耽古樓主의 한문과 고전 공부
後集59-桐葉封弟辯(동엽봉제변)-柳宗元(유종원) 본문
桐葉封弟辯(동엽봉제변)-柳宗元(유종원)
古之傳者有言.
“成王以桐葉, 與小弱弟戱曰:
‘以封汝.’
周公入賀.
王曰:
‘戱也.’
周公曰:
‘天子不可戱.’
乃封小弱弟於唐.”
옛 서적에 이런 말이 있다.
“成王이 오동잎을 나이 어린 동생에게 주며 장난으로 말하였다.
‘이로써 너를 封하노라.’
周公이 들어와 축하하였다.
왕이 말하였다.
‘장난이었소.’
주공이 말하였다.
‘천자는 장난하셔서는 안 됩니다.’
이에 나이 어린 동생을 唐의 제후로 봉하였다.”
▶ 古之傳者 : 옛일을 전하는 책. 옛 서적. 成王이 어린 동생을 唐 지방에 봉한 이야기는 漢대 사람 劉向의 《說苑》君道篇 및 司馬遷의 《史記》晉世家에 보인다. 《설원》에는 周公이 그 일을 성취하였다 하고, 《사기》에는 史官 尹佚이 성취하였다고 한다. 이 글에서는 주공이 일이라 하매 유향의 《설원》을 가리킨다고 보아야 할 터이다.
▶ 成王 : 周나라 武王의 아들. 어린 나이에 천자가 되었으므로 숙부인 주공이 섭정했음.
▶ 以桐葉與小弱弟戱 : 오동잎을 나이 어린 동생에게 주며 장난하다. 〈사기〉진세가에 의하면, 성왕이 동생 叔虞와 함께 놀다가 오동잎으로 만든 珪(:제후를 표시하는 笏)를 동생에게 주며 제후에 봉하는 장난을 하였다 한다.
▶ 以封汝 : 이것으로써 너를 봉한다. 성왕이 장난으로 동생에게 한 말.
▶ 周公 : 주나라 文王의 아들이며 武王의 아우로서 문·무왕을 도와 주나라를 건국하는 데 공을 세웠다. 무왕의 뒤를 이어 나이 어린 성왕이 즉위하자, 섭정을 통해 주나라 왕실의 기초를 다졌고 문물제도와 예약을 정비하여 주나라 문화의 기틀을 세웠다.
▶ 入賀 : 들어와 축하하다. 성왕이 장난으로 한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축하한 것임. ▶ 唐 : 지금의 河北省 唐縣으로 堯임금이 다스렸던 곳.
吾意不然.
나는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王之弟當封邪, 周公宜以時言於王, 不待其戱而賀以成之也.
왕의 동생이 마땅히 봉해질 만하였다면 주공이 적절한 때에 왕에게 말했어야지, 그 농담을 기다렸다가 축하하며 그 일을 이루어선 안 된다.
不當封邪, 周公乃成其不中之戱, 以地以人, 與小弱者爲之主, 其得爲聖乎.
封國함이 부당하다면, 주공이 도리에 맞지 않는 농담을 성사시켜 토지와 백성을 어리고 약한 자에게 주고 주인으로 삼았으니, 어찌 聖人일 수 있겠는가?
▶ 當封 : 마땅히 봉해질 만하다.
▶ 不中之戱 : 도리에 맞지 않는 장난
且周公以王之言不可苟焉而已, 必從而成之邪.
더욱이 주공이 왕의 말은 구차하면 안 된다고 말하였으면 그만이지, 꼭 그 말을 따라 성사시켜야만 했겠는가?
設有不幸, 王以桐葉戱婦寺, 亦將擧而從之乎.
가령 불행히도 왕이 오동잎으로 부녀자나 환관에게 장난하였다면, 역시 들춰내어 그것을 따랐겠는가?
▶ 苟 : 구차하다. 아무렇게나 하다.
▶ 設 : 설령, 가령.
▶ 婦寺(부시) : 부녀자와 환관. 궁중에서 일하는 남녀 종복.
凡王者之德, 在行之何若, 設未得其當, 雖十易之不爲病, 要於其當不可使易也, 而況以其戱乎.
王者의 덕은 행동이 어떠한가에 달려있으매, 만일 그것이 합당하지 못하다면 비록 열 번 변경하여도 병폐가 되지 않을 터이고, 만약 합당함을 얻었다면 변경해서는 안 될 터인데, 하물며 그것을 장난이라 여김에 있어서랴?
▶ 十易(십역) : 열번 바꾸다.
▶ 要 : 다양한 뜻으로 사용되매 우리말로 해석하기 어려운 글자이다. 여기서는 ‘얻다’, ‘취득하다’로 해석하였다. 참고로 네이버 한자사전에서 要의 훈을 옮겨본다.
1. 요긴하다(要緊--), 중요하다(重要--)
2. 요약하다(要約--)
3. 모으다, 합치다(合--)
4. 원하다(願--), 바라다, 요구하다(要求--)
5. 맞히다, 적중하다(的中--)
6. 바루다
7. 얻다, 취득하다(取得--)
8. 이루다, 성취하다(成就--)
9. 기다리다, 잠복(潛伏)하여 노리다
10. 규찰하다(糾察--)
11. 조사하다(調査--)
12. 언약하다(言約--), 맹세하다(盟誓--)
13. 책망하다(責望--)
14. (허리에)감다
15. 통괄하다(統括--)
16. 으르다(무서운 말이나 행동으로 위협하다), 협박하다(脅迫--)
17. 막다, 금하다(禁--), 말리다
18. 누르다
19. 굽히다
20. 잡다
21. 근본(根本)
22. 생략(省略), 간략(簡略)
23. 회계(會計) 장부(帳簿ㆍ賬簿)
24. 증권(證券)
25. 허리(≒腰)
26. 허리띠
27. 반드시, 꼭
28. 요컨대
若戱而必行之, 是周公敎王遂過也.
장난임에도 기어이 실행함은 주공이 성왕에게 잘못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다.
▶ 遂 : 이루다. 成의 뜻.
吾意周公輔成王, 宜以道從容優樂, 要歸之大中而已, 必不逢其失而爲之辭, 又不當束縛之馳驟之, 使若牛馬然, 急則敗矣.
내 생각에는, 주공이 성왕을 보필함에 의당 도리를 가지고, 차분하고 침착하며 여유있고 즐겁게 大中으로 이끌려 했을 터이지, 절대로 왕의 실수를 만나 구실로 삼지는 않았을 터이며, 또 왕을 속박하고 몰아붙여 牛馬처럼 부렸을 리가 없으니, 급하게 다그치면 일은 실패하기 때문이다.
▶ 從容優樂 : 종용은 점잖고 부드러운 것. 우락은 여유있고 즐거운 것.
▶ 要歸之大中而已 : 여기서 要는 ‘원하다’의 뜻으로 해석하였다.
▶ 大中 : 치우침이 없는 위대한 中正. 위대한 올바름.
▶ 束縛 : 속박하다. 얽어매다.
▶ 馳驟 : 몰아붙이다. 馳는 달리다, 驟는 몰다.
且家人父子, 尙不能以此自克, 況號爲君臣者邪.
더구나 일반 가정의 父子조차 이런 방법으로는 스스로 성공하지 못할 터인데, 하물며 명색이 君臣임에랴?
▶ 家人 : 일반 가정의 사람.
▶ 自克 : 스스로 이겨내다.
是直小丈夫缺缺者之事, 非周公所宜用, 故不可信.
이러한 것은 다만 小人으로 자잘한 지혜를 쓰는 자의 일이지, 주공이 써야 할 도리가 아니다. 그러므로 믿을 수가 없다.
▶ 小丈夫 : 소인배.
▶ 缺缺者 : 자잘한 지혜를 씀.
或曰:
“封唐叔史佚成之.”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叔虞를 唐에 봉함은 史佚이 이루었다.”
▶ 或曰 : 혹은 이렇게 말한다. 《사기》 진세가의 기록을 가리킴.
▶ 封唐叔 : 叔虞를 唐 땅에 봉함.
▶ 史佚(사일) : 太史 尹佚. 태사는 史官임.
해설
이 글은 唐代의 문장가인 유종원이 古書에 실려 있는 미심쩍은 기록을 논하여 분명히 한 글이다.
《설원》과 《사기》에는 周初의 成王이 오동잎으로 어린 동생을 제후에 봉하는 장난을 하였다가 그 말을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는 일화가 나온다.
필자는 聖人으로 일컬어지는 周公이라면 그런 장난을 실행에 옮기도록 종용하는 분별없는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논증하고 있다.
논증의 방법에는 아무런 실증적 사료가 동원되지는 않았지만, 성인의 인품 및 군신의 道를 論據로 하여 자기의 논지를 설득력 있게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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