種樹郭橐駝傳(종수곽탁타전)-柳宗元(유종원)
郭槖駝不知始何名.
郭槖駝의 당초 이름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疾僂, 隆然伏行, 有類槖駝者. 故鄕人號之曰駝, 駝聞之曰:
“甚善. 名我固當.”
곱사병을 앓아서 등이 솟고 구부리고 다니매 낙타와 비슷한 점이 있어서 마을 사람들이 駝라고 부르자, 타가 듣고
“참 좋은데. 이름이 나한테 꼭 맞아.”
라고 말하였다.
因捨其名, 亦自謂槖駝云.
그리하여 원래의 이름을 버리고, 槖駝라고 자칭했다고 한다.
▶ 槖駝(탁타) : 槖은 주머니의 일종인 전대. 駝는 낙타. 낙타의 등에 자루처럼 불룩 솟은 혹이 있어 탁타라 말하기도 한다.
▶ 僂(누) : 등이 굽은 것. 또는 곱사등이.
▶ 隆然 : 높이 솟은 모양.
▶ 伏行 : 등을 구부리고 다님.
其鄕曰豊樂鄕, 在長安西.
그 마을은 豊樂鄕이라 하며 長安 서쪽에 있다.
駝業種樹, 凡長安豪家富人, 爲觀遊及賣果者皆爭迎取養.
타는 나무를 심음을 業으로 삼았으매, 장안의 세도가·부자·관광하며 노는 사람· 과일을 파는 사람이 모두 다투어 그를 맞아 나무를 키우게 하려 하였다.
▶ 豪家 : 豪族. 그 지방의 돈 많고 권세 높은 집안.
▶ 觀遊 : 관상하며 노는 사람.
視駝所種樹, 或移徙無不活, 且碩茂, 蚤實以蕃.
타가 심은 나무를 보면, 간혹 옮겨 심어도 살지 않음이 없고, 또 무성히 잘 자라서 일찍 열매 맺고 열매가 많이 달렸다.
他植者雖窺伺傚慕, 莫能如也.
기타의 나무 심는 자가 비록 엿보고 모방하여도 같게 하지 못하였다.
▶ 碩茂 : 대단히 무성함. 석은 大의 뜻.
▶ 蛋實以蕃 : 일찍 열매를 맺고 무성하다.
▶ 窺伺 : 몰래 엿봄. 규도 사도 모두 엿본다는 뜻.
▶ 傚慕(효모) : 배워 본받음. 여기서는 모방하고 본뜸을 뜻한다.
有問之, 對曰:
어떤 사람이 그 까닭을 물었더니 대답하였다.
“槖駝非能使木壽且孶也, 以能順木之天, 以致其性焉爾.
“내가 나무를 오래 살고 잘 자라게 함이 아니라. 나무의 천성을 잘 따르고 그 나무의 본성을 거기에 맞추기 때문이죠.
凡植木之性, 其本欲舒, 其培欲平, 其土欲故, 其築欲密.
나무를 심는 마음은, 뿌리가 뻗어 나가기를 바라고, 북돋움은 고르기를 바라며, 흙은 본래의 것이기를 바라고, 다짐에 빈틈이 없기를 바랍니다.
▶ 孶(자) : 자람. 번식함.
▶ 培 : 북돋움, 나무의 뿌리를 흙으로 덮어줌.
▶ 故 : 나무가 맨 처음 뿌리내렸던 흙
▶ 築 : 나무의 뿌리가 묻힌 데를 잘 다짐.
旣然已, 勿動勿慮, 去不復顧.
그렇게 하고 나면 그만이지, 건드리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떠나서 다시 돌아보지 않아야 합니다.
其蒔也若子, 其置也若棄, 則其天者全而其性得矣.
처음에 심을 때는 자식처럼 하고, 심고 나서는 내버린 듯이 하면 그 천성이 온전함을 얻습니다.
▶ 蒔(시) : 심음. 이식함.
▶ 抑耗 : 억제하고 감소시키다.
故吾不害其長而已, 非有能碩而茂之也, 不抑耗其實而已, 非有能蚤而蕃之也.,
그러므로 나는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을 따름이지, 나무를 크고 무성하게 할 수 있는 자가 아니고, 나무의 열매 맺음을 억제하거나 감소시키지 않을 따름이지, 일찍 열매 맺고 많이 열리게 할 수 있는 자가 아닙니다.
他植者則不然, 根拳而土易, 其培之也若不過焉, 則不及焉.
다른 나무 심는 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니, 뿌리를 구부리고 흙을 바꾸며 북돋움에는 지나치지 않으면 못 미칩니다.
▶ 根拳 : 나무 뿌리를 주먹을 쥔 것처럼 구부림.
苟有能反是者, 則又愛之太恩, 憂之太勤, 旦視而暮撫, 已去而復顧.
실로 이와 반대로 하는 자도 있으니, 애호함에 지나치게 은혜롭고, 걱정함에 지나치게 부지런하여 아침에 보고 저녁에 어루만지며 떠났다가도 다시 와서 돌봅니다.
甚者爪其膚, 以驗其生枯; 搖其本, 以觀其疏密, 而木之性, 日以離矣..
심하게는 그 껍질을 긁어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시험해 보고, 그 根幹을 흔들어서 성긴지 엄밀한지 살펴서, 나무의 본성에서 날로 멀어집니다.
▶ 爪其膚 : 손톱으로 나무껍질을 긁음.
雖曰愛之, 其實害之; 雖曰憂之 其實讐之.
비록 사랑한다고 말하나 실은 해치는 것이고, 비록 걱정한다고 말하나 원수로 삼는 것입니다.
故不我若也, 吾又何能爲矣哉?”
이러하므로 나와 같게 되지 못할 뿐, 내가 또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問者曰:
“以子之道, 移之官理可乎?”
駝曰:
물은 자가 말하기를
“그대의 방법을 公務의 처리에 옮겨보면 괜찮겠소?”
라고 하니, 타가 말하였다.
▶ 官理 : 官治의 뜻. 관에서 백성을 다스림을 가리킨다.
“我知種樹而已, 理非吾業也.
“나는 나무 심는 일만 알 뿐이지, 다스림은 나의 본업이 아닙니다.
然吾居鄕, 見長人者好煩其令, 若甚憐焉, 而卒以禍.
그런데 내가 시골에 살며 관청어른을 보니 명령을 번거롭게 하기를 좋아하여 백성을 매우 사랑하는 듯하나 끝내 화를 입힙니다.
旦暮吏來而呼曰:
‘官命促爾耕, 勖爾植, 督爾穫, 蚤繰而緖, 蚤織而縷, 字而幼孩, 遂而鷄豚.’
아침저녁으로 관리가 와서 소리치기를,
‘관에서 명령하여 너희들의 경작을 재촉하고, 너희들의 種植을 힘쓰게 하고, 너희들의 수확을 독려하게 하였으매, 일찍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고, 일찍 실로 옷감을 짜고, 너희 자식을 잘 키우고, 너희 돼지와 닭을 잘 길러라!’라고 합니다.
▶ 爾 : 汝와 같은 뜻으로 너.
▶ 勖(욱) : 힘써 일하도록 권장함.
▶ 督 : 감독하다.
▶ 繰而緖(소이서) : 繰는 繅와 같은 자,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음.
▶ 字 : 양육하다는 뜻.
▶ 遂 : 가축을 기름.
鳴鼓而聚之, 擊木而召之, 吾小人具饔飱以勞吏者, 且不得暇, 又何以蕃吾生而安吾性邪.
북을 울려 백성을 모으고 딱딱이를 두드려 소집하매 우리 소인배는 아침저녁의 음식을 갖추어 관리를 위로하기에도 겨를이 없는데, 게다가 어떻게 우리의 생활을 번성케 하고, 우리의 본성을 편안하게 하겠습니까?
▶ 饔飱(옹손) : 아침밥과 저녁밥
故病且怠, 若是則與吾業者, 其亦有類乎.”
그래서 병들고 게을러지니, 나의 직업과 비슷한 점이 있지 않겠습니까?”
問者喜曰:
“不亦善夫.
吾問養樹, 得養人術.
傳其事, 以爲官戒也.”
묻는 자가 기뻐하며 말하였다.
“훌륭하지 않은가?
나는 나무를 키우는 방도를 물었다가 사람을 돌보는 방법까지 터득하였습니다.
그 일을 전하여서 官吏의 경계로 삼겠습니다.”
▶ 養人術 :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
해설
유종원은 자가 子厚로 한유와 더불어 唐代 고문운동을 주도하였던 문장가이며 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이다. 또 정치에 있어서도 남다른 업적을 올리어, 만년에 柳州刺史로 있을 때는 선정으로 평판이 높았다. 고로 그를 柳柳州라고도 부른다.
이 글은 나무를 잘 심는 郭橐駝의 전기라고 하나 곽탁타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탁타는 곱추를 가리키는 말로서 등의 혹이 낙타의 등주머니 같다고 하여 붙여진 것이다.
세상에서 버림받는 불구자를 가공인물로 내세워, 이러한 불구자라도 자연의 순리에 잘 따르면 크게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글이다.
그는 나무를 심는 것을 정치의 원리에 비유하여 관리들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매우 해학적이면서도 교훈을 남기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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