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허사(虛詞) 猶 |
猶且 猶然 猶若 猶尙 猶自 猶之 [모두 “오히려”라는 한 뜻] 猶는 簡體字로는 “犹”로 쓴다. 猶는 動詞로 쓰여 “마치 …과 같다”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國語 周語上》의 “民之有口也, 猶土地有山川也” [백성들에게는 입이 있어서, 마치 땅에 산천이 있어 발산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猶의 이와 같은 動詞로서의 용법은 여기서 논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다. 猶자가 虛詞로 쓰이는 경우는 대부분 부사로서 ① “오히려” “아직도”를 의미한다. ② “서로 같다”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③ 상고 시대에도 역시 假設連詞[“설령 … 일지라도”] 로도 쓰였다. ④ 多音節語를 구성하기도 하지만 뜻과 용법은 猶와 같다. |
(1) 猶는 부사로서 “그 남아 있는 여세가 사그러들지 않고 아직도 그대로 있음”을 나타낸다.
☞“아직도” “여전히” “오히려” “그래도”로 해석한다.
¶ 我戰死, 猶有令名焉. 《國語 晉語》
○ 전쟁터에 나가 전사하더라도, 나는 오히려 명성을 누릴 것이다.
▶令:[문어] 좋다. 아름답다.
¶ 馮先生深貧, 猶有一劍耳. 《史記 孟嘗君列傳》
○ 풍선생은 참으로 가난하지만, 아직도 한 자루의 검만은 지키고 있다.
▶深: 깊이. 매우. 대단히.
¶ 三徑就荒 松菊猶存! 《陶潛 歸去來辭》
○ 정원에 난 작은 길엔 잡초가 우거졌지만, 솔이며 국화는 아직도 그대로 있네!
☞위에서는 猶가 일반 서술구로 쓰이는 경우에 관하여 알아보았다. 이하에서는, 猶가 複合句의 앞 구절에 쓰이고, 그 다음 구절 또는 进逼句에 況, 何況, 혹은 기타 다른 단어를 써서 “하물며”라는 語氣를 표시하는 용법에 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이것은 어구의 구조상으로 본 구별이며, 猶자의 의미와 기능에는 변함이 없다.
¶ 蔓草猶不可除, 況君之寵弟乎? 《左傳 隱公元年》
○ 뻗어나는 풀도 제거하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임금이 총애하는 친동생은 말할 것도 없다.
¶ 凡在故老,猶蒙矜育, 况臣孤苦,特爲尤甚. 《李密: 陳情表》
○ 모든 노인들이 아직도 황은을 입어 임금님의 동정을 받아 양육되고 있습니다. 하물며 저는 외롭고 고달픔이 남보다 더욱 심하니 말할 것도 없습니다.
(2) 猶且, 猶然, 猶若, 猶尙, 猶自, 猶之 등의 다음절어는 그 뜻과 용법이 상기 (1)목의 내용과 같다.
☞즉 그 뜻을 “오히려” “아직도” “여전히”로 해석할 수 있으며, 猶에 다른 글자를 덧붙여 다음절어로 표시한 것은 다만 그 표현을 도드라지게 하여 요점을 더욱 분명하게 나타내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
¶ 王者至尊, 猶且不堪, 況爾小人之類乎! 《國語 周語上 韋昭注》
○ 왕은 지존이라도 오히려 감당할 수가 없는데, 하물며 소인배인 너는 말할 것도 없다!
¶ 古之聖人, 其出人也遠矣, 猶且從師而問焉. 《韓愈 師說》
○ 옛날 성인은, 일반 사람들 보다 훨씬 뛰어났지만, 오히려 스승을 좇아 물어서 배웠다.
¶ 此皆學士所謂有道仁人也, 猶然遭此葘, 況以中材而涉亂世之末流乎! 《史記 游俠列傳》
○ 이들은 모두 유가에서 인정하는 덕망 있고 어진 사람들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재난을 만났는데, 하물며 평범한 재능을 가진 사람으로서 어지러운 세상의 혼탁한 흐름을 건너감에 있어서야 말할 필요도 없다!
¶ 爲之而樂矣, 奚待賢者, 雖不肖者猶若勸之. 爲之而苦矣, 奚待不肖者, 雖賢者猶不能久.《呂氏春秋 誣徒篇》
○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현명한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모자란 사람도 오히려 열심히 할 것이다. 일을 하면서 고통스러움을 느낀다면, 모자란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현명한 사람도 오히려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 中主猶若不能有其民, 而況于暴君乎? 《呂氏春秋 蕩兵篇》
○ 중간 정도의 군주도 그 백성을 오히려 지키지 못하는데 하물며 포학한 군주야 말할 것도 없다.
¶ 射魚, 指天而欲發之當也, 舜禹猶若困, 而況俗主乎? 《呂氏春秋 知度篇》
○ 고기를 잡는데, 하늘을 향해 쏘고 나서 맞히기를 바라는 것은, 순임금이나 우임금이라도 오히려 어려울 텐데, 하물며 보통급 군주로서야 말할 것도 없다.
¶ 凡人之思故, 在其病也. 彼思越則越聲, 不思越則楚聲. 使人往聽之, 猶尙越聲也. 《史記 張儀(陳軫)列傳》
○ 무릇 사람이 고향을 생각하는 것은, 병들었을 때이다. 그가 월나라를 생각한다면, 월나라 말을 할 것이고, 월나라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초나라 말로 이야기 할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사람을 보내어 들어본 결과, 역시 월나라 말을 했다.
¶ 昔邴吉臨政, 吏嘗有非, 猶尙容之, 況此諸吏于吾未有失乎? 《三國志 魏志 高柔傳》
○ 옛날 병길이 정사에 임할 때, 관리들은 일찍이 비리를 저질렀다. 그런데도 그들을 용서하였다. 하물며 당신들 하급 관리들은 나에 대하여 어떠한 과오도 저지르지 않지 않았는가?
¶ 衛公子啓方事寡人十五年矣, 其父死而不敢歸哭, 猶尙可疑耶? 《呂氏春秋 知接篇》
○ 위나라 공자 계방은 과인을 섬긴 지 이미 15년이나 되었습니다. 아비가 죽었을 때도 장사지내러 돌아가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를 오히려 의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 雖隆薜之城到于天, 猶之無益也. 《戰國策 齊策》
○ 설령 벽성을 하늘 높이 쌓는다 하더라도 오히려 아무런 이익도 없을 것이다.
¶ 一曲清歌一束綾, 美人猶自意嫌輕。不知織女螢窗下, 幾度拋梭織得成。《蒨桃: 呈寇公》
○ 맑은 노랫가락 한 곡조에 한 필의 비단이로다! 웃음기 없는 미인은 오히려 오만하구나! 반딧불처럼 연약한 직녀의 고달픔을 어찌 알리? 쉴 겨를도 없이 깊어가는 밤, 언제나 마칠 수 있을까?
¶ 以我爲天子猶之可也, 雖然, 我適有幽憂之病. 《莊子 讓王篇》
○ 저를 천자로 삼아주시겠다니 오히려 그것이 괜찮은 것 같기도 합니다. 비록 그러하나 저는 심한 우울증에 걸려 있습니다.
(3) 猶는 부사로 쓰여 ① “마찬가지로” ② “모두” ③ “오히려”의 뜻으로 쓰인다.
¶ 子蟜曰: “諸侯旣有成行, 必不戰矣. 從之將退, 不從亦退. 退, 楚必圍我. 猶將退也, 不如從楚亦以退之.” 《左傳 襄公10年》
○ 정나라의 자교가 말하기를: “제후들에게는 후퇴할 의사가 있어, 반드시 싸우지 않을 것입니다. 晉나라에 복종하더라도 그들은 후퇴할 것이고, 복종하지 않더라도 후퇴할 것입니다. 그들이 후퇴하면, 초나라가 반드시 우리를 포위할 것입니다. 제후들은 그것을 보고서도 마찬가지로 후퇴할 것입니다. 그러니 초나라에 굴복해서 초나라로 하여금 晉나라를 물리치게 하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 猶之與人也, 出納之吝, 謂之有司. 《論語 堯曰》
○ 똑같이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것인데도, 출납하기를 인색하게 하는 사람을 有司라고 한다.
¶ 柳下惠吏于魯, 三黜而不去. 或謂之曰: “可以去.” 柳下惠曰: “苟與人異, 惡往而不黜乎! 猶且黜乎, 寧于故國爾. 《戰國策 燕策三 燕王喜謝樂閒書》
○ 류하혜가 노나라에서 관직을 맡고 있었는데, 세 차례나 면직을 당하고서도 노나라를 떠나지 않았다. 혹자가 그에게 말하기를: “떠날 만하다.” 류하혜가 말했다: “가령 다른 사람과 의견이 맞지 않는다면, 어디에 가더라도 면직을 면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면직을 당한다면 차라리 본국에서 당하는 것이 낫다.”
(4) 猶는 已라는 의미로 쓰인다. 또한 “太대단히”의 뜻으로도 쓰인다. 이 용법은《墨子》에서 드물게 보인다. 《墨子》원문에서는 猶자와 “太(大)”자가 상호 호용되고 있다.
¶ 若以此若三國者觀之, 則亦猶薄矣; 若以中國之君子觀之, 則亦猶厚矣. 如被則大厚, 如此則 大薄, 然則葬埋之有節矣. 《墨子 節葬下篇》
○ 만일 이와 같은 세 나라의 경우를 본다면, 죽은 사람에 대한 장례는 이미 간소한 것이다. 만일 중국의 경우에서 본다면, 이미 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중국의 매우 후하고, 세 나라의 그것은 매우 간소하며, 그렇기 때문에 장례는 반드시 심히 후하지도 간소하지도 않은 알맞은 절도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5) 猶는 假設連詞 즉 “설령…하더라도”의 의미로 쓰인다. 이 용법은 先秦 시대에 사용되었으며, 兩漢 시대 이후에는 극히 드물게 보인다.
¶ 猶有鬼神, 吾有餒而已, 不來食矣. 《左傳 襄公20年》
○ 설령 내가 죽어 혼이 있다 하더라도, 나는 굶주릴 뿐으로, 제사를 지내주어도 먹을 수가 없을 것이다.
¶ 鬼猶求食, 若敖氏之鬼, 不其餒而. 《左傳 襄公4年》
○ 귀신이 가령 먹을 것을 찾는다면, 우리 약오씨의 귀신은 굶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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