荔枝를 탄식함(荔枝歎)-소식(蘇軾)
▶ 荔枝歎 : 여지에 관한 탄식.
여지는 남쪽에 나는 과일 이름. 晉 嵆含의 《南方草木狀》에 일렀다.
‘여지나무는 높이 5~6丈, 桂樹와 같은 상록수. 푸른 꽃에 붉은 열매가 달걀 크기만 하게 달린다. 씨는 黃黑色이고 살은 흰 기름 같으며 달고도 물이 많다.’
漢代부터 帝王들은 먼 남쪽에서 驛馬를 달려 장안으로 신선한 여지를 가져오게 하였다.
十里一置飛塵灰, 五里一堠兵火催.
10리마다 역을 두어 먼지를 날리고, 5리마다 봉화대를 세워 兵火로 재촉했다.
▶ 十里一置 : 《후한서》 和帝紀에 일렀다.
‘예부터 南海의 龍眼과 여지를 바쳐왔다. 10리엔 1置, 5리엔 1堠가 있었는데 험한 길을 달리어 죽는 자가 길에 널렸다.’
置는 驛의 뜻. 말을 준비하여 두었다가 지친 말과 교대하여 달리도록 하였다.
▶ 五里一堠 : 堠는 봉화대. 그곳에 횃불을 올리어 달리는 말을 재촉하였다.
▶ 兵火 : 堠의 횃불.
顚坑仆谷相枕籍, 知是荔枝龍眼來.
구덩이에 떨어지고 골짜기에 넘어져 서로 포개진 시체는, 여지와 용안육을 가져오기 위해서였다.
▶ 顚坑 : 말을 타고 달리다 흙구덩이에 넘어져 죽음.
▶ 仆谷 : 골짜기 속으로 넘어져 떨어짐.
▶ 知 : 조사
▶ 相枕籍 : 시체가 서로 베고 깔리며 포개져 있음.
▶ 龍眼 : 荔枝枝와 비슷한 과일 이름, 역시 남쪽에서 나는 常綠喬木에 달리는 맛있는 과일. 포도처럼 한 송이에 살구 크기의 과일이 잔뜩 달린다.
飛車跨山鶻橫海, 風枝露葉如新採.
飛車처럼 산을 넘고 山鶻처럼 바다를 건너니, 바람 쐰 가지와 이슬 맺힌 잎새가 새로 따온 듯하여,
▶ 跨 : 넘다. 올라타다.
▶ 鶻 : 송골매.
宮中美人一破顔, 驚塵濺血流千載.
궁중의 미인은 한번 웃었지만, 놀란 먼지와 뿌린 피는 천년을 두고 흐르고 있다.
▶ 宮中美人 : 楊貴妃를 가리킨다.
▶ 破顔 : 웃음.
▶ 濺 : 흩뿌리다.
▶ 流千載 : 천년 뒤까지도 그 피해가 전하여 흐르고 있다.
永元荔枝來交州, 天寶歲貢取之涪.
후한 和帝 때 여지가 교주에서 왔고, 당나라 현종 때엔 해마다 공물로써 涪州에서 바쳐왔다.
▶ 永元 : 後漢 和帝의 연호(89~104). 交州 : 交址. 지금의 베트남 지방.
▶ 天寶 : 唐 현종의 연호(742~755)
▶ 歲貢 : 해마다 바치는 공물.
▶ 涪 : 涪州. 지금의 四川省 重慶 涪陵鎭.
至今欲食林甫肉, 無人舉觴酹伯游.
오늘날까지 李林甫의 살점을 먹으려 하나, 아무도 唐 伯游에게 술잔을 올리는 이는 없다.
▶ 林甫 : 李林甫, 현종 때의 재상. 여지를 남쪽에서 가져옴을 막지 못했으매 그의 살점을 씹겠다는 말이다.
▶ 擧觴 : 술잔을 듦.
▶ 酹(뢰) : 술을 부으며 제사지냄.
▶ 伯游 : 後漢 和帝 때의 唐羌의 字. 臨武의 長을 지내며 남쪽에서 여지를 가져오는 폐해를 상소하여 그것을 그만두게 하였다 한다.
我願天公憐赤子, 莫生尤物為瘡痏.
바라건대 하느님은 백성을 가엾게 여기시어, 尤物을 내시어 백성을 괴롭히지 마시기를!
▶ 赤子 : 갓난아기. 하느님과 對가 되어 백성을 가리킨다.
▶ 尤物 : 특출한 물건. 여지처럼 귀하면서도 특히 맛있는 것.
▶ 瘡痏(창유) : 부스럼과 멍. 백성들을 피폐케 하는 것.
雨順風調百穀登, 民不飢寒為上瑞.
비 순조롭고 바람 알맞아 모든 곡식 잘 여물고, 백성들이 굶주리고 헐벗지 않음이 上等의 祥瑞입니다.
▶ 登 : 登. 곡식이 잘 여묾.
▶ 上瑞 : 가장 좋은 瑞徵.
君不見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武夷溪邊粟粒芽, 前丁後蔡相籠加.
무이산 시냇가의 좁쌀 같은 차싹을 앞에선 丁謂, 뒤에선 蔡襄이 연이어 뜯어다 끓였지.
▶ 武夷 : 산 이름, 福建省 崇安縣 남쪽에 있으며, 골짜기가 많아 淸溪九曲이란 이름이 있고 武夷茶란 명차가 난다.
▶ 粟粒芽 : 좁쌀 같은 눈. 곧 차 잎사귀의 새싹을 형용한 말.
▶ 前丁後蔡 : 《事文類聚》 續集 권11에 일렀다.
‘建州의 大小龍團(:茶名)은 丁晉公에서 시작하여 蔡君謨에 의하여 완성되었다.’
前丁은 곧 宋代 정진공으로 처음으로 龍鳳團을 만들었고, 後蔡는 조금 뒤의 蔡君謨로서 小龍團茶를 만들었다. 이것들을 임금이 매우 좋아하여 조정에 바쳤으므로, 여지를 바치던 민폐를 말하였다.
▶ 籠加 : 차를 만드는 焙籠을 가하였다. 곧 차를 만들어내었다는 뜻.
爭新買寵各出意, 今年鬪品充官茶.
새것을 다투고 寵愛를 사는 데 각자 마음을 써서, 올해도 품질을 겨루어 조정에 바치는 차가 되었다.
▶ 爭新 : 새로움을 다투는 것.
▶ 買寵 : 총애를 사려들다. 곧 좋은 차를 바치며 아부하려 함.
▶ 出意 : 마음을 씀. 성의를 다함.
▶ 鬪品 : 품질의 우열을 다툼.
▶ 官茶 : 관에서 조정에 바치는 차.
吾君所乏豈此物? 致養口體何陋邪?
우리 임금께 부족한 바가 어찌 이런 물건이겠는가? 口體만을 기름은 얼마나 비루한 가?
▶ 何陋邪 : 얼마나 비루한 짓이냐!
洛陽相君忠孝家, 可憐亦進姚黃花.
낙양의 재상인 忠孝家門에서도, 姚黃이란 모란꽃을 바치니 가련하도다.
▶ 洛陽相君 : 註에 ‘錢惟演을 말한다.’라고 하였다.
전유연은 자가 師聖으로, 俊才가 있었고 楊億·劉筠등과 文名을 날렸다. 송나라 咸平 연감(995~1003)에 翰林學士가 되었고 뒤에 樞密이 되었다.
《東坡詩集》에 일렀다
‘낙양에서 꽃을 바치는 일은 전유연에서 비롯되었다.’
▶ 姚黃(요황) : 모란의 일종. 歐陽修의 《洛陽牧丹記》에 일렀다.
‘요황은 千葉의 黃花로서 姚氏라는 백성 집안에서 나왔다.
낙양에서도 몇 송이가 필 뿐이었는데 그 꽃을 대바구니에 담아 말을 번갈아 달려 조정에 바쳤다고 한다.
해설
이 시는 帝王들이 여지나 龍眼같은 희귀한 물건을 먹기 위하여 얼마나 백성들을 괴롭혔던가 하고 노래한 것이다.
後漢의 和帝에서 비롯되어 唐나라 현종은 특히 양귀비를 위하여 여지를 가져오게 하였다. 《楊太眞外傳》 같은 책에는 여지와 관계된 양귀비의 얘기가 적지 않은 篇幅을 차지하고 있다. 이 여지를 수송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땀이 희생되었는지 모른다. 이런 쓸데없는 물건을 좋아하는 임금도 나쁘지만 이를 갖다 바치도록 버려두는 재상이나 신하들도 나쁘다.
옛날만 이런 일이 있었던 게 아니다. 물건은 다르지만 지금도 名花를 조정에 바치어 임금의 환심을 사려는 자들이 있다. 여지만큼 백성을 희생시키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결국 비슷한 짓들이다. 정치는 백성들을 위하는 것이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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