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한글 文章 (274)
耽古樓主의 한문과 고전 공부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webp.q85/?fname=https://blog.kakaocdn.net/dn/dhSyOJ/btsL5Qx4lj9/p2wY5IdtBGVi5f82nQc551/img.jpg)
1.보리.너는 차가운 땅 속에서 온 겨울을 자라 왔다.이미 한 해도 저물어, 벼도 아무런 곡식도 남김 없이 다 거두어들인 뒤에, 해도 짧은 늦은 가을 날, 농부(農夫)는 밭을 갈고, 논을 잘 손질하여서, 너를 차디찬 땅 속에 깊이 묻어 놓았었다. 차가움에 응결된 흙덩이들을, 호미와 고무래로 낱낱이 부숴 가며, 농부는 너를 추위에 얼지 않도록 주의해서 굳고 차가운 땅 속에 깊이 심어 놓았었다.씨도 제 키의 열 길이 넘도록 심어지면, 움이 나오기 힘이 든다.옛 늙은이의 가르침을 잊지 않으며, 농부는 너를 정성껏 땅 속에 묻어 놓고, 이에 늦은 가을의 짧은 해도 서산을 넘은 지 오래고, 날개를 자주 저어 까마귀들이 깃을 찾아간 지도 오랜, 어두운 들길을 걸어서, 농부는 희망(希望)의 봄을 머릿속에 간직하며, ..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webp.q85/?fname=https://blog.kakaocdn.net/dn/bgv3s3/btsL75mv5gp/kBiSgUlK5H3yknkKzE2DMK/img.webp)
나는 마고자를 입을 때마다 한국 여성(韓國女性)의 바느질 솜씨를 칭찬(稱讚)한다. 남자(男子)의 의복(衣服)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호사(豪奢)가 마고자다. 바지, 저고리, 두루마기 같은 다른 옷보다 더 값진 천을 사용한다. 또 남자 옷에 패물(佩物)이라면 마고자의 단추다. 마고자는 방한용(防寒用)이 아니요 모양새다. 방한용이라면 덧저고리가 있고 잘덧저고리(잘(담비)의 오피를 넣어 만든 덧저고리) 도 있다. 화려하고 찬란한 무늬가 있는 비단 마고자나 솜둔 것은 촌스럽고, 청초한 겹마고자가 원격(原格)이다. 그러기에 예전 노인네가 겨울에 소탈하게 방한 삼아 입으려면, 그 대신에 약식인 반배를 입었던 것이다. 마고자는 섶이 알맞게 여며져야 하고, 섶귀가 날렵하고 예뻐야 한다. 섶이 조금만 벌어지거나 조금만 더 ..
이틑날 아침, 고단한 마련 해선 일찌감치 눈이 떠진 것은 몸에 지닌 기쁨이 하도 컸던 탓이었을까? 안타깝게도 간밤에 볼 수 없던 영봉(靈峰)들을 대면(對面)하려고 새댁같이 수줍은 생각으로 밖에 나섰으나, 계곡(溪谷)은 여태 짙은 안개 속에서, 준봉(峻峰)은 상기 깊은 구름 속에서 용이(容易)하게 자태(姿態)를 엿보일 성싶지 않았고, 다만 가까운 데의 전나무, 잣나무 들만이 대장부(大丈夫)의 기세(氣勢)로 활개를 쭉쭉 뻗고,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것이 눈에 뜨일 뿐이었다. 모두 근심 없이 자란 나무들이었다. 청운(靑雲)의 뜻을 품고 하늘을 향하여 밋밋하게 자란 나무들이었다. 꼬질꼬질 뒤틀어지고 외틀어지고 한 야산(野山) 나무밖에 보지 못한 눈에는, 귀공자(貴公子)와 같이 기품(氣稟)이 있어 보이는 ..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webp.q85/?fname=https://blog.kakaocdn.net/dn/mtToM/btsL6nhLd7R/mX93Xpm7ia5kdSbhnxRxh0/img.png)
賞春曲에 관하여 원문 및 현대어 해석 紅塵에 뭇친 분네 이 내 生涯 엇더ᄒᆞᆫ고녯사ᄅᆞᆷ 風流ᄅᆞᆯ 미ᄎᆞᆯ가 ᄆᆞᆺ 미ᄎᆞᆯ가 天地間 男子 몸이 날만ᄒᆞᆫ 이 하건마ᄂᆞᆫ 山林에 뭇쳐 이셔 至樂을 ᄆᆞᄅᆞᆯ 것가 數間茅屋을 碧溪水 앏픠 두고 松竹 鬱鬱裏예 風月主人 되여셔라 세속에 묻혀 사는 사람들아, 이 나의 살아가는 모습이 어떠한가?옛 사람의 풍류를 따를 것인가 못 따를 것인가?천지간 남자의 몸이 나와 같은 사람이 많건마는,산림에 묻히어서 지극한 즐거움을 모른다는 말인가?초가삼간을 시냇물 앞에 두고, 소나무와 대나무 울창한 속에 자연을 즐기는 사람이 되었어라.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도라오니 桃花杏花ᄂᆞᆫ 夕陽裏예 퓌여 잇고 綠楊芳草ᄂᆞᆫ 細雨中에 프르도다 칼로 ᄆᆞᆯ아 낸가 붓으로 그려 낸..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 안톤 쉬낙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의 한 모퉁이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가을의 따사로운 햇빛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게다가 가을비는 쓸쓸히 내리고 그리운 이의 발길은 끊어져 거의 한 주일이나 혼자 있게 될 때. 아무도 살지 않는 옛 궁성. 그 고궁의 벽에서는 흙덩이가 떨어지고, 문설주의 삭은 나무 위에는 ´아이세여, 내 너를 사랑하노라.......´라는 거의 알아보기 어려운 글귀가 씌어 있음을 볼 때. 숱한 세월이 흐른 후에 문득 발견된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가 발견될 때, 그곳에 씌었으되 ´사랑하는 아들이여, 너의 소행이 내게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가져오게 하였는가......´ 대체 나의 소행이란 무엇이..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webp.q85/?fname=https://blog.kakaocdn.net/dn/IEClu/btskhBNiQpa/CDLU690EHJLPyxUi2tfix1/img.png)
보리값이 쌀값을 웃돌고 있다. 보리밭에서 가난 이미지가 증발하고 보리의 가공식품이 느는 데다가 수지가 맞지 않아 경작을 기피한 때문이라지만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이변이 아닐 수 없다. 보릿고개, 보리떡, 보리죽, 보릿자루 하면 가난 이미지가 물씬하다. '菽麥’ 하면 모자란 사람을, '보리밭 파수꾼' 하면 못된 사람을 연상하게 된다. 오뉴월에 보리밭 들판만 지켜보고 있다가 정사(情事)를 발견하면 그것을 미끼로 뜯어먹고 사는 진드기 인간이 보리밭 파수꾼이기 때문이다. 업고 있는 아기의 성별(性別)을 물을 때, 고추냐 보리냐고 물었다. 남존여비가 혹심했던 옛날인지라 보리라고 대꾸하면 혀를 찼다. 진통 끝에 애 울음소리가 나면 시어머니는 산실(産室) 밖에서 고추냐, 보리냐고 물었다. 보리라는 대꾸를 들으면 시..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webp.q85/?fname=https://blog.kakaocdn.net/dn/bgaHWJ/btskgH1xGvY/HuIaoPyuDdo6yXpPHpDvWK/img.png)
한국 최초의 대학이 충선왕 때 성균관으로 이름이 바뀌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명맥을 잇고 있으니 대단한 대학의 전통이 아닐 수 없을 뿐더러 세계적인 대학문화재가 아닐 수 없다. 대학의 기원을 흔히들 고대 아테네의 아카데미아에 둔다. 20여 년 전에 이 아카데미아의 유지(遺址)를 찾아보고자 아테네를 헤매었으나 어느 한 시민도, 또 당국자도 학자도 위치를 모르고 있었다. 완전히 망각 속에 묻힌 이 아카데미아가 있었다는 아크로폴리스신전의 오른쪽 벼랑 밑은 온통 슬럼가가 돼 있었다. 그중 누추한 한 집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 있던 자리'라고 새겨져 있는 뜨락의 디딤돌이 유일한 아카데미아의 흔적이 되고 있을 뿐이다. 은세공(銀細工)의 가내수공업으로 호구하고 있다는 그집 주인이 마침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webp.q85/?fname=https://blog.kakaocdn.net/dn/HTedq/btskg7TdJVC/bwKQ1KO3bdF4KHb97sxUm0/img.png)
선풍기 바람이 더위를 물리적으로 쫓고 에어컨이 화학적으로 삭인다면, 부채 바람은 더위를 달래면서 공존한다. 자연과 적대하지 않고 화합하는 것이 부채 바람의 묘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친밀농도(親密濃度)를 연구한 심리학자 홀스타인이라는 이는 사람이 6개월 동안 만나지 않거나 소식을 전하지 않거나 하면 그 두 사람 사이의 친밀도가 반감한다고 했다. 그래서 친하게 지내고 싶은 친지에게는 반년에 한 번쯤은 편지를 하거나 전화를 걸거나 인편에 안부라도 전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이 이 홀스타인의 법칙을 알았을 턱은 없지만 체험적으로 터득을 하고 꾸준히 실행해온 데 머리가 숙여진다. 이를테면 정초에 원근의 친지들에 달력을 보내고 그 후 거의 반년이 가까워지는 단오날에 부채를 다시 보냄으로써 희석되어가..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webp.q85/?fname=https://blog.kakaocdn.net/dn/bzApgY/btskfcgOWin/SKNXA3iFTqbDgVmlnMkT0K/img.png)
"우리 형제가 국록을 먹으면서 이런 영업을 하면 가난한 백성들은 무엇으로 생업을 삼으란 말이냐" 형 김수팽은 동생을 매로 치며 염색물을 쏟아버렸다. 우리 전통 관료사회에 청렴도를 가르는 기준으로 '사불삼거(四不三拒)'라는 불문율이 있었다. 부업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일불(不)이다. 영조 때 호조(戶曹)의 서리(書吏)로 있던 김수팽(金壽彭, ?~?)이 어느 날 惠廳의 서리로 있는 동생집에 들렀다가 마당에 널려 있는 항아리에서 염색하는 즙(汁)이 넘쳐흐르는 것을 보고 어디에 쓰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래서 동생이 처가 염색으로 생계를 돕고 있다고 하자, 노하여 동생을 매로 치며, “우리 형제가 더불어 국록을 먹고 있으면서 이런 영업을 하면 저 가난한 백성들은 무엇으로 생업을 삼으란 말이냐.”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