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道(원도)-韓愈(한유)
博愛之謂仁, 行而宜之之謂義, 由是而之焉之謂道, 足乎己無待於外之謂德.
널리 사랑함을 仁이라 하고, 행하되 그 행동을 이치에 맞게 함을 義라 하며, 인의를 따라서 감을 道라 하고, 자신에게 충족되매 외부에 의지할 것이 없음을 德이라 한다.
▶ 宜 : 옳다. 이치에 맞다.
▶ 是 : 이것. 仁과 義를 가리킴.
仁與義, 爲定名; 道與德, 爲虛位.
인과 의는 고정된 이름이고 道와 德은 공허한 자리이다.
▶ 定名 : 고정된 이름.
▶ 虛位 : 공허한 자리. 정해져 있지 않고 유동적인 위치란 뜻.
故道有君子有小人, 而德有凶有吉.
그러므로 도에는 군자와 소인이 있고 덕에는 吉凶이 있다.
▶ 德有凶有吉 : 덕에는 흉한 덕과 길한 덕이 있다. 凶은 凶德, 惡德. 吉은 吉德, 선한 덕.
老子之小仁義, 非毁之也, 其見者小也, 坐井而觀天曰天小者, 非天小也.
老子가 인의를 하찮게 여김은 그것을 헐뜯은 것이 아니라, 그의 견식이 하찮았던 까닭이니, 우물 안에 앉아서 하늘을 보고 하늘이 작다고 말한다고 하늘이 작은 것은 아니다.
▶ 小 : 卑小하게 여기다. 하찮게 여기다.
▶ 毁 : 험담을 하다.
彼以煦煦爲仁, 孑孑爲義, 其小之也則宜.
그는 자그마한 은혜를 인이라 여기고 자그마한 선행을 의라 여겼으니 그가 하찮게 보았다 함이 마땅하다.
▶ 煦煦(후후) : 자그마한 은혜를 베푸는 모양. 햇빛이 약간 따스한 모양.
▶ 子子(혈혈) : 우뚝하게 솟아 빼어난 모양. 또는 조그마한 선행. 여기서는 후자의 뜻.
其所謂道, 道其所道, 非吾所謂道也; 其所謂德, 德其所德, 非吾所謂德也.
그의 소위 ‘道’는 그가 도라고 여긴 바를 말할 뿐, 내가 말하는 도는 아니고, 그의 소위 ‘德’은 그가 덕이라 여긴 바를 말할 뿐, 내가 말하는 덕은 아니다.
▶ 其所謂道 : 그가 도라고 말함.
▶ 其所謂德 : 그가 덕이라고 말함.
凡吾所謂道德云者, 合仁與義言之也, 天下之公言也; 老子之所謂道德云者, 去仁與義言之也, 一人之私言也.
무릇 내가 도나 덕이라고 말함은 인과 의를 합하여 말한 것이고 천하의 공인된 말인데, 노자가 도나 덕이라 말함은 인과 의를 떠나 말하였으매 개인의 사사로운 말이다.
▶ 公言 : 공개하여 말함. 일반인에게 공인되는 말. 여기서는 후자의 뜻.
周道衰, 孔子沒, 火于秦, 黃老于漢, 佛于晋ㆍ宋ㆍ齊ㆍ梁ㆍ魏ㆍ隨之間,
周나라의 治道가 쇠하고 공자가 죽자, 秦나라에서는 焚書하고 漢나라에서는 黃老學이 성행하고 晉·宋·齊·梁·魏·隋나라 때는 불교가 성행하였다.
▶ 火于秦 : 秦始皇은 焚書坑儒를 행하여 醫學·占·나무심기를 제외한 모든 서적을 불태우고 儒生들을 죽였다. 이로 인해 중국의 옛 책들이 대부분 없어졌다.
▶ 黃老 : 黃帝와 老子. 道家를 말한다. 도가에서는 노자의 道가 전설상의 임금인 황제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한다.
其言道德仁義者, 不入于楊, 則入于墨, 不入于老, 則入于佛, 入于彼則出于此.
도덕과 인의를 말하는 자는 楊朱에 가입하지 않으면 墨翟에 가입하고, 老子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교에 가입하여, 저편에 가입하면 곧 이편으로부터 탈퇴한다.
▶ 楊 : 楊朱, 전국시대 사람으로 극단적인 '爲我'의 설을 주장하여 이기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 墨 : 墨翟. 전국시대 魯나라 사람으로 '兼愛'를 주장하여 희생적·헌신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入者主之, 出者奴之; 入者附之, 出者汚之,
가입하면 새로운 도를 주인으로 받들고 탈퇴하면 예전의 도를 노예처럼 멸시하고, 가입한 자는 거기에 달라붙고 탈퇴자는 그것을 더럽게 여겼다.
▶ 入者主之 : 가입자는 그 학파의 道를 주인으로 삼음. 유가를 벗어나 이단에 속하게 된 자를 두고 하는 말.
▶ 出者奴之 : 탈퇴한 자는 탈퇴한 도를 노예처럼 멸시하다. 유가를 탈피한다는 말.
▶ 汙 : 더럽다. 汚와 같은 글자.
噫, 後之人, 其欲聞仁義道德之說, 孰從而聽之.
아! 후인이 인의와 도덕의 학설을 듣고자 해도 누구를 좇아서 듣겠는가?
老者曰: “孔子吾師之弟子也,”
노자를 따르는 자는 말한다.
“공자는 우리 선생님의 제자다.”
佛者曰: “孔子吾師之弟子也,”
부처를 따르는 자들도 말한다.
“공자는 우리 선생님의 제자다.”
爲孔子者, 習聞其說, 樂其誕而自小也, 亦曰: “吾師亦嘗”云爾, 不惟擧之於其口 而又筆之於其書.
공자를 따르는 자들도 그러한 말을 익히 들어, 그들의 거짓말을 즐기며 자신을 하찮게 여기어 역시 말하기를,
“우리 선생님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라고 하고, 입으로만 그 일을 거론할 뿐 아니라, 또 그의 책에 글로 써놓기도 하였다.
▶ 老者曰孔子吾師之弟子也 : 老者는 老子를 따르는 자. 《사기》 孔子世家와 《莊子》 天運·天地·天道·田子方·知北遊 등에 공자가 노자에게 배웠다는 기록이 있다.
▶ 佛者 : 佛者는 불교를 받드는 사람. 《淸淨法行經》에서는 공자를 菩薩이라 하였고 《廣弘明集》 止觀輔行傳弘決 第六三에서 공자를 光淨菩薩이라 하였다.
▶ 誕 : 거짓말.
▶ 自小 : 스스로 작다고 여기다. 유가들이 유교를 하찮은 것으로 여긴다는 뜻.
▶ 云爾 : ~라고 하다.
▶ 筆之於其書 : 서적에 기술하였다. 《孔子家語》觀周편에 공자가 南宮敬叔과 함께 周나라로 가서 老聃에게 예에 관하여 물었다고 되어있다.
噫, 後之人, 雖欲聞仁義道德之說, 其孰從而求之.
아아! 후세 사람들이 비록 仁義道德에 관한 이론을 듣고자 하여도 누구를 좇아서 구하겠는가?
甚矣, 人之好怪也.
심하구나, 사람들이 怪異를 좋아함이!
不求其端, 不訊其末, 惟怪之欲聞.
그 실마리를 구하지 않고 그 결말을 묻지도 않고, 괴이한 것만을 듣고자 하는구나!
▶ 怪 : 괴이한 것, 유가를 제외한 이단을 가리킴.
▶ 端 : 단서. 시초
▶ 訊 : 묻다. 추구하다.
▶ 末 : 결말. 결과.
古之爲民者四, 今之爲民者六, 古之敎者, 處其一, 今之敎者, 處其三.
옛날의 백성은 네 부류였는데 오늘날의 백성은 여섯 부류이고, 옛날의 가르치는 자는 한 가지를 담당하였는데 오늘날의 가르치는 자는 세 가지를 담당한다.
▶ 四 : 士·農·工·商의 네 부류.
▶ 六 : 사·농·공·상에 老子派와 佛徒.
▶ 處 : 맡다, 담당하다(擔當--), 대비하다(對備--)
▶ 一 : 儒家.
▶ 三 : 儒家와 佛家·道家.
農之家一而食粟之家六, 工之家一而用器之家六, 賈之家一而資焉之家六, 奈之何民不窮且盜也.
農家는 하나인데 곡식을 먹는 자는 여섯이고, 工人의 집은 하나인데 물건을 쓰는 집은 여섯이며, 商店은 하나인데 가져다 쓰는 집은 여섯이니, 어찌 백성이 곤궁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겠는가?
▶ 粟 : 조곡물의 범칭.
▶ 賈 : 앉아서 물건을 파는 장수, 상인.
▶ 資 : 취하다. 쓰다.
古之時, 人之害多矣, 有聖人者立然後, 敎之以相生養之道, 爲之君, 爲之師, 驅其蟲蛇禽獸, 而處其中土.
옛날에는 사람들의 피해가 많다가, 聖人이 나타나서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도리를 가르치며, 임금이 되고 스승이 되어 벌레와 뱀, 짐승을 몰아내고 中原 땅에 살게 하였다.
▶ 相生養之道 : 서로 돕고 살아가는 도리.
▶ 驅其蟲蛇禽獸 : 驅는 내몰다. 《孟子》 勝文公 상·하편에 舜임금이 해로운 벌레와 짐승을 쫓아냈다는 이야기가 보인다.
▶ 中土 : 中原 땅을 가리킨다.
寒然後爲之衣, 飢然後爲之食, 木處而顚, 土處而病也, 然後爲之宮室.
추우면 옷을 마련하고 굶주리면 음식을 마련하였고, 나무에서 살다가 떨어지기도 하고 땅에서 살다가 병이 나기도 하자, 집을 지어주었다.
▶ 爲之衣 : 黃帝가 사람들에게 양잠을 가르쳤다고 한다.
▶ 爲之食 : 后稷은 백성에게 농사를 가르쳤다고 한다.
▶ 爲之宮室 : 궁실은 집을 말한다.
爲之工, 以贍其器用; 爲之賈, 以通其有無;
공업을 가르쳐서 器物의 사용을 풍족하게 했고, 상업을 가르쳐서 재화의 유무를 유통게 하였다.
▶ 爲之工 : 工具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줌. 《易經》繫辭傳 下에는 복희씨 [包犧氏]는 그물을 만들었고, 神農氏는 농기구를 만드는 법을 가르쳤고, 黃帝·堯·舜은 배를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 贍(섬) : 넉넉하게 하다.
▶ 爲之賈 : 장사를 가르쳐 줌. 《역경》 계사전 하에는 신농씨가 장사하는 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爲之醫藥, 以濟其夭死; 爲之葬埋祭祀, 以長其恩愛; 爲之禮, 以次其先後; 爲之樂, 以宣其湮鬱;
醫藥을 만들어 일찍 죽을 사람을 구제하고, 장례와 제례를 만들어 恩愛을 길이 품도록 했고, 예법을 만들어 先後의 차례를 정했고, 음악을 만들어 울적한 마음을 풀어주었다.
▶ 湮鬱(인울) : 걱정으로 마음이 울적함.
爲之政, 以率其怠倦; 爲之刑, 以鋤其强梗.
政制를 만들어 태만함을 다스렸고, 형벌을 만들어 강폭함을 없앴다.
▶ 怠卷 : 태만함과 게으름.
▶ 鋤其强梗 : 鋤는 호미질. 제거하다의 뜻. 强梗은 억세어서 순하지 않은 자.
相欺也, 爲之府璽斗斛權衡以信之; 相奪也, 爲之城郭甲兵以守之.
서로 속임에 符節과 도장·도량형을 만들어 미덥게 하였고, 서로 빼앗음에 성곽과 甲兵으로 지키게 하였다.
▶ 符 : 符節.
▶ 璽 : 도장.
▶ 斗 : 말.
▶ 斛 : 스무 말.
▶ 權 : 저울추.
▶ 衡 : 저울대.
▶ 甲兵 : 갑옷 입은 병사.
害至而爲之備, 患生而爲之防.
피해가 이를까 대비하고 患難이 생길까 예방하였다.
今其言曰:
“聖人不死, 大盜不止, 剖斗折衡, 而民不爭.”
지금 그들은 말한다.
“성인이 죽지 않으면 큰 도둑이 그치지 않고 말〔斗]을 쪼개고 저울을 부수어 버려야만 백성이 다투지 않게 된다.”
▶ 其 : 이단을 가리킴. 이 구절은 《莊子》 篇에 보인다.
▶ 剖斗折衡 : 말을 쪼개고 저울을 분지르다, 도량형기를 파괴해버리다.
鳴呼! 其亦不思而已矣.
아! 그들은 熟思하지 않고 마는구나.
如古之無聖人, 人之類滅, 久矣. 何也?
만약 옛날에 성인이 없었더라면 인류의 멸망은 오래되었을 터이니 왜인가?
無羽毛鱗介以居寒熱也, 無爪牙以爭食也.
깃·털·비늘·껍질이 없이 추위나 더위에서 살아야 하고 발톱이나 이빨이 없이 먹이를 다투어야 하기 때문이다.
▶ 介 : 딱지. 甲殼類의 껍질.
▶ 爪牙 : 손톱과 이빨.
是故君者, 出令者也, 臣者行君之令, 而致之民者也, 民者出粟米麻絲, 作器皿, 通貨財, 以事其上者也.
이런 까닭에 임금은 법령을 내는 자이고 신하는 임금의 법령을 시행하여 백성에게 미치도록 하는 자이고. 백성은 곡식과 옷감을 내고 기물을 만들며 재화를 유통하며 윗사람을 섬기는 자이다.
君不出令則失其所以爲君, 臣不行君之令而致之民, 則失其所以爲臣, 民不出粟米麻絲, 作器皿, 通貨財, 以事其上, 則誅.
임금이 법령을 내지 않으면 임금된 까닭을 잃고, 신하가 임금의 법령을 시행하여 백성에게 이르게 하지 않으면 신하된 까닭을 잃고, 백성이 곡식과 옷감을 내고 그릇을 만들며 재화를 유통하여 윗사람을 섬기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
▶ 誅 : 벌하다.
今其法曰:
“必棄而君臣, 去而父子, 禁而相生相養之道, 以求其所謂淸凈寂滅者.”
그런데 그들의 법은 이르기를,
“반드시 그대의 군신관계를 버리고, 부자관계를 떠나고, 서로 도우며 사는 도리를 금하여, 이른바 淸凈·寂滅의 경지를 추구해야 한다.”라고 한다.
▶ 淸淨 : 老子의 사상,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하다.
▶ 寂滅 : 불교의 사상, 번뇌를 끊고 不生不滅의 경지에 들어감.
鳴呼! 其亦幸而出於三代之後, 而不見黜於禹湯文武周公孔子也, 其亦不幸而不出於三代之前, 不見正於禹湯文武周公孔子也.
아! 그들은 다행스럽게도 3대 이후에 나와서 禹王·湯王·文王·武王·周公·孔子에게 배척당하지 않았고. 그들은 또 불행하게도 3대 이전에 나오지 않아서 우왕·탕왕·문왕·무왕·주공·공자에 의해 바로잡히지 못했구나.
▶ 三代 : 夏·殷·周의 세 왕조.
▶ 黜출 : 물리치다.
▶ 正 : 바로잡다.
帝之與王, 其號名殊, 其所以爲聖一也, 夏葛而冬裘, 渴飮而飢食, 其事雖殊, 其所以爲智一也.
帝와 王은 그 호칭은 다르나 그들이 聖人이 되는 까닭은 같으니, 여름에는 칡베옷을 입고 겨울에는 가죽옷을 입으며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배고프면 먹어서. 그 일은 다르다고 할지라도 그들이 지혜라고 여기는 것은 매 한 가지이다.
▶ 葛 : 칡. 칡베로 만든 옷을 입음.
▶ 裘 : 갖옷. 갖옷을 입음.
今其言曰:
“曷不爲太古之無事,”
그런데 그들이 말하기를
“어찌하여 太古의 소박한 생활을 하지 않는가?”라고 한다.
▶ 曷 : 어찌하여.
▶ 太古之無事 : 태고의 인위적인 일을 꾸미지 않는 생활, 道家는 태고의 무위자연의 소박한 생활을 이상으로 한다.
是亦責冬之裘者曰:
“曷不爲葛之之易也,”
또 겨울에 가죽옷을 입는 사람을 책망하기를,
“어찌하여 칡베옷을 입는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는가?”라고 한다.
▶ 責 : 책망하다.
責飢之食者曰:
“曷不爲飮之之易也.”
굶주려 먹는 사람에게 책망하기를,
“어찌하여 물을 마시는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는가?”라고 한다.
傳曰:
“古之欲明明德於天下者, 先治其國, 欲治其國者, 先齊其家, 欲齊其家者, 先修其身, 欲修其身者, 先正其心, 欲正其心者, 先誠其意.”
《傳》에 말하기를
“옛적에 천하에 明德을 밝히고자 한 사람은 먼저 그의 나라를 잘 다스리고, 그의 나라를 다스리고자 한 사람은 먼저 그의 집안을 다스렸고, 그의 집안을 다스리고자 한 사람은 먼저 그 자신을 수양하였으며, 그 자신을 수양하고자 한 사람은 먼저 그의 마음을 바르게 하였고, 그의 마음을 바르게 하고자 한 사람은 먼저 그의 뜻을 성실하게 하였다.”라고 하였다.
▶ 傳 : 성인의 말씀을 해석한 것. 여기서는 《大學》을 가리킨다.
然則古之所謂正心而誠意者, 將以有爲也, 今也欲治其心而外天下國家者, 滅其天常, 子焉而不父其父, 臣焉而不君其君, 民焉而不事其事.
그러므로 옛날의 소위 正心과 誠意은 그것으로써 큰일을 하고자 하였는데, 지금은 그의 마음을 다스리고자 하면서 천하와 국가를 도외시하고, 하늘의 常道를 없애어, 자식은 아버지를 아버지로 섬기지 않고, 신하는 임금을 임금으로 섬기지 않으며, 백성은 그들의 일을 하지 않게 되었다.
▶ 天常 : 常은 항구불변한 이치. 하늘의 영원한 이치.
孔子之作『春秋』也, 諸侯用夷禮則夷之, 夷而進於中國則中國之, 經曰:
“夷狄之有君, 不如諸夏之亡.”
詩曰:
“戎狄是膺, 荊舒是懲,”
今也, 擧夷狄之法, 而加之先王之敎之上, 幾何其不胥而爲夷也.
공자가 《春秋》를 지음에, 제후가 오랑캐의 예법을 쓰면 오랑캐로 대우하고, 오랑캐라도 중국에 다가오면 중국으로 대우하였고, 경전에 말하기를
“東夷나 北狄에 임금이 있다 해도 중국에 임금이 없는 것보다 못하다.”라고 했고,
《詩經》에 말하기를
“戎狄을 응징하고 남쪽의 荊과 舒를 징벌한다.”라고 하였는데,
지금은 오랑캐의 법을 들어 先王의 가르침 위에 놓고 있으니, 그들이 머지않아 오랑캐가 되기에 얼마나 걸리겠는가?
▶ 夷之 : 오랑캐라 여기다. 오랑캐로 대우하다.
▶ 進於中國 : 오랑캐가 중국의 예법을 사용함.
▶ 中國之 : 중국으로 여기다,.중국인으로 대우하다.
▶ 經 : 성인의 말씀을 기록한 글, 여기서는 《論語》를 가리킨다.
▶ 戎狄 : 서쪽 오랑캐와 북쪽 오랑캐.
▶ 膺 : 정벌하다.
▶ 荊 : 楚나라.
▶ 舒 : 楚의 이웃 나라.
▶ 懲 : 징벌하다.
▶ 戎狄是膺, 荊舒是懲: 〈시경〉 魯頌 閟宮에 나온다.
▶ 夷死之法 : 오랑캐의 법. 道家와 불교의 법을 말한다.
▶ 先王之敎 : 先王은 요·순·우·탕·문왕 무왕을 말한다. 유교를 가리킨 것.
▶ 不胥 : 머지않아. 胥: 멀다, 소원하다(疏遠--)
夫所謂先王之敎者何也.
이른바 先王의 가르침이란 무엇인가?
博愛之謂仁, 行而宣之之謂義, 由是而之焉之謂道, 足乎己無待於外之謂德.
널리 인간을 사랑함을 仁이라 하고, 행하여 합당한 것을 義라 하며 이를 따라서 가야만 함을 道라 하고, 자신에게 충족되어 있어 밖에 의지하지 않음을 德이라고 한다.
其文『詩』ㆍ『書』ㆍ『易』ㆍ『春秋』, 其法禮樂刑政, 其民士農工賈, 其位君臣ㆍ父子ㆍ師友ㆍ賓主ㆍ昆弟ㆍ夫婦, 其服麻絲, 其居宮室, 其食粟米蔬果魚肉.
그 글은 《詩》·《書》·《易》·《春秋》이며, 그 법도는 禮·樂·刑·政이오, 그 백성은 士農工商이며, 그 位階는 君臣·父子·師友·賓主·昆弟·剖符이며, 그 옷은 베나 명주이고, 그 거처는 집이며, 그 음식은 조·쌀·채소·과실·어물·육류이다.
▶ 詩書易 : 《시경》·《서경》·《역경》을 가리킴.
▶ 刑 : 형벌.
▶ 政 : 政制·정책.
▶ 昆弟 : 형제.
▶ 蔬 : 채소
其爲道易明, 而其爲敎易行也.
그들의 도리는 명백히 알기가 쉽고 그들의 가르침은 실행하기가 쉽다..
是故以之爲己則順而從, 以之爲人則愛而公, 以之爲心則和而平, 以之爲天下國家, 無所處而不當.
이런 까닭에 그것으로 자기를 다스리면 순조롭게 따르게 되고, 이것으로 남을 다스리면 백성을 사랑하고 공평하게 되고, 이것으로 마음을 다스리면 화평하게 되며, 이것으로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면 다스림에 합당하지 않음이 없게 된다.
▶ 爲己 : 자신을 다스리다. 爲는 다스리다.
是故生則得其情, 死則盡其常,
이런 까닭에 살아서는 본성을 얻고 죽으면 常情을 다한다.
▶ 得其情 : 情은 본성. 본성을 얻다.
▶ 常 : 常道. 영원한 도리. 혹은 常禮로서 葬禮와 祭禮를 말한다.
郊焉而天神假, 廟焉而人鬼饗.
郊祭를 지내면 天神이 이르고, 宗廟祭祀를 지내면 죽은 조상이 흠향한다.
▶ 郊 : 천자가 天神과 地에 지내는 제사.
▶ 假 : 이르다. 格과 같은 뜻.
▶ 人鬼 : 인간의 영혼. 조상 귀신.
▶ 饗 : 흠향함.
曰: “斯道也, 何道也?”
“이 道란 무슨 道인가?”
曰: “斯吾所謂道也. 非向所謂老與佛之道也.”
“이것은 내가 말하는 도이고 앞에 말한 道家나 佛家의 도는 아니다.”
堯以是傳之舜, 舜以是傳之禹, 禹以是傳之湯, 湯以是傳之文武周公, 文武周公傳之孔子, 孔子傳之孟軻, 軻之死, 不得其傳焉.
堯임금은 이것을 舜임금에게 전했고, 순임금은 이것을 禹임금에게 전했으며, 우임금은 이것을 湯王에게 전했고, 탕왕은 이것을 文王·武王·周公에게 전했으며, 문왕·무왕·주공은 그것을 孔子에게 전했고, 공자는 이것을 孟軻에게 전했는데, 맹가가 죽자 이것이 전해질 수 없었다.
▶ 斯道 : 유가의 도
▶ 孟軻 : 孟子. 軻는 그의 이름.
荀與揚也, 擇焉而不精, 語焉而不詳.
荀子와 揚雄은 그것을 선택하였으나 정밀하지 않았고, 말하였으나 상세하지 못하였다.
▶ 荀 : 전국시대의 유학자인 荀子. 性惡說을 제창하여 정통에서 벗어난 유학으로 보며 法家인 韓非子는 그의 제자이다.
▶ 楊 : 漢代의 학자이며 賦 작가인 楊雄. 《論語》를 본떠서 《法言》을 지었다.
▶ 擇焉而不精 : 가리기는 잘하였지만 精妙하지는 못하다. 순자와 양웅은 儒道를 선택하였으나 유교의 도리를 바르게 계승하지 못하였다. 孟子는 性善說을 주창한 것에 반해 순자는 性惡說을 주창했고, 양웅은 성선과 성악이 혼합된 설을 주장하였다.
由周公而上, 上而爲君. 故其事行, 由周公而下, 下而爲臣. 故其說長.
주공 이전 사람들은 위에서 임금노릇을 하였으매 그 道가 시행되었으며, 주공 이후 사람들은 아래에서 신하로 있었기 때문에 그 주장이 오래도록 전하여졌다.
然則如之何而可也?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야 옳은가?
曰不塞, 不流; 不止, 不行.
막지 않으면 유전되지 못하고 멈추게 하지 않으면 행하여지지 않는다.
▶ 不塞不流 : 막지 않으면 흐르지 않는다. 塞은 막는다는 뜻. 도교와 불교를 막지 않으면 유가의 도가 유행되지 않을 것이다.
人其人, 火其書, 廬其居, 明先王之道以道之, 鰥寡孤獨廢疾者有養也, 其亦庶乎其可也.
사람들을 정상의 사람으로 만들고, 그들의 책을 불태워 없애며, 그들의 거처를 보통 집으로 만들고, 선왕의 道를 밝혀 그들을 인도하여 鰥寡孤獨과 廢疾者도 봉양을 얻음이, 또한 옳음에 가까울 터이다.
▶ 人其人 : 앞의 人은 동사로서 올바른 사람이 되게 한다는 뜻. 뒤의 人은 도가나 불교의 사람들. 道士나 승려를 올바른 사람이 되게 함.
▶ 火其書 : 도가나 불교의 책을 불태움.
▶ 廬其居 : 廬는 민간의 보통 주택으로 만들다. 居는 道觀이나 寺院의 거처. 도관이나 사원을 일반 주택으로 바꾸다.
▶ 道 : 導. 인도하다.
▶ 鰥 : 홀아비.
▶ 寡 : 과부.
▶ 孤 : 부모 없는 고아.
▶ 獨 : 늙고 자식이 없는 사람.
▶ 廢疾者 : 불구, 병신. 고칠 수 없는 병자.
▶ 庶 : 거의 가깝다.
해설
한유는 古文運動을 제창하면서 古道의 부활을 역설하였다. 그는 유가의 道만이 올바른 도라고 보고 당시에 성행하던 불교나 도가사상을 배척하였다. 이 글에서 한유는 도가와 불교를 이단으로 보고 仁義道德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그가 여기에서 유가의 도가 堯舜으로부터 禹·湯·文·武·周公을 거쳐 孔子와 孟子에게 전해진 것이라고 주장한 이른바 유학의 道統論은 후세에 발전한 신유학에 큰 영향을 주게 되었다.
다음은 누구의 글인지 알 수 없으나, 原道에 대한 평론이다.
程子曰:
정자가 말했다.
“韓愈亦近世豪傑之士.
“한유도 근대의 豪傑之士이다.
如「原道」之言, 雖不能無病, 然自孟子以來, 能知此者獨愈而已.
「원도」 따위의 말은 비록 문제점이 없진 않으나, 맹자 이래 이것을 아는 사람은 유독 韓愈일 뿐이다.
其曰:
‘孟氏醇乎醇.’
그는 말하기를
‘맹자는 순정하고도 순정하다.’라고 하였고,
又曰:
‘荀與揚, 擇焉而不精, 語焉而不詳.’
또 말했다.
‘순자와 揚雄은 선택하되 정밀하진 못하고 말하되 상세하지 않다.’
若無所見, 安能由千載之後, 判其得失, 若是之明也?”
만약 소견이 없다면 어찌 천년의 후세에, 득실을 판단하기가 이렇게 분명하겠는가?”
又曰:
“退之晩年之文, 所見甚高, 不可易而讀也.
또 말했다.
“퇴지의 만년 문장은 소견이 매우 고상해서 쉽게 여기고 읽어서는 안 된다.
古之學者, 修德而已, 有德則言可不學而能.
옛날 학자는 덕을 닦을 뿐이지만, 덕을 얻으면 말을 배우지 않아도 잘할 수 있다.
退之乃以學文之故, 日求所未至,
퇴지는 곧 문학을 배운 이유로 날마다 구하여도 이르지 못함을 꼽았다.
故其所見及此, 其爲學之序, 雖若有戾, 然其言曰:
‘軻之死, 不得其傳.’
此非襲前人語, 又非鑿空率然而言, 是必有所見矣.
그러므로 소견이 여기에 이르렀으니 그의 학문의 순서가 비록 어긋난 듯하지만, 말하기를
‘맹가가 죽자 전해질 수 없었다.’
라고 하였으니,
이것은 앞 사람의 말을 답습함이 아니고 또 근거 없이 경솔하게 지어낸 말도 아니므로, 틀림없이 소견이 있는 것이다.
▶ 鑿空 : ① 착공 ② 구멍을 뚫음 ③ 도로를 개통함 ④ 근거 없는 이야기
若無所見, 則所謂以是傳之者, 果何事耶?”
만약 소견이 없다면, 소위 ‘이것을 전하였다.’란 과연 어떤 일이었겠는가?”
朱子曰:
“諸賢之論, 唯此二段能極其深處.
주자가 말했다.
“賢人들의 의론 중 오직 (정자의) 이 두 단락이 깊은 곳에 다다랐다.
然臨川王氏安石之詩, 有曰:
그러나 임천 왕씨 안석의 시에 일렀다.
紛紛易盡百年身, 擧世何人識道眞.
어지러이 백년의 몸뚱이 다해 가는데, 세상의 어떤 사람이 도의 참모습을 알리오?
力去陳言誇末俗, 可憐無補費精神.
힘껏 진부한 말을 하고 말세의 풍속을 과시하니, 가련하구나. 보탬이 되지 않으며 정신만 허비하니.
其爲予奪, 乃有大不同者.
칭찬하고 비판함에 크게 같지 않음이 있다.
嘗折其衷而論之, 竊謂程子之言, 固爲得其大端, 而王氏之言, 亦自不爲無理.
일찍이 절충하여 논하자면, 삼가 정자의 말은 큰 단서를 얻었고, 왕씨의 말도 스스로 무리는 아니다.
盖韓公於道, 知其用之周於萬事, 而不知其體具於吾之一心;
대체로 한공은 도에 있어서, 用은 만사에 두루 있음을 알았으나 體가 내 마음에 구비됨을 알지 못했고
知其可行於天下, 而不知其本當先於吾之一身也.
천하에 행해질 수 있음을 알았으나, 근본은 나의 일신에 먼저해야 실행해야 함은 알지 못했다.
是以, 其言, 常詳於外而略於內, 其志常極於遠大而其行未必謹於細微.
이런 까닭으로 그 말이 항상 외면엔 상세하였으나 내면엔 疏略했고, 그 뜻이 항상 원대함엔 극진했으나, 그 행동은 細微에 힘씀을 기필하지 못하였다.
雖知文與道有內外淺深之殊, 而終未能審其緩急重輕之序, 以決取舍,
비록 文과 道에 內外와 淺深의 다름이 있는 줄은 알았으나, 끝내 緩急과 重輕의 차례를 살펴 취사를 결정할 수 없었고,
雖汲汲以行道濟時抑邪與正爲事, 而未免雜乎貪位慕祿之私,
비록 급급하게 도를 행하고 당시를 구제하며 사악함을 억누르고 바름에 참여하는 것을 일로 삼았지만, 지위를 탐하고 녹봉을 사모하는 사사로움에 섞임을 면치 못했으니,
此其見於文字之中, 信有如王氏所譏者.
그의 글에 보임에, 진실로 왕씨가 譏弄함과 같은 것이 있다.
但王氏雖能爲此言, 而其所謂道眞者, 實乃老佛之餘派, 正韓公所深詆, 是楚雖失而齊亦未爲得也.
다만 왕씨가 비록 이 말을 하였으나, 소위 ‘도의 참됨’은 실제로는 노자와 불교의 여파이고 바로 한공이 깊이 나무란 바이니, 초나라의 손해가 제나라의 이익이 되지는 못함이다.
以是而論, 韓公之學所以爲得失者, 庶幾其有分乎.”
이것으로 논하면 韓公의 학문을 성패를 가리는 까닭을 거의 분별할 수 있으리라.”
又曰:
“達摩未入中國時, 如支遁法師之徒, 只是談『莊』ㆍ『老』, 後來人亦多以『莊』ㆍ『老』助禪.
또 말했다.
“달마대사가 중국에 들어오지 않았을 적에 支遁法師와 같은 무리가 『장자』와 『노자』를 말하였으나 후대 사람도 많이들 『장자』와 『노자』로 불교를 돕는다.
愚按, 老子, 與孔子同時, 佛則後漢明帝時, 始入中國, 然後之譎誕者, 往往攘『老子』ㆍ『莊』ㆍ『列』之說, 以佐佛學, 其本雖異, 而末流一也.
내가 살펴보자면, 노자는 공자와 동시대 사람이고, 불교는 후한의 명제 때에 중국에 들어온 후에 헛된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이따금 『노자』와 『장자』와 『열자』의 말을 훔쳐서 불교를 도우니 근본은 비록 다르더라도 말류는 하나이다.
故韓公此篇, 爲闢『老』佛而作.
그러므로 한공의 이 글은 『노자』와 불교를 배척하려 지은 것이다.
始單擧老氏, 中搭上佛氏, 闢老卽闢佛也, 竟不復分別.”云.
처음엔 단지 노씨를 열거하다가 중간에 불씨에 타고 올라갔으매, 노씨를 배척함이 곧 불교를 배척함이라 마침내 다시 분별할 게 없다.”
陳靜觀曰:
진정관이 말했다.
“此篇, 雖有未醇, 然比之揚雄所謂:
‘老氏言道德, 吾有取焉耳, 搥提仁義, 絶滅禮樂, 吾無取焉.’ 豈不高?
“이 글은 비록 순정하지 않으나, 양웅의 소위
‘노씨가 말한 도덕에는 내가 취할 게 있으나, 인의를 포기하고 예악을 끊어 없앰엔 내가 취할 게 없다.’에 비하면 고상하지 않은가?
他旣無禮樂仁義, 成甚道德?
그에게 이미 예악과 인의가 없으면 무엇으로 도덕을 이루겠는가?
本意, 是吾儒合仁義言道德, 老佛去仁義言道德.
이 글의 본래 뜻은 우리 유학은 인의를 합하여 도덕이라 말하나, 노자와 불교는 인의를 제거하고 도덕을 말한다는 것이다.
所以吾儒之說, 可爲天下國家; 老佛之說, 皆外了天下國家, 可以爲天下國家, 便是天下之公言;外了天下國家, 所以爲一人之私言.
우리 유학의 말로써 천하와 국가를 다스릴 수 있으나, 노자와 불교의 말은 모두 천하와 국가를 외면하였으니, 천하와 국가를 다스릴 수 있음은 곧 천하의 공적인 말이고, 천하와 국가를 외면함은 한 사람의 사적인 말이 되는 까닭이다.
吾儒之言平常, 老佛之言怪異.
우리 유학자의 말은 평범하나, 노자와 불교의 말은 괴이하다.
'古文眞寶(고문진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後集25-上張僕射書(상장복야서)-韓愈(한유) (3) | 2024.03.12 |
---|---|
後集24-重答張籍書(중답장적서)-韓愈(한유) (0) | 2024.03.11 |
後集22-原人(원인)-韓愈(한유) (0) | 2024.03.10 |
後集21-大唐中興頌(대당중흥송)-元結(원결) (0) | 2024.03.10 |
後集20-大寶箴(대보잠)-張蘊古(장온고) (0) | 2024.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