連州郡復乳穴記(연주군부유혈기)-柳宗元(유종원)
石鍾乳餌之最良者也.
石鍾乳는 약용 음식 중 가장 좋은 것이다.
▶ 石鍾乳 : 石乳라고도 하며 《本草綱目》에 의하면 喘息으로 피가 머리에 몰리는 증상을 없애고 눈을 밝게 하며 정력을 보충하고 내장을 안정시키는 효력을 지닌 藥水의 일종임.
▶ 餌 : 藥用.
楚越之山, 多産焉, 于連于韶者獨名於世.
남쪽 楚와 越의 山間에서 많이 나는데 連州·韶州産이 세상에서 특히 유명하다.
▶ 楚越 : 초나라와 월나라. 모두 남쪽 지방의 나라임.
▶ 連 : 連州의 連山郡[一作 述州郡],
▶ 詔 : 韶州, 이상 모두 현재 廣東省 曲江縣·樂昌縣 등과 그 부근 지역에 해당함.
連之人告盡焉者五載矣, 以貢則買諸他部.
연주의 사람들이 석종유의 고갈을 보고한 지 5년이 지났으매, 그것을 공물로 바치려면 다른 지방에서 매입해야 했다.
▶ 他部 : 他州. 다른 지방.
今刺史崔公至逾月, 穴人來, 以乳復告, 邦人悅是祥也, 雜然謠曰:
“甿之熙熙, 崔公之來.
公化所徹, 土石蒙烈.
以爲不信, 起視乳穴.”
그런데 刺史 崔公이 부임하고 한 달이 지난 무렵에 乳穴을 지키던 사람이 와서 석종유가 복구되었음을 아뢰니, 그곳 사람들이 이를 祥瑞라고 기뻐하면서 왁자지껄 노래불렀다.
백성이 기뻐함은 최공이 오셨기 때문이네.
공의 德化 두루 미쳐 土石도 공덕을 입네.
못 믿겠다면 일어나 종유혈을 보게나.
▶ 崔公 : 元和 4년(809)에 連州刺史로 부임한 崔君敏을 가리킴.
▶ 逾月 : 달을 넘김. 최공이 자사로 부임한 뒤 만 한 달의 시일이 흐름.
▶ 穴人인 : 鍾乳穴을 지키는 사람.
▶ 雜然 : 사람들이 뒤섞여 왁자지껄한 모양.
▶ 甿 : 백성. 氓과 통함.
▶ 熙熙 : 몹시 기뻐하는 모양.
▶ 徹 : 두루 미침.
▶ 烈 : 功業.
穴人笑之曰:
종유혈을 지키는 사람이 비웃으며 말하였다.
“是惡知所謂祥邪?
“이것이 소위 상서인 줄 어찌 알겠는가?
嚮吾以刺史之貪戾嗜利, 徒吾役而不吾貨也, 吾是以病而始焉.
접때 자사가 욕심이 많고 이익을 탐하여 나를 부리기만 하고 돈을 주지 않으므로, 나는 이를 괴로워하여 거짓말하였던 것이다.
▶ 貪戾 : 욕심이 많아 正道에서 벗어남.
▶ 病 : 괴로움을 느낌. 곤란함.
▶ 始 : 《유하동전집》에는 紿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전집》을 따라 해석함. 紿는 거짓말함.
今吾刺史令明而志潔, 先賴而後力, 欺誣屛息, 信順休洽, 吾以是誠告焉.
그러나 우리 자사는 명령이 바르고 뜻이 결백하며 백성에게 먼저 善政을 베푼 뒤 노역을 시키니 속임수가 사라지고 믿음과 순종이 아름답게 퍼지매, 내가 이 때문에 성실히 보고하였다.
▶ 賴 : 덕을 입게 함. 백성에게 선정을 베푼다는 뜻.
▶ 力 : 노력동원을 시킴.
▶ 屛息 : 사라짐.
▶ 信順 : 피지배자는 지배자에 순종하고 지배자는 피지배자에게 믿음을 보임.
▶ 休洽 : 아름답게 퍼짐.
且夫乳穴必在深山窮林, 氷雪之所儲, 豺虎之所廬.
저 종유혈은 항상 深山의 숲을 지나 氷雪이 쌓인 곳과 승냥이나 호랑이가 사는 지역에 있다.
由而入者觸昏霧, 扞龍蛇, 束火以知其物, 縻繩以志其返, 其勤若是.
그런 까닭에 굴로 들어가면 짙은 안개를 접하고 용과 뱀을 맞닥뜨리고 횃불로 유석을 탐지하고 줄을 이어 돌아갈 길을 표시해 두어야 하매, 그 괴로움이 이와 같다.
▶ 豺 : 승냥이.
▶ 廬 : 집, 사는 곳.。
▶ 扞 : 맞닥뜨림.
▶ 縻繩 : 줄을 얽어맴
▶ 志其返 : 돌아갈 길에 표시를 함.
出又不得吾直, 吾用是安得不以盡告.
나와서는 또 내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는데, 내가 이 때문에 어찌 석종유가 枯渴되었다고 보고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吾直 : 자신의 노동력에 대한 값어치. 노력에 상응하는 보수.
今令人而乃誠, 吾告故也. 何祥之爲?”
지금의 자사는 성실하시매 이에 사실대로 보고하였을 뿐인데, 무엇을 상서라고 말하는가?“
士聞之曰:
한 선비가 이를 듣고 말하였다.
“謠者之祥也, 乃其所謂怪者也; 笑者之非祥也, 乃其所謂眞祥者也.
"노래를 부른 사람이 상서라고 함은 곧 이른바 괴이함이고, 비웃은 사람이 상서가 아니라 함이 곧 진정한 상서이다.
君子之祥也以政, 不以怪, 誠乎物而信乎道, 人樂用命, 熙熙然以效其有.
군자의 상서는 올바른 정치로 이루어지지 괴이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매, 사물에 誠心으로 임하고 도에 믿음을 두어야, 백성이 명령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즐겁게 그 가진 바를 바치게 된다.
斯其爲政也而獨非祥也歟.”
바로 이것을 정치라 말하니, 어찌 상서가 아니겠는가?"
▶ 令人 : 착한 사람, 善人.
▶ 用 : 以와 통함.
▶ 效 : 힘씀. 힘써 다함. 헌납함.
해설
〈유하동전집〉에는 제목의 '州郡'이 '陵郡'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新唐書》 地理志에 의하면 영릉은 永州의 屬인데 본문의 내용과 일치하려면 연주군으로 표기되어야 한다. 〈신당서〉 지리지에도 연주의 연산군에서 鍾乳를 공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리고 이 글은 전형적인 雜記의 글이다. 서두에서 石에 얽힌 객관적인 상황을 서술한 뒤 제3자의 입을 통하여 자신의 정치론을 간결히 피력하고 있다. 문장이 간결하면서도 뜻은 잘 표현되고 있는 유종원의 대표적인 記文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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