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허사

한문의 허사(虛詞) 許

耽古樓主 2022. 12. 31. 04:18
한문의 허사(虛詞)
자가 명사로 쓰일 경우 장소를 뜻한다.

墨子非樂篇에 보면
舟車旣已成矣, 吾將惡許用之?”[배와 수레가 이미 완성된 다음에는, 내가 장차 이것을 어디에 쓸까?]라는 구절이 보이는데, 여기에서의 惡許,
陶潛五柳先生傳에 보이는 五柳先生, 不知何許人也”[오류선생은 어디 사람인지 모른다.]라는 구절의 何許와 같다.

이 두 단어는 모두
어디라는 뜻이다. 이렇게 쓰인 는 모두 실사이다.

이하 자의 허사적 용법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1) 는 근칭대명사로서 , 이것 또는 이러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重簾持自鄣, 誰知許厚薄. 樂府詩集 子夜歌
몇 겹의 발이 장막을 이루니, 누가 이러한 두께를 알 수 있을까?

已是不成眠, 如何更遭許? 楊萬里: 夜雨不寐
이미 잠은 오지 않고, 어쩌다 다시 이 지경이 되었나?

相送勞勞渚, 長江不應滿, 是儂淚成許. 樂府詩集 華山畿
로로저를 전송하네, 말랐던 장강이 오늘따라 만수인 것은, 내 눈물이 여기에 보태진 것이네.

强尊前抖擞旧精神谁能许? 管鑒: 滿江紅詞
잔 앞에, 옛 정신을 가다듬으면, 무엇이 능히 이와 같겠는가?

(2) 자가 뜻하는 바는 상기 목과 같지만, 문장의 성분은 한정어 또는 상황어로 쓰인다.

風吹冬簾起, 許時寒薄飛. 樂府詩集 子夜歌
바람이 불어 발이 흔들리고, 이때 한기가 오싹 다가왔다.

甘菊吐黃花, 非無杯觴用, 當奈許寒何? 樂府詩集 九月折楊柳歌
국화가 만발하니, 한 잔 술이 없을손가? 어찌하랴, 이처럼 추운데!

今河東汾陰有水, 中如車輪許大, 濆沸涌出. 列子 湯問 釋文引郭璞
지금의 산서성 문수 북쪽에 강이 있는데, 그 중간은 차륜 모양처럼 거대했으며, 물이 용솟음쳐 올라왔다.

且飮不須論許事, 從今然有佳天色. 丘宗山 滿江紅詞
또 한 잔 마시고, 지금부터 이 일은 논하지 않는다. 이제부터 아름다운 하늘 색만 있을 뿐이다.

行路如許難, 誰能不華發? 范成大: 盤尨驛
인생 행로는 이처럼 어려워서, 누가 능히 백발이 되지 않으리?

雙鷺能忙飜白雪, 平疇許遠漲淸波. 汪藻: 卽事詩
한 쌍의 백로는 흰 구름처럼 날기 바쁘고, 평평한 밭들은 넘실대는 푸른 물결처럼 아득하다.

(3) 는 수량사 뒤에 쓰여 대체적인 어림수를 나타낸다.

赴河死者, 五萬許人. 後漢書 皇甫嵩傳
강물에 뛰어들어 죽은 자가 오만여 명에 이르렀다.

漢家君天下, 四百許年. 三國志 魏志 袁紹傳注引獻帝春秋
한왕조가 천하의 황제로 군림한 지가 사백여 년간 지속되었다.

十許日遣出. 晉書 陸雲傳
십여 일 보내주었다.

(4) 는 조사처럼 쓰이는데 의미가 없다.

直以眞率少許, 便足對人多多許. 世說新語 賞譽下篇
왕술직은 성격이 진솔했기 때문에, 비록 재산이 많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

현대 중국어에 있는 少许[약간, 얼마간]라는 단어는 위와 같은 용법에서 연유하고 있다. 한편 多多許라는 말은 현대 중국어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다만 许多[대단히 많은, 허다한]라는 말은 쓰인다.

奈何許, 石闕生口中, 銜碑不得語. 古樂府
어찌 하리요! 내 입속에 슬픔을 물고 있으니, 비애를 품고 있어서 말이 나오지 않네. (石闕를 나타내고, 悲哀를 뜻한다.)

吾亡後, 兒孫乃爾許大. 搜神記 卷十五
내가 죽은 후, 손자가 결국 이만큼 크겠지.

상기 예문에 나오는 爾許이와 같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여기에서 는 아무런 의미가 없이 쓰인 것이며, “이와 같다는 의미로 쓰인 것이 아니다. 그저 편의상 조사로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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