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명사진도(陶淵明寫眞圖)-사과(謝薖)
▶ 陶淵明寫眞圖 : 晉나라 도연명의 초상화를 읊은 시.
寫眞이란 사람의 모습과 행동을 진실대로 그리어 그의 성격도 엿보이도록 그린 것을 말한다.
작자 謝薖(? ~1133)는 宋代 江西派 시인에 속하는 사람이며, 도연명이 송대에 있어서도 계속하여 문인들의 추앙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淵明歸去尋陽曲, 杖藜蒲鞵巾一幅.
도연명이 尋陽의 고향으로 돌아감에, 명아주 지팡이에 부들신 신고 한 폭의 건을 썼네.
▶ 尋陽 : 지금의 江西省 九江縣 서남쪽에 있던 고을 이름. 심양의 柴桑이 도연명의 고향이다.
曲은 모퉁이. 외진 마을.
도연명은 彭澤의 현령이 되었다가(405년), 80여 일 만에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 藜 : 명아주. 흔히 명아주의 대로 지팡이를 만들었다.
▶ 蒲 : 부들. 창포
▶ 鞵(혜) : 짚신. 蒲鞵는 부들잎으로 만든 짚신.
陰陰老樹囀黃鸝, 艶艶東籬粲霜菊.
그늘 짙은 고목에선 꾀꼬리가 울고, 아름다운 동쪽 울엔 서리맞은 국화가 곱네.
▶ 囀(전) : 새가 지저귐. 鸝(리) : 꾀꼬리.
▶ 粲 : 선명하다. 찬란하다. 도연명의 〈飮酒〉 시에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이라 읊었다.
世紛無盡過眼空, 生事不豊隨意足.
세상은 어지럽기 한이 없으나 눈앞을 지나면 그만이고, 생업은 풍족하지 않으나 뜻 따라 만족하네.
▶ 過眼 : 눈앞을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닌 空이 된다. 마음에 거리낌이 없는 모양을 말한다.
▶ 生事 : 살아가는 일. 生業.
▶ 隨意足 : 자기 뜻대로 행동하여 만족함.
廟堂之姿老蓬蓽, 環堵蕭條僅容膝.
조정의 풍채로 초라한 초가에서 늙으니, 흙벽 둘린 집이 썰렁하여 겨우 무릎을 펼 정도이네.
▶ 廟堂之姿 : 조정에서 국정을 요리할 풍채와 재능.
▶ 蓬蓽 : 蓬戶蓽門. 곧 가난하고 형편없는 草家를 말한다. 蓬戶는 쑥대로 짠 문. 蓽門은 篳門으로 씀이 옳으며 대로 짠 문, 또는 사립문.
▶ 環堵 : 담이 빙 둘린 집안을 가리킴.
▶ 蕭條 : 쓸쓸한 모양.
▶ 僅容膝 : 겨우 무릎을 용납한다. 겨우 몸을 둘 만한 여유가 있음을 말한다.
大兒頑鈍懶詩書, 小兒嬌癡愛梨栗.
큰아들은 우둔해서 글 읽기를 게을리하고, 작은아들은 멍청해서 배와 밤이나 좋아하네.
▶ 大兒 : 도연명은 〈責子〉 시에서 ‘阿舒已二八, 懶惰故無匹’이라 읊었다.
▶ 嬌癡 : 투정이나 부리며 어리석은 것. 도연명의 〈책자〉에도 ‘通子는 아홉살이 다 되었는데도 다만 배 [梨]와 밤[栗]만을 찾는다.’라고 하였다.
老妻日暮荷鋤歸, 欣然一笑共蝸室.
해지자 늙은 처가 호미 메고 돌아오니, 한바탕 기쁜 웃음으로 조그만 방이 떠나가네.
▶ 荷鋤歸 : 호미 메고 돌아오다. 도연명의 〈歸園田居〉시에도 ‘帶月荷鋤歸’라 읊었다.
▶ 媧 : 달팽이. 蝸室은 달팽이 껍질처럼 겨우 운신이나 할 조그만 방.
哦詩未遣愁肝腎, 醉裏呼兒供紙筆.
시를 읊어도 뱃속의 시름 다 쫓아내지 못하여, 취중에 아이를 불러 종이와 붓을 가져오게 하네.
▶ 愁 : 근심, 걱정.
▶ 肝腎 : 간장과 신장. 마음속을 말한다.
時時得句輒寫之, 五言平淡用一律.
때때로 시귀를 얻을 때마다 적어두는데, 오언의 平淡이 共通의 律調일세.
▶ 輒 : 문득․ 곧․
▶ 一律 : 똑같은 律調.
田家酒熟夜打門, 頭上自有漉酒巾.
농가에 술 익었다고 밤에 문을 두드리니, 머리 위엔 술을 거르는 건이 얹혀 있네.
▶ 漉(록) : 술을 거르다. 도연명의 〈飮酒〉 시에 ‘만약 또 통쾌히 마시지 않으면, 머리 위의 巾을 공연히 배반하게 되리라’라고 읊었다.
老農時問桑麻長, 提壺挈榼來相親.
늙은 농부는 이때 뽕나무와 삼이 잘 자랐는지 물으며, 술병과 술통 들고 찾아와 친밀하게 얘기하네.
▶ 老農 : 도연명의 〈歸園田居〉 시에도 ‘相見하면 雜言없이 다만 상마가 자람을 얘기한다.’라고 하였다.
▶ 提 : 들다.
▶ 壺 : 술병.
▶ 挈(설) : 끌어당기다. 여기서는 提’ 同意.
▶ 榼(합) : 酒器의 일종.
一樽徑醉北窓臥, 蕭然自謂羲皇人.
한 통 술에 곧장 취하여 북녘 창 아래 누워서, 시원스럽게 자신을 태곳적 사람이라 여기네.
▶ 徑醉 : 곧장 취함.
▶ 蕭然 : 깨끗한 모양. 羲皇 : 伏羲 황제. 羲皇人은 곧 태곳적 사람. 李白의 〈贈鄭漢陽〉 시에도 ‘淸風이 불어오는 北窓 아래서 스스로 희황인이라 말한다.’라고 하였다.
此公聞道窮亦樂, 容貌不枯似丹渥.
이분은 道를 알아 궁해도 즐거워서, 용모는 파리하지 않고 붉게 물들인 듯하네.
▶ 此公 : 도연명. 聞道 : 올바른 도리를 들어 아는 것.
▶ 渥 : 젖다. 《시경》 秦風 終南篇에 ‘顔如丹渥’이라 했다.
儒林紛紛隨溷濁, 山林高義久寂寞.
선비들은 어지러이 더러운 길을 쫓아가니, 산속의 높은 뜻을 잊은 지 오래되었네.
▶ 溷 : 더러운 것. 지저분한 것.
▶ 濁 : 흐린 것. 탁한 것.
假令九原今可作, 擧公籃輿也不惡.
만약 九原의 무덤에서 지금 살릴 수 있다면, 공의 수레를 메더라도 싫어하지 않겠네.
▶ 九原 : 지금의 山西省 絳縣 北境에 있는 지명으로 춘추시대 晉나라 卿大夫들의 무덤이 있던 곳. 후세엔 뜻이 引伸되어 九泉(:저승)의 뜻으로도 쓰였다. 九原今可作은 ‘저승에서 도연명이란 高士를 살아나게 할 수 있다면’의 뜻.
▶ 籃輿 : 대로 짜 만든 수레.
해설
이 시는 도연명의 시 가운데서 그의 성격을 대변할 만한 명구들을 인용함으로써 그의 사람됨을 잘 그려내고 있다. 더욱이 평담하면서도 진솔한 도연명의 모습을 눈에 보듯 잘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끝 구에서 보인 도연명에 대한 敬仰은 그가 중국 시단에 오래도록 미친 위대한 영향을 짐작하게 한다. 연명의 사진이라기보다는 그의 덕풍을 기린 讚과 비슷한 성격을 띰도 그 때문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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