捕蛇者說(포사자설)-柳宗元(유종원)
永州之野, 産異蛇, 黑質白章, 觸草木盡死, 以嚙人無禦之者.
永州의 들에서 기이한 뱀이 나는데 검은색 바탕에 흰색 무늬가 있고, 초목에 닿기만 하면 모조리 죽었고 사람을 물면 치료할 방법이 없었다.
▶ 永州 : 州 이름, 지금의 湖南省 零陵縣에 해당.
▶ 章 : 무늬.
▶ 嚙(교) : 물다. 齧(설)로 된 판본도 있다.
然得而腊之, 以爲餌, 可以已大風攣踠瘻癘, 去死肌殺三蟲.
하지만 그 뱀을 잡아 乾肉으로 만들어 약용으로 먹으면 심한 中風이나 팔다리가 굽는 병과 악성종양 등을 치료할 수 있고 썩은 피부를 가시고 三尸蟲을 죽일 수 있다.
▶ 腊(석) : 乾肉. 말린 고기,
▶ 餌(이) : 몸을 튼튼하게 할 목적으로 먹음.
▶ 大風 : 大痲痛, 심한 통증.
▶ 攣踠(연원) : 팔다리가 굽어져 펴지지 않는 병.
▶ 瘻癘(누려) : 목에 난 종기와 문둥병.
▶ 死肌 : 혈액순환이 안되어 죽은 피부, 썩은 살갗
▶ 三蟲 : 三尸蟲. 《抱朴子》微旨편을 보면 '몸에는 三尸가 있다. 삼시의 물건됨은 비록 형체는 없으나 실은 혼령이나 귀신의 종류여서 사람을 일찍 죽이려 할 때는 이 삼시가 귀신이 되어 제멋대로 돌아다닌다'라고 하였다. 道家에서는 신체 중 腦와 胃腸·經穴에 각각 삼시가 있다고 하여 극히 경계한다.
其始太醫以王命聚之, 歲賦其二, 募有能捕之者, 當其租入, 永之人, 爭犇走焉.
애당초 御醫가 왕명에 의해 그것을 모음에 1년에 두 마리를 진상토록 하매, 뱀을 잘 잡는 사람을 모집하고 잡은 뱀으로 조세수입에 충당하니 영주 사람들이 다투어 나서게 되었다.
▶ 太醫 : 御醫.
▶ 犇(분) : =奔 달리다
有蔣氏者專其利三歲矣.
蔣氏가 3대에 걸쳐 그 이익을 독점하여 왔다.
門之則曰:
“吾祖死於是, 吾父死於是, 今吾嗣爲之, 十二年, 幾死者數矣.”
그에게 물은즉 대답하였다
“제 조부가 그것 때문에 죽었고, 제 부친도 그것 때문에 죽었으매, 제가 이어 일한 지 12년에 죽을 뻔하기가 여러 번이었습니다.”
言之貌若甚慼者, 余悲之, 且曰:
“若毒之乎.
余將告于莅事者, 更若役復若賦, 則何如?”
말하는 모습이 꽤 슬퍼 보였으매 나는 측은하여 또 말하였다.
“너는 그 일을 싫어하는가?
내가 담당관에게 말하여, 너의 역할을 바꾸어 너의 세금을 회복시키면 어떻겠나?”
▶ 若 : 너. ‘汝’와 통함.
▶ 毒 : 증오함. 원망함.
▶ 莅事者(이사자) : 일을 맡은 사람. 담당관리.
▶ 賦 : 세금․ 田稅.
蔣氏大慼 汪然出涕曰:
장씨가 몹시 슬퍼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 汪然(왕연) : 눈물을 뚝뚝 흘리는 모양.
“君將哀而生之乎.
“어르신께서 불쌍히 여기시어 살아가게 하시렵니까?
則吾斯役之不幸, 未若復吾賦不幸之甚也.
제가 이 일에 종사하는 불행이 저의 세금을 되살리는 불행만큼 심하지 않을 터입니다.
嚮吾不爲斯役 則久已疾矣.
이전부터 제가 이 일에 종사하지 않았다면 저는 이미 탈이 났을 터입니다.
▶ 疾 : 곤고해짐. 가난으로 살기 어렵게 됨. 病으로 된 판본도 있다.
自吾氏三歲居是鄕, 積於今六十歲矣.
저희 가문이 3대에 걸쳐 이 마을에 산 지 지금까지 60년입니다.
而鄕隣之生, 日蹙, 殫其地之出, 竭其廬之入, 號呼而轉徙, 飢渴而頓踣.
이웃의 생활은 날로 궁핍하여, 땅의 소출이 없고, 貧家의 수입이 고갈되매, 도와 달라고 외치면서 이리저리 떠돌다가 목마름과 굶주림에 쓰러지기도 하였습니다.
▶ 蹙(축) : 찌그러짐. 궁핍해짐.
▶ 殫(탄) : 다함. 없어짐.
▶ 頓踣(돈부) : 쓰러짐. 處境이 몹시 곤궁해짐을 비유한다.
觸風雨, 犯寒暑, 呼噓毒癘, 往往而死者相藉也.
풍우와 寒暑를 겪으면서 독기를 마셔서, 더러 죽은 사람이 널려 있었습니다.
▶ 呼噓(호허) : 숨을 들이마시고 내쉼, 호흡
▶ 毒癘 : 疫病. 전염병.
▶ 相籍 : 서로가 베고 자듯 겹쳐짐. 죽은 사람이 많음을 가리킴.
曩與吾祖居者, 今其室十無一焉, 與吾父居者, 今其室十無二三焉, 與吾居十二年者今其室十無四五焉.
예전에 저의 조부와 함께 살았던 사람의 집이 지금은 열에 하나도 없고, 저의 부친과 함께 살았던 사람의 집이 지금은 열에 두셋도 없고, 저와 함께 12년 동안 살던 사람의 집이 지금은 열에 네다섯도 없습니다.
非死則徙耳, 而吾以捕蛇獨存.
죽지 않았으면 떠났을 뿐이나, 저는 뱀을 잡음으로써 홀로 살아갑니다.
悍吏之來吾隣, 叫囂乎東西, 隳突乎南北, 譁然而駭者, 雖鷄狗, 不得寧焉.
혹독한 관리가 우리 이웃에 와서, 여기서 떠들고 저기서 소란을 피워 왁자하게 놀라게 하면, 닭과 개조차도 편안하지 못합니다.
▶ 叫囂(규효) : 큰 소리로 떠듦.
▶ 墮突(휴돌) : 들이받아 무너뜨림. 소란을 피움.
▶ 譁然(화연) : 왁자하게 떠드는 모양.
吾恂恂而起, 視其缶而吾蛇尙存, 則弛然而臥.
저는 느릿느릿 起寢하여 뱀 항아리를 보고 뱀이 아직 남아있으면 안심하고 쉽니다.
▶ 恂恂(순순) : 진실성 있는 모양, 또는 느릿느릿한 모양
▶ 弛然(이연) : 늦추는 모양. 또는 편안한 모양, 안심하는 모양
謹食之, 時而獻焉.
조심하면서 뱀을 먹이다가 때가 되면 진상합니다.
退而甘食其土之有, 以盡吾齒.
돌아와서는 제 땅의 所出을 달게 먹으며 제 일생을 마칠 터입니다.
▶ 齒 : 나이, 수명, 天年
蓋一歲之犯死者二焉, 其餘則熙熙而樂, 豈若吾鄕隣之旦旦有是哉.
대체로 1년에 죽음을 무릅씀은 두 번이고, 그 나머지는 희희낙락할 수 있으니, 어찌 저의 이웃이 매일같이 고통이 겪음과 같겠습니까?
▶ 熙熙(희희) : 화목한 모양. 즐거운 모양
今雖死于此, 比吾鄕隣之死, 則已後矣, 又安敢毒耶.”
지금 비록 여기서 죽어도 저의 이웃의 죽음에 비하면 늦은데도 어찌 감히 이 일을 원망하겠습니까?
余聞而愈悲.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는 더욱 슬퍼졌다.
孔子曰:
“苛政猛於虎也.”
공자가 말하였다.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
▶ 苛政猛於虎 : 《禮記》 檀弓하에서 인용한 구절이다. 孔子가 泰山 기슭을 지나가는데 한 부인이 묘 앞에서 몹시 슬프게 울고 있었다. 공자가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子路를 통하여 물었다.
“그대의 울음소리를 듣고 보니 슬픈 일이 겹친 것 같습니다.”
그러자 부인이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전에 제 시아버지가 호랑이 때문에 돌아가셨고 제 남편도 호랑이에게 죽임을 당했는데 이제는 제 자식마저 호랑이에 물려 죽었습니다.”
공자가 말하였다.
“다른 곳으로 떠나면 되지 않습니까?”
부인이 말하였다.
“이곳에는 가혹한 정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공자가 말하였다.
“얘들아, 잘 알아두어라.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吾嘗疑乎是, 今以蔣氏觀之, 尤信.
나는 일찍이 이 말에 의혹을 품었는데, 장씨를 봄으로써 더욱 믿게 되었다.
嗚呼, 孰知賦斂之毒, 有甚是蛇者乎.
아! 세금 부과를 원망함이 이 뱀보다 더욱 심할 줄을 누가 알겠는가?
故爲之說, 以俟夫觀人風者得焉.
그런 까닭에 이 말을 지음으로써, 民風을 관찰하는 자가 거기에서 터득하기를 기다린다.
▶觀人風者 : 민간의 풍속이나 정세를 관찰하는 사람.
해설
뱀을 잡아 살아가는 한 인물을 통해 그릇된 정치가 백성에게 끼치는 피해를 고발한 글이다. 유종원이 영주에 유배당했을 적에 지은 글이다.
적절한 비유를 사용한 문학적 특색으로 한유와 함께 그가 주장했던 고문운동의 문학정신을 잘 나타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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