進學解(진학해)-韓愈(한유)
國子先生, 晨入太學, 招諸生立館下. 誨之曰:
國子先生이 아침 일찍 태학에 들어가 학생들을 불러 校舍아래에 세워 놓고 訓話하셨다.
▶ 國子先生 : 한유가 자신을 이른 말. 唐대에는 國子監에 博士 두 사람을 두어 학생들의 교육을 맡았다. 국자감은 인재들을 가르치는 대학이다.
▶ 太學 : 국자감을 가리킨다.
“業精于勤; 荒于嬉, 行成于思; 毁于隨.
“學業은 부지런한 데서 精進하고 노는 데서 황폐해지며, 행실은 생각하는 데서 이루어지고 마음대로 하는 데서 허물어진다.
▶ 嬉(희) : 놀다.
▶ 隨 : 멋대로 하다.
方今聖賢相逢, 治具畢張, 拔去凶邪, 登崇俊良, 占小善者, 率以錄; 名一藝者, 無不庸.
聖君과 賢相이 만나 法令을 고루 펼쳐 凶邪를 뽑아버리고 俊良을 등용하여 우대하매, 조그만 장기라도 가진 자는 모두 수록되고 한 가지 재주라도 이름난 자는 쓰이지 않음이 없다.
▶ 治具 : 나라를 다스리는 도구. 법령이나 제도를 가리킨다.
▶ 占 : 가지다. 持의 뜻.
▶ 庸 : 쓰다. 用의 뜻.
爬羅剔抉, 刮垢磨光, 蓋有幸而獲選, 孰云多而不揚?
손톱으로 긁거나 그물질하거나 剔抉하거나 때를 닦거나 문질러 광을 내듯이 하니, 대개 요행으로 선택된 자도 있겠지만, 누가 재주는 많으면서 이름을 날리지 못한다고 말하겠는가?
▶ 爬羅 : 爬는 손톱으로 긁음. 羅는 그물로 새를 잡음.
▶ 剔抉(척결) : 剔은 뼈를 발라냄. 抉은 살을 긁어냄. 제거한다는 뜻.
▶ 刮(괄) : 깎다. 닦다.
諸生, 業患不能精, 無患有司之不明; 行患不能成, 無患有司之不公.”
諸君은 학업이 精妙하지 못함을 근심해야지 有司가 현명하지 못할까 근심하지 말고, 행실을 완성하지 못함을 근심해야지 有司가 공정하지 못할까 근심하지 말라.”
▶ 有司 : 담당 관리.
言未旣, 有笑于列者曰:
말을 마치기도 전에 列 중에 웃는 자가 있다가, 말하였다.
▶ 旣 : 마치다. 끝나다.
“先生欺余哉!
"선생님은 저희를 속이시는군요.
弟子事先生, 于玆有時矣.
제자가 선생님을 섬긴 지 지금까지 오래되었습니다.
先生口不絶吟於六藝之文; 手不停披於百家之編, 記事者必提其要; 纂言者必鉤其玄, 貪多務得 細大不捐.
선생님은 입으로는 끊임없이 六藝의 문장을 읊조리셨고 손으로는 그침 없이 百家의 책을 펼쳐 계시매, 事實을 기록하면 항상 요점을 제시하셨고 사상을 기록하면 항상 현묘한 이치를 구명하셨고, 많이 얻기를 힘쓰시며, 작은 것도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 六藝 : 詩·書·易·禮·樂·春秋의 六經을 말한다.
▶ 百家之編 : 제자백가의 책.
▶ 提其要 : 그 요점을 파악하다.
▶ 鉤其玄 : 현묘한 이치를 구명하다. 鉤는 引의 뜻.
▶ 捐 : 버리다.
焚膏油以繼晷; 恒兀兀以窮年, 先生之業, 可謂勤矣.
기름을 태워 낮을 이으며 항상 쉬지 않고 평생을 보내셨으니, 선생님의 학업은 부지런하다고 말할 만합니다.
▶ 繼晷(계귀) : 낮을 이어 밤까지 일을 계속하다. 晷는 日光.
▶ 兀兀(올올) : 근면한 모양.
▶ 窮年 : 한평생을 다 보내다.
觝排異端; 攘斥佛老, 補苴罅漏; 張皇幽眇, 尋墮緖之茫茫, 獨旁搜而遠紹; 障百川而東之, 廻狂瀾於旣倒, 先生之於儒, 可謂勞矣.
異端을 배척하고 佛陀와 老子의 사상을 물리치셨고 틈과 새는 곳을 보완하셨으며, 오묘한 이치를 확대하여 밝히고 희미하게 쇠퇴한 業을 찾아 홀로 널리 뒤져서 멀리 이었으며, 온갖 냇물을 막아 동쪽으로 흐르게 하고 이미 엎어진 데서 세찬 물결을 회복하였으니, 선생님은 儒者로서 노고를 다하셨다고 할 만합니다.
▶ 觝排異端(저배이단) : 이단을 배척함. 이단이란 儒家이외의 사상을 말한다. 觝排는 배척함.
▶ 攘斥 : 물리치다.
▶ 補苴罅漏(보저하루) : 틈과 새는 곳을 보완하다. 補는 보완한다는 뜻. 苴는 彌縫으로 깁다. 罅는 틈, 漏는 새는 곳, 유가의 결손된 부분을 보완한다는 뜻.
▶ 張皇幽眇 : 오묘한 것을 넓히고 크게 함. 皇은 大의 뜻.
▶ 尋墮緖之茫茫 : 墜緖는 쇠퇴한 業. 芒芒은 희미한 모양. 희미하게 쇠퇴한 유가의 道統을 찾는다는 뜻.
▶ 遠紹 : 멀리 잇다. 한유가 맹자의 도통을 이은 것을 말한다.
▶ 障百川而東之 : 모든 냇물을 막아 동쪽으로 흐르게 하다.
▶ 廻狂瀾於旣倒 : 이미 엎어진 데서 세찬 물결을 돌려놓다. 세찬 물결은 儒道의 부흥을 말한다. 倒는 이미 무너진 것. 이미 무너진 유도를 크게 흥성시킨다는 뜻. 혹은 세찬 물결을 道佛로 보고 그 세력을 돌려버린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沈浸醲郁, 含英咀華, 作爲文章, 其書滿家.
훌륭하고 아름다운 글에 푹 젖어서 그 묘미를 머금고 씹으며 문장을 지으니 저서가 집에 가득합니다.
▶ 沈浸醲郁(침침농욱) : 沈浸은 빠져 있다는 뜻. 醲郁은 짙고 문채가 있음. 문장이 훌륭하고 아름다운 것을 가리킴.
▶ 含英咀華(함영저화) : 영화를 含咀하다. 꽃을 머금고 씹는다는 뜻. 문장의 묘미를 맛보고 마음속에 저장해 둔다.
上規姚ㆍ姒渾渾無涯, 『周誥』『殷盤』, 佶屈聱牙, 『春秋』謹嚴, 『左氏』浮誇, 『易』奇而法, 『詩』正而葩.
위로는 舜임금과 禹임금 때의 한없이 큰 문장, 周書의 誥와 商書의 盤庚의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글, 《春秋》의 근엄한 문장, 《左傳》의 허식적이고 과장된 문장, 《易經》의 기이하면서도 법식에 맞는 문장, 《詩經》의 바르고 아름다운 문장을 본받으셨습니다.
▶ 規姚姒(규요사) : 規는 본받다. 姚는 舜임금의 姓. 姒는 禹임금의 姓. 《書經》에 있는 순임금 때의 기록이라는 〈堯典〉과 우임금 때의 기록이라는 〈舜典〉·〈禹貢〉을 말한다.
▶ 渾渾無涯 : 커서 끝이 없음. 渾渾은 '大'의 뜻.
▶ 周誥殷盤 : 周誥는 《서경》 周書의 誥라는 문장. 고는 문체의 이름으로 왕이 백성에게 布告하는 글이다. 그러나 주나라 때는 신하가 왕에게 告하는 글도 있었다. 〈大誥〉·〈洛誥〉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주는 글이었고 〈召誥〉·〈仲旭之誥〉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고하는 글이다. 殷盤은 《서경》商書의 〈盤庚〉으로 殷나라 반경임금이 백성에게 고한 글임.
▶ 佶屈聱牙(길굴오아) : 읽기 어려운 문장을 형용한 말.
▶ 左氏浮誇 : 《左傳》의 浮華하고 과장됨. 左氏는 左丘明인데 《좌전》을 지어, 옛날부터 《春秋》의 해설서로 전해졌다. 浮는 허식적이고 과장하는 것.
▶ 易奇而法 : 《周易》의 기이하면서도 법도에 맞는 글.
▶ 詩正而葩(시정이파) : 《詩經》의 바르고 화려함. 葩는 꽃으로 화려하다는 뜻.
下逮『莊』『騷』, 太史所錄, 子雲相如, 同工異曲, 先生之於文, 可謂閎其中, 而肆其外矣.
아래로는 《莊子》와 《離騷》, 司馬遷의 《史記》, 揚雄과 司馬相如의 공교함은 같으나 취향이 다른 문장에까지 미치셨으니, 선생님은 문장에 내용을 넓히고 표현을 자유롭게 하셨다고 할 만합니다.
▶ 逮 : 미치다.
▶ 莊騷 : 《莊子》와 《離騷》.
▶ 太史所錄 : 漢 司馬遷의 《史記》.
▶ 子雲相如 : 子雲은 揚雄. 相如는 司馬相如. 모두 漢대의 유명한 賦家이다.
▶ 同工異曲 : 음악을 연주하는 기량은 같으나 연주하는 곡은 다르다. 시문을 짓는 기량은 같으나 작품의 취향이 다름.
▶ 閎其中而肆其外(굉기중이사어외) : 中은 내용, 外는 표현. 문학의 내용을 넓히고 표현을 자유롭게 하다.
少始知學, 勇於敢爲, 長通於方, 左右具宜, 先生之於爲人, 可謂成矣.
어려서 학문을 알기 시작하여 행함에 용감하셨고 바른 도리에 통달하셔서 좌우의 모든 일이 합당하매, 선생님은 사람됨에 있어서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方 : 마땅한 도리.
▶ 左右具宜 : 좌우 어디서나 마땅하다.
然而公不見信於人, 私不見助於友, 跋前疐後, 動輒得咎.
그러나 공적으로는 남에게 신임받지 못하고 사적으로는 친구에게 도움을 받지 못하고, 앞으로 넘어지고 뒤로 자빠지며 움직이는 대로 허물을 얻습니다.
▶ 跋前疐後(발전치후) : 앞으로 나아가기도 뒤로 물러서기도 힘들다는 뜻. 《시경》 豳風에 ‘狼跋其胡, 載其疐尾'라는 구절에서 나온 말이다. 늙은 이리는 턱밑에 살이 있어서 앞으로 가려 하면 턱살을 밟아 넘어지고 뒤로 가려 하면 꼬리가 밟혀 넘어진다는 뜻이다.
▶ 動輒得咎 : 움직이면 곧 허물을 얻는다.
暫爲御史, 遂竄南夷, 三年博士, 冗不見治, 命與仇謀, 取敗幾時?
잠시 御史가 되었다가 마침내 남쪽 오랑캐 지방으로 유배되고, 3년 동안 博士로 계셨지만 한가로워 아무 治績도 보이지 못하였으니, 운명은 원수와 모의하여 실패한 적이 몇 번입니까?
▶ 暫爲御史, 遂竄南夷 : 御史란 비리를 탄핵하는 직책. 竄은 귀양가다.
▶ 冗不見治(용불견치) : 冗은 한가함. 한유는 博士를 맡았는데 한가로운 직책이었고 治績을 보일 수 없었다.
▶ 命與仇謀 : 운명이 원수와 함께 모의하다. 운이 나쁘다는 뜻.
冬暖而兒號寒; 年登而妻啼飢, 頭童齒豁, 竟死何裨?
겨울이 따뜻해도 아이들은 춥다고 울부짖고, 풍년이 들어도 사모님께서는 배고파 우셨으며, 머리가 벗겨지고 이도 빠지셨으니 마침내 죽으면 무슨 보람이 있겠습니까?
▶ 登 : 熟의 뜻. 年登은 풍년이 들다.
▶ 頭童齒豁(두동치활) : 머리가 벗겨지고 이가 빠짐. 노인이 됨.
▶ 裨(비) : 돕다. 보태다. 학문을 닦아 세상에 보탬이 된다는 뜻.
不知慮此, 而反敎人爲?”
이것을 생각할 줄 모르고 도리어 남을 가르치십니까?”
先生曰:
선생이 말하였다.
“吁! 子來前!
夫大木爲杗; 細木爲桷, 欂櫨侏儒, 椳闑扂楔, 各得其宜, 以成室屋者, 匠氏之功也.
“아! 자네 앞으로 오게.
무릇 큰 나무는 들보가 되고 가는 나무는 서까래·박로·주유·문지도리·문지방·빗장 문설주가 되어 각기 마땅함을 얻어 집을 이룸은 목수의 공로이네.
▶ 吁(우) : (감탄사) 아!
▶ 杗(망) : 들보
▶ 桷(각) : 서까래.
▶ 欂櫨(박로) : 기둥 위의 方木.
▶ 侏儒(주유) : 난쟁이. 동자기둥. 여기서는 후자를 가리킨다.
▶ 椳闑扂楔(외얼점설) : 椳는 문지도리, 闑은 문지방, 扂은 빗장, 楔은 문설주.
▶ 丘氏 : 木工.
玉札丹砂, 赤箭靑芝, 牛溲馬勃, 敗鼔之皮, 俱收幷蓄, 待用無遺者, 醫師之良也.
玉札·丹砂·赤箭·靑芝나 소 오줌과 말의 똥이나 찢어진 북의 가죽을 모두 거두어 비축해 놓고 쓰이기를 기다리며 버리지 않음은 의사의 현명함이네.
▶ 玉札丹砂(옥찰단사) : 玉札은 약품의 이름. 丹砂도 약품의 이름인데 수은과 유황의 화합물이고 붉은 물감의 원료로 쓰인다.
▶ 赤箭靑芝(적전청지) : 赤箭은 난초과에 속하는 기생초목. 화살깃 모양의 잎이 줄기의 마디마다 남. 뿌리는 天麻라 하여 약재로 쓰임. 靑芝는 푸른 색깔의 靈芝. 먹으면 장수한다고 한다.
▶ 牛渡馬勃(우수마발 : 牛渡는 소의 오줌. 馬勃은 말의 똥. 혹은 속칭 馬屁勃이라 부르는 擔子菌類植物이라고도 함.
登明選公, 雜進巧拙, 紆餘爲姸; 卓犖爲傑, 較短量長, 惟器是適者, 宰相之方也.
관직의 등용이 공명하고 선발이 공정하며 巧拙을 뒤섞어 관직에 나아가게 하되, 재능이 풍부하여 여유작작한 자를 훌륭하다고 여기고 탁월한 자를 준걸이라 여겨서 장단점을 비교하고 헤아려 器量에 맞춤은 재상의 도리이네.
▶ 紆餘 : 재능이 풍부하여 여유작작한 모양.
▶ 卓犖(탁락) : 탁월.
▶ 器是適 : 適器를 도치한 글. 是는 강조. 器는 역량. 역량에 맞게 하다.
昔者孟軻好辯, 孔道以明, 轍環天下, 卒老于行.
옛날에 孟子는 辯論을 좋아하여 孔子의 道를 밝혔으나 수레를 타고 천하를 돌아다니다 마침내 길에서 늙었다.
▶ 昔者 : 옛날.
▶ 好辯 : 辯論을 좋아하다. 《맹자》滕文公 下篇에 '외부 사람들이 모두 선생님은 변론을 좋아한다고 합니다[外人皆稱夫子好辯]'라는 말이 있다.
▶ 孟軻 : 孟子를 말한다. 軻는 맹자의 이름이다.
▶ 轍環 : 수레를 타고 돌아다니다. 轍은 수레의 바퀴자국.
▶ 卒老于行 : 마침내 길에서 늙어버리다. 써 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뜻.
荀卿守正, 大論是弘, 逃讒于楚, 廢死蘭陵.
荀子는 正道를 지켜 위대한 논의를 넓혔으나 讒訴를 피해 楚나라로 도망하였다가 蘭陵에서 죽었다.
▶ 逃讒于楚 : 참소를 피해 楚나라로 도망함. 순자는 齊나라에 있다가 참소를 피해 초나라로 도망하였다.
▶ 廢死蘭陵 : 蘭陵은 楚의 고을 이름. 초의 재상 春申君은 荀子를 蘭陵令으로 삼았는데 춘신군이 죽자 荀卿도 벼슬을 그만두고 그곳에서 지내다 죽었다. 순경은 순자.
是二儒者, 吐詞爲經; 擧足爲法, 絶類離倫, 優入聖域, 其遇於世何如也?
이 두 儒家는 말을 내뱉으면 경전이 되고 발을 들면 법도가 되었으니, 凡常한 무리를 떠나 聖域에 넉넉히 들어섰으나 세상에서의 待遇는 어떠하였던가?
▶ 經 : 聖人의 가르침. 經은 常의 의미로 항구불변하는 도를 가리킨다.
▶ 其遇於世何如 : 세상에서의 만남이 어떠하였던가? 遇는 經歷. 불우하였다는 뜻.
今先生, 學雖勤, 而不繇其統; 言雖多, 而不要其中; 文雖奇, 而不濟於用; 行雖修, 而不顯於衆.
그런데 나는 학업에 부지런하나 統緖를 계승하지 못하고, 말은 많으나 핵심을 요약하지 못하고, 문장은 기이하나 쓰임에 도움이 되지 않고, 행실은 닦았으나 대중에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 繇(요) : 由의 뜻. 말미암아 가다.
▶ 不濟於用 : 濟는 ‘도움이 되다’의 뜻. 세상에 통용되지 않음.
猶且月費俸錢; 歲靡廩粟, 子不知耕; 婦不知織, 乘馬從徒, 安坐而食.
오히려 달마다 봉급만 낭비하고 해마다 창름의 곡식을 소비하고, 아들은 농사지을 줄을 모르고 부인은 베를 짤 줄 모르고, 말을 타고 從者를 거느리며 편안히 앉아서 밥을 먹고 지낸다.
▶ 靡廩粟 : 靡는 소비하다. 廩粟은 나라 창고의 곡식.
▶ 徒 : 從者.
踵常途之役役, 窺陳編以盜竊. 然而聖主不加誅; 宰臣不見斥, 茲非幸歟?
평범한 길을 따름을 힘쓰고 옛날 책이나 엿보고 글을 훔치는 데도 聖主께서 벌주지 않으시고 재상에게 배척당하지 않으매 이는 다행스런 일이 아닌가?
▶ 踵常途之役役 : 踵은 밟다. 常途는 평범한 길. 役役은 일에 힘쓰는 모양.
▶ 窺陳編以盜竊 : 窺는 엿보다. 陳編은 옛날 책. 옛날 책을 읽어서 옛사람의 글을 도둑질하다.
動而得謗, 名亦隨之, 投閒置散, 乃分之宜.
걸핏하면 비방을 듣고 불명예도 따라붙으매, 閑散한 직책에 배치됨이 분수의 마땅함이다.
▶ 名亦隨之 : 비방을 듣는 동시에 나쁜 평판이 따른다.
▶ 投閒置散 : 한산한 직책에 投置되다. 한가하고 중요하지 않은 관직에 있게 됨.
▶ 分之宜 : 분수의 마땅함. 분수에 맞다.
若夫商財賄之有亡; 計班資之崇庳, 忘己量之所稱, 指前人之瑕疵, 是所謂詰匠氏之不以杙爲楹, 而訾醫師以昌陽引年, 欲進其狶苓也.”
만약 재물의 有無를 헤아리고 지위와 봉록의 高下나 계산하되, 자기 역량의 程度를 잊고 상관의 잘못이나 지적함은, 이른바 ‘목공이 말뚝을 기둥으로 삼지 않는다고 힐난하거나, 의사가 昌陽으로 수명을 연장함을 비난하며 狶苓을 추천함’이라네.”
▶ 商財賄之有亡 : 商은 헤아리다. 財賄는 재물. 有亡는 有無.
▶ 計班資之崇庳(계반자지숭비) : 班資는 지위와 봉록. 崇庳는 高下.
▶ 稱 : 맞다. 적합하다.
▶ 前人 : 上官. 윗사람.
▶ 以杙爲楹(이익위영) : 杙은 말뚝. 楹은 기둥.
▶ 訾(자) : 헐뜯다.
▶ 昌陽 : 약초로써 생명을 연장시킨다고 한다.
▶ 引年 : 수명을 늘이다.
▶ 進 : 추천하다는 뜻.
▶ 狶苓(희령) : 독초의 이름.
해설
한유는 貞元 18년(802)과 元和 원년(806)에 國子博士를 두 차례 지낸 적이 있는데, 憲宗 원화 6년(811)에 職方員外郞으로 있으면서 죄를 지은 柳澗을 위해 변론하다가 또 국자박사로 좌천되었다.
〈進學解〉는 이때 지어진 글로 이 글에서 한유는 선생인 자신과 제자와의 문답 형식을 취하여 학자는 오로지 학업과 덕행에 힘써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그는 孟子·荀子를 보기로 들며 뛰어난 덕과 재능을 지닌 성인들도 정치적으로는 불우한 일생을 보냈다고 하며, 은근히 자신도 맹자·순자와 같이 정치적으로는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불우한 처지에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당시 재상이 이 글을 보고 그를 比部郎中으로 승진시켰다고 한다.
이 글은 賦體와 같이 운을 달고 있고 해학적인 표현을 사용한 재미있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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