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사(有所思)-송지문(宋之問)
▶ 有所思 : 漢代 악부 鐃歌 18곡 가운데 하나. 본시는 그리운 사람이 멀리 있음을 노래한 것이다.
여기서는 ‘봄에 생각하는 바. 곧 인생무상을 느끼고 노래한 것’이란 뜻.
《唐詩遺響》이나 《唐詩選》 등엔 〈代悲白頭翁〉이라 제하고 劉希夷의 작이라 하였다.
劉氏의 작으로 봄이 옳을 터이다.
洛陽城東桃李花, 飛來飛去落誰家?
낙양성 동쪽의 桃李花는, 이리저리 날리며 누구 집에 떨어지나?
幽閨兒女惜顏色, 坐見落花長歎息.
깊은 규방의 아가씨는 얼굴빛을 아끼어, 앉아서 낙화를 보며 길게 탄식한다.
▶ 幽閨 : 그윽한 규방, 여인들이 거처하는 깊은 방.
▶ 兒女 : 女兒로 된 판본도 있다.
今年花落顏色改, 明年花開復誰在?
올해 꽃이 지면 얼굴빛은 또 바뀔 터, 내년 꽃이 필 적에 다시 누가 있을까?
已見松柏摧為薪, 更聞桑田變成海.
소나무와 잣나무가 잘리어 땔감이 됨을 이미 보았고, 또 뽕나무밭이 변하여 바다가 된다는 말도 들었다.
▶ 松柏推爲薪 : 소나무와 잣나무도 잘리어 땔나무가 된다. 만고불변이란 송백도 결국은 나무가 되고 마는데 사람이야 말해서 무엇하겠느냐?
▶ 桑田雙成海 : 뽕밭이 변하여 바다가 된다. 역시 이 세상엔 영원불변이란 있기 어렵다는 뜻이다. 《神仙傳》에 ‘東海가 세 번 변하여 뽕밭이 됨을 보았다.’라고 한 데서 成語가 된 말이다.
古人無復洛城東, 今人還對落花風.
옛사람은 낙양성 동쪽으로 다시 오지 않는데, 지금 사람은 또한 꽃을 떨어뜨리는 바람을 대하고 있다.
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
해마다 꽃은 비슷하게 다시 피지만, 해마다 사람들은 달라지고 있다.
寄言全盛紅顏子, 須憐半死白頭翁.
아주 왕성한 紅顔의 그대에게 말하나니, 반쯤 죽은 머리 흰 노인을 동정해야 하느니라.
此翁白頭真可憐, 伊昔紅顏美少年.
이 노인의 흰머리는 정말로 가여워할 만하니, 그도 옛날엔 얼굴 붉은 미소년이었단다.
公子王孫芳樹下, 淸歌妙舞落花前.
공자나 왕손들은 향기로운 나무 아래에서, 맑은 노래와 묘한 춤을 지는 꽃 앞에 즐기고 있다.
▶ 公子王孫 : 귀족들
光祿池臺文錦綉, 將軍樓閣畵神仙.
화려한 못과 누대는 비단 무늬로 장식되었고, 권세가의 누각에는 신선을 그려놓았다.
▶ 光祿池臺 : 《漢書》 元后傳에 ‘上(:成帝)이 微行하여 나가 曲陽侯(:광록대부였던 王根, 五侯의 한 사람)의 집을 들렀는데 園中의 土山이며 水殿이 白虎殿과 비슷함을 발견했다.’라고 하였다.
옛날 광록대부 왕근의 집 정원처럼 화려한 池臺를 가리킨다.
▶ 將軍樓閣 : 《後漢書》 梁冀傳에 의하면 그의 집은 銅漆과 조각으로 장식하고 臺閣엔 雲氣 仙靈을 그렸었다. 양기는 東漢의 順帝 梁皇后의 오빠로 자는 伯車, 跋扈將軍이라 불렸고 豪奢와 專橫으로 유명했다. 이렇게 호사를 극하며 오래 살려는 염원에서신선을 그려 붙였지만 모두 죽어갔음을 뜻한다.
一朝臥病無相識, 三春行樂在誰邊?
하루아침에 병들어 누우면 알아주는 이 없으니, 봄 한 철을 즐김은 어느 곳에 가 있겠는가?
▶ 三春 : 석달 동안의 봄 한 철.
婉轉峨眉能幾時? 須臾鶴髮亂如絲.
아리따운 미인도 얼마나 갈 수가 있는가? 얼마 안 가 흰머리가 실처럼 어지러울 터이다.
▶ 婉轉 : 아리따운 것. 예쁜 것.
▶ 蛾眉 : 나방의 촉수처럼 가는 눈썹을 가진 미인.
▶ 鶴髮 : 학같이 흰 머리.
但看古來歌舞地, 惟有黃昏鳥雀飛.
예부터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던 땅에는, 황혼에 새들이 날고 있을 뿐이로다.
▶ 鳥雀 : 새와 참새.
해설
떨어지는 꽃을 바라보며 무상한 인생을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다. 사람들이 아무리 사치를 다하며 마음껏 놀아보아야 결국은 모두 죽어갈 몸, 죽고 나면 허무한 것이 인생이다.
이 중에서 ‘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의 구절은 명구로 알려졌다.
〈唐才子傳〉에 의하면 이 시를 劉希夷가 지었는데 장인뻘 되는 송지문이 그 구절을 보고 감탄하여 그 구절을 자기에게 달라고 하였다. 劉希夷가 양보하지 않자 송지문은 자기 사위인 그를 흙포대로 눌러 壓殺해 버렸다 한다. 이때 유희이의 나이는 30세도 채 안 된 젊은이였다. 이 시는 흡사 劉希夷가 자기의 운명을 미리 노래한 듯하다고들 말하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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