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63-養竹記(양죽기)-白居易(백거이)

耽古樓主 2024. 3. 28. 23:27

古文眞寶(고문진보)

養竹記(양죽기)-白居易(백거이)

 

竹似賢何哉. 竹本固, 固以樹德.
대나무는 현명한 사람과 비슷한데, 왜 그런가? 대나무 뿌리는 튼튼하니, 튼튼함으로써 덕을 세우고 있다.

君子見其本, 則思善建不拔者.
군자가 그 뿌리를 보고 훌륭한 덕을 세우되 뽑히지 않기를 생각하게 된다.
善建不拔 : 老子道德經54장에 덕을 잘 세우면 뽑히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대나무의 튼튼한 뿌리에 군자의 확고한 덕행을 비유한 표현이다.

竹性直, 直以立身.
대나무의 성질은 곧으니, 곧음으로써 자신의 몸을 세운다.

君子見其性, 則思中立不倚者.
군자가 그 성질을 보고 中立하여 치우치지 않기를 생각하게 된다.

竹心空, 空以體道.
대나무 속은 비었으니, 비어 있음으로써 도를 체득하고 있다.

君子見其心, 則思應用虛受者.
군자가 그 속을 보고 응용하여 마음을 비우고 남을 받아들임을 생각하게 된다.
虛受 : 자신의 마음을 비운 채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임.

竹節貞, 貞以立志.
대나무 마디는 곧으니, 곧음으로써 뜻을 세우고 있다.

君子見其節, 則思砥礪名行, 夷險一致者.
군자가 그 마디를 보고 이름과 행실을 갈고 닦아서 順境에서나 逆境에서나 한결같기를 생각하게 된다.
砥礪 : 부지런히 갈고 닦음.
夷險 : 땅의 평탄함과 험함. 다시 말하면 인생에서의 逆境順境을 비유함. 또는 군자의 窮達.

夫如是故, 君子人多樹之爲庭實焉.
이런 이유로 군자라는 사람들이 이것을 많이 심어 정원수로 삼고 있다.
庭實 : 마당에 진열된 공물. 여기서는 정원수의 뜻.

貞元十九年春, 居易以拔萃選及第, 授校書郞.
貞元 19년 봄에 나는 拔萃科에 급제하니 校書郞 벼슬을 제수하였다.
貞元十九年 : 803년으로 白居易32세 되던 해. 정원 18년에 백거이는 吏部에서 실시한 試書判拔萃科에 급제함으로써 이듬해에 校書郞에 임명되었다.
拔萃 : 여럿 가운데서 특별히 뛰어남. 여기서는 시서판발췌과를 지칭함.
校書郞 : 서적 편찬에서 교열을 담당한 관리.

始於長安, 求假居處, 得常樂里故關相國私第之東亭而處之.
처음 長安에 와서 빌리어 살 곳을 구하다가, 常樂里의 작고하신 關相國 私邸의 동쪽 정자를 얻어 거처하게 되었다.
關相國 : 이름은 (). 傳記 미상.

明日, 屨及于亭之東南隅, 見叢竹於斯, 枝葉殄瘁, 無聲無色.
다음날 정자의 동남쪽 모퉁이로 산책하다가 거기서 대나무숲을 발견하였는데, 가지와 잎새가 말라 죽어 볼품이 없었다.
殄瘁 : 병들어 없어짐.
無聲無色 : 聲色이 전혀 없음. 볼품이 형편없음.

詢乎關氏之老, 則曰:
관상국 댁의 늙은이에게 물어보니 대답하였다.

“此相國之手植者.
"이것은 관상국께서 손수 심은 것입니다.

自相國捐館, 他人假居, 繇是, 筐篚者斬焉, 篲箒者刈焉, 刑餘之材, 長無尋焉, 數無百焉.
관상국께서 집을 내어놓아 다른 사람이 빌려 살게 되자, 이때부터 광주리를 만드는 자가 베어가거나 빗자루를 만드는 자가 잘라가서, 형벌을 받고 난 대나무에는 길이가 한 길 되는 것이 없고 갯수도 백 그루가 되지 않습니다.
筐篚(광비) : 대나무로 만든 광주리.
篲箒(수추) : 대나무로 만든 비.
刑餘之材 : 형벌을 받고 남은 재목, 여기서는 잘려지고 베어지고 난 다음의 나머지 대나무
: 8. 한 발의 길이.

又有凡草木, 雜生其中, 苯䔿薈蔚, 有無竹之心焉.”
또 온갖 초목이 그 속에 섞여 나서 무성히 자라매, 대나무가 없는 듯한 마음이 듭니다.”
苯䔿薈蔚(분준회울) : 초목이 무성히 자라서 우거진 모양. 白居易集에는 菶茸薈鬱로 되어 있는데 같은 뜻임.

居易惜其嘗經長者之手, 而見賤俗人之目, 翦棄若是, 本性猶存.
나는 그것이 일찍이 長者의 손을 거쳤으나 천하고 속된 사람의 눈에 띄어 잘리고 버려졌으나 그 본성은 아직도 보존하고 있음이 안타까웠다.

乃刪翳薈, 除糞壤, 疏其間, 封其下, 不終日而畢.
이에 무성한 초목은 잘라내고, 더러운 흙은 긁어내고, 그 간격을 틔워 주고, 그 아래 흙을 북돋아 주었는데, 하루를 다하기 전에 마쳤다.
翳薈(예회) : 무성하게 가리워진 초목, 백거이집에는 蘙薈로 되어 있음.
: 대나무 사이를 틔워 줌.
封其下 : 아래 흙을 북돋아줌.

於是日出有淸陰, 風來有淸聲, 依依然欣欣然若有情於感遇也.
이렇게 하니 해가 뜨면 맑은 그늘을 만들고 바람이 불어오면 맑은 소리를 내며 휘청휘청 기뻐하며, 마치 감정이 있어 대접에 감사하는 듯하였다.
感遇 : 은혜에 감사함.

嗟乎, 竹植物也, 於人何有哉?
아아! 대나무는 식물이매 사람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以其有似於賢, 而人猶愛惜之, 封植之, 況其眞賢者乎.
그것에 현자와 비슷한 점이 있으매 사람들이 사랑하고 아끼면서 심고 북돋아 주는데, 하물며 진정 賢者임에랴?

然則竹之於草木, 猶賢之於衆庶.
그러니 대나무의 초목에 대한 관계는 현자의 보통사람에 대한 관계와 같다.

嗚呼, 竹不能自異, 惟人異之, 賢不能自異, 惟用賢者異之.
아아! 대나무가 자신의 기이함을 보이지 못하여도 사람들이 기이하게 대하듯이, 현자도 자신의 비범함을 나타낼 수 없어도 현자를 쓰는 사람이 비범하다고 대우하여야 한다.

故作「養竹記」, 書于亭之壁, 以貽其後之居斯者, 亦欲以聞於今之用賢者云.
그러므로 〈양죽기〉를 지어 정자의 벽에 써서 훗날 여기에 살 사람에게 남겨주고, 또 그럼으로써 지금의 현자를 쓸 사람에게 알리려 한다.

 

 

 해설


사군자의 하나인 대나무에 대한 중국 문인들의 의식을 보여주는 짧은 글이다.
君子라는 말이 내포하는 정치적 함축성과 글의 후반에 나오는 用賢者의 의미를 되새긴다면 단순히 대나무라는 식물에 대한 의식 표현에 그치지 않는, 간결하면서도 깊은 뜻이 담긴 글임을 파악할 수 있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