 

顧吠者犬耳. 度今天下, 不吠者幾人?

도리어 짖는 것은 개이니, 생각건대 요즈음 천하에 짖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而誰敢衒怪於群目, 以召鬧取怒乎.

그러니 누가 감히 군중의 눈에 衒怪함으로써 소란을 부르고 분노를 자초하겠습니까?

 

僕自謫過以來, 益少志慮, 居南中九年, 增脚氣病, 漸不喜鬧. 豈可使呶呶者, 早暮咈吾耳騷吾心?

저는 폄적된 이후 뜻이 더욱 적어졌고, 남쪽에서 거처하기 9년에 脚氣病이 심해져서 점점 떠들썩한 일은 좋아하지 않게 되었으니, 어찌 떠들썩하게 함으로써 밤낮으로 내 귀를 귀찮게 하고 내 마음에 소란을 피우겠습니까?

居南中九年 : 유종원은 永貞 원년(805)王叔文 黨 사건에 연루되어 禮部員外郞에서 永州司馬로 좌천되었다. 이 글이 원화 8(813)에 지어졌으니 유종원이 좌천된 지 10년째가 되는 셈이다.

呶呶(노노) : 떠들썩하여 시끄러운 모양.

()-어김. 거슬림.

 

則固僵仆煩憒, 愈不可過矣.

그렇게 된다면 저는 정말 번잡함에 쓰러져 더더욱 잘 지내지 못할 터입니다.

僵仆(강부) : 엎어져 넘어짐

煩慣(번궤) : 심란하고 번잡함. 또는 그러한 일.

 

平居望外遭齒舌不少, 獨欠爲人師耳.

평소 생활에도 뜻하지 않게 구설수를 만남이 적지 않은데, 유독 남에게 스승이 됨에만 빠지겠습니까?

齒舌 : 賞讚 또는 비방. 여기서는 후자의 뜻.

 

抑又聞之, 古者重冠禮, 將以責成人之道, 是聖人所尤用心也, 數百年來, 人不復行.

또 듣건대 옛날에 冠禮를 중시함은 그것으로 成人의 도리를 책임 지우려 함이고, 聖人이 특히 마음을 썼던 바이나 수백 년간 사람들이 다시 행하지 않았습니다.

冠禮 : 남자 나이 20세에 을 쓰고 성인이 되는 예식.

 

近者孫昌胤者獨發憤行之, 旣成禮, 明日造朝, 至外廷, 薦笏, 言於卿士曰:

“某子冠畢.” 應之者咸憮然.

요즈음 孫昌胤이란 사람이 홀로 발분하여 관례를 행하려고 하여, 예를 치르고 나서 이튿날 조정에 나감에 外廷에 이르러 笏을 들어올리고 卿·士에게

“내 자식이 관례를 마쳤소.”라고 말하였으나 응대하던 사람이 모두 멍청히 있기만 했습니다.

外廷 : 임금이 청정하는 곳.

: 조정의 관리들이 손에 드는 으로 조견시에 휴대하며, 유사시에는 여기에다 글을 적어두기도 하였다 함. 薦笏은 조정의 관리들이 접견시 홀을 손으로 올리고 예를 표하는 동작.

憮然 : 멍청히 있는 모양.

 

京兆尹鄭叔則, 怫然曳笏却立曰:

“何預我邪,”

廷中皆大笑.

京兆尹 鄭叔則이 성을 내면서 홀을 당기고 뒤로 물러나 서서 말하기를,

“그것이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오?”

라고 하자 조정의 사람들이 모두 크게 웃기까지 하였습니다.

京兆尹 : 漢代부터 설치되어 京師를 총괄하는 관직.

怫然(불연) : 불끈하며 성을 내는 모양.

: 물러남.

: 미침. 상관함. 참여함.

 

天下不以非鄭尹而怪孫子何哉?

세상 사람들이 정숙칙을 그르다고 여기지 않고 손창윤을 괴이하게 여겼는데 왜 그랬겠습니까?

 

獨爲所不爲也, 今之命師者大類此.

남이 하지 않는 바를 홀로 행하였기 때문이니, 지금 스승의 이름을 가진 자도 대개 이와 비슷할 터입니다.

 

吾子行厚而辭深, 凡所作皆恢然有古人形貌, 雖僕敢爲師, 亦何所增加也?

그대의 덕행은 두텁고 文辭는 깊어, 지은 문장이 모두 넓어서 古人의 모습을 갖추었으니 설사 제가 스승이 되더라도 보탤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恢然 : 넓고 큰 모양. 여유가 많은 모양.

 

假而以僕年先吾子, 聞道著書之日不後, 誠欲往來言所聞, 則僕固願悉陳中所得者.

假使 저의 나이가 선생에 앞서고, 道를 듣고 글을 지은 날이 뒤처지지 않아서, 정성껏 왕래하며 견문을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라면, 저는 제가 터득한 바를 모조리 펼쳐 보이기를 진정으로 원합니다.

中所得 : 마음속으로 체득한 바. 心得한 바.

 

吾子苟自擇之, 取某事去某事則可矣.

그대는 다만 스스로 선택하되, 어떤 것은 취하고 어떤 것은 버리면 되겠습니다.

 

若定是非, 以敎吾子, 僕才不足而又畏前所陣者, 其爲不敢也決矣.

이를테면 시비를 결정함이나 그대를 가르침은, 저의 재주가 부족하고 더욱이 앞서 진술한 것이 두려워서 감히 하지 못함이 決然합니다.

 

吾子前所欲見吾文, 旣悉以陳之, 非以耀明于子, 聊欲以觀子氣色, 誠好惡何如也, 今書來言者皆太過, 吾子誠非佞譽誣諛之徒, 直見愛甚故, 然耳.

그대가 예전에 보려던 내 글은 이미 모두 보여드렸으나, 결코 그대에게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 단지 그대의 기색을 살펴 진실된 好惡가 어떠한지 알려고 함이었으매, 오늘 글을 보내 말한 것은 지나치니, 선생은 분명 영합하여 칭찬하거나 거짓으로 아첨하는 사람이 아니므로, 그저 제 글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그러셨을 터입니다.

佞譽 : 뜻에 영합하여 칭찬함.

誣諛 : 간사하게 아첨함.

 

始吾幼且少, 爲文章, 以辭爲工, 及長, 乃知文者, 以明道.

과거 내가 어리고 젊었을 적에는 글을 지음에 文辭에 기교를 다하였으나, 장성하여서는 문장이란 聖人의 도를 밝히는 도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明道 : 도를 밝힘. 이는 한유와 유종원이 함께 제창했던 唐代 古文運動'文以載道' 사상과 통한다.

 

固不苟爲炳炳爣烺, 務采色夸聲音, 而以爲能也.

본래 문장은 겉만 아름답고 화려하거나, 文采에 힘쓰고 聲律을 과식함으로써 能事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炳炳爣烺(병병당랑) : 활활 타처럼 밝은 모양. 여기서는 문장의 화려함을 일컬음.

采色 : 문장의 수식.

聲音 : 문장의 음성의 조화를 통한 수식聲律.

 

凡吾所陳皆自謂近道, 而不知道之果近乎, 遠乎.

제가 말한 바는 모두 도에 가깝다고 제 자신은 여기고 있으나, 정말로 도에 가까운지 멀리 떨어졌는지 알지 못합니다.

 

吾子好道而可吾文, 或者其於道, 不遠矣.

그대는 성인의 도를 좋아하여 제 글을 좋게 보셨으니, 어떤 것은 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터입니다.

 

故吾每爲文章, 未嘗敢以輕心掉之, 懼其剽而不留也.

그러므로, 저는 문장을 지을 적마다 감히 경솔한 마음으로 붓을 흔듦으로써 글이 경박하여 남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輕心 : 마음을 가볍게 함. 경솔한 마음가짐.

: 흔듦, 떨침. 여기서는 글을 짓기 위해 붓을 휘두르는 행위를 말함.

() : 가벼움. 여기서는 글의 경박함을 일컬음.

 

未嘗敢以怠心易之, 懼其弛而不嚴也.

감히 태만한 마음으로 쉽게 여김으로써 글이 허술하여 엄숙하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 : 쉽게 여김. 글을 쉽게 지음.

: 글의 체제가 느슨함.

 

未嘗敢以昏氣出之, 懼其昧沒而雜也.

감히 혼미한 정신으로 지음으로써 글이 曖昧模糊하여 번잡함을 염려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未嘗敢以矜氣作之, 懼其偃蹇而驕也.

감히 오만한 자세로 지음으로써 글이 교만하여 제멋대로일까 걱정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偃蹇 : 교만한 모양.

 

抑之欲其奧, 揚之欲其明, 疏之欲其通, 廉之欲其節. 激而發之欲其淸, 固而存之欲其重, 此吾所以羽翼夫道也.

억누름은 글의 심오함을 원함이고, 發揚함은 글을 분명함을 원함이며, 소략함은 글의 소통을 위함이며, 끊듯이 지음은 절제를 원함이며, 激發함은 글이 맑기를 원함이며, 고집을 세움은 글의 중후함을 원하기 때문이니, 이것이 제가 성인의 도를 보좌하는 방법입니다.

·: 여기서는 '문장'을 지칭하는 대명사.

: ‘끊다’. ‘모나다의 뜻이 있다

羽翼 : 좌우에서 보좌함.

 

本之『書』, 以求其質, 本之『詩』, 以求其恒, 本之『禮』, 以求其宜, 本之『春秋』, 以求其斷, 本之『易』, 以求其動, 此吾所以取道之原也.

《書經》에 근본을 두어 질박함을 구하며, 《詩經》에 근본을 두어 恒久를 구하며, 《禮記》에 근본을 두어 適宜를 구하며, 《春秋》에 근본을 두어 斷乎함을 구하며, 〈易經〉에 근본을 두어 변화의 이치를 구하니, 이는 제가 도의 근원을 찾는 방법입니다.

: 詩經의 작품들처럼 오래도록 傳誦되는 長久性.

: 합당한 것, 옳은 것.

: 春秋筆法과 같은 과감한 결단력과 褒貶性.

: 움직임. 변화.

 

參之穀梁氏, 以厲其氣, 參之『孟』ㆍ『荀』, 以暢其支, 參之『莊』ㆍ『老』, 以肆其端, 參之『國語』, 以博其趣, 參之「離騷」, 以致其幽, 參之太史公, 以著其潔, 此吾所以旁推交通而以爲文也.

《穀梁傳》을 참고하여 글의 기세를 단련하고, 《孟子》 《荀子》를 참고하여 글의 출로를 틔우며, 《莊子》 《老子》를 참고하여 글의 단서를 개척하며, 《國語》를 참고하여 글의 정취를 넓히며, 「離騷」를 참고하여 글의 幽深함에 이르고, 《史記》를 참고하여 글의 간결함을 드러내니, 이는 제가 널리 참작하고 두루 통찰하여 글을 짓는 방법입니다.

暢其支 : 문장의 가지. 곧 문장의 줄거리가 사방으로 통하게 함.

旁推交通 : 널리 참작하고 두루 통찰함.

 

凡若此者, 果是邪. 非邪. 有取乎. 抑其無取乎.

이러한 방법이 과연 옳습니까, 틀렸습니까? 취할 것이 있습니까, 아니면 취할 것이 없습니까?

 

吾子幸觀焉擇焉, 有餘, 以告焉.

그대가 보고 선택하여 틈이 있으면 제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苟亟來以廣是道, 子不有得焉, 則我得矣, 又何以師云爾哉.

만약 그대가 자주 와서 성인의 도를 넓히면, 그대에겐 소득이 없을지라도 나에겐 소득이 있을 터인데, 무엇 때문에 스승 운운하겠습니까?

() : 급히, 자주.

 

取其實而去其名, 無招越ㆍ蜀吠怪而爲外廷所笑, 則幸矣.

알맹이는 취하고 껍데기는 버리되, 南越과 촉의 吠怪나 외정의 비웃음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습니다.

 

 

 

 

 

 해설

 

제명이 《柳河東全集》에는 〈答韋中立論師道書〉라 되어 있다. 

韋中立은 譚州刺史였던 韋彪의 손자라는 정도밖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위중립이 유종원에게 스승이 되어 달라는 편지를 보냈는데, 여기에 답하면서 스승이 되기 어려움과 학문을 하고 글을 짓는 방법에 대하여 논한 글이다.

 

좌천된 상황에서도 굽히지 않는 지식인의 지조와 겸손함이 함께 깃들어 있으며, 후반부에서는 당시에 제창되었던 古文運動의 정신이 문장 창작방법을 통해 서술되었다.

 

迂齋曰:
우재가 말했다.

“觀後面三節, 則子厚平生用力於文字之功, 一一可考.
“뒷면의 세 마디를 보면 유종원이 평생토록 문자에 힘쓴 공을 일일이 상고해볼 수 있다.

韓退之ㆍ老蘇ㆍ陳後山, 凡以文名家者, 人人皆有經歷, 但各有入頭處與自得處耳.”
한퇴지와 소순, 진사도 등 모든 문장의 명가들은 모두 다 경력이 있으니, 다만 각각 처음 들어간 곳과 자득한 곳이 있을 뿐이다.

○ 古云:
옛말에 일렀다.

“師臣者帝, 能自得師者王”
“신하를 스승 삼는 사람은 천자가 되고 스스로 스승을 얻은 사람은 임금이 된다.”

帝王猶必有師, 況學者乎?
제왕조차 반드시 스승이 있었는데 하물며 학자임에랴?

唐世, 人不事師, 最風俗不古處.
당나라 시대에 사람은 스승을 섬기지 않았으니 최고로 풍속이 예스럽지 않았다.

韓文公「師說」, 已歎之矣.
한유가 「사설」에서 이미 그런 상황을 탄식했고

柳子厚此書所云, 尤可歎也.
유자후가 이글에서 말한 것은 더욱 탄식할 만하다.

師道之立, 莫盛於宋, 周ㆍ程ㆍ張ㆍ朱出而師友淵源, 上接魯ㆍ鄒, 卓哉.
師道가 수립된 것이 송나라 때보다 성대한 적이 없었으니, 주돈이, 이정, 장재, 주희가 나와 스승과 제자의 연원이, 윗대로 노나라 공자와 추나라 맹자까지 이어졌으니 우뚝하도다.

李唐之陋, 至是一洗矣.
이씨 당나라의 비루함이 이에 이르러 한 번 씻어졌다.

此篇, 雖辭爲師之名, 而告以平生用功及所得之辭, 已示以爲師之實.
이 글은 비록 스승이란 이름을 사양하였으나, 평생 공을 힘쓴 것과 얻은 것을 말했으니, 이미 스승으로 삼는 실질을 보여주었다.

然所云者作文耳, 雖以道爲說, 而學道徒以作文, 師道之實, 如是而已乎.
그러나 말한 바는 作文일 뿐이고 비록 도를 말했다손 치더라도, 도를 배움이 고작 작문을 통해서이니, 師道의 실상이 이와 같을 뿐이겠는가?

○ 此篇所云, 見柳子作文用功之本領, 求之六經『左』ㆍ『莊』ㆍ屈ㆍ馬, 大略相似.
이 글에서 말한 바에서, 유종원이 문장을 짓고 공을 힘쓰는 핵심을 볼 수 있으니, 육경과 『좌전』과 『장자』와 굴원과 사마천에서 찾아보면, 대략 비슷해진다.

此韓ㆍ柳所以方駕並驅也.
이것이 한유와 유종원이 나란히 달리게 된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