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6長短句-12薄薄酒(박박주)

耽古樓主 2024. 2. 17. 03:41

古文眞寶(고문진보)

박박주(薄薄酒)-소식(蘇軾)

▶ 薄薄酒 묽고 맑은 술.
작자의 이 시 서문에 따르면 趙明叔이란 사람이 가난하면서도 술을 좋아해 취하면 薄薄酒勝茶湯醜醜婦勝空房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그럴싸하게 느껴져 樂府體로 그 뜻을 살려 지었다 했다.
分類東坡詩》 13에도 실려 있는데이것은 두 수 중의 전편이다.

 

薄薄酒勝茶湯, 粗粗布勝無裳, 醜妻惡妾勝空房.
묽고 묽은 술도 끓인 차보단 낫고 거칠고 거친 麻布라도 치마없는 것보단 나으며,
추한 처와 악한 첩이라도 빈 방에 홀로 사는 것보단 낫다.
勝茶湯 : 끓인 차보다 낫다.
粗粗布 : 거칠고 거친 麻布.

五更待漏靴滿霜, 不如三伏日高睡足北窓凉.
조회를 기다리다 신발에 서리가 가득 참은, 한여름 해가 솟도록 충분히 자며 북창의 시원함을 즐김만 못하네.
五更待漏 : 5은 새벽 시간, 待漏는 옛날 大臣들이 朝會에 참석하기 위하여 조정에 나와 조회 시간을 기다리던 것을 뜻함. 나라 때엔 待漏院을 두어 새벽에 조신들이 모이도록 하기도 했었다. 漏刻으로 물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을 뜻한다.

珠襦玉匣萬人祖送歸北邙, 不如懸鶉百結獨坐負朝陽.
珠襦와 玉匣으로 萬人의 葬送을 받으며 북망산으로 감은, 너절한 누더기를 입고 홀로 앉아 아침 햇볕 등에 받음만 못하지.
珠襦玉匣(주유옥갑) : 珠襦는 구슬을 황금 실로 엮어 만든 저고리. 玉匣은 옥조각을 황금실로 엮어 만든 下衣로 모두 屍衣이며, 갑옷 같은 형상이었다 [漢書董賢傳 顔師古 註]. 최근 長沙 馬王堆에서 출토된 金縷玉衣따위인 듯하다.
祖送 : 는 길의 신[道祖神]에게 지내는 제사. 여기서는 장례 때 제사를 지내고 상여를 장지로 보냄을 뜻한다. 北邙 : 河南省 洛陽縣 동북쪽에 있는 산 이름. 東漢이래로 ·에 걸쳐 名臣들의 묘가 많았다. 이 때문에 후세에는 사람이 죽어서 가는 곳을 대표하게 되었다.
懸鶉(현순) : 매달아 놓은 메추라기. 옷이 해져 너절너절한 것에 비유한 말. 荀子大略편에 子夏는 가난해서 옷이 懸鶉같았다.’라는 말이 보인다.
百結 : 옷을 누덕누덕 기운 것.

生前富貴死後文章, 百年瞬息萬世忙.
생전에 부귀를 누리려 하고 사후엔 문장을 남기려 하나, 백년도 순식간이고 만세도 바삐 지나가 버리네.
瞬息 : 한 번 눈 깜짝하고, 한 번 숨쉬는 동안.

夷齊盜跖俱亡羊, 不如眼前一醉是非憂樂都兩忘.
伯夷·叔齊나 盜跖이 다 같이 없어졌으니, 눈앞에 당장 한번 취하여 是非憂樂을 모두 다 잊음만 못하지.
夷齊 : 伯夷叔齊. 殷末 孤竹君의 아들 형제, 임금 자리를 형제가 서로 사양했고, 다시 을 멸망한 나라 곡식을 먹지 않겠다고 首陽山에 숨어 살다가 굶어 죽었다고 한다. 淸廉高潔한 인물의 대표로 들고 있다.
盜跖 : 춘추시대 나라의 유명한 도둑 이름.
俱亡羊 : 모두가 양을 잃다. 莊子騈拇篇두 사람이 양을 치다가, 장은 책 읽는 데 정신이 팔렸고, 각은 노름에 정신이 팔려 모두 양을 잃었다는 얘기를 하여, 夷齊와 도척이 서로 한 일은 다르지만 모두 사람의 本性을 해쳐 삶을 망친 점에서는 같다고 비유하고 있다.

 

 

 해설


어려운 세상에선 묽은 술이라도 마시고 지저분한 일은 잊고 사는 게 상책이다. 이는 陶淵明의 詩情을 계승한 것이다.
표현에 있어서도 도연명의 〈和劉柴桑〉의 ‘弱女雖非男, 慰情良勝無’, 〈詠貧士〉의 ‘淒厲歲云暮, 擁褐曝前軒’, 〈擬古〉의 ‘相與還北邙’, 〈五柳先生傳〉의 ‘短褐穿結’ 등 비슷한 표현이 많으니, 蘇軾이 그에게 얼마나 傾倒되었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