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심보감

12. 명심보감 성심편 하(誠心篇 下)

耽古樓主 2023. 1. 21. 02:27

12. 명심보감 성심편 하(誠心篇 下)

 

 

<56>

眞宗皇帝御製曰
진종 황제 御製에 일렀다.

知危識險 終無羅網之門,
위험을 깨닫고 알면 끝내 그물을 벌여 놓은 문이 없을 것이며,

擧善薦賢 自有安身之路.
선한 이와 어진 이를 薦擧하면 자신을 편하게 하는 길을 스스로 갖게 된다.

施恩布德 乃世代之榮昌,
은덕을 베풀면 世代의 영화와 번창이 될 것이로되,

懷妬報寃 與子孫之爲患,
투기를 품거나 원통함을 갚으면 자손에게 근심거리를 주는 것이로다.

損人利己 終無顯達雲仍,
남에게 손해를 주고 자기만 이롭게 하면 마침내 현달할 자손이 없을 것이요,

損衆成家 豈有長久富貴,
남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집안을 이루면 어찌 장구한 부귀가 있으리오?

改名異體 皆因巧語而生,
이름을 바꾸고 몸을 달리하는 것은 모두가 교묘한 말에 인하여 생긴 것이요,

禍起傷身 皆是不仁之召.
화가 일어나 몸을 다치게 하는 것은 모두가 다 어질지 못함이 부르는 것이니라.

眞宗皇帝: 나라 셋째 임금이다.
御製: 임금이 지은 글을 뜻한다. 가 붙어서 복합명사가 될 때는 주로 는 임금을 가리키는 말이다. 는 지을 제. 만들 제.
: 험할 험
知危識險知識危險을 술목관계로 재결합시킨 말이다. 擧善薦賢, 施恩布德도 같은 원리이다. ]天長地久 = 天地長久. 물론 전자처럼 "+++"의 어순이 후자보다는 더 한문다운 표현이다.
: 명사로는 베 포. ]布衣. 술어로는 베풀 포. 펼 포. ]公布, 配布.
: 부사로 마침내 종.
: 명사로는 그물 라. 술어로는 벌일 라. 여기서는 술어로 쓰였다.
: 그물 망.
: 천거할 천.
: 품을 회.
: 원통할 원.
損人利己: ‘남을 해치거나, 남의 것을 덜어다, 자기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 줄 여.
"與子孫之爲患"구절을 직역하면 "자손의 근심됨을 주다"이다. 글자 수를 맞춰 운을 맞추려다 보니 글이 어색해진 것 같다.
: 나타낼 현, 드러낼 현.
雲仍: 구름처럼 멀고도 아득한 자손을 뜻하는 말로 한 단어로 쓰인다. 자세히 말하자면, 雲孫8대손이고, 仍孫7대손이지만 雲仍이라고 하면 아주 먼 자손을 뜻하는 관용어이다. -[1]-[2]-曾孫[3]-()[4]-來孫[5]-昆孫[6]-仍孫[7]-雲孫[8]
: 어찌 기.
改名: 여기서는 죄를 지어 이름을 바꾸는 것이다.
異體 : 殊死( 베이다, 끊어지다는 의미로, 殊死는 목이 베이는 형벌)에 처해져 몸과 목이 따로 놓이는 상태를 말한다.
改名異體 皆因巧語而生 : ‘죄를 지어 이름을 바꾸고 목 베이는 형벌로 몸과 머리가 따로 놓이는 것은 교활한 말 때문에 생긴다.’
: 인할 인. +명사(,): ~에서 인하다. ~에서 기인하다.
: "~이다(is)"의 뜻이다.
: 부를 소.
"不仁之召": 직역하면 "불인의 부름"이지만 위 문장에서는 를 우리말로 옮길 때 관형격 조사보다는 주격 조사로 옮기는 것이 우리말에 자연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를 주격 조사로 볼 것까지는 없는 것 같다.

다시 말하자면 는 관형격 조사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다만 우리말로 옮길 때 문장에 따라서는 주격 또는 목적격 조사로 옮기는 것이 자연스러울 때가 있을 뿐이다.

 


<57>

神宗皇帝御製曰
신종황제 어제에 일렀다.

遠非道之財 戒過度之酒.
道가 아닌 재물을 멀리하고, 度를 지나친 술을 경계하라.

居必擇隣 交必擇友.
거처함에 반드시 이웃을 가리고, 사귐에는 반드시 벗을 가려라.

嫉妬勿起於心 讒言勿宣於口.
질투를 마음에 일으키지 말며, 讒言을 입에 뱉지 말라.

骨肉貧者莫疎 他人富者莫厚.
골육중의 가난한 자를 소원하게 대하지 말고, 부유한 남을 후하게 대하지도 말라.

克己以勤儉爲先 愛衆以謙和爲首.
극기는 근검을 우선으로 삼고, 남을 사랑하는 것은 겸손과 화합을 첫째로 삼아야 하느니라.

常思已往之非 每念未來之咎.
항상 이미 지나간 날의 그릇됨을 생각하고, 매양 앞날의 허물을 생각할지니라.

若依朕之斯言 治家國而可久.
만약 朕의 이 말을 믿고 의지한다면 집안이나 나라를 다스림이 長久할 수 있느니라.

神宗皇帝: 나라의 여섯번째 임금이다.
: 타동사로 "~을 멀리하다"의 뜻이다.
: 가릴 택. ]選擇.
: 讒訴할 참. 讒訴는 터무니 없는 사실로 남을 헐뜯어 웃사람에게 일러 바치는 일을 뜻한다.
: 베풀 선.
骨肉: 一家의 형제 친척을 비유한 관용어로서 한 단어로 쓰인다. 骨肉은 곧 血肉과 뜻이 같은 단어이다.
: "(촘촘하거나 정제되지 않고) 성기다. 거칠다"의 뜻도 있고, "(친함, 인정) ~을 소원하게 하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AB: A로서 B로 삼다. AB로 여기다.
: 허물 구.
: 의지할 의.
: 황제의 自稱이다.

<58>

高宗皇帝御製曰
고종 황제의 어제에 일렀다.

一星之火 能燒萬頃之薪
半句非言 誤損平生之德.
하나의 별똥별 만한 작은 불꽃이라도 만 이랑의 땔나무를 태워버릴 수 있고,
한 마디의 짧은 그릇된 말이라도 평생의 덕을 잘못 손상시킬 수 있느니라.

身被一縷 常思織女之勞
日食三飡 每念農夫之苦.
몸에 한 오라기의 실을 입어도 항상 織女의 수고를 생각하고,
하루 세끼의 밥을 먹어도 매번 농부의 노고를 생각하라.

苟貪妬損 終無十載安康,
積善存仁 必有榮華後裔.
구차하게 탐내고 시기해서 남에게 손해를 끼친다면, 마침내 십 년 동안 安康이 없을 터이고,
선행을 쌓고 어진 마음을 지니면 반드시 영화로운 후손이 있을 것이다.

福緣善慶 多因積行而生,
入聖超凡 盡是眞實而得.
복된 인연과 좋은 경사는 바른 행실을 쌓는 데서 기인하여 생기는 경우가 많으며,
성인의 경지에 들어가고 범상함을 뛰어넘는 것은 모두 진실하여 얻는 것이니라.

▶高宗皇帝: 南宋의 초대 임금이다. 欽宗 원년(1126)에 金나라가 大軍을 몰아 공격해 왔을 때 이를 물리칠 수 없어 땅을 떼어 주고 배상금을 물어 叔侄의 義를 맺어 화평했는데 송나라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金나라는 다시 쳐들어와 徽宗과 欽宗이 붙잡혀 가고, 이듬해 흠종의 아우 康王이 즉위하였으니 이 사람이 곧 高宗이다.
▶能+술어: ~하기에 충분하다. 능히 ~할 수 있다.
▶燒: 사를 소. "~을 불사르다. ~을 태우다"의 뜻이다.
▶頃: 百이랑 경.
▶薪: 섶 신. 땔나무 신.
▶誤: 잘못할 오. 여기서는 부사로 보는 것이 좋다. 예]誤譯, 誤判, 誤診.
▶縷: 실(오라기) 루.
▶織: 짤 직.
▶勞: 수고로울 로.
▶飧: 저녁밥 ‘손’. 飱과 같이 쓰이는데, 아침밥을‘饔’이라 하고, 저녁밥을‘飧’이라 한다. 그러나 대략 끼니를 가리킬 때 飧이라 한다.
▶苟: 가정문을 만든다. "진실로 ~하면.."의 뜻이다. ①구차할 구. ②진실로 구.
▶載: 실을 재. 여기서는 "年 재"의 뜻이다. 예]千載一遇의 기회.
▶存: 타동사로 "(마음, 심성, 품성 등등)~을 지니다. ~을 간직하다"의 뜻이다.
▶裔: 후손 예. 예]後裔.
▶福緣善慶: 복은 착한 일에서 오는 것이니, 착한 일을 하면 경사가 옴. 《주역》〈坤卦 文言傳〉의 ‘積善之家 必有餘慶’에서 나온 말로 복은 선행을 쌓는데 연유한다는 말이다.
▶凡: ①무릇 범. ②모든 범. ③범상할 범.
▶盡: ①다할 진. ②모두 진. 다 진.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盡是~: 모두 ~이다. 是는 "~이다(is)"의 뜻.

 


<59>

王良曰
왕량이 말하였다.

欲知其君 先視其臣,
欲知其人 先視其友.
그 임금을 알려면 먼저 그의 신하를 보고,
그 사람을 알려면 먼저 그의 친구를 보라.

欲知其父 先視其子,
君聖臣忠 父慈子孝.
그 아비를 알려면 먼저 그의 자식을 보라.
임금이 거룩하면 신하는 충성스러울 것이요, 아비가 자애로우면 아들은 효성스러운 법이다.

王良: 춘추시대 나라 사람으로 말을 잘 끌었던 사람이라는 後漢 때 사람이라는 설이 있다.

그는 仲子, 나라 王莽이 벼슬을 주었으나 응하지 않았고, 後漢 光武帝 大司徒가 되었는데, 청렴하여 집안이 몹시 가난하였다고 한다.

鮑恢가 찾아갔는데, 마침 그의 아내가 산에서 땔나무 해 오는 것을 보고 크게 감탄하였다.

친구가 헐뜯는 말을 듣고는 벼슬을 그만두고 다시는 벼슬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 개의 댓구문에서 첫번째 (지시 형용사)는 영어의 thethat에 해당하고, 두번째 (소유격 대명사)his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문맥상 매끄럽다.
[참고]
당나라 姜公輔가 지은 太公家教에 유사한 문장이 실려 있다.
太公家教 第八章
欲知其君使其所使欲知其父先視其子
欲作其木視其文理欲知其人先視奴婢

 


<60>

家語云
水至淸則無魚 人至察則無徒.
가어에 일렀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살피면 따르는 무리가 없느니라.

家語: 孔子家語를 말하는데, 공자의 言行門人들과의 문답을 기록한 것이다. 원래 27권으로 되어 있었으나 상당 부분 흩어져 없어지고, 나라 王肅1044편으로 엮어 만들어 를 달았다. 따라서 공자가어는 그의 僞作이라고도 한다.
: 술어로는 이를 지. 한정어로는 (명사나 술어를 한정할 때는) "지극한, 지극히"의 뜻이다. ]至論, 至誠, 至難, 至高至順.
: 무리 도. 한갓 도.
[출전]
1) 大戴禮記》 〈子張問入官에 보인다.
자장이 공자에게 벼슬살이 하는 것에 대해 묻자 공자는
安身取譽爲難 : 몸을 편안히 하고 명예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이에
安身取譽如何 : 몸을 편안히 하고 명예를 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공자가 대답한 말 속에 들어 있다.
[大戴禮記 -> 子張問入官 6]
今臨之明王之成功而民嚴而不迎也
道以數年之業則民疾疾者辟矣
故古者冕而前旒所以蔽明也
統絖塞耳所以弇聰也
故水至清則無魚人至察則無徒
2) 통행본 공자가어에 보이지 않는다.
3) 增廣賢文에는 水太淸則無魚 人太察則無謀.”로 소개되어 있다.
4) 文選東方朔答客難
水至清則無魚人至察則無徒
冕而前旒所以蔽明
黈纊充耳所以塞聰

 



<61>

許敬宗曰
春雨如膏 行人惡其泥濘,
秋月揚輝 盜者憎其照鑑.
허경종이 말하였다.
봄비는 기름과 같으나(농작물에 내리는 단비와 같다는 뜻) 행인은 그 진창길을 싫어하고,
가을 달은 밝은 빛을 드날리나 도둑은 그 밝게 비침을 미워하느니라.

許敬宗: 나라 사람으로 延族이다. 글을 잘했으나 몰래 武后에게 아부하고, 褚遂良長孫無忌 등을 죽이거나 축출했으며, 高祖·太宗의 실록을 마구 고쳤다.
: 기름 고.
은 미워할 오.
: 각각 春雨秋月을 받는다. 영어로 말하면 "it’s"의 뜻이다.
: 진흙 니.
: 진흙 녕. 泥濘 : 진창. 땅이 질어서 질퍽질퍽하게 된 곳.
: 날릴 양.
: 빛 휘.
: 미워할 증.
: 거울 감. 비칠 감.

 


<62>

景行錄云
大丈夫見善明故 重名節於泰山,
用心剛故 輕死生於鴻毛.
경행록에 일렀다.
대장부는 선을 보는 것이 밝은 까닭에, 명분과 節義를 태산보다도 중하게 여기고,
마음을 쓰는 것이 강직한 까닭에, 死生을 鴻毛보다도 가볍게 여기느니라.

: 술어로 "~을 중하게 여기다." 자동사로는 무겁다. 신중하다. 진중하다. 중요하다. 등등의 뜻이 있다.
: 비교급을 나타낸다(than).
: 굳셀 강.
: 타동사로 "~을 가볍게 여기다"의 뜻.
: 기러기 홍. 鴻毛"기러기의 털"이란 뜻으로 가벼움을 비유할 때 쓰는 단어이다.
[출전]
1) 景行錄나라 때 만들어진 책이라 하나 현재 전하지 않는다.
2) 중국 나라 李邦獻이 지은 省心雜言 <正文>에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省心雜言 正文 / 作者李邦獻 >
大丈夫見善明故重名節於泰山用心剛故輕生死如鴻毛

 


<63>

悶人之凶 樂人之善,
濟人之急 救人之危.
남의 凶事를 근심하고, 남의 선을 즐거워하며,
남의 급한 것을 구제하고, 남의 위험한 것을 구하라.

: 민망할 민. 민망하다. 근심하다.
: 건널 제. 구제할 제.
: 구제할 구. ]救濟.

 

<64>

經目之事 猶恐未眞,
背後之言 豈足深信.
눈으로 직접 겪은 일이라도 참되지 아니할까 두려워하거늘,
등 뒤에서 하는 말을 어찌 깊이 믿을 수 있으리오?

▶經: 지날 경. "~을 지나다. ~을 겪다. ~을 경험하다"의 뜻이다. 예]經驗, 經過).
▶猶: 부사로 오히려 유.
▶豈: 어찌 기.
▶深: 부사로도 잘 쓰인다. 즉, 술어 앞에 와서 甚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참고]
불교의 慈心觀에 같은 내용이 보인다. 자심관은 慈悲喜捨로 구성된 四種 禪法門 중 하나이다.
慈心法門
「經目之事,猶恐未真;
背後之言,豈足深信。」

<65>

不恨自家蒲繩短, 只恨他家苦井深.
자기 두레박 줄이 짧은 것은 탓하지 않고 남의 쓴 우물이 깊다고 한탄하는구나.

: 술어로 "~을 한탄하다, ~을 한하다"의 뜻이다.
自家他家는 글자 그대로 꼭 자기 집과 남의 집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自家建設, 自家用, 自家保險.
: 창포 포.
: 노 승. ""는 실, , 종이 따위로 가늘게 비비거나 꼰 줄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蒲繩: 두레박 줄을 뜻한다.
苦井: 마치 이솝 우화의 신 포도(sour grape)이야기에서 여우가 포도를 자기 능력으로 따먹을 수 없자 그 포도가 실 것이라 생각하여 자기 위안을 삼듯이, 여기서도 자기 능력이 모자란 것은 모르고 높은 목표를 체념하여, 한탄 섞인 투로 위안 삼아 뱉는 말이 바로 "苦井"이 아닌가 싶다. 또는 자기의 능력으로 도달하기 힘들고 수고롭다는 뜻에서 "苦井"이라 했을지도 모른다.
[참고]
增廣賢文에 유사한 문장이 있다.
不說自己井繩短反說他人箍井深



<66>

贓濫滿天下 罪拘薄福人.
뇌물을 받고 僭濫하는 일이 천하에 가득할지라도, 죄는 박복한 사람만 잡는구나.

: 장물 장. 뇌물받을 장.
: 넘칠 람.
贓濫: 谓贪贓枉法. 뇌물을 탐하여 법을 어김.
: 잡을 구. ]拘束.
: 엷을 박. ]薄福.
罪拘薄福人: ‘拘薄福人이니라로 끊어 읽으라.

<67>

天若改常 不風卽雨,
人若改常 不病卽死.
하늘이 常道를 고치면 바람이 불지 않아도 바로 비가 오고,
사람이 常道를 고치면 병이 들지 않아도 바로 죽어버리느니라.

: 부사, 명사, 술어, 그 어느 것으로도 쓰인다.

특히 명사로 쓰이는 은 좋은 의미로, 일정한 법칙, 지켜야 할 변치 않는 도리, 常道를 가리킨다.

옥편에 "떳떳할 상"으로 풀어 놓았는데 "떳떳하다"라는 뜻 보다는 "일정하다. 변치 않다"의 의미이다.

"떳떳할 용"이라 풀었는데 역시, 떳떳하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일정하다는 뜻이다.

천지 자연의 순리처럼 영원히 변치 않고 일정한 법칙을 이라고 할 뿐, 떳떳하다는 뜻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은 모두 술어로 쓰였다. 다음에는 술어가 옴을 생각할 것.
: 을 흔히 과 같은 뜻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그 쓰임새가 전혀 다른 글자이다.

은 두 문장을 이어주는 일종의 접속사로서 앞 문장을 가정으로 해석하거나, 또는 일의 선후 관계를 나타낼 때 쓰이는 글자이고, 은 일종의 부사로서 ", 바로, 당장"의 뜻이다.

]卽死, 卽興, 卽時, 一觸卽發. 옥편에 을 모두 "곧 즉"으로 풀어 놓아서 그 쓰임새마저 같은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다른 글자임에 유의할 것

 

<68>

狀元詩云
國正天心順, 官淸民自安,
妻賢夫過少, 子孝父心寬.
장원시에 일렀다.
나라가 바르면 天心도 순응할 터이요, 벼슬아치가 청렴하면 백성은 절로 편안할 터이다.
처가 어질면 지아비의 허물이 적을 터이요, 자식이 효도하면 아버지의 마음은 너그러워질 터이다.

壯元及第: 우리나라에서는 "壯元"이라고 쓰고, 중국에서는 위에서처럼 "狀元"이라고 쓴다. 誤字가 아니다.
이 시는 五言節句이다. 따라서 은 운자이고 2.3 2.3으로 끊어 읽는다.
: 좇을 순. "순응하다. 순종하다"의 뜻이다.
: 벼슬 관.
: 맑을 청. 깨끗할 청. 여기서 뜻이 파생되어, "청렴하다"는 뜻도 있다. +명사(): ~이 적다. 이 글에서는 술어가 모두 의 말미에 있으므로(, , ) 少過라 하지 않고 주술 관계로 대치시켰다.
: 너그러울 관. ]寬容(관용), 寬大(관대).
[출전]
1) “妻賢夫禍少 子孝父心寬나라 李直夫雜劇 虎頭牌增廣賢文에도 보인다.
2) 明賢集에는 國正天必順 官淸民自安 妻賢夫禍少 子孝父心寬
3) 중국 명나라 문학자인 馮夢龍이 지은 喩世明言卷三九에는 古人說得好 道是妻賢夫禍少 子孝父心寬

 

<69>

子曰
木受繩則直 人受諫則聖.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무가 먹줄을 받으면 곧아지고, 사람이 간언을 받아들이면 거룩해지느니라.

▶繩: 노 승. 墨繩 : 목공이 줄을 바르게 치기 위한 도구. 먹줄.
▶則: 앞 문장을 가정으로 해석한다.
▶諫은 간할 간. 예]諫言.
[출전]
1) 《書經》에서 이 글과 비슷한 다음 글을 찾을 수 있다.
《書經》 〈商書 說命 上 二章〉
說復于王曰:「惟木從繩則正,后從諫則聖。后克聖,臣不命其承,疇敢不祗若王之休命?」
2) 《孔子家語》 〈子路初見 第十九〉
孔子曰:「夫人君而無諫臣則失正,士而無教友則失聽。御狂馬不釋策,操弓不反檠。木受繩則直,人受諫則聖,受學重問,孰不順哉?



<70>

一派靑山景色幽 前人田土後人收,
後人收得莫歡喜, 更有收人在後頭.
한 줄기의 청산에 경색이(경치가) 그윽한데, 앞사람의 田土를 뒷사람이 거두는구나.
뒷사람들은 거두어들임을 기뻐하지 말라. 바뀌어 거두어들일 사람이 또 뒤에 있으니...

: ()줄기, 갈래.
: 빛 경, 경치 경.
景色: 景致와 같은 말로서 한 단어이다.
: 그윽할 유.
: 의미가 에 종속되어 넌지시 가능을 나타내는 助辭이다. 예컨대 見得, 說得 등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 다시 갱.
: 여기서 "머리"라는 뜻이 아니라 앞에 붙은 명사를 구체화하거나 그 일부를 가리킬 때 관용적으로 붙이는 접미사이다. ]街頭, 念頭, 先頭, 話頭, 口頭.
[해설]
토지에는 영원한 주인이 없는 법이다. 오늘날 내 所有이지만 후일에는 누구의 소유가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천년만년 내 소유처럼 여기니 우스운 일이다
[참고]
北宋의 시인 范仲淹 <書扇示門人> 중에 같은 내용이 있다. 書扇示門人은 부채에 적어 제자에게 보여준 시를 모은 것이다.
一派青山景色幽前人田地后人收
后人收得休歡喜還有收人在后頭
范仲淹( 989- 1052)은 자는 希文, 시호는 文正이다. 사대부의 모범적 인물로 꼽히며 北宋 때의 정치가, 문학가, 교육가이다.
산문으로 유명한 岳陽樓記가 있고, 저서로는 '范文正公詩余', '范文正公集' 24전이 전한다.

 

<71>

蘇東坡云
無故而得千金 不有大福, 必有大禍.
소동파가 말하였다.
아무런 까닭없이 천금을 얻는 것은 큰 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큰 재앙이 있느니라.

: 여기서는 명사로, 까닭 고.
蘇東坡 : 蘇軾(1037~1101) 송나라의 문인으로 의 아들이자, 의 형으로, 이 세 사람을 三蘇라 부른다.
그를 大蘇, 아우 철을 小蘇라고 하는데, ‘唐宋八大家의 한 사람.
동파는 그의 호인데 靜常齋, 雪浪齋라고도 하며 시호는 文忠이다.
시에 능하고 經史에 통했다. 그의 학파를 蜀派라 한다.
王安石新法을 반대하여 좌천되었으나 뒤에 哲宗에게 重用되었으며 시는 宋代의 제1인자로 손꼽히고 글씨와 그림에도 능했다. 그의 시 赤壁賦가 유명하고, 저서에 東坡志林, 仇池筆記, 東坡全集등이 있다.

 


<72>

康節邵先生曰
有人來問卜 如何是禍福,
我虧人是禍, 人虧我是福.
강절 소선생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점을 물으러 찾아와서, 禍福이 어떠하냐 묻기에,
내가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 禍이고, 남이 나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 福이니라 하였다.

邵康節: 宋代儒學者. 이름은 , 자는 堯夫. 강절은 그의 시호이다. 李挺之에게 道家圖書先天象數의 학을 배워 신비적인 수학을 설파하였으며 또 이를 기본으로 한 經論을 주장했다. 王安石이 신법을 실시하기 전에 天津의 다리 위에서 두견새 우는 소리를 듣고 천하가 분주할 것임을 예견하였다 한다.
如何: 어찌해야? 무엇과 같아야? 등등의 뜻이다.
有人: "있을 유"1차적인 뜻이 아니다. 불특정한 대상을 지목할 때 붙여주는 관용어이다. 영어로는 "a"(부정 관사), "a certain of"의 뜻에 가깝다. 論語 첫머리에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에서 有朋도 같은 용례이다. 이러한 용법은 현대 중국어에서도 여전히 쓰인다.
위에서 는 모두 술어로서, "~이다(is)"의 뜻이다.
: 이지러질 휴. 사람을 목적어로 받으면 일반적으로 "손해를 끼친다"는 뜻이다.
虧缺: 부족함, 虧本: 본전을 손해봄, 虧負: 빚을 짐, 虧蝕: 日蝕 또는 月蝕

 

<73>

大廈千間 夜臥八尺,
良田萬頃 日食二升.
천 칸이나 되는 큰 집이라도 밤에 누우면 팔 척 뿐이요,
좋은 밭이 수백만 이랑이라도 하루 먹는 것은 두 되일 뿐이니라.

: 큰집 하.
: 사이 ’. 여섯 자 곧 180cm單位로 하여 距離를 세는 이름
: 백이랑 경.
: 좋을 량.
: 되 승. ""는 부피의 단위. 또는 술어로 "오를 승"으로도 많이 쓰이는 글자이다.
[출전]
1) 增廣賢文에는 良田萬頃 日食三升, 大廈千間 夜臥八尺,”로 되어 있다.
2) 나라 陳元靚이 지은 事林廣記 前集 卷之九에 실려 있다.
事林廣記 - 2.警世格言 - 12.處己警語
大廈千間夜臥八尺良田萬頃日食二升

 


<74>

久住令人賤, 頻來親也疎.
但看三五日, 相見不如初.
오래 머무르면 사람을 천하게 만들고, 자주 찾아오면 친함도 소원해지느니라.
단지 사흘이나 닷새만 되어도 서로 보는 것이 처음만 못하다.

2.3 2.3으로 끊어 읽고 는 운자이다.
: 使와 같은 뜻으로 "+A+술어""A로 하여금 ~하게 하다"의 뜻.
: 자주 빈. ]頻度(빈도).
: 여기서 "또한"()의 뜻이다. 현대 중국어에서 는 주로 이 뜻으로 쓰인다.
: 그 뒷구절 전부, 三五~~如初까지를 받는다.
[출전]
1)增廣賢文에는 久住令人賤이요 頻來親也疎라고 보인다.
2)增廣賢文에는 結交須勝己 似我不如無 但看三五日 相見不如初. 人情似水分高下 世事如雲任展舒.”라고 보인다.
사귐에는 나보다 나은 이를 벗할지니, 나와 비슷한 정도라면 없느니만 못하느니라. 단지 3일이나 5일에 한 번씩 만나도 처음 만나는 것 같지 않다. 사람의 정이란 물과 같아서 깊고 얕음이 있고, 세상의 일이란 구름과 같아서 모였다가도 흩어진다.”

 


<75>

渴時一滴如甘露 醉後添盃不如無.
목마를 때 한 방울의 물은 단 이슬과 같고, 술 취한 후에 잔을 더하는 것은 아니함만 못하느니라.

: 목마를 갈. ]渴症, 渴望.
: 물방울 적.
甘露: 단 이슬, 감로수로 하늘에서 내려주는 不老長生의 신비한 약으로, 천하가 태평하면 하늘이 祥瑞로운 징후로 내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 더할 첨. ]添加, 添附, 錦上添花.
: 잔 배. 가 본자(本字)이고 俗字이다.
[출전]
增廣賢文에 보인다.
渴時一滴如甘露, 醉後添盃不如無

 

<76>

酒不醉人人自醉, 色不迷人人自迷.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요,
여색이 사람을 미혹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미혹되는 것이니라.

4.3 4.3으로 끊는다.
: 異性 또는 모습을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女色을 가리킨다.
: 미혹할 미. ]迷路, 迷惑, 迷兒.

 

<77>

公心若比私心 何事不辨,
道念若同情念 成佛多時.
공정한 마음을 만약 私心에 견주듯 하면 무슨 일인들 분별하지 못할 것이며,
道念을 情念과 같이 하면 成佛을 해도 여러번 하리라.

: 견줄 비. 비할 비. ]比較.
: 분별할 변.
道念: 에 대한 일념이고, 情念은 사사로운 정에 이끌리는 마음이라 하겠다.
成佛: "부처가 되다"의 뜻으로 한 단어로 쓰인다. 이 때 "+명사""~을 이룬다"는 뜻 보다는, "~이 되다"의 뜻으로 의역하는 것이 좋다.
[출전]
佛經 淨土宗法語 佛法聯語 <十言>에 동일한 내용이 있다.
公心若比私心何事不辦, 道念若同情念成佛多時.

 


<78>

濂溪先生曰
巧者言 拙者默,
巧者勞 拙者逸.
巧者賊 拙者德,
巧者凶 拙者吉.
嗚呼, 天下拙 刑政撤 上安下順 風淸弊絶.
염계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巧者는 말을 잘하고, 拙者 말이 없으며,
교자는 수고롭고 졸자는 편안하다.
교자는 도둑이요, 졸자는 德人이며,
교자는 흉하고 졸자는 길하니라.
오호! 천하가 졸하면 형법이 철폐되어 위로는 편안하고 아래로는 순종하니, 풍속이 맑아지고 폐단이 끊어지리라.

濂溪先生: 나라의 대 유학자 周惇頤를 가리킨다.
周敦頤( 1017~ 1073) 또는 周濂溪는 중국 북송(960-1127)의 유교 사상가이다. 성리학의 기초를 닦았다. 존칭하여 周子라고도 한다. 송나라 시대 유학의 형이상학적 사유는 주돈이에 의하여 시작되었다고 말해지곤 한다. 자는 茂叔, 호는 濂溪, 元公이다. 道州 營道( 현재의 허난 성 다오 현) 출신이다. 주돈이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태극도설통서가 있다.
이 글은 다분히 道家的인 색채가 강하다. 道家에서는 지혜와 작위적인 가치관을 부정하고, 無爲의 상태에서 소박하고 졸박하게 살아갈 것을 주장한다. 이 글에서도 졸박한 삶을 강조하며 또한 법이나 형벌 같은 인위적인 정치를 부정하는 말이 실려 있다. 이 글에서 巧者는 유학자들을 가리키고, 拙者는 도가의 聖人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면 어떨까? 周濂溪 선생이 대 유학자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이 글은 좀 파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儒家道家, 두 사상이 결국 지향하는 궁극점은 無爲而治의 정치이며, 다만 그 방법론을 달리할 뿐 상호 보완적인 사상 체계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면도 있다.
: 재주 교.
: 졸할 졸.
: 편안할 일.
: 도둑 적. 해칠 적. 이 글에서는 의 뜻이다. 莊子는 그의 저서에서 유학자들을 도둑에 비유하여 비판한 일이 있다. , 유학자들은 사람을 無爲의 상태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도록 하지 않고 온갖 인위적인 가치관들, 예를 들면 仁義禮智와 같은 덕목들을 만들어 내어 인간을 자연으로부터 괴리시키며 따라서 자연스럽지 못한 삶으로 몰아넣는 도둑떼들에 비유한 일이 있다.
嗚呼: 감탄사이다. , 뜻이 있는 글자가 아니라, 감탄하는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이다.
: 형벌 형.
: 정치 정. 정치를 위한 온갖 법과 질서를 뜻하기도 한다.
: 거둘 철. ]撤廢.
: 폐단 폐. ]弊端, 民弊.
: 끊을 절.
[참고]
巧者拙之奴[명심보감 성심편 상 36]: 재주 있는 사람은 재주 없는 사람의 노예이다. 교묘한 재주가 있는 사람은 서투른 사람을 위하여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노예라는 말이다.
[출전]
周敦頤集》 〈拙賦에 보인다.
或謂予曰:「人謂子拙?」予曰:「竊所恥也且患世多巧也。」喜而賦之曰:「巧者言拙者默巧者勞拙者逸巧者賊拙者德巧者兇拙者吉嗚呼天下拙刑政徹上安下順風清幣絕。」

 


<79>

易曰
德薄而位尊 智小而謀大 無禍者鮮矣.
주역에 일렀다.
덕은 박한데 지위가 높고, 지혜는 작은데 도모함이 큰 사람들 중에 재앙이 없는 자는 드무니라.

: 易經周易을 말한다. 五經의 하나로, 중국 上古 伏羲氏가 그린 에 대해 周文王總說하여 卦辭라 하고, 周公이 그 六爻에 대해 자세히 해설하여 爻辭라 했는데, 공자가 여기에 심오한 원리를 붙여 十翼, 곧 열 가지 해설을 단 것으로 되어 있다. 陰陽 二元을 가지고 우주의 모든 현상을 설명했는데, 周代에 의해 완전히 이루어졌다 하여 주역이라 한다.
: 드물 선. "~~, 鮮矣"는 자주 쓰이는 구문으로 "~하는 것이 드물다. ~하는 사람이 드물다"의 뜻이다. 는 사람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출전]
이 글은 다음의 글을 변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子曰:「德薄而位尊知小而謀大力小而任重鮮不及矣
易曰:『鼎折足覆公餗其形渥。』言不勝其任也。」
공자가 이르기를 덕이 박하면서 자리가 높고 지혜가 작으면서 큰 것을 도모하고 힘이 작으면서 책임이 무거우면 이르지 않는 일이 드물다, 역에 말하되 솥발이 끊어져서 임금의 밥을 엎으니, 그 얼굴이 젖어 흉하다라 하니 그 책임을 이기지 못함을 말함이라.“
周易》 〈繫辭傳 下 四章

 

<80>

說苑云
官怠於宦成 病加於小愈.
禍生於懈惰 孝衰於妻子
察此四者 愼終如始.
說苑에 일렀다.
관리는 벼슬이 이루어지는 데서 게을러지고, 병은 조금 나은 데서 더하여진다.
화는 게으른 데서 생기며, 효는 처자를 보살피는 데서 쇠약해진다.
이 네 가지 것을 살펴서, 끝맺음을 처음처럼 신중히하라.

▶說苑: 나라 劉向이 편찬한 설화집. 君道, 臣述 2020권으로 되어 있다.
: 벼슬 관.
: 벼슬 환.
: 게으를 태.
: 나을 유 (~이 더 낫다) (병이) 나을 유. 더욱 유. 여기서는 의 뜻으로 와 같은 말이다. ]快癒.
: 게으를 해. ]精神解弛.
: 게으를 타.
四者: "사람 자"가 아니라, "것 자"이다. 가 사람만 가리키는 것은 아님을 알아둘 것.
: 삼갈 신.
[출전]
說苑卷十 敬愼에 보인다.
曾子가 병에 걸렸을 때 아들 曾元曾華에게 충고한 말이다.
曾子(기원전 505~기원전 435)는 중국 전국 시대의 儒家 사상가이다. 이름은 , 자는 子輿이며, 증자는 존칭이다. 南武城(지금의 산둥성) 출신이다. 공자의 만년의 제자로서 공자보다도 46세 연하이다.
君子苟能無以利害身則辱安從至乎
官怠於宦成病加於少愈
禍生於懈惰孝衰於妻子
察此四者慎終如始

靡不有初鮮克有終。』
군자가 진실로 이익의 유혹으로 인하여 몸을 망치는 일만 없다고 한다면, 욕됨이 어디에서 다가올 수가 있겠는가?
관직에 있는 자가 태만하게 되는 것은 바로 그 관직을 얻었을 때이고,
병은 도리어 조금 나았을 때에 심해지는 법이며,
는 게으름에서 생겨나는 것이고,
아내와 자식 때문에 부모에 대한 효도가 식어가게 마련이다.
이상의 네 가지를 잘 살펴, 끝맺음을 시작할 때의 각오와 같이 해야 한다.
<詩經>에서 말하기를,
시작할 때에는 잘하는 듯 하더니, 끝맺음은 오히려 시원치 않네!’라고 하였단다."

 

<81>

器滿則溢 人滿則喪.
그릇이 가득차면 넘치 듯이 사람이 가득차면 잃게 되느니라.

: 앞의 문귀는 가정으로 해석한다.
: 넘칠 일. ]海溢.
: 잃을 상. ]喪失.
[출전]
나라 李邦獻이 지은 省心雜言 <正文>에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省心雜言/作者李邦獻 >
器滿則溢人滿則喪

 

<82>

尺璧非寶, 寸陰是競.
한 자 되는 둥근 옥이 보배가 아니라, 촌음이 바로 다툴 것이로다.

尺璧非寶 寸陰是競 : 은 길이의 단위이니, 101이 된다. 은 옥의 둥근 것이다. 는 귀중히 여김이다. 도 길이의 단위이다.
은 해 그림자이다. 은 다툼이니, 옛날에 임금은 寸陰을 아꼈다.
淮南子≫ 〈原道訓에 이르기를 성인은 한 자의 구슬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한 치의 시간을 중시하였다.”라고 하였다.
: 명사를 부정하여 ……가 아니다로 풀이한다.
부정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 있는데 이는 모두 동사ㆍ형용사를 부정하여 ……지 않다로 풀이한다.
는 시간ㆍ정도가 아직 ……지 않다이고, 은 시간ㆍ정도의 의식이 없이 부정하는 것이다.
未足아직 충분하지 않다不足충분하지 않다로 풀이된다.
寸陰: 光陰. 짧은 시간. 해 그림자가 1치를 옮겨가는 시간으로, 매우 짧은 시간을 형용한다. 더 짧은 시간으로는 寸陰1/10分陰이 있다.
: 둥근옥 벽. ]完璧.
: "~이다"(is)의 뜻이고, "~이 아니다(is not)"의 뜻이다.
[출전] 千字文에 보인다.

 

 

註解千字文(주해천자문)

天地玄黃 宇宙洪荒, 日月盈昃 辰宿列張. ▶ 天:하늘 천 地:땅 지 玄:검을 현 黃:누를 황 宇:집 우 宙:집 주 洪:넓을 홍 荒:클 황(거칠 황) ▶ 日:해 일(날 일) 月:달 월 盈:찰 영 昃:기울 측 辰:별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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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羊羹雖美 衆口難調.
양고기 국이 비록 맛있으나, 여러 입을 고르게 맞추기는 어려우니라.

: 국 갱.
: 비록 수. 일반적으로 주어는 앞에 쓴다.
: "맛이 좋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술어: ~하기 어렵다.
調: 고를 조. "고르게 맞추다. 조절하다"의 뜻이다. ]調律, 調節.
[출전]
五祖 法演禪師語錄에 같은 내용이 있다.
五祖法演( -1104) : 宋代 임제종 양기파, 綿州(호남성)사람, 성은 .
<法演禪師語錄>
羊羹雖美, 衆口難調.

 

<84>

益智書云
白玉投於泥塗 不能汚涅其色,
君子行於濁地 不能染亂其心.
백옥은 진흙 땅에 던져져도 그 백옥의 색을 시꺼멓게 더럽힐 수는 없으며,
군자는 濁地에 가더라도 그의 마음을 더럽히거나 어지럽게 할 수는 없느니라.

松栢可以耐雪霜 明智可以涉艱危.
松栢은 눈과 서리를 견디어 낼 수 있고, 밝은 지혜는 어렵고 위급함을 건널 수 있는 것이니라.

益智書: 나라 때 초학자들이 널리 읽던 교양서이다.
: 진흙 니.
: 바를 도. ]塗褙. 진흙 도. ]塗炭 길 도. 여기서는 의 뜻이다.
: 개흙(검은 진흙) , 검은물들일 녈. 불교 용어로도 쓰인다. , 涅槃.
: 흐릴 탁.
: 물들일 염, 더럽힐 염.
: 측백나무 백. 우리나라에선 잣나무란 의미로 쓰임.
可以: 한 단어로 "~할 수 있다"의 뜻이다.
: 견딜 내. ]堪耐.
: 건널 섭.
: 어려울 간. 생활이나 처지가 궁핍하고 어렵다는 뜻이지, 처럼 "~하기가 어렵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에는 의 뜻도 있다. ]艱難.

 

<85>

入山擒虎易 開口告人難.
산에 들어가 호랑이를 사로잡기는 쉬워도, 입을 열어 남에게 충고하기는 어려우니라.

"~~,~~"의 대칭구조를 파악할 것.
~: ~에 들어가다.
: 사로잡을 금.
는 고할 고. 여기서는 의미상 忠告한다는 뜻으로 보았다.
, 산에 들어가 호랑이를 사로잡기는 쉬워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으면서 좋은 길로 나아가도록 충고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잘못 충고하면 오히려 그 친분마저 소원해질 수 있으니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孔子께서 이에 대한 가르침을 주셨는데, 論語의 그 글귀를 옮겨 본다.
"子貢問友, 子曰, 忠告而善道之, 不可則止, 無自辱焉" (자공이 벗사귐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친구에게 나쁜 점이 있으면 충고를 하여 잘 이끌어 주되, 되지 않거든 그만두어 자신에게 욕됨이 없도록 해야 하느니라)
[출전]
1) 明賢集에는 上山擒虎易 開口告人難로 되어 있다.
2) 나라 高則誠琵琶記》 〈王娘剪髮賣髮에는 上山擒虎易 開口告人難로 되어 있다.
3) 增廣賢文에도 소개되어 있다.

 


<86>

遠水不救火, 遠親不如隣.
먼 곳의 물은 가까운 곳의 불을 끄지 못하고, 먼 곳의 친척은 가까운 이웃만 못하느니라.

: 구제할 구. 救火는 불을 끈다는 의미로 쓰이는 관용어이다.
不如+(명사구): ~만 못하다. 不如+(서술문): ~함만 못하다.
: 이웃 린. ]隣近.
[출전]
增廣賢文에는 遠水難救近火 遠親不如近隣로 되어 있다.

 

 

太公曰
日月雖明 不照覆盆之下
刀劍雖快 不斬無罪之人
非災橫禍 不入愼家之門.
태공께서 말씀하셨다.
해와 달이 비록 밝으나 엎어 놓은 동이 속을 비출 수는 없으며,
칼이 비록 장쾌하기는 하나 죄 없는 사람을 斬할 수는 없다.
나쁜 재앙과 느닷없는 화는 삼가는 집의 문에는 들어오지 않느니라

太公: 이고 이며, 이름은 또는 이다. B.C. 1122년 지금의 중국 山東省 태생이다. 나라 초기의 賢者渭水 가에서 낚시질하다가 文王에게 기용되었다고 한다. 저서로는 六鞱三略이 전한다.
: , , 낮 등등 3가지의 뜻으로 쓰인다.
: 엎을 복 덮을 부. 여기서는 ""으로 읽는다. 의 뜻이다.
: 동이 분. ]花盆.
覆盆之下: 뒤엎어 놓은 동이의 아래이므로 빛이 들어가는 동이의 구멍을 막아 놓은 상태이다. 즉 이 글귀를 의역하면, 해와 달이 아무리 밝아도 엎어 놓은 동이 속으로는 빛이 못들어간다는 뜻이다.
: 벨 참. ]斬首.
: 재앙 재.
: 가로 횡. 빗길 횡. 여기서는 "빗기다"라는 말에서 의미가 심화되어 뜻하지 않게 닥치는 것을 말한다. ]橫財(뜻하지 않게 얻은 재물), 橫災(뜻하지 않게 닥친 재앙), 橫死(뜻하지 않은 죽음)
~: ~에 들어가다.

 

<88>

太公曰
良田萬頃 不如薄藝隨身.
태공이 말하였다.
좋은 밭의 만 이랑은 작은 재주 하나가 몸에 따르는 것만 못하느니라.

: 이랑 경.
: 어질 량. 좋을 량.
不如+(명사구):~만 못하다. 不如+(서술문):~함만 못하다.
: 재주 예.
: 따를 수.
[출전]
1) 北齊顔之推가 쓴 顔氏家訓》 〈勉學諺曰 積財千萬不如薄技在身
2) 增廣賢文에는 良田百畝 不如薄技隨身으로 되어 있다. 는 이랑 ’.

 

<89>

性理書云
接物之要 己所不欲 勿施於人.
行有不得 反求諸己.
성리서에 일렀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의 要諦는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않는 것이다.
행하고도 되지 않거든 돌이켜 자신에게서 구해야 하느니라.

: 접할 접. ]待接, 應接, 接待.
: 일 물. 만물 물. 때에 따라서는 여기서처럼,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接物之要接人之要와 같은 말이다.
: 명사로 긴요한 것, 필요한 것, 요점, 요체 등등의 뜻이다.
己所不欲, 勿施於人: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로 아주 유명하다. 이 말은 그의 제자인 仲弓에 대하여 묻자 공자가 답한 글귀 중에 들어있다.
反求諸己: 儒家에 관한 책에서 상당히 많이 나오는 문구로 거의 관용구가 되다시피한 말이다.
: 어조사 저. "술어+~""술어++~"와 비슷하다. , 反求之於己로도 쓸 수 있다.
[출전]
1) 朱子大全》 〈卷第七十四 雜著 白鹿洞書院揭示에 보인다.
2) “己所不欲 勿施於人논어》〈顔淵 二章, 衛靈公 二十三章에 보인다.
3) “行有不得 反求諸己孟子》 〈離婁章句 上 四章行有不得者 皆反求諸己로 보인다.

 

<90>

酒色財氣四堵墻 多少賢愚在內廂,
若有世人跳得出 便是神仙不死方.
酒色財氣의 네가지의 담장이 쳐진 곳에, 다소의 어진이와 어리석은 이가 행랑에 갇혀 있도다.
만약 세상 사람이 (이곳을) 뛰쳐 나갈 수 있다면, 이것은 곧 신선처럼 죽지 않는 방법이니라.

: 담 도.
多少: 助字이다. 곧 의미가 에만 있음이다. 참고로 살펴보건대, 多少는 첫째 많다’, 둘째 어느 정도’, 셋째 조금의 의미를 가지나 여기서는 첫째의 의미이다.
: 담 장.
: 행랑 상. 행랑은 대문간에 붙어 있는 방을 말한다.
: 뛸 도.
: 다음에 술어가 오면 "~할 수 있다"로 해석한다. 跳得出: 뛰쳐나올 수 있다. 은 조동사로서 상황이 허락되는 것을 나타내며 일반적으로 동사 앞에 쓰이지만 동사 뒤에 쓸 수도 있다.
: 문득 변, 곧 변.
: "~이다"의 뜻.
便是~: ~이다. 위의 번역문에서 "이것은"이라고 번역을 하였으나 이는 자를 해석한 것이 아니고 다만, 우리말의 어감에 맞게 해주기 위해 주어를 덧붙인 것뿐이다.
~便(~) : ‘~과 같이 만약 ~한다면으로 가정형을 구성한다. 은 문득 변,
는 술어이고, 주어는 문맥상 분명하면 써주지 않는다.
: 바야흐로 방 모 방 (네모지다. 네모반듯하다. 바르다. 품행이 방정하다 등등의 뜻이 있다) 방법 방 (처방이란 뜻도 있다). 방향 방. 위에서는 의 뜻, 즉 방법, 처방이란 뜻이다.

2023.1.21. -고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