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한문 공부/한번은 한문공부

가정을 나타내는 如, 若, 而

耽古樓主 2024. 7. 20. 02:06

譬如爲山, 未成一簣, 止, 吾止也. 譬如平地, 雖覆一簣, 進, 吾往也. -논어 자한

산을 쌓는 일에 비유하면 흙 한 삼태기만큼을 끝맺지 못하고 그만두었더라도 나는 그만둔 것이다. 땅을 고르는 일에 비유하면 비록 흙 한 삼태기만을 부었어도 진척이 있었다면 나는 나아간 것이다.

 

 

如는 則처럼 가정을 나타내는 표지로 자주 쓰이는 한자입니다. 則과 더불어 가정 표현을 대표하는 접속사이자 부사라 할 수 있지요. 우리말로는 흔히 '만약 ~한다면' 정도로 풀이합니다.

 

그런데 『설문해자』에 나오는 如의 초기 뜻은 '따르다'였습니다. 여기에서 확장돼 나온 '~와 같다'가 如의 기본 뜻을 이룹니다. 물론 서술어로 쓰일 때 얘기입니다.

 

為政以德譬如北辰. -논어 위정

도덕으로 정치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북극성 같다.

-의 기본 뜻이 어떤 조건에서 가정을 나타내는 말로 전환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가정을 나타내려면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인지 헷갈리는 것을 사실'같이' 제시해야 합니다. 또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일어난 것'같이' 전제해야 하지요. 그래서 '같다'는 뜻의 如는 ' 같다면'이란 가정의 의미로 쉽게 전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말의 '~면, ~라면' 같은 어미가 없는 한문은 가정의 대상을 문장의 앞에 두고, 그에 대한 결과를 뒤에 두는 것만으로 가정의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어울려 如가 문장 앞에 놓이면 '~같다면, ~한다면'으로 가정의 의미가 분명해지는 것입니다.

 

如와 발음이 비슷한 若과 而 역시 如와 같은 방식으로 가정의 의미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풀이도 '만약 ~한다면'으로 같지요.

다만 而는 '~와', '~하고(서)', '~한 후에', '~하지만' 같은 다양한 뜻으로 쓰이므로 如로 대치할 수 있는 자리에 쓰였는지 잘 살펴야 합니다. 그런 조건에서 쓰여야 가정의 의미를 나타낼 확률이 높아지니까요.

 

연습

 

▶如曰, 子欲無言, 即是言了. -육구연

만약 그대가 할 말이 없다고 말한다면 이는 말을 한 것이다.

-: 동작이 끝났음을 알리는 조사.

 

▶食廩實而知禮節, 衣食足而知榮辱. -사기 관안열전

곡식 창고가 넉넉하면 예절을 알고, 옷과 음식이 풍족하면 영예와 치욕을 안다.

-의미 관계만으로 가 가정의 의미를 나타낸 예이다.

 

 

列傳권62.管晏列傳(관안열전)

管仲夷吾者,潁上人也。 管仲 夷吾는 潁上 사람이다. ▶ 管仲夷吾 : 管夷吾. 이름은 夷吾이며, 齊公子 糾에게 벼슬하여 후에 桓公과 적대관계이었다. 환공의 신하 鮑叔이 추천하여 환공의 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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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質的張而弓矢至焉, 林木茂而. -순자 권학

과녁을 펼치면 화살이 그곳에 이르고 숲에 나무가 빽빽하면 도끼가 그곳에 이른다.

 

▶善氣迎人, 親如弟兄. 惡氣迎人, 害於戈兵. -관자 심술 하

좋은 마음으로 사람을 맞이하면 형제보다 가까워지고, 나쁜 마음으로 사람을 맞이하면 무기보다 해로워진다.

-가 전치사로 쓰여서 '보다'의 의미를 나타낸 예이다. 뒤 구절에서 (~보다)가 놓인 자리에 앞 구절에는 가 쓰였다. 의 전치사 쓰임을 몰랐더라도 문맥을 통한 추정이 가능하다.

 

▶人有雞犬放, 則知求之. 有放心, 而不知求. -맹자 고자 상

사람이 닭이나 개를 놓치면 찾을 줄 알면서 마음을 놓아버리면 찾을 줄 모른다.

-人有雞犬放을 풀이하면 '사람이 닭이나 개의 놓침이 있으면'이나 우리말에 자연스럽게 바꾸면 '사람이 닭이나 개를 놓치면'이 된다.

-앞 구절에서 이 놓인 자리에 뒤 구절에서는 가 쓰였다. 의 의미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맹자집주 고자장구 상 제11장

孟子曰: 「仁, 人心也; 義, 人路也. 孟子가 말하였다. “仁은 사람이 지닌 사랑하는 마음이요, 義는 사람이 가야 하는 올바른 길이다. 仁者心之德, 程子所謂心如穀種, 仁則其生之性, 是也. 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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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富而可求也, 雖執鞭之士, 吾亦爲之, 如不可求, 從吾所好. -논어 술이

부유함이 만약 구해질 수 있다면 비록 채찍 잡는 천한 일이라 하더라도 나 역시 맡겠지만 만약 구해질 수 없다면 내가 좋아하는 길을 따르겠다.

-執鞭之士는 채찍 잡는 천한 일을 가리키는데 이에 대해선 큰 이견이 없다. 그렇지만 그 일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시장의 문지기, 제후 행렬의 길잡이, 마부 등으로 견해가 갈린다.

-뒤 구절에 가 놓인 자리에 앞 구절에서 가 쓰였다. 의 의미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論語集註 述而 第七(논어집주 술이 제칠) 第十一章

▣ 第十一章 子曰: 「富而可求也,雖執鞭之士,吾亦為之。 如不可求,從吾所好。」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富貴가 만일 구할 수 있는 것이라면, 내 말채찍을 잡는 자의 짓이라도 내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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