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허사(虛詞) 許 |
“許”자가 명사로 쓰일 경우 장소를 뜻한다. 《墨子》의 非樂篇에 보면 “舟車旣已成矣, 吾將惡許用之?”[배와 수레가 이미 완성된 다음에는, 내가 장차 이것을 어디에 쓸까?]라는 구절이 보이는데, 여기에서의 惡許는, 陶潛의 《五柳先生傳》에 보이는 “五柳先生, 不知何許人也”[오류선생은 어디 사람인지 모른다.]라는 구절의 何許와 같다. 이 두 단어는 모두 “어디”라는 뜻이다. 이렇게 쓰인 “許”는 모두 실사이다. 이하 許자의 허사적 용법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
(1) 許는 근칭대명사로서 “이, 이것” 또는 “이러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 重簾持自鄣, 誰知許厚薄. 《樂府詩集 子夜歌》
○ 몇 겹의 발이 장막을 이루니, 누가 이러한 두께를 알 수 있을까?
¶ 已是不成眠, 如何更遭許? 《楊萬里: 夜雨不寐》
○ 이미 잠은 오지 않고, 어쩌다 다시 이 지경이 되었나?
¶ 相送勞勞渚, 長江不應滿, 是儂淚成許. 《樂府詩集 華山畿》
○ 로로저를 전송하네, 말랐던 장강이 오늘따라 만수인 것은, 내 눈물이 여기에 보태진 것이네.
¶ 强尊前、抖擞旧精神,谁能许? 《管鑒: 滿江紅詞》
○ 잔 앞에, 옛 정신을 가다듬으면, 무엇이 능히 이와 같겠는가?
(2) 許자가 뜻하는 바는 상기 목과 같지만, 문장의 성분은 한정어 또는 상황어로 쓰인다.
¶ 風吹冬簾起, 許時寒薄飛. 《樂府詩集 子夜歌》
○ 바람이 불어 발이 흔들리고, 이때 한기가 오싹 다가왔다.
¶ 甘菊吐黃花, 非無杯觴用, 當奈許寒何? 《樂府詩集 九月折楊柳歌》
○ 국화가 만발하니, 한 잔 술이 없을손가? 어찌하랴, 이처럼 추운데!
¶ 今河東汾陰有水, 中如車輪許大, 濆沸涌出. 《列子 湯問 釋文引郭璞》
○ 지금의 산서성 문수 북쪽에 강이 있는데, 그 중간은 차륜 모양처럼 거대했으며, 물이 용솟음쳐 올라왔다.
¶ 且飮不須論許事, 從今然有佳天色. 《丘宗山 滿江紅詞》
○ 또 한 잔 마시고, 지금부터 이 일은 논하지 않는다. 이제부터 아름다운 하늘 색만 있을 뿐이다.
¶ 行路如許難, 誰能不華發? 《范成大: 盤尨驛》
○ 인생 행로는 이처럼 어려워서, 누가 능히 백발이 되지 않으리?
¶ 雙鷺能忙飜白雪, 平疇許遠漲淸波. 《汪藻: 卽事詩》
○ 한 쌍의 백로는 흰 구름처럼 날기 바쁘고, 평평한 밭들은 넘실대는 푸른 물결처럼 아득하다.
(3) 許는 수량사 뒤에 쓰여 대체적인 어림수를 나타낸다.
¶ 赴河死者, 五萬許人. 《後漢書 皇甫嵩傳》
○ 강물에 뛰어들어 죽은 자가 오만여 명에 이르렀다.
¶ 漢家君天下, 四百許年. 《三國志 魏志 袁紹傳注引獻帝春秋》
○ 한왕조가 천하의 황제로 군림한 지가 사백여 년간 지속되었다.
¶ 十許日遣出. 《晉書 陸雲傳》
○ 십여 일 보내주었다.
(4) 許는 조사처럼 쓰이는데 의미가 없다.
¶ 直以眞率少許, 便足對人多多許. 《世說新語 賞譽下篇》
○ 왕술직은 성격이 진솔했기 때문에, 비록 재산이 많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
☞현대 중국어에 있는 少许[약간, 얼마간]라는 단어는 위와 같은 용법에서 연유하고 있다. 한편 多多許라는 말은 현대 중국어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다만 许多[대단히 많은, 허다한]라는 말은 쓰인다.
¶ 奈何許, 石闕生口中, 銜碑不得語. 《古樂府》
○ 어찌 하리요! 내 입속에 슬픔을 물고 있으니, 비애를 품고 있어서 말이 나오지 않네. (石闕은 碑를 나타내고, 碑는 悲哀를 뜻한다.)
¶ 吾亡後, 兒孫乃爾許大. 《搜神記 卷十五》
○ 내가 죽은 후, 손자가 결국 이만큼 크겠지.
☞상기 예문에 나오는 爾許의 爾는 “이와 같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여기에서 許는 아무런 의미가 없이 쓰인 것이며, “이와 같다”는 의미로 쓰인 것이 아니다. 그저 편의상 조사로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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