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를 그려준 하수재에게 드림(贈寫眞何秀才)-소식(蘇軾)
▶ 贈寫眞何秀才 : 초상화를 그린 何秀才에게 드림.
하수재는 이름이 充이며 姑蘇사람으로, 초상화의 名人이었다[元 夏文彦《圖繪寶鑑》].
《分類東坡詩》 권11 書畵 上에도 이 시가 실려 있음.
君不見
潞州別駕眼如電? 左手卦弓橫撚箭.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潞州別駕가 눈을 번개처럼 뜨고, 왼손에 활을 걸고 화살을 옆으로 메우고 있음을.
▶ 潞州別駕 : 노주는 지금의 山西省 長治縣. 별가는 州刺史의 副官. 唐 玄宗(:李隆基, 713~755재위)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이 벼슬에 있었다.
▶ 橫撚箭 : 옆으로 비껴 화살을 잡다. 여기에선 현종의 〈狩獵圖〉를 가리킨 것임.
又不見
雪中騎驢孟浩然? 皺眉吟詩肩聳山.
또 보지 못했는가?
눈 속에 나귀를 탄 孟浩然이,
눈썹을 찌푸린 채 시 읊을 적에 어깨가 산처럼 솟아 있음을.
▶ 孟浩然 : (689~740). 盛唐時代의 대표적인 자연시인. 王維와 쌍벽을 이루었다. 여기의 초상은 그의 〈赴命途中逢雪〉시를 주제로 한 듯하다.
▶ 皺 : 주름지다. 皺眉는 눈썹을 찌푸림.
▶ 肩聳山 : 여위어 양 어깨가 산처럼 솟아 뵈는 것.
饑寒富貴兩安在? 空有遺像留人間.
饑寒을 겪거나 부귀를 누린 양쪽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공연히 초상화를 세상에 남겼도다.
此身常擬同外物, 浮雲變化無蹤跡.
이 몸은 늘 外物과 同化하여, 浮雲이 변화하듯 종적이 없고자 하네.
▶ 擬 : ~에 비기다. ~하고자 하다.
▶ 同外物 : 자기 밖의 물건과 동화하다.
▶ 蹤跡 : 발자취.
問君何苦寫我真, 君言好之聊自適.
그대에게 묻기를 왜 고생하여 내 초상을 그리려는가 하자, 그대가 말하기를 그것을 좋아하여 잠시 스스로 즐긴다고 말하였지.
▶ 聊自適 : 잠시 스스로 즐기다.
黃冠野服山家容, 意欲置我山巖中.
黃冠에 野服이라 산골 사람 모습이니, 나를 산골 바위 속에 두려는 뜻인 듯하네.
▶ 黃冠 : 누런 관. 《禮記》 郊特牲에 ‘野夫는 黃冠을 쓰다.’라고 하였다.
▶ 山家容 : 산 사람의 모습. 시골 사람의 모습.
勳名將相今何恨? 往寫褒公與鄂公.
공훈과 명성을 가진 將相은 지금 무슨 餘恨이 있겠나? 가서 褒公과 鄂公의 초상이나 그리게!
▶ 勳名將相 : 나라에 큰 공훈을 세워 명성이 있는 장수와 재상.
▶ 褒公 : 唐 太宗 때의 장수로 勇名을 떨친 段志玄. 뒤에 褒國公에 봉해졌다.
▶ 鄂公 : 唐 太宗 때의 名將 尉遲敬德. 뒤에 鄂國公에 봉해졌다. 당 태종은 이 두 사람을 비롯한 공신 24인의 초상화를 그려 凌烟閣에 모셨다.
해설
초상화에 대한 노래이면서도 거시적인 작자 蘇軾의 인생관이 잘 나타나 있다.
그리고 자기의 초상화를 그려준 화가를 은근히 凌烟閣 초상을 그렸던 閻立本에 비겨 고마운 뜻을 나타내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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