爭臣論(쟁신론)-韓愈(한유)
或問諫議大夫陽城於愈:
어떤 사람이 諫議大夫 陽城에 관하여 나에게 질문하였다.
▶ 諫議大夫 : 後漢 때부터 있었던 관직으로, 천자 옆에서 잘못된 정치를 간하거나 올바른 일을 알리는 직책이다.
▶ 陽城 : 자는 元宗이며, 定州의 北平 사람임.
“可以爲有道之士乎哉?
올바른 도를 터득한 선비라 할 수 있겠지요?
學廣而聞多, 不求聞於人也.
학문이 넓고 들어 아는 게 많으나, 남에게 알려지기를 추구하지는 않습니다.
▶ 聞於人 : 사람들에게 그에 관한 명성이 알려짐.
行古人之道, 居於晉之鄙, 晉之鄙人, 薰其德而善良者幾千人.
옛사람의 도를 행하며 山西의 시골에 살고 있는데, 산서의 시골 사람으로 그의 덕에 감화되어 선량하게 된 이가 수천 명입니다.
▶ 晉之鄙 : 晉나라의 시골. 진은 지금의 山西省 지방임.
▶ 薰其德 : 그의 덕에 薰陶되다. 그의 덕에 감화되다.
大臣聞以薦之天子, 以爲諫議大夫, 人皆以爲華, 陽子不喜, 居於位五年矣, 視其德, 如在草野.
대신이 그 사실을 알고 천자에게 천거하여 간의대부로 임명하자, 사람들이 모두 영예롭다고 여겼으나 양성은 기뻐하는 기색도 없었고, 그 자리에 있기 5년에 그의 거동을 보면 草野에 있는 듯하였습니다.
▶ 大臣 : 陽城을 추천했던 대신은 재상이던 李泌임.
▶ 華 : 영화, 영예․
彼豈以富貴移易其心哉?”
그분이 어찌 부귀 때문에 그의 마음을 바꾸겠습니까?
▶ 移易其心 : 그 마음을 바꾸다.
愈應之曰:
나는 응답하였다.
“是『易』所謂 ‘恒其德貞, 而夫子凶者也,’ 惡得爲有道之士乎哉?
《易經》의 소위 '그의 덕이 일정함은 좋은 일이나, 남자로서는 흉할 터이다.'이니, 어찌 올바른 도를 터득한 선비라 할 수 있겠소?
在『易』蠱之上九云:
‘不事王侯, 高尙其事,’
蹇之六二則曰,
‘王臣蹇蹇, 匪躬之故’
《역경》 蠱卦의 上九에 이르기를
'임금을 섬기지 아니하고 자기의 일만 고상히 지킨다.'라고 하였고,
蹇卦의 六二에 리르기를
'임금의 신하는 충성을 다하는데 자신 때문이 아니다.'라고 하였소.
夫不以所居之時不一而所蹈之德不同也.
대저 居官하는 때가 같지 않으면, 행할 덕행도 같지 않은 법이오.
若蠱之上九‘居無用之地, 而致匪躬之節,’ 蹇之六二‘在王臣之位, 而高不事之心’, 則冒進之患生, 曠官之刺興, 志不可則, 而尤不終無也.
만약 蠱괘의 上九처럼 나라에 소용이 없는 지위에 있으면서 몸을 돌보지 않는 節義를 바친다거나, 蹇괘의 六二처럼 임금의 신하 지위에 있으면서 고상하기만 할 뿐 임금을 섬기지 않는 마음을 지닌다면, 무모하게 나서는 환난이 생기거나 관직에 태만하다는 비난이 생겨날 터이매, 그의 뜻을 본보기로 삼아서는 안 되나니, 재앙이 끝내 없을 수 없을 터이오.”
▶ 易 : 《易經》. 여기에 인용한 말은 恒괘 六五의 글임. 본시는 '그의 덕이 일정한 것은 좋은 일이나, 부인들에게는 길하되 남자들에게는 흉하다[恒其德貞, 婦人吉, 夫子凶]이다.
▶ 惡得 : 어찌 ~이라 할 수 있겠는가? 何能과 비슷한 말.
▶ 高尙其事 : 자신의 일에만 고상함. 자신만을 고상히 보전함.
▶ 蹇蹇 : 충성을 다해 일하는 모양.
▶ 匪躬之故 : 자신만을 위하려는 이유가 아니다. 자신만을 잘 보전하려 생각함이 아니다.
▶ 所居之時 : 그가 처신하고 있는 때, 그가 살고 있는 시국.
▶ 所蹈之德 : 그가 실천하고 있는 덕행.
▶ 居無用之地 : 나랏일에 아무 소용도 없는 처지에 있음, 벼슬을 하지 않고 있음.
▶ 冒進 : 무모하게 나섬.
▶ 曠官 : 관직에 태만함.
▶ 刺 : 풍자, 비난.
▶ 尤 : 허물, 불행, 재난.
今陽子實一匹夫.
지금 陽城은 실로 한 명의 匹夫에 지나지 않소.
在位不爲不久矣, 聞天下之得失, 不爲不熟矣, 天子待之不爲不加矣, 而未嘗一言及於政.
벼슬자리에 있은 지 오래되지 않았다고 할 수 없고, 천하의 得失을 앎에 익숙하지 않다고 할 수 없고, 천자의 대우도 융숭하지 않다고 할 수도 없는데, 그런데도 한마디 말도 정치에 미친 적이 없소.
▶ 得失 : 정치를 잘하고 못함. 정치의 잘잘못.
▶ 加 : 대우를 잘해 주다.
視政之得失, 若越人視秦人之肥瘠, 忽焉不加喜戚於其心.
정치의 득실을 살핌에, 마치 越나라 사람이 秦나라 사람이 살지거나 여윈 것을 봄과 같이 무관심하여, 그의 마음에는 기쁨이나 슬픔이 생기지 않고 있소.
▶ 肥瘠(비척) : 몸이 살진 것과 여윈 것.
▶ 忽焉 : 소홀히 함, 무관심한 것.
問其官則曰‘諫議也’, 問其祿則曰‘下大夫之秩也’, 問其政則曰‘我不知’也, 有道之士, 固如是乎哉.
그의 관직을 물으면 간의대부라 하고, 그의 祿俸을 물으면 下大夫의 녹이라고 하면서, 정치를 물으면 나는 모른다고 말하니, 올바른 도리를 터득한 선비가 정말 이러하겠소?
▶ 喜戚 : 기쁨과 슬픔.
▶ 下大夫 : 옛날 대부에 상·중·하의 세 구분이 있었다.
▶ 秩 : 등급. 등급에 따른 俸祿.
▶ 固 : 정말, 진실로,
且吾聞之, 有官守者, 不得其職則去, 有言責者, 不得其言則去, 今陽子以爲得其言乎哉.
더욱이 내가 듣기에, 벼슬하는 사람은 그의 직책을 다할 수 없으면 職을 떠나야 하고, 언론의 책임을 진 사람이 그의 發言을 다할 수 없으면 그 직을 떠나야 한다고 하는데, 양성은 그의 말을 제대로 한다고 여기는 것이오?
▶ 官守者 : 관직을 맡고 있는 사람.
▶ 去 : 벼슬을 떠남. 사직함.
得其言而不言, 與不得其言而不去, 無一可者也.
말할 수 있는데도 말하지 않음과 말하지 못하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음에는 하나도 옳은 것이 없소.
▶ 無一可者 : 하나도 옳은 게 없다. 모두 잘못된 것이다.
陽子將爲祿仕乎.
양성이 어찌 봉록을 위하여 벼슬했겠소?
古之人有云: ‘仕不爲貧而有時乎爲貧,’ 謂祿仕者也.
옛사람이 말하기를,
'벼슬함은 가난하기 때문은 아니나, 때에 따라서는 가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라고 하여, 봉록을 위해 벼슬하는 경우를 말하였소.
▶ 爲祿仕 : 녹을 위해 벼슬함. 먹고살기 위해 벼슬함.
宜乎辭尊而居卑, 辭富而居貧, 若抱關擊柝者可也.
그렇다면 마땅히 높은 자리를 사양하고 낮은 자리를 잡고, 부귀는 사양하고 가난하게 살아야 하니, 문지기나 순라꾼 따위가 옳을 터이오.
▶ 抱關 : 문지기. 관문을 지키는 사람
▶ 擊柝(격탁) : 딱딱이를 두드리는 사람, 곧 순라꾼. 야경꾼.
蓋孔子嘗爲委吏矣, 嘗爲乘田矣, 亦不敢曠其職, 必曰會計當而已矣, 必曰牛羊遂而已矣, 若陽子之秩祿, 不爲卑且貧, 章章明矣而如此, 其可乎哉.”
孔子께서 委吏를 지내고 乘田 노릇도 하신 적이 있었으나, 감히 그의 직책에 태만하지 못하시고, 회계가 합당해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시고, 소와 양을 잘 길러야 한다고 항상 말씀하셨는데, 양성의 직위와 봉록이 낮고 가난하지 않음이 분명한데도 이러하니, 그를 옳겠소?
▶ 委吏 : 창고를 지키며 물건의 출납을 관장하는 관리.
▶ 乘田 : 소와 양을 기르는 관리. 牧畜官.
▶ 當 : 합당하다, 정확하다.
▶ 遂 : 成育하다, 잘 기르다.
▶ 章章 : 분명한 모양, 밝은 모양.
或曰:
그 사람이 말하였다.
“否. 非若此也.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夫陽子惡訕上者, 惡爲人臣, 招其君之過而以爲名者.
저 양성은 윗사람을 비방하기 싫어하고, 신하로서 자기 임금의 잘못을 들추어 명예로 삼음을 싫어합니다.
▶ 惡訕上(오선상) : 윗사람을 비방하기 싫어함.
▶ 招(교) : 드러내다. 지적하다.
故雖諫且議, 使人不得而知焉.
그러므로 비록 간하기도 하고 논의하기도 하지만 남이 그것을 알지 못하도록 합니다.
『書』曰:
‘爾有嘉謀嘉猷, 則入告爾后于內, 爾乃順之于外曰, 斯謀斯猷, 惟我后之德,’ 夫陽子之用心, 亦若此者.”
《書經》에 이르기를 '그대에게 좋은 계책이나 좋은 꾀가 있다면, 들어가 안에서 그대 임금에게 고하고 그대는 곧 밖에서 그것에 따르면서 그 계책과 그 꾀는 오직 우리 임금님의 聖德이라고 말해야만 한다.'라고 하였으매, 양성의 마음을 씀도 이와 같은 것입니다.”
▶ 書 : 《서경》 君陳편에 보이는 말.
▶ 嘉謀嘉猷 : 좋은 계책과 좋은 생각(또는 일 처리 방법.)
▶ 后 : 임금·제왕.
愈應之曰:
“若陽子之用心, 如此, 滋所謂惑者矣.
나는 응답하였다.
"만약 양성의 用心이 그렇다면 그것이 소위 미혹이란 것이오.
入則諫其君, 出不使人知者, 大臣ㆍ宰相者之事, 非陽子之所宜行也.
들어가서는 그의 임금을 간하고 나와서는 남들이 알게 하지 않음은 대신과 재상의 일이지 양성이 행할 바가 아니오.
夫陽子本以布衣, 隱於蓬蒿之下, 主上嘉其行誼, 擢在此位, 官以諫爲名.
양성은 본시 평민으로 草野에 숨어지내다가 임금께서 그의 行誼를 가상히 여기시어 그 자리에 발탁하였으니, 그 관직은 忠諫을 명분으로 삼는 것이오.
▶ 布衣 : 무명이나 삼베옷을 입은 사람. 평민.
▶ 蓬蒿 : 쑥대. 여기서는 草野 또는 깊은 산골을 가리킴.
▶ 嘉 : 가상히 여기다, 훌륭히 여기다.
▶ 行誼 : 행실이 바름.
▶ 骨鯁(골경) : 짐승뼈와 생선뼈, 뼈처럼 굳은 것. 강직한 것.
誠宜有以奉其職, 使四方後代, 知朝廷有直言骨鯁之臣, 天子有不僭賞從諫如流之美. 庶巖穴之士, 聞而慕之, 束帶結髮, 願進於闕下而伸其辭說, 致吾君於堯ㆍ舜, 熙鴻號於無窮也.
진실로 올바로 그의 직책을 이행할 수 있어서, 사방과 후대 사람들이 조정에 곧은 말을 하는 강직한 신하가 있고 천자에게는 상을 잘못 내리지 않고 간하는 말을 따르기를 물이 흐르듯 하는 美事가 있음을 알게 하여, 여러 巖穴之士가 그런 소문을 듣고 흠모하여 띠를 두르고 머리를 묶고 궁궐로 나아가 그 이론을 펴기를 원하게 함으로써, 우리 임금을 堯舜에 이르게 하여 위대한 명성이 무궁하도록 만들어야 하오.
若『書』所謂, 則大臣ㆍ宰相之事, 非陽子之所宜行也, 且陽子之心, 將使君人者, 惡聞其過乎. 是啓之也.”
《서경》에 말한 것 따위는 대신과 재상의 일이지 양성이 행할 바가 아니고, 더욱이 양성의 마음이란 임금이 자신의 허물을 듣기 싫어하게 만들고 啓導하는 것이오.”
▶ 僭賞 : 상을 잘못 내림.
▶ 從諫如流 : 물이 흐르듯 신하의 간하는 말을 따름. 모두 《左傳》 襄公 26년 成公 8년에 보이는 표현임.
▶ 巖穴之士 : 바위 동굴에서 지내는 선비. 깊은 산 속에 숨어사는 선비.
▶ 束帶結髮 : 띠를 두르고 머리를 묶다. 자기 몸을 단정히 매만짐을 뜻함.
▶ 熙 : 빛내다.
▶ 鴻號 : 위대한 명성. 천자의 명성을 가리킴.
▶ 啓 : 그것을 啓導하다, 임금 자신의 잘못을 듣기 싫어하도록 계도하다.
或曰:
“陽子之不求聞而人聞之, 不求用而君用之, 不得已而起, 守其道而不變, 何子過之深也?”
그 사람이 말하였다.
“양성은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았으되 사람들이 알아주고, 기용되기를 바라지 않았으되 임금이 등용하매, 부득이 벼슬하게 되어 그의 도의를 변함없이 지켜왔거늘, 어찌하여 선생님께서는 이토록 심하게 비난하십니까?”
▶ 求聞 : 자기의 명성이 남에게 들려지기를 추구하다. 자기 명성이 드러나기 바라다.
▶ 過之深 : 그의 잘못을 깊이 비난하다, 그를 심하게 비난하다.
愈曰:
“自古聖人賢士, 皆非有心求於聞用也.
내가 대답하였다.
“예부터 聖人이나 賢士는 모두 자기 명성과 등용을 바라는 마음을 가지지 않았소.
▶ 聞用 : 자신을 드러냄과 임금에게 등용됨.
閔其時之不平, 人之不乂, 得其道, 不敢獨善其身, 而必兼濟天下也, 孜孜矻矻, 死而後已.
그 시대가 평화롭지 않음과 인민이 잘 다스려지지 않음을 가엾이 여기어, 그의 도덕을 터득함에, 감히 자신만 좋게 하지 아니하고 기필코 천하를 아울러 구제하려고 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여 죽은 뒤에나 그만두려고 하였소.
▶ 閔 : 가엾이 여기다. 동정하다.
▶ 不平 : 평화롭지 않음. 평탄치 않은 것.
▶ 乂(예) : 잘 다스려짐. 올바른 것.
▶ 獨善其身 : 홀로 그 자신만을 잘 보전함. 자신만을 잘 보전함.
▶ 兼濟天下 : 천하를 아울러 구제하다. 온 천하를 위하여 일하는 것.
▶ 孜孜吃吃(자자골골) : 孜孜는 열심히 애쓰는 모양. 吃吃은 힘써 일하는 모양.
故禹過家門不入, 孔席不暇暖, 而墨突不得黔, 彼二聖一賢者, 豈不知自安逸之爲樂哉.
그러므로 禹임금은 집의 문 앞을 지나면서도 들어가지 않았고, 공자의 앉은 자리가 따스해질 겨를이 없었고, 墨子의 집 굴뚝은 까매질 수 없었으니, 그들 두 성인과 한 현자가 어찌 자신이 편안히 지냄을 즐거움으로 삼을 줄 알지 못하였겠소?
▶ 禹過家門不入 : 禹는 舜임금의 명으로 장가든 지 사흘 만에 천하의 물을 다스리러 나가 8년 동안 쉴 사이 없이 노력하였는데, 그사이 세 번이나 집 앞을 지나갔으나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다. 《孟子》滕文公上.
▶ 孔席不暇暖 : 공자는 자기 가르침을 세상에 널리 펴기 위하여 자신이 앉았던 방석이 따스해질 겨를도 없이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文中子》.
▶ 墨突不得黔 : 墨子는 자신의 兼愛와 非攻 등의 사상을 실천하기 위하여 활동하느라 집에 붙어 있을 새가 없었고 또 검약을 실천했으므로 그의 집에서는 밥을 지을 기회도 거의 없어 집의 굴뚝이 검어질 겨를이 없었다는 말. 《文中子》.
誠畏天命而悲人窮也.
참으로 天命을 두려워하고 人民의 곤궁을 슬퍼하였던 까닭이지요.
夫天授人以賢聖才能, 豈使自有餘而已.
하늘이 사람에게 賢聖과 才能을 내려줌이 어찌 자신을 넉넉하게 만들 뿐이겠소?
▶ 自有餘 : 자신만을 위하여 여유있게 지니고 씀.
誠欲以補其不足者也.
진실로 賢聖과 才能으로써 그것이 부족한 자에게 보충하려 함이지요.
耳目之於身也, 耳司聞而目司見, 聽其是非, 視其險易然後, 身得安焉, 聖賢者時人之耳目也, 時人者賢聖之身也.
몸에 있어서 耳目을 말하자면, 귀는 듣기를 맡고 눈은 보기를 맡아서, 그 是非를 듣고 險易를 보고 나서야 몸이 거기에서 편안할 수가 있으니, 聖賢이란 그 시대 사람의 耳目이고, 그 시대 사람이란 성현의 몸이오.
▶ 險易 : 험난한 것과 평이한 것.
且陽子之不賢, 則將役於身, 以奉其上矣; 若果賢, 則固畏天命而閔人窮也, 惡得以自暇逸乎哉.”
그러니 양성이 현명하지 않다면 자신을 부려서 그의 윗사람을 받들고, 만약 정말로 현명하다면 굳게 天命을 두려워하고 인민의 곤궁을 가엾이 여겨야지, 어느 겨를에 자신만 안일할 수 있겠소?”
▶ 役於身 : 몸에 부림을 당하다.
或曰:
“吾聞君子, 不欲加諸人, 而惡訐以爲直者, 若吾子之論, 直則直矣, 無乃傷于德而費於辭乎.
그 사람이 말하였다.
“제가 듣기로는, 군자는 남을 공격하려 하지 않고 남의 잘못을 들추어 자신의 충직으로 삼음을 싫어한다고 하는데, 선생님의 논의는 곧기는 곧으나 덕을 손상하며 言辭를 허비함이 아니겠습니까?
▶ 加諸人 : 남에게 해 또는 공격을 가하다. 《論語》公冶長편.
▶ 訐 : 남의 단점이나 잘못을 들추어냄. 이 구절은 《논어》 陽貨편의 말을 따왔음.
▶ 費於辭 : 말을 허비함. 말이 지나치게 많은 것.
好盡言以招人過, 國武子之所以見殺於齊也, 吾子其亦聞乎.”
남김없이 말하여 남의 허물을 들추기를 좋아함은 國武子가 齊나라에서 죽임을 당했던 까닭인데, 선생님께서도 아시겠지요?”
▶ 盡言 : 말을 하고 싶은 대로 다 함.
▶ 招人過 : 남의 허물을 들추어냄.
▶ 國武子 : 春秋시대 齊나라의 대부. 그는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남의 허물을 꼬집고 하다가, 결국 제나라 사람의 원한을 사 죽음을 《國語》周語, 《左傳》成公 17~18년.
▶ 見殺 : 죽임을 당하다. 見은 피동을 나타냄.
愈曰:
“君子, 居其位則思死其官, 未得位則思修其辭以明其道, 我將以明道也, 非以爲直而加人也.
내가 대답하였다.
“군자란 벼슬자리에 있으면 그 관직에서 죽음을 생각하고, 지위를 얻지 못하면 그의 이론을 닦아서 올바른 도리를 밝힘을 생각하는 법이매, 나는 도리를 밝히려 함이지 곧은 체하여 남을 공격함이 아니오.
▶ 思死其官 : 그의 관직을 죽음으로 수행하겠다고 생각함.
且國武子, 不能得善人, 而好盡言於亂國, 是以見殺.
더욱이 국무자는 착한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도 어지러운 나라에서 모조리 말하기를 좋아함으로써 죽임을 당하였소.
傳曰, ‘惟善人, 能受盡言,’ 謂其聞而能改之也.
傳에 이르기를 '오직 착한 사람만이 남김없이 말할 수 있다.'라고 하였는데, 말을 듣고서 잘못을 고칠 수 있음을 이른 것이오.
▶ 傳 : 앞에 보인 《國語》 周語를 가리킴.
子告我曰, ‘陽子可以爲有道之士也,’ 今雖不能及已, 陽子將不得爲善人乎.”
그대가 내게 말하기를 '양성은 올바른 도를 터득한 선비라 말할 수 있다'라고 하였으니, 지금은 비록 미치지 못하더라도 양성이 善人이 되지 못하겠소?”
해설
爭臣이란 천자 앞에서 곧은 말을 하며 자기 뜻을 굽히지 않고 다투는 신하를 뜻한다. 중국에는 옛날부터 나라에 그처럼 올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諫議大夫 벼슬을 두었다.
한유의 시대에는 陽城이란 사람이 높은 덕을 쌓았다는 평판에 힘입어 간의대부가 되었다. 그는 초야에 묻혀 살던 옛날과 조금도 다름없이 守身하여 사람들이 훌륭한 선비라고 칭찬하였다. 그러나 한유는 이 글에서 간의대부에 임명된 지 5년이 되도록 올바른 말 한마디 않고 지내온 양성의 벼슬하는 태도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은 한유가 과거를 준비하고 있던 스물다섯 살 때 지은 것이라 하매, 젊은 학자로서의 패기가 엿보이는 글이다. 뒤에 당나라 조정에 政爭이 일어나, 裵延齡이 政敵인 陸贄를 추방하고, 자신이 재상이 되려 할 적에 양성이 입을 열어 배연령의 부정을 규탄하고 육지의 무고함을 주장하는 직언을 천자에게 올리게 된다.
양성이 한유의 이 글을 읽고 발분하여 나중에 그런 중요하고 곧은 발언을 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다음은 작자미상의 평론이다
迂齋曰:
迂齋가 말하였다.
“此篇 是箴規攻擊體, 是反難文字之格, 當以范司諫書相兼看.
“이 글은 경계하고 공격하는 문체이며, 반론하는 문자의 격식이므로, 마땅히 구양수가 범중엄에게 올린 「上范司諫書」와 함께 보아야 한다.
歐陽公上范公書, 有云:
구양수가 범중엄에게 올린 편지에서 말했다.
‘當退之作論時, 城爲諫議已五年.
‘한퇴지가 「쟁신론」을 지을 때 양성은 간의대부가 된 지 이미 5년이었다.
後又二年, 始庭論陸贄及沮裵延齡作相, 纔兩事耳.
2년이 더 지나서, 양성은 조정에서 육지에 대해 의론하고 배연령이 재상이 됨을 저지하였으니, 겨우 두 가지 일일 뿐이다.
當德宗時, 可謂多事, 豈無可言而需七年耶?
덕종 시기에는 사건이 많았다고 할 만하니, 어찌 말할 게 없어서 7년을 허비한단 말인가?
豈無急於沮延齡ㆍ論陸贄兩事耶?
그리고 어찌 배연령을 저지하고 陸贄를 의론하는 두 가지보다 급한 일이 없었겠는가?
幸而爲諫官七年, 適遇二事, 一諫而罷, 以塞其責.
다행히 양성이 간관이 된 지 7년, 두 가지 사건을 만나 한 번 간하여 파직됨으로써 자신의 책임을 성실히 이행했다.
向使只五六年而遂遷司業, 是終無一言而去也.’”
예전에 만약 다만 5~6년만 간의대부로 있다가 마침내 司業으로 이직했다면, 끝내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난 셈이다.’”
○ 按韓公之論ㆍ歐公之書, 盡之矣.
한유의 「爭臣論」과 구양수의 「上范司諫書」를 살펴보면 지극하도다.
然陽城, 終爲唐代賢人, 不可磨也.
(그러나 한유의 폄하와는 달리) 양성은 끝내 당나라의 현인이 되었으니, 磨滅할 일이 아니다.
歐公謂:
‘當時事豈無急於沮裵ㆍ論陸’,
則恐未然.
구양수가 ‘당시의 일에 배연령을 막아내고 육지를 의론함보다 급한 일이 어찌 없었겠는가?’라고 했는데 아마도 그렇지가 않을 터이다.
論救賢相, 沮止姦相, 天下事有大於此者乎?
어진 재상을 논의하여 구원하고 간사한 재상을 沮止하였으니, 천하의 일에 이보다 큰 것이 있겠는가?
使城初以細故聒其君, 此等大事, 不及言而去, 久矣.
만약 양성이 처음부터 자잘한 일로 임금에게 간하였으면, 이런 큰일엔 말하기조차 못하고 官職을 떠난 지가 오래였을 터이다.
以後補前, 亦可無愧.
그러므로 훗날의 성취로 이전의 미흡을 보충한다 해도 부끄러울 게 없다.
讀者不可以韓ㆍ歐之言, 而謂陽城眞緘默非賢人也.
讀者가 한유와 구양수의 말 때문에, 양성이 침묵하기만 잘하고 현인이 아니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眞 : 또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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