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원의 해당화(定惠院海棠)-소식(蘇軾)
▶ 定惠院海棠 : 정혜원의 해당화를 읊은 시.
《分類東坡先生詩》에 自序하였다.
‘寓居인 정혜원의 동쪽 산에 잡화가 가득한데 해당화 한 그루가 있으나 그 고장 사람들은 귀함을 모른다.’
정혜원은 湖北省 黃州에 있는 절 이름. 蘇軾은 元豊 3년(1080) 2월초 死一等을 감하여 그것으로 유배되었었다.
江城地瘴蕃草木, 只有名花苦幽獨.
江城 땅에는 습기가 많아 초목이 무성한데, 오직 한 그루 명화가 그윽히 외로움을 견디며 있다.
▶ 江城 : 호북성 황주를 가리킴. 長江 연안에 있으므로 江城이라 하였다.
▶ 瘴(장) : 熱濕으로 병에 잘 걸리게 하는 기운. 보통 瘴氣라 부른다.
▶ 蕃(번) : 번성함.
嫣然一笑竹籬間, 桃李漫山總麁俗.
대나무 울 사이에서 방긋 웃으니, 산 가득히 핀 桃李는 粗雜하고 속되게 보인다.
▶ 媽然 : 방긋 웃는 모습.
▶ 漫山 : 산에 가득히 퍼져 있는 것.
▶ 麁(추) : 麤. 粗와 통하는 글자, 성글다. 조잡하다.
也知造物有深意, 故遣佳人在空谷.
조물주께 깊은 뜻이 있어, 미인을 조용한 골짜기로 보내셨음을 알겠다.
▶ 造物 : 만물을 창조한 분. 조물주.
▶ 佳人 : 해당화를 가리킨 말임.
自然富貴出天姿, 不待金盤薦華屋.
자연스러운 부귀한 모습은 하늘이 낸 姿態이니, 금쟁반에 담아 화려한 집에 바칠 필요가 없다.
▶ 薦華屋 : 화려한 집에 바치다.
朱脣得酒暈生臉, 翠袖卷紗紅映肉.
붉은 입술을 술에 대어 볼이 달아오른 듯, 푸른 소매깃 말리어 붉은 빛이 살에 비추이듯.
▶ 朱辱 : 붉은 입술. 해당화의 꽃잎을 비유한 것이다.
▶ 暈 : 해나 달의 무리. 볼이 붉게 상기됨.
▶ 翠袖 : 비취빛 옷소매.
▶ 春睡足 : 실컷 자고 난 미인의 모습에 해당화를 비유하였다.
《唐書》 楊妃傳의 記事이다.
‘明皇이 일찍이 太眞妃를 불렀다. (……) 妃는 술에 곯아떨어졌다가 방금 일어났다. 명황은 이건 바로 해당화인데 잠이 족하지 못하구나고 말씀하셨다.’
양귀비의 이 典典를 인용한 것이다.
林深霧暗曉光遲, 日暖風輕春睡足.
숲이 깊고 안개는 짙어 새벽빛 더디니, 햇볕 따뜻하고 바람 가벼워 봄잠이 넉넉하다.
雨中有淚亦悽慘, 月下無人更淸淑.
빗속에 눈물 있어 처참하게 보이다가, 달빛 아래 아무도 없으니 더욱 맑고 깨끗하다.
▶ 淸淑 : 여인이 밝고 깨끗함.
先生食飽無一事, 散步逍遙自捫腹.
선생은 배부르게 먹고 아무 일도 없어서, 문을 나서 거닐며 자기 배를 문지른다.
▶ 先生 : 소식 자신을 가리킨다.
▶ 腹 : 배를 문지름.
不問人家與僧舍, 拄杖敲門看脩竹.
여염집이나 절을 가리지 않고, 짚었던 지팡이로 문 두드리고 들어가서 긴 대를 구경한다.
▶ 拄 : 버티다. 짚다. 拄杖은 지팡이를 짚음.
▶ 敲 : 두드리다.
忽逢絕艶照衰朽, 歎息無言揩病目.
갑자기 絕艶과 衰朽를 견주어 보고, 말없이 탄식하며 병든 눈을 닦는다.
▶ 絶艶 : 굉장히 아름다운 것. 해당화를 가리킨다.
▶ 衰朽 : 쇠하고 썩어진 것. 늙은 자기 자신을 가리킨다.
▶ 揩(개) : 문지르다. 훔쳐 닦다.
陋邦何處得此花? 無乃好事移西蜀?
시골 어느 곳에서 이 꽃을 얻었을까? 好事家가 西蜀에서 옮겨온 게 아닐까?
▶ 陋邦 : 더러운 고장. 해당화처럼 귀한 꽃이 자라기에 적합치 못한 시골.
▶ 西蜀 : 서쪽 蜀 땅. 지금의 四川省. 그곳엔 해당화가 많다고 한다.
寸根千里不易到, 銜子飛來定鴻鵠.
한 치 나무뿌리를 천 리 밖으로 옮기기 쉽지 않으니, 씨를 물고 날아온 것은 틀림없이 기러기나 고니일 터이다.
▶ 衛子飛來 : 씨를 물고 날아오다.
▶ 定鴻鵠 : 틀림없이 큰 기러기[鴻]나 고니[鵠]일 터이다.
天涯流落俱可念, 為飲一樽歌此曲.
하늘가로 떠나와 함께 동정할 처지여서, 한 통 술을 마시며 이 노래를 부르네.
明朝酒醒還獨來, 雪落紛紛那忍觸?
내일 아침 술이 깨어 또 혼자 올 적엔, 눈처럼 꽃잎이 어지러이 지리니 어찌 차마 손이나 대보랴?
▶ 天涯 : 하늘가. 먼 타향.
▶ 流落 : 유랑하다 떨어져 삶.
▶ 俱 : 해당화와 작자 자신 모두.
▶ 雪落紛紛 : 꽃잎이 떨어지기를 눈이 날리듯 하다.
해설
海棠은 장미과의 落葉亞喬木으로 꽃은 봉오리 적엔 朱赤色, 피면 외면은 半紅, 내면은 분홍색이다.
蘇東坡는 이 꽃을 미인에 비유하면서 그것이 俗花와 다른 청절한 풍모를 노래하되, 한편 늙은 몸으로 이 江城에 유배된 자신의 처참한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다.
해당은 자기의 고향 蜀에나 나는 것이지 이런 陋邦에 나는 것이 아니다. 그처럼 자기도 잘못되어 이 黃州 땅에 와있다는 말이다. 構成·含義·描寫가 모두 뛰어난 좋은 작품이다.
'古文眞寶(고문진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5七言古風長篇-5桃源圖(도원도) (1) | 2024.02.15 |
---|---|
5七言古風長篇-4陶淵明寫眞圖(도연명사진도) (2) | 2024.02.15 |
5七言古風長篇-2荔枝歎(여지탄) (1) | 2024.02.14 |
5七言古風長篇-1有所思(유소사) (2) | 2024.02.14 |
5七言古風長篇(칠언고풍장편) (0) | 2024.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