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허사

한문의 허사(虛詞) 向

耽古樓主 2022. 12. 31. 04:13
한문의 허사(虛詞)
向來 방금

向使 만약

向令 만약

嚮使 만약

, , 자의 고대 음은 모두 같았다.

따라서 이들 글자가 허사로 쓰일 때는 모두 같다.

그러나 오늘날 은 간체화되어 자가 되었고, 은 더 이상 제4성으로 읽히지 않고 제1성으로 읽히고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向 鄕 嚮3개의 글자를 동시에 살펴보기로 한다.


그러나 고서에서는 여전히
向, 鄕, 嚮, 이전향4자를 구별해서 쓰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1) 向, 鄕, 嚮, 이전향은 모두 시간사로서, 한정어, 더 많게는 상황어로 쓰인다. “이전” “방금전

때로는 상기 글자에 를 추가하여 湊成音節[음절을 하나 더 추가하여 음운의 효과를 나타내는 음절]을 만들거나, 어기를 강조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聽君向言, 多與吾同. 世說新語 文學篇
그대가 방금 한 말은 대부분 나와 같다.

向者之言, 阿誰爲失? 三國志 蜀志 龐統傳
방금 한 말 중에 어느 것이 사실과 다른가?

邑使者禁屠牛, 健兒無所事事, 取向所屠牛皮及骨角, 往瓜揚閑售之, 得三十金. 秦淮健兒傳
고을의 관원이 소 도살을 금지하자, 건아는 할 일이 없어졌다. 바로 전에 도살했던 소의 가죽과 뼈 그리고 뿔을 가지고 과주와 양주 지역으로 가서 팔아서 30금을 마련했다.

鄕者夫人嬰兒皆似君. 史記 高祖本紀
방금 전의 부인과 어린 애는 모두 그대를 닮았군요.

然則鄕之所謂知者, 不乃爲大盜積者也? 莊子 胠篋篇
그러니 방금 전에 말한 지혜로운 사람이란, 바로 큰 도적을 위해 재물을 꾸려놓은 꼴이 되지 않겠는가?

상기 예문에서 본 向 向者 鄕 鄕者는 모두 한정어로 쓰인 예이다. 하기 예문에서는 모두 상황어로 쓰인 예이다.

南問其遲留之狀. 使者曰: “向度宛陵浦里, 馬踠足, 是以不得速.”後漢書 方術傳李南傳
남이 그가 늦게 온 이유에 관하여 물었다. 사자가 말했다: “지금 막 나룻터의 굽은 언덕을 넘어오는데 말의 다리가 뒤틀려서 빨리 올 수가 없었습니다.”

向吾見若眉睫之間, 吾因以得汝矣. 莊子 庚桑楚篇
좀 전에 나는 당신의 두 눈썹 사이를 보고 당신의 문제를 알았습니다. 나는 이로써 당신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向也不怒而今也怒, 向也虛而今也實. 莊子 山木篇
아까는 화내지 않고 지금은 화내는 까닭은아까는 빈 배였고 지금은 사람이 타고 있기 때문이다.

向者先生形體掘若槁木, 似遺物離人而立於獨也. 莊子 田子方篇
조금전의 선생님의 형체는 뻣뻣한 것이 마른 나무 같았고, 밖의 물건은 잊고 사람들을 떠나 홀로 우뚝 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鄕爲身死而不受, 今爲宮室之美爲之; 鄕爲身死而不受, 今爲妻妾之奉爲之; 鄕爲身死而不受, 今爲所識窮乏者得我而爲之. 孟子 告子上
이전에는 자신이 죽더라도 받지 않았던 것을, 오늘에는 주택의 미려함을 위해서 그것을 받고; 이전에는 자신이 죽더라도 받지 않았던 것을, 오늘에는 처첩에 대한 봉사를 위해 그것을 받으며; 이전에는 자신을 위해서는 죽어도 받지 않았던 것을, 오늘에는 자기가 알고 있는 궁핍한 사람이 자기한테서 얻어가게 하기 위해서 그것을 받는다.

吾嚮者望子, 疑以爲人君也; 子至而人臣也. 說苑 臣述篇
나는 지금 막 그대를 봤는데, 그대를 국왕으로 보아야 할지 의심이 든다; 그대가 왔을 때 실은 나는 신하였다.

吾常無子, 無子之時不憂. 今子死, 乃與嚮無子同, 臣奚憂焉? 列子 力命篇
나에게는 애초에 아들이 없었소. 아들이 없으면 슬퍼할 것도 없소. 지금 아들이 죽었으니, 애초에 아들이 없었던 것과 같소. 어찌 내가 슬퍼하겠소?

曏者, 右宰穀臣之觴吾子, 吾子也甚歡. 呂氏春秋 觀表篇
지난번에 우재곡신이 우리 선생님에게 잔치를 베풀어줄 때는 선생님께서는 매우 기뻐하셨습니다.

또한 向來라는 단어는 현대 중국어의 從來[본래부터, 종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向來 역시 방금, 지금 막을 뜻한다. 이 단어는 六朝人의 관용어로서 한정어로 쓰였다.

向來相送人, 各自還其家. 陶潛: 挽歌詩
지금 막 내 무덤을 만든 친지들도, 하나 둘 각자 집으로 돌아가네.

丞相及嘆曰: “向來語乃竟未知理源所歸.” 世說新語 文學篇
[피차 서로 펴고 싶었던 현담이 끝나자,] 승상은 감탄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나눈 현담에 대해 나는 그 원류가 어디로 귀착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2) 向 鄕 嚮의 세 글자는 일반적으로 전치사로 쓰여 방향과 장소를 표시한다.

餘虜走向落川, 復相屯結. 後漢書 段颎傳
잔여 선련족 포로들은 낙천을 향해 도주하여, 재집결했다.

於是焉河伯始旋其面目, 望洋向若而歎. 莊子 秋水篇
황하의 신은 비로소 그의 얼굴을 돌려, 북해의 신을 향해 우러러보며 탄식했다.

秦伯素服郊次, 鄕師而哭. 左傳 僖公32
진나라 목공은 흰 상복을 입고 교외에 숙박하면서, 돌아오는 군사를 향하여 곡했다.

西門豹簪筆磬折, 嚮河立. 史記 滑稽列傳
서문표는 붓을 비녀처럼 머리에 꽂고 몸을 경()처럼 굽혀 경건한 태도로, 강물을 향해 섰다.

(3) 鄕과 은 또한 시간을 나타내는 부사로서 마침내” “바야흐로의 의미로 쓰인다.

鄕晨, 傳袴袜, 欲起, 因失衣, 不能言. 漢書 外戚傳
바야흐로 새벽이 되어, 덧바지와 버선을 신고, 자리에서 일어나고자 했으나, 옷이 떨어져내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夫水, 嚮冬則凝而爲冰. 淮南子 俶眞訓
물은 마침내 겨울이 되면 곧 굳어서 얼음이 된다.

(4) , , 向使, 鄕使, 嚮使, 向令, 向者는 모두 가설 접속사로 쓰인다. “만일” “가령

向不遭度, 則郡早爲丘墟, 而民系於虜廷矣. 三國志 魏志 公孫度傳 注引魏書
만약 공손도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 곳은 폐허가 되고, 백성들은 적국의 포로가 되었을 것이다.

! 形之龐也類有德, 聲之宏也類有能, 向不出其技, 虎雖猛, 疑畏卒不敢取. 今若是焉, 悲夫! 柳宗元: 黔之驢
! 몸집이 크기로는 덕이 있는 듯하고소리가 크기로는 능력이 있는 듯하니만약 그 기량을 내보이지만 않았더라면, 호랑이가 비록 맹수이나, 의심하고 두려워하여 끝내 감히 취하지 못했을 것을. 지금 이와 같으니, 안타깝도다!

向使嬰有庸主之才, 僅得中佐, 山東雖亂, 秦之地可全而有, 宗廟之祀未當絶也.賈誼: 過秦論
만약 자영에게 평범한 군주의 재능이 있었고, 겨우 중간 정도의 재능을 가진 보좌가 있었다면, 산동이 비록 어지러웠다고 할지라도, 진나라의 영토는 온전히 보전할 수 있었을 것이며, 종묘의 제사가 끊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向使早放火, 吾徒無類矣. 三國志 魏志 武帝紀 注引山陽公載記
만약 조금 일찍 불이 났다면, 우리 같은 사람은 없어졌을 것이다.

, ?
만약 오자서가 아버지 오사를 따라 함께 죽고 말았다면, 어찌 땅강아지 개미와 같은 보잘 것 없는 미물과 다르겠는가?

紹軍之敗也, 土崩奔北, 師徒略盡. 軍皆拊膺而泣曰: “向令田豊在此, 不至于是也.” 三國志 魏志 袁紹注引先賢行狀
원소군은 패배하여, 토산이 무너지듯 장졸이 모두 흩어져 군대가 사라져 버렸다. 패잔병들은 가슴을 치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만약 전풍이 여기에 있었다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鄕亡桓公, 星遂至地, 中國其良絶矣. 漢書 五行志
가령 제환공이 없었다면, 별자리가 땅에 떨어져, 중국은 정말 소멸했을지도 모른다.

鄕使文王疏呂尙而不與深言, 是周無天子之德而文武無與成其王業也. 史記 範睢列傳
만약 문왕이 강태공 여상과 더불어 심도 있는 담화를 나누지 않았다면, 주나라는 천자의 덕행을 이룰 수가 없었을 것이고, 아무도 문왕무왕을 도와 왕업을 이루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鄕使秦已幷天下, 行仁義, 法先聖, 陛下安得而有之? 史記 陸賈列傳
가령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한 후, 인의를 실행하고, 고대 성왕들을 본받았더라면, 폐하께서는 어찌 천하를 얻어 이를 보유할 수 있었겠습니까?

秦王與中期爭論不勝, 秦王大怒, 中期徐行而去. 或爲中期說秦王曰: “悍人也. 中期遇明君故也. 向者遇桀, 必殺之矣.” 秦王因不罪. 戰國策 秦策4

진왕이 중기와 쟁론을 했으나 이길 수가 없었다. 진왕이 마침내 화를 내자, 중기는 슬그머니 나가버리고 말았다. 혹자가 중기 대신 왕에게 말했다. “못된 인간이군요. 중기란 놈은! 그가 마침 대왕님 같은 명군을 만났기 망정이지, 만약 걸주와 같은 폭군을 만났더라면, 반드시 죽임을 당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왕은 중기를 견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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